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무인도 표류기 - 3차원 디오라마 일러스트 아트북
gozz 지음, 현승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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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라마란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gozz 작가는 이 디오라마 방식을 가져와 섬에 표류한 모험담을 100일이라는 시간을 잡고 일기 형식과 상자 모양의 그림으로 그날그날을 표현했다.

독특한 그림과 표류기라는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가는 책이었다.

난파된 배에서 한 섬으로 흘러온 주인공.

기억을 잃은 채로 섬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섬을 둘러보고, 섬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탈출의 꿈을 꾼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그 섬에서 왠지 모르게 감시받는 느낌을 받는다.






동굴인 줄 알았는데 무언가의 둥지인 모양이다.

둥지 안에 초승달 모양의 아름다운 돌이 떨어져 있었다.

이건 주워 가야지.

터줏대감 혼자인 줄만 알았는데 새끼도 셋 있는 모양이다.

암컷인가?

다른 벽화도 찾았다.

커다란 뱀이 수많은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이... 빨간 눈인가?



주인공은 섬을 탈출하려 하지만 절대 섬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섬에는 주인공이 모르는 괴물이 있었다.

주인공이 터줏대감이라 이름 붙인 커다란 새는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둥지에 산다.

그리고 빨간 눈이라 이름 붙인 머리 두 개 달린 괴물이 호시탐탐 주인공을 노린다.

주인공은 사슴도 잡고 멧돼지도 잡으며 섬 생활에 익숙해지지만 누군가 주인공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탈출 시도를 하다 다시 섬으로 떠밀려온 주인공은 오래된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벽화를 발견하는데 이 섬에 살던 사람들이 공격받는 모습을 그린 벽화였다.

아무것도 없는 섬인 줄 알았지만 이곳은 일찍이 문명이 발전했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어쩌다 그 문명이 다 파괴되었을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주인공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동생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눈이 습격해오고 터줏대감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은 목숨을 구한다.

이대로 가다간 탈출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전에 발견한 동굴 속에 있던 기름을 생각하고 빨간 눈을 그쪽으로 유인해서 태워 죽이는 계획을 짠다.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단순한 섬 탈출기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100일이 지나고 난 뒤에 담긴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 때문에 한층 더 다이내믹해진다.

100일의 일기 어디쯤에 요상하게 등장했던 생명체가 있었는데 그 생명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표류기에서 갑자기 SF적 모드를 장착한다.

우주선의 고장으로 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고향에 돌아갈 날들을 고대하며 이 섬에 있는 특별한 돌에 표식을 새겨 자신들의 힘을 돌에 옮겨 우주로 신호를 보내려 한다.

그러나 이 섬의 깊은 동굴엔 괴물이 존재하고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 닮은 꼴 부족들은 그 괴물과 소통하면서 점점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외계인들은 이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팬데믹 기간 동안 트위터에 올린 그림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100일간의 무인도 표류기>

트위터에 올려진 그림은 확대해가면서 숨겨진 그림들을 찾아내는 맛이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선 두 눈을 부릅뜨고 돋보기를 비춰가며 숨겨진 그림들을 찾아내야 할 거 같다.

이 독특한 책을 보면서 단순한 생각을 했던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다.

100일째 섬을 탈출하는 걸로 끝날 거라 지레짐작했었는데 그 외에 부록처럼 감춰진 이야기 때문에 무인도 표류기의 정체까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려버렸다.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가 할 일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에서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주인공이 배를 타게 된 이야기가 뒷부분에 나오면서 이야기가 또 다른 각도에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그림책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과 친구들과 가족들끼리 그림 속에 숨겨진 캐릭터들을 찾아내고

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더 즐겁게 책을 읽는 방법일 거 같다.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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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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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 건 난데 어느 순간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더라고요. 내 소중한 공간을 다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더라고요.



책쟁이들이라면 위에 말에 고개를 하염없이 끄덕일 것이다.

