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땅을 깍고 있다. 잔디를 깔기 전에 흙 속의 잔뿌리, 돌멩이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꼭이 인간 종에 고유한 것이랄 수 없는, 유서 깊은 경계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옆 집이 돼지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돼지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 1). 매년 두 차례씩 암퇘지를 임신시켜 새끼를 낳게 하고 그 새끼들을 판다. 2). 작은 돼지들은 생일 파티 등에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옆 집 아주머니가 우리더러, 돼지에게 그늘과 안정을 주는 나무를 함부러 베었다고 이기적이라고 욕을 했었는데, 펫이라던 돼지를 일년에 두 차례 임신시켜 그 새끼들을 판다는 사실을, 오밤 중에 인터넷 써핑을 통해 알게 되고는 아내는 오싹함을 느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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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죽은 나무(거의 100% 우리 땅에 있음), 가운데 잡목(70% 이상 우리 땅에 있음), 그리고 오른쪽 죽은 나무(거의 100% 저쪽 땅에 있음) 모두에 대해 저쪽 집 부부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앞에 쌓아놓은 것은 내가 경계 부근에서 긁어낸 돼지 똥 퇴비이다.)


1. 가든의 정글을 걷어내면서 옆집 부부가 우리 집 경계 너머에까지 돼지 똥을 지푸라기와 섞어 투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치워줄 것과, 퇴비는 퇴비통을 이용하여 만들 것을 몇 번 요청했지만, 옆집 부부는 이를 확고하게 거절했다. 


2. 가든 이용에 대한 우리의 권리와, 돼지 퇴비 조성 방법에 대한 옆집의 권리가 충돌하였으므로 구청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문의하였고 이 문의 사실을 옆집에 알렸다.


3. 이를 알린 바로 그날 밤 옆집 남자가 찾아와 경계에 있는 나무를 더 이상 자르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 펜스를 어떻게 짓냐는 나의 항변에 그는 우회하라고 대꾸했다. 옆집 남자가 몹시 흥분해 있었으므로 다음에 다시 대화하자며 그를 일단 돌려보냈다. 


4. 다음 날 아침 경계 부근의 나무들을 확인해 본 결과 사진 아래에 쓴 것과 같았다. 원래 펜스 설치는 내가 하려 했지만,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업자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펜치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돼지나 옆집 부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든 작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그 전에도 돼지 밥 주는 시간에는 작업을 멈추어주고는 했다. 옆 집 땅에 거의 100% 뿌리를 두고 있는 죽은 나무는, 펜스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해서 그대로 놔두고, 나머지 나무들은 자르겠다고, 펜스 업자 오는 날 일주일 전에, 그리고 그 전날에 다시 고지를 했다. 옆집 남자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5. 펜스 업자가 작업을 하러 오자 옆집 아주머니가 나타나서 저 나무들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나무에 손대면 고소하겠다고 업자를 위협했다. 결국 펜스 업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6. 펜스 업자가 떠나고 나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곡괭이와 삽과 톱 등을 챙겨들었다. 작업 안전을 위해 우리 집 영역의 잡목들을 마져 잘랐고, 경계선에 나란하게 있던 그루터기 몇 개를 캐내었고, 지저분한 와이어와 잡목들을 치우고, 돼지 똥 퇴비 등을 전부 긁어내고, 땅에 박힌 강철 파이프를 뽑아내고, 종종 일을 멈추고 채증 사진을 찍었다. 1 미터 바로 옆에 돼지들이 있었고, 옆집 부부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에 집중했다. 배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의 효율이 높아졌다. 강철 파이프를 뽑는데, 예전 같았으면 골판지라도 옆에 대서 소음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가? 실력에는 실력이, 권리에는 권리가 맞붙을 뿐이다. 이를 분쟁이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신뢰에 기반하여 형성된 관계 밖에는, 다만 게임이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옆집 부부들은 돼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주 내에 펜스를 지으라고 주장했었다(뭐라고?). 이에 대해 나와 나의 아내는 펜스 짓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로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열려 있는 돼지 우리 앞에서 나는 곡괭이질을 하게 될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한국에 층간 소음 문제가 있다면 영국에는 경계 분쟁이 있다. 물론, 한국도 그렇겠지만 영국에도 이런 사람들만(이런 사람들에는 우리 부부도 포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란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 나무를 자르다가 옆 집 할아버지네 펜스를 박살내고, 나무들에 크게 상처를 주었는데, 그 할아버지네는 털털 웃으시며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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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끝에서 11 미터 정도 펜스가 없다. 그래서 그 곳에 펜스를 세우려 하는데 난관이 있다. 옆 집에서 돼지 7 마리를 키우면서 돼지 똥을 퇴비랍시고 자기네 정원 가장자리 여기 저기에, 그러므로 우리 집 경계 부근에도 투기해왔던 것. 이에 대해 옆 집에 지적을 하였으나 전혀 알아들을 태세가 아니어서 구청에 신고를 했다. 신고 사실을 알려주니 옆 집 아주머니가 아주 악다구니를 한다. 참 선량하고 사이 좋았던 이웃이었는데 관계는 이미 틀어졌고, 그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다. 그래도 정원 작업은 펜스 세운 후에 하기로 마음 먹고 잠시 중단했고, 펜스 공사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쓰기로 했다. 쓸데없는 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덕분에 펜스 공사 비용이 두 배 정도 늘 것 같다. 


