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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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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래도 이 정도는 발견했다.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 모범 노릇을 할 수도 있고,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뒤에 오는 사랑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

 

 

 

사랑의 기억은 끄집어 내는 순간 까발려진다
그래서 오랜시간이 흐른후에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억으로인해
더이상 상처받을 사람이 없는 시간에.

책을 읽고 나서도
책을 읽는 중간에도 자꾸 확인하고 싶어졌다.

사랑인 거니?
사랑이 맞는 거니?
사랑이라는 착각은 아니었니?
사랑을 쾌락과 동일시한 거니?

사랑을 아니?
아니, 알았니?

열아홉 소년의 사랑과 스무해 너머 여인의 사랑의 간극
소년은 반백의 나이에 30여 년 전 첫사랑을 돌이켜본다.
그 사랑이 남긴 흔적들이 그의 인생 곳곳에 파편처럼 박혀있었다.


그들은 사랑의 도피를 했고
십여 년을 함께했다.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의 관계로
어디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스무해의 간격

케이시 폴은 수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녀가 자신을 감당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에게 폴은 어떤 존재였을까.
단순한 유희였을까.
암묵적인 행위였을까.
냉랭한 몸에 대한 반항이었을까.
도피의 도구였을까.
어째서 케이시 폴이었을까.
그건 영원히 알 수 없다....

수전은 케이시 폴에게 여자였고,
엄마와는 다른 엄마였다.

소년은 책임감에 대해서 쥐뿔도 몰랐다.
현실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조운이 깨우쳐주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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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박상아 지음 / 파우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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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에 담겨진 박제 인간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본 것만으로도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제목 때문에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고민하고
겁내고
외로웠고
무수한 밤을 지새웠었다.

공황장애와 전환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

전환장애는 정신적 에너지가 신체적 증상으로 변환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신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마비가 온다거나, 실명을 한다거나 하는 질환이다.


정신적 고갈 상태가 몸으로 표현되는 현상. 이라고 나름 이해해 보았다.
아마도 일에 집중해서 마음이 쉴 틈이 없었던 작가에게 억지로라도 쉬게 해보려는 마음의 투정 같은 병.

그녀의 글들에 빠져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며칠간 내 마음이 쉬고 싶을 때 읽으려던 마음이 그렇게 급하게 흘렀다.
아마도 십여 년 전의 내 모습이 글에서 보였기 때문에
그녀의 고통을 수반한 글들이 날카롭게 베이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글들이 무겁게 가라앉지 않아서
거침없는 표현들이 살아 무뎌진 감성을 콕콕 찍어대서
한때의 내 글을 보는 거 같아서
그렇게 글을 먹어치웠다.

어느 시절
어딘가에서
툭...
끊어져 버린 감정의 끈 한 가닥이
살아 돌아오는 느낌이 좋았다...




어렸을 적 꿈인 화가와 패션디자이너. 두 꿈의 중간쯤, 거기에 생계라는 재료를 믹서에 넣고 잘 갈아놓은 패션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라는 삶.
두 가지 꿈 중 무엇도 선택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느 하나 버리지 않은 어정쩡한 삶.


글도 그림도 그녀의 색채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수반한 글에 예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게 실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기 전 훑어보던 시간에도
책을 읽어내려가던 시간에도
책을 덮고 음미하는 시간에도
나는 예쁘다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예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상대가 나를 존중해줄 때에만 하자.


그래야지.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예의를 차리고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
많은 것을 속으로 삯히다가 앓게 되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지.


우리는 어떤 관계든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과 함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갖고 있던 생생한 자신의 매력마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 투병생활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택한 건 글쓰기이다.
그녀의 글은
투정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고
원망도 아니다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생활하기 위해
끄적인 글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두려웠던 시간들의 끄적임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의 끄적임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인가로 거듭났을 시간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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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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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레하라 동부서에 새로운 신입 히오카가 출근한다.
수사2과의 폭력단계에 배속된 그는 반장 오가미와 파트너가 된다.

남자의 이름은 오가미 쇼고.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 2과 주임으로 폭력단계 반장이다.
오가미는 히로시마 한경 내에서 민완 형사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수많은 폭력단 관련 사건을 해결했으며, 경찰청장관상을 비롯한 경찰 표창도 숱하게 받았다. 100회에 달하는 수상 경력은 히로시마 현경에서는 현역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빛나는 경력만큼이나 자랑스럽지 않은 경력도 화려했다. 수상 경력도 최고이지만 징계 처분 경력도 현역 최고라는 소문이다.

 

 

 

오가미는 신참을 데리고 다니며 경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리고 히오카는 무수한 소문의 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간다.

오가미는 뛰어난 능력의 경찰임과 동시에 야쿠자와의 유대도 돈독한 사람이었다.