이 문장에 인덱스를 붙여놓고 한참을 되풀이 읽는다.

사실 나는 이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의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버린다' 이 부분이 정말 맘에 안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자동 재생되는 손웅정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 목소리에 담긴 어떤 힘이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아까 와서 책에 밑줄도 못 긋고

접지도 못하고

메모도 못한다.

그래서 내 책은 읽은 티도 안 나는 새 책들뿐이다.

방안 가득 책무덤 속에서 책 제목을 또 되뇌어 본다.

'버린다'는 아직 내게 닿지 않는다.

나는 아직 그 단계에 닿지 못했다..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손웅정 선생님 특유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신기한 현상을 느꼈다.

그의 힘찬 목소리가 자꾸 나에게 말을 거는 거 같다.

그래서 글로 읽으면서 소리로 듣는다.

덕분에 뇌에 쏙쏙 새겨지는 거 같다.

중간에 그의 독서 노트가 담겼다.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단순, 명료, 담백하다.

쥐스킨트가 울고 가겠다.

내 몸이 반듯한데

내 그림자가 휠 수 있을까.

이 문장이 곧 손웅정 그 자체다.

모습부터 목소리까지 그분의 모든 것이 강성이다.

하지만 그 강성 뒤에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담백한 부드러움이다.

이 책엔 그의 모든 신념과 철학이 담겼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뭔가 답답함이 마음을 짓누를 때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책을 읽게 될 거 같다.

내가 원하는 스승이 이 책에서 호통을 칠 테니까.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용기를 주자.

삶이 단순하다는 걸

복잡함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직접 실천하며 살아가는 분의 말이기에 뇌가 빨리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허세가 없는 이야기와

허세가 없는 그의 노트에 적힌 글이

내게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거 같다.

뭔가 자꾸 나아가게 만드는 책 앞에서 그 어떤 철학자의 책 보다 더 많은 울림을 받았다.

곁에 두고 계속 읽으며 담백하고 단순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는 모든 것이 책에 있다고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말에 의미를 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직접 실천하며 사는 분의 말처럼 진심이 닿는 게 또 있을까.

세상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하는 인간과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몸소 실천하는 사람.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의 주인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철학서 보다 더 철학적이다.

생각이 굼떠질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읽을 것이다.

진심인 강성의 목소리로 단순한 진리를 토해내는 목소리가 나를 다그칠 테니까...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이면 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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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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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끝내 부서지지 않을 한 조각의 마음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는 것.

<파과>는 내가 처음 읽은 구병모 작가의 책이자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처음으로 완독한 전자책이기도 하다.

전자책으로 처음 완독한 책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이전 리뷰을 살펴보니 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어쨌든 나는 <파과>를 읽으며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에 열광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조각'은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였다.

60대의 여성 킬러라는 사실은 그 어떤 서사를 가진 여성 캐릭터를 다 눌러버리는 기세였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조각'의 모습은 '윤여정'선생님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왜 이름이 '조각'일까.

이 궁금증은 개정판 작가의 사인과 함께 쓰인 글에서 채워졌다.

부서지지 않을 한 조각의 마음...

그래서 '조각'일 거라 혼자 믿어본다.


이번에 파과가 새롭게 리커버 되어 나왔다.

그리고 영화화되기를 고대했는데 뮤지컬로 먼저 세상에 선보였다.

파과의 파격적 행보다.


'분명 글인데 작가의 말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무성영화 한 편을 보면서

변사의 해설을 듣는 기분.'

전에 썼던 리뷰에 이렇게 적어놨다.

그 느낌은 여전하다.

작가가 끝없이 내 귀에 속삭이는 느낌이다.

조각의 끝을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애잔하다.

전에는 속도감 있게 읽었다면 이번엔 음미하며 읽었다.

달콤하고 상쾌하며 부드러운 시절을 잊은 그 갈색 덩어리를 버리기 위해 그녀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펼친다.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에 손을 뻗는다.

