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를 거장이라 추어올리는 데는 각자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틀림없이 거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가 엄청난 흥행 감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연히 그에게 영화 제작이나 감독을 맡기고 싶은 영화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고 싶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을 찾아온 시나리오 작가들이 자기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영화의 시놉시스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하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이 명함 한 장 위에 적어서 보여달라."
솔직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블로그에 남이 쓴 시나, 문장, 신문기사를 비롯해 각종 데이타들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릴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제한된 시간, 제한된 범위 안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거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까지 선사한다는 것은 보통 솜씨로는 불가능하다.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연설을 잘 하는 대통령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한 번은 어떻게 연설을 준비하는지 그 비결을 묻는 이에게 이렇게 답했다.
"연설 길이에 따라 다르지요. 10분짜리 연설이면 1주일 준비하고, 15분짜리는 3일 준비, 30분짜리는 이틀 준비, 1시간짜리 연설은 언제라도 준비 없이 할 수 있지요."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원고를 보내야 하는데, 문제는 내가 번번이 원고 매수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살아오면서 나는 프로 글쟁이라면 당연히 마감을 지키고, 매수를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정작 나는 마감 지키기도 버겁고, 매수 지키는 건 더 버겁다. 어떤 이는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사는 사람은 없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사람은 수다쟁이 바보거나 자기밖에 모르는 욕심쟁이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물론 대화이고, 소통이지만 실제로는 혼자만 나불대고 떠드는 연설을 듣는 일에 가깝다. 독자에게 도움이나 감동도 주지 못하면서 글만 길게 쓰는 건 혼잣말만 오래도록 지겹게 늘어놓는 일이다. 간결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4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한다. 첫째. 있는 그대로 말하라. 둘째, 최대한 줄여서 말해라. 셋째, 여유있게 차분히 말하라. 넷째, 다른 것에 빗대어 말하라. 결론 부분을 쓰기도 전에 원고 매수를 초과해버린 내가 지금 글쓰기의 금도에 대해 되새김질하는 중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