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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현대영미드라마학회 영한대역 2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이한섭 옮김 / 동인(이성모)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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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을 읽고 난 감상이라면 단순하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다. 첫째, 아주 재미있다는 것, 둘째, 이 작품의 작가는 천재라는 것. 직접 읽어보면 재미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읽은 것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면 작가가 천재라는 점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히긴스 부인 집에서의 담소 장면이나 가든 파티 장면은 웬만큼 재능있고 재치있는 작가라면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1막 전체, 일라이자가 히긴스의 실험대상이 되기로 동의하는 장면, 일라이자의 아버지가 히긴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장면들은 살리에르로 하여금 살리에르 이상이 되는 것을 포기하게 할만큼 압도적이다.

물론 모든 장면들이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라이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거부가 되어 나타나는 장면은 상투적이다, 히긴스 부인의 캐릭터는 제대로 살아있지 않아서 피어스 부인과 겹쳐 보인다, 등등. -그러나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트집을 잡자면 그렇다는 것이니까.

극의 마지막을 이루는 일라이자와 히긴스의 대화도 아름답긴 하지만 독창적이지는 않다. 할 이야기는 이미 다 이야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장면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두 주인공이 드러내는 감정의 섬세한 곡선들이다.

이 마지막 장면을 음미해 보자. 과연 이 섬세한 곡선들을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그리고 유튜브에 들어가서 "Pygmalion"을 검색해 보라. 1973년도에 BBC에서 제작한 것이 통째로 올라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연기와 연출을 보고나면 나랑 똑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 참으로 위대한 배우들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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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윤리학 연구
박삼열 지음 / 북코리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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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티카 읽느라고 이마에 주름이 그칠 날이 없다. 하여 가볍게 읽을 만한 책으로 구매한 책이 이 책이다. 그런데 내가 책을 살 때 리뷰들만 읽고 책 제목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나 보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연구서다. 일종의 논문 모음이라는 뜻이다. 에티카 전반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책이 아니라 특정 주제들에 집중하는 책이다.  

그러므로 나의 구매 의도는 빗나간 화살이 되고 말았다.  

화살은 빗나갔으되 이 책이 연구서로서의 역할을 다 했으면 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첫째, 나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각 주제들이 대단히 피상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결코 떨칠 수 없었다. 셋째, 지나치게 반복적인 문장들이 그나마도 얇은 책을 더욱 얇게 만들었다.  

첫째 항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할 책임을 느낀다. 나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합리론이라든지, 근대성의 철학이라든지, 범신론, 관념론, 주관론, 실재론, 객관론, 평행설, 동일설 등등인지 아닌지에 관해 논구하는 것은 그것이 학자들이 학문을 할 때 하는 일인지는 몰라도 스피노자의 철학 자체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 어떤 영화 감독, 어떤 가수를 특정 쟝르로 범주화하려고 하는 모든 시도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나는 그런 짓을 볼 때 마다 저 사람은 스피노자에 대해, 저 소설에 대해, 저 영화에 대해, 저 노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게로구나, 그래서 저렇게 말을 빙빙 돌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학문을 하는 방법이라면 그것을 이해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아둔한 것일 테다.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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