<파과>라는 제목의 이중적 의미처럼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움직이는 조각의 삶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그러나 전 생애를 긴장 속에 보낸이답게 그는 절대 머뭇거리지 않는다.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젊었을 때와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수 십 년 몸에 밴 결기와 본능은 지켜야할 것을 지킨다.

늘 지키기 보다 해치기를 했었던 조각에게 이제야 지킬것이 생겼다.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


스스로 한 약속이지만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다.

인생이 그렇다.

언제나 변수가 작동한다.

나는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윤여정 선생님이 이 역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분만큼 조각과 매치되는 배우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네일 아트를 한 한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생애 처음을 맛보는 조각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남은 시간들을 전과는 다른 것으로 채워갈 조각을 응원한다.

어딘가 내 시선이 닿는 곳.

그러나 의식하지 못한 채로 조각은 흘러갈 것이다.

내 곁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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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클래식
차무진 지음 / KONG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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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다른 음악과 다른 점은 들을 때마다 상념을 다르게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곡가나 연주자가 누구이고, 음악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굳이 알지 못해도 됩니다. 각자가 알아서 들으면 됩니다. 지루해지면 듣기를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 클래식 음악 감상법입니다. 단, 하나 팁을 드리자면요, 겨울이 클래식을 감상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는 것만 말씀드리지요.



<어떤, 클래식>으로 처음 차무진 작가의 글을 만났습니다.

클래식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래서 늘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영역이죠.

클래식에 관해 읽은 책도 여럿 되지만 생활 속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시간은 많지 않네요.

이 <어떤, 클래식>은 차무진 작가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들과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콩트를 읽는 거 같아요.

스스로 클래식 초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초보들도 편하게 읽고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평소 잘 듣는 클래식

뭔가 사연 있는 클래식

남의 사연이지만 그 사연이 꾸며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이야기라 재밌습니다.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의 책들이 다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 더 백>에 대한 리뷰를 읽은 날 이 책에서 <인 더 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었습니다.

차무진 작가와 김민섭 작가가 처음 만난 날 서로 덥석 손을 잡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소주잔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찡한 기운이 들었네요.

아버지의 무게란...

말러의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를 이렇게 들어 봅니다.

슈만의 유령 이야기로 CD를 강매한 음반가게 사장님이 뜬금없이 보고 싶어집니다.

치맥은 알아도 치간은 몰랐던 나는 이제 치간의 여러 버전을 들어봤습니다.

저도 지네트 느뵈의 곡이 좋아요. 영상이 없어서 아쉽지만...

작가님이 옛 애인과 싸우고 뛰쳐나간 그 새벽에 옛 애인분께서 혼자 들었다는 자클린의 눈물.

듣다 보니 그분은 새벽에 많이 울었거나, 냉정하게 마음을 정리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펜바흐의 미발표곡인 <자클린의 눈물>에 담긴 사연을 읽다 보면 조용한 분노가 스밉니다.

베르너가 자클린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 곡을 헌사했음에 감사했어요.

누군가는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알아줬다는 사실이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프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클래식을 이렇게 다정하고 가깝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차무진 작가님이 자신의 에피소드에 클래식 음악을 담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작가님의 감정을 느껴보다가 결국은 내 감정이 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어떤, 클래식>으로 클래식에 입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클래식이 그리 어렵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이 책을 받고 #그믐 에서 함께 읽기에 참가했었는데 같이 읽으신 분들의 수다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올려주신 글들 읽으며 음악 찾아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 이 책에 담긴 클래식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책을 읽으니 더 집중이 잘 되어 좋았습니다.

차무진 작가님의 클래식 리스트였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이 리스트의 곡들은 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될 거 같네요.

같은 음악에 저장된 서로 다른 기억들...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서로 만날 날이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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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밤 모호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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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던 그림들과 본 적 없는 그림들의 향연.
동서양을 아우르는 밤의 세계~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지적 충족까지 만족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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