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를 읽는 동안 많은 기억이 열리는 것처럼 예전 일이 떠오르고 아련한 추억(?)에 잠겼었다. 그런 면으로 생각하면 이 책은 별 넷이 아니라 별 5개를 줘야 마땅하나 초반에 "번역이 왜 이래?"라고 할 정도로 애꿎은 번역 탓을 하면서 나를 갈팡질팡(계속 읽어 말아?) 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별 하나 뺌. 하지만 진짜 번역가의 잘못이 아님. 조동진 번역가니까 이 정도 하신 것이라 생각함. 아니었다면 진즉에 책을 집어던졌을 텐데 그나마 번역가를 믿고 책을 계속 읽길 참 잘했다고 나를 칭찬했다.


책이든, 친구든, 코스트코 물이든 믿음이 중요하지.


어제 UCLA에서 장학금 신청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링크로 들어가서 열심히 신청을 하는데 아 놔~ 마지막에 내가 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올리라고. 뭥미?ㅠㅠ. 또 에세이를 써야 하는 거니?하아~~ 끝없는 글쓰기와의 싸움 같으니라고. 나처럼 글 잘 못쓰는 사람은 어디 학교를 다니겠나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면서 그래도 하라니까 나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를 더듬어 올라갔다.


객관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여긴 미국이니까, 너그러운 나라니까 그래도 최대한 정직하게 써보자고 생각하면서 썼다. 아직 수정 중인데 그 와중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가 나 자신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프루스트는 긴 책입니다. 그렇지만 여름휴가 떄 수상스키를 탈 시간이 있다면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소설 마지막에 화자인 마르셀이 정말이지 별 것 아닌 삶을 돌아보고 그 삶을 소설로 써서 헛되지 않게 하기로 결심합니다. 우리가 읽는 것이 바로 그 소설이죠.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기억과 추억의 비밀이 풀립니다. 감히 짐의 입으로 말하지만, 짐의 삶은 마르셀의 삶과 달리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마르셀처럼 분석과 성찰을 통해 삶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30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쓸 정도는 절대 아니고 분량은 더더구나 아니고 기대도 할 수 없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마르셀처럼 분석과 성찰을 통해 삶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생각했다. 어떤 글을 쓰든, 자신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너무 늦은 깨달음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발 장학금 주세요', 라는 글을 길게 늘여서 쓰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부터 보자.




































그래픽 노블은 합본으로 단 두 권에 해결되니까 그것으로.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깨비 2023-05-09 0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슷코 물에서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 🤣

라로 2023-05-09 09:4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 코스트코 물맛이 제 입맛에 젤 맞아요. ㅎㅎㅎ 그 머시기냐 애로해드 브랜드는 최악이에요. ㅠ

세실 2023-05-09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장학금 타실듯한 좋은 예감이? 직장인, 연장자, 성적도 좋으실거고~~
책 읽을 여유 있음이 신기^^

라로 2023-05-09 09:56   좋아요 1 | URL
연장자에서 빵 터졌어. ㅎㅎㅎㅎㅎ 여긴 안타깝게 그런 개념이 없네. ㅋㅋ 하지만 다행히 그 개념이 없어서 학교에 붙은 거 같아. ㅋㅋㅋ 성적은 다들 그만그만 하지 않을까?? 직장인이니까 일하는 병원에서 일년에 삼천불 주는 거 말고는 없고(우리 병원 짜지!), 그래도 장학금 종류가 많으니까 뭐든 하나는 걸릴 것 같은 기분은 들어. ㅎㅎㅎㅎ 시간이 없으니까 더 책을 읽고 싶은 간절함? 자기도 대학원 다닐 때 그랬잖아. 생각나지?? 세실이 대전에 내려와서 만났던 때가 그립다. 보고싶다 세실!!!♥️

보물선 2023-05-09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씨엘에이 장학금이라니!!! 멋지십니다.