(영국은 개인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사회다. 상업용이 아니라면 돼지를 주거 지역에서 기르는데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다. 등록을 하여 질병 예방 주사 등을 제 때 맞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하우스 가든에서 돼지를 몇 마리 기르던, 그 똥을 노천에 노출하여 처리하든 이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한국은 개체 수, 주거 지역에서 최소 몇 미터 떨어져야 한다는 등등의 상세한 규정이 있을 것이다. 마치 단순한 라운드 어바웃 체계(영국)와 상세한 신호 체계(한국) 사이의 차이와 같다. 둘 중 어느 한 체계를 선호하는 것은 완전히 신념의 문제일 것이다. 예컨대, 실질에 있어서는 상세한 신호 체계가 더 효율적일지라도 신념에 있어 라운드 어바웃 체계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식의 폭넓게 개인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삶에 있어서 신념이니 실질이니 하는 분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이제 내게는 관습성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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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땅 아래서 발굴된 시멘트 석판. 일종의 돌길 역할을 한 것. 아마 4, 50년 전 저 지역은 잘 이용되고 있었는데, 30년 쯤 전부터 펜스 근처에 심은 사이프러스가 급격하게 자라 해를 차단하면서부터 잔디도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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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이 집에 이사 들어올 때 정원의 반은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다른 반은 완전한 정글이었다. 펜스 가까이의 큰 나무들 때문에 하루 종일 그늘이 졌기 때문에 잔디도 자랄 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그렇게 버려진 듯 싶었다. 정글을 다 치우고 이제 큰 나무들만 남았다. 큰 나무들은 내가 직접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작업 들어가기 전날 뒤 두 집에 사실을 알리러 갔다. 왼쪽 돌담집 아저씨는 "아싸!"를 외쳤지만 가운데 집 아주머니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영국에서는 다른 집 나무 때문에 자기네 정원에 그늘이 진다는 등등으로 분쟁이 잦다. 때로는 살인 사건도 벌어진다고 하더라. 돌담네 아저씨는 우리가 나무를 잘라주어 정원에 더 많은 해를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뻐했고 가운데 집 아주머니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싫은 티를 낸 것 같다. --- 뭐 어쩌겠는가, 우리 집 정원의 나무인데... 



나무 자르는 사람(트리 써전이라고 한다) 5명이 와서 손발을 착착 맞춰가며 일을 했다. 카메라맨까지 섭외하여 데리고 왔고 점심 때는 보스 아저씨가 카메라 앞에서 한 시간 이상을 인터뷰했다. 유튭에 올린단다. --- 그리고 저 사고가 난 것이다. 나무가 엉뚱한 방향으로 넘어져서 남의 집 펜스를 박살내고 남의 집 나무에 손상을 입힌 것이다. 보스 아저씨 왈 10년 만에 처음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다행히 인명 사고는 없었다. 커다란 나무를 자른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들 창문으로 내다보고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참 난감했다. 가운데 집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너희, 보호수에 데미지를 입혔다고!" 를 외쳐댔다.  


피해를 입은 집 주인장들은 스페인에 놀러 가 있다. 박살난 펜스를 교체하고 난 후 등등의 사후 처리를 하고, 마침 그 집에 들른 아들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쓱 들러보더니, "괜찮습니다" 를 반복했다. 웬만하면 분쟁이 말려들지 않으려는, 영국의 좀 배운 사람들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도 피해 집에 편지를 남기고, 보스 아저씨도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 사고 자체는 그런 대로 마무리된 것 같다. 



두 번째 날이 끝난 후 찍은 사진이다. 그루터기를 다음날 갈아없앴고 펜스도 그날 새로 갈았다.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끝장난 것 같아 약간의 충격을 먹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제 저 지역은 우리 집에서 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되었다. --- 이제 무엇을 하나? 물론 잔디를 심을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지을까? --- 당면한 문제는 오른쪽 옆집에서 돼지 7 마리를 키우는데 돼지 똥을 비료 만든답시고 우리 집 쪽으로 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투기를 막고 옆 집과의 경계에 펜스를 세워야 한다. --- 지금은 펜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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