폭력단 계열 금융회사 직원 우에사와 지로의 실종 사건이 알려지고 그 사건을 계기로 구레하라시는 양대 야쿠자들의 항쟁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초짜 경찰과 베테랑 경찰의 좌충우돌 이야기... 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2과 형사는 말이지, 공술만 끌어낸다고 되는 게 아냐. 야쿠자는 언제 공술을 뒤집을지 모르거든. 요즘 야쿠자들은 근성이 없어서 검사가 고함만 한번 질러도 자백을 번복하지. 그 녀석이 얼마나 근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우리 일이야.


 

사건은 꼬리를 물고 터지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오가미는 야쿠자들의 항쟁을 막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오가미를 비리 경찰로 감찰대상에 올린다.

히오카의 모습은 이제 막 경찰을 시작하는 풋내기로써 경찰에 대한 자부심과 범죄자들에게 심판을 받게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오가미의 행동은 경찰의 수치로 보이다가, 타고난 경찰로 보이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경찰과 야쿠자의 관계는 흑과 백처럼 분명하게 갈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오가미를 통해서 배운 게 된다.


"히오카, 자네는 2과 형사의 임무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가미의 질문에 히오카는 즉답했다.
"폭력단을 괴멸시키는 겁니다."
쿡쿡하고 오가미가 웃었다.
"자신의 밥줄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고? 폭력단이 사라지면 우리 밥줄도 끊겨."



공생의 관계.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해야만 하는 관계.
경찰과 야쿠자.


마치 보고서를 읽는 듯한 문체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잡을 수는 있었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나열되어서 (잠시 배경으로 나오는 조직원의 이름까지 지어주신 친절한 작가님 덕에)
그 많은 야쿠자의 계보를 따라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일로 진이 빠지긴 했다.

일본 형사물은 처음이라 참 생소하다.
감정이입이 배제된 간결함이 이 소설의 미덕인 거 같다.

어디에나 쓰고 버리는 카드가 있다.
오가미는 아마도 경찰 내부의 버린 카드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야쿠자보다 경찰이 더 더러운 조직처럼 느껴진다.
야쿠자는 의리라도 있지!

반전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는데.
독종 형사가 야쿠자를 싹~ 쓸어버리는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마음이 갈피를 잃었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에겐
언제나 그 의리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읽을 때는 이름들 외우느라 잘 몰랐는데
읽고 나니까 묵직한 게 가슴속에 응어리진다.
담담한 문체에서 나중에 울려오는 울림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

고독한 늑대의 피.
늑대는 원래 고독한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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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올로클린 신작 매번 사건을 피해다녀도 사건이 알아서 찾아오는 올로클린 개인사로 범죄가 침투해 사랑하지만 서로 멀리 두고봐야하는 줄리안과 조 가을의 시작을 조 올로클린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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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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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 책에 대한 평들이 좋아서 피터 스완슨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처음 읽게 된 이야기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아닌 바로 이 책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관음증 환자에 대한 레퍼토리가 한가득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도 뭔가 다른 게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갔다.

내 예상은 틀렸다.

마주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 이야기라는 내 고정된 관념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 소설.

케이트 프리디는 육촌 코빈과 아파트를 바꿔서 6개월 동안 생활하기로 한다.
코빈은 케이트가 사는 런던으로
케이트는 코빈이 살던 보스턴으로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집 바꿔 살기 첫날
케이트는 코빈의 옆집 여자가 실종된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걸 불안증으로 해석하는 케이트는 왠지 그녀가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결국 옆집 여자 오드리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코빈의 아파트
예전 남자친구와의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공황장애를 앓는 케이트

난 사이코패스를 끌어당겨요. 자석처럼요.
"5년쯤 전에 전 남자 친구에게 죽을 뻔했거든요.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죠. 남자는 케이트를 벽장에 가둔 채 자살해버렸어요."

 

케이트는 정말 불행을 끌고 다니는 걸까?

이야기는 케이트, 코빈, 앨런, 그리고 헨리의 시선으로 나누어진다.
그 각자의 이야기가 현재와 맞닿으면서 오드리의 죽음은 오래된 사건들과 연관되어지고
케이트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육촌 코빈을 의심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 긴박함은 없다.
오로지 긴장만이 난무한다.
무언가가 조금씩 달라져 있고, 제자리에 둔 것이 없어지고, 고양이가 눈에 띄는 통로도 없이 왔다갔다하고
케이트가 그린 그림들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
누군가 그녀를 감시하는 걸까?
아니면 그녀에게 건망증이 있는 걸까?

사람을 안다는 건 어떤 걸까?

이 이야기의 도처엔 끔찍함이 자리하고 있다.
훔쳐보기
질투
사이코패스
살인
침입
복수
감금
자살
공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잔잔하게 흘러간다.
아마도 주인공 케이트의 모습과 생활이 그래서 그런 거 같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 의해서 치유가 되는 법.

겉만 보고 사람을 사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 이야기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를 나쁜 길로 인도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
나도 모르는 사이 창문으로 나의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오싹함이
문단속은 아무리 잘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새로운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용기를 짜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칩입을 해도 숨어있을 만한 공간은 되도록이면 집안에 남겨두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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