라로 2023-05-09 09: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입학 시켜주는 것도 감읍했는데 장학금이라니 싶어요. 😅

2023-05-09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05-09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만화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저는 5권 읽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여요ㅎㅎㅎ
라로님의 장학금 기원합니다!!!^^

라로 2023-05-09 14:12   좋아요 1 | URL
그죠! 그런데 4권을 한 권으로 만들었던데 얼마나 줄였을까요? 암튼 꾸준하게 읽으시더니 벌써 5권을 읽고 계시군요!! 멋지십니다!!👍 장학금 받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바람돌이 2023-05-09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시는거 같은 정도가 아니라 UCLA 합격에 이제는 장학금 신청까지....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왜 제가 뿌듯한걸까요? ^^

라로 2023-05-16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잘 지내요,, 바람돌이님도 많이 바쁘시죠? 그렇지만 잘 지내시리라 믿어요!!^^ 뿌듯하신 이유는 선생님이라는 직업 때문이 아닐까요?? 처지는 학생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로??^^;; 칭찬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기억의집 2023-05-11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글 잘 쓰세요. 장학금 관련 어떻게 쓰실지 궁금합니다. 전액 장학금인가요? 저의 아들도 20프로 혜택 장학금 받었는데 진짜 유용했어요!! 어느 나라 사람이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는 쉅지 않군요 ㅎㅎㅎ

라로 2023-05-16 12:36   좋아요 0 | URL
저에게 글 잘 쓴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은 기억의집님 뿐이라는 거 아시나요??ㅎㅎㅎ 늘 기억의집님 칭찬 덕분에 알라딘에 다시 기어들어오 게 되는 것 같아요.^^;; 늘 감사해요.^^ 아드님이 20%의 장학금을 받았군요!! 장합니다!! 일본에서 받는 건 더 어려울 것 같아서요. 저는 여러가지 신청했어요,, 아무거나 하나 붙어라 하고서요.ㅋㅋㅋ 전액을 줄 것 같진 않지만 전액 장학금부터 겨우 몇 천 불 주는 것까지요. ㅋㅋㅋ 복불복 아닐까 싶어요,,^^;;; 그런 것 같죠? 프루스트가 정말 쉽지 않게 쓴 것 같아요,, 그래서 만화로 먼저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젠 우편배송 정말 그만하고 싶은데,,, 진짜 고민이에요.. 하아~~~~.

책읽는나무 2023-07-11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엥?
요즘 바쁘신가보다!
그리 여겨...댓글 자제 중이었습니다.ㅋㅋ
근데 넘 자제했네요.
이 글을 이제서 봅니다.^^;;
지금은 장학금 받으시고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 거죠?
근데 바쁘신 와중에도 책을 계속 읽고 계셨군요. 역시 다독왕 라로 님!^^👍
전 장학금 받아야 할 이유의 에세이를 적어야 한다는 것도 참 신기하지만...라로 님이 어떻게 쓰셨을지도 문득 궁금하긴 합니다. 라로 님은 여러 방면으로 책을 읽으셔서 통통 튀게 글을 잘 쓰셨을 것 같아요. 저도 기억 님처럼 라로 님 글 재미나게 잘 쓰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암튼 여긴 장마 기간이라 습도가 장난 아니네요. 봄부터 비가 너무 자주 내리고 있구요.ㅜㅜ
라로 님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방학하시면 가끔이라도 글로 뵈었음 싶어요^^

라로 2023-08-14 09:19   좋아요 1 | URL
많이 바밨어요!!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고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댓글 자제중이셨다니 넘 바람직한 친구에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장학금은 아직도 결정이 안 났어요. 그런데 뭔가를 받긴 받을 것 같아요. 아마 다음주나 되어야
무슨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암튼 뭐 받든 안 받든 학교에 붙은 것 만으로도 사실 저는 충분해요.^^;;;
여긴 한여름이에요. 며칠 전에 여우비라고 하나요? 그게 잠깐 왔었는데
비가 왕창, 소나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암튼 책나무님도 늘 겅간하시고 종종 소식 남겨주세요.^^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둠 속에서 여왕은, 문득, 자신이 죽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종속되어본 적이 없는 여왕도 죽고 나면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바 없어질 터였다. 책 읽기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것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 때문에 인생이 풍요로워졌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왕은 분명,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똑같이 확실하게, 그와 동시에 독서 때문에 인생의 모든 목적이 말라붙었다고 덧붙였을 것이다. 한때 여옹은 자기 의무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최선을 다해 의무를 수행할 각오를 품은, 확고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이제 여왕의 마음은 너무나 자주 두 갈리기만 했다. 책 읽기는 실천적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이 늘 문제였다. 여왕은 늙었지만, 여전히 실천가였다.

- P117

여왕은 다시 불을 켜고 공책에 손을 뻗어 적었다. ‘책을 쓰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적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여왕은 잠들었다. - P118

여왕은 알게 되었다. 그저 공책의 제목일지라도 뭔가를 적었을 때에는, 한때 책을 읽은 뒤에 그랬던 것처럼 행복을 느꼈다. 단순한 독자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독자는 관람객과 마찬가지인 반면, 스는 것은 실천이며, 실천은 여왕의 의무였다. - P118

몇 년 전만 해도 여왕은 노먼이 어떤지, 아니, 어느 누가 어떤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 여왕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여왕이 전보다 사람의 감정을 더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노먼이 왜 그렇게 기분이 상했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 P122

글을 쓰려면 강해져야 하지 않습니까? - P122

글쓰기는 책 읽기와 마찬가지로 여왕이 혼자서 해나가야 할 일이었다. - P123

"짐은 오랫동안 세상을 보며 여기까지 왔어요. 여든 살에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반복될 뿐이지요. 아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낭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짐에게 아직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손수 버킹엄 궁전을 돌며 전깃불을 끕니다.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말은 비유였고, 요즘에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잘 깨달은 행동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좋겠군요. 어쨌든 낭비를 좋아하지 않으니, 내가 겪은 모든 경험을 머릿속에 간직하게 됩니다. 그 많은 경험이 나에게는 특별하며, 내가 살아온 인생의 열매입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비유하자면, 이벤트에 가깝죠. 그 경험들 대부분은." - P127

책 덕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생이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책은 거기까지만 짐을 이끌 뿐이었죠. 그래서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익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아니 쓰려고 애쓰는 사람이 될 때가 말이죠." - P128

프루스트는 긴 책입니다. 그렇지만 여름휴가 떄 수상스키를 탈 시간이 있다면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소설 마지막에 화자인 마르셀이 정말이지 별 것 아닌 삶을 돌아보고 그 삶을 소설로 써서 헛되지 않게 하기로 결심합니다. 우리가 읽는 것이 바로 그 소설이죠.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기억과 추억의 비밀이 풀립니다. 감히 짐의 입으로 말하지만, 짐의 삶은 마르셀의 삶과 달리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마르셀처럼 분석과 성찰을 통해 삶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30

책은, 아시겠지만, 행동을 촉발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대개 자신이 이미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어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확인시키기만 하죠.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려고 책을 찾습니다. 말하자면 책은 책으로 끝나는 겁니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노련한 번역가(면서 내가 좋아하는)도 번역하기 힘들었을 작품이라는 생각.역자도 언급했다시피 이 책에 등장한 책들을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영국의 역사, 문화, 문학 등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꽤 사랑스러운 작품.덕분에 언젠가 프루스트의 책을 꼭 읽고 싶고 다시 영드 Crown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인생수업
백혜선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가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나? 싶었다. 잘 쓴다는 것이 꼭 유려하고 화려한 문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좀 거친 문장들이지만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정직하게 써 내려 간 글들이 신선하고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짧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그런가, 그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oe Hisaishi - Merry-Go-Round of Life (from “Howl’s Moving Castle”)


어제부터 백혜선 피아니스트의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를 읽기 시작해서 오늘 오후에 마저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는데 멀리서 막내가 Joe Hisaishi의 Merry-Go-Round of Life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음악이었다. 내 독서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준 막내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날렸다. 녀석은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어쨌든 조 히사이시의 얼굴과 손석구의 얼굴이 닮은 점이 보였다. 손석구 씨가 늙으면 저렇게 생길까?



백혜선 씨의 책은 치니님이 북플에서 읽고 싶다고 체크한 것을 보고 나도 따라 읽고 싶어져서 그냥 암 생각 없이 전자책으로 샀는데 아주 좋았다. 우리가 지나온 길은 달라도 같은 세대 사람이라 그런가? 그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너무 잘 느껴지기도 했고, 젊어서 연주 중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몸이 기억하는 연습이라며 한 곡을 100번을 치다가, 그래도 연주 중에 자신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까지 막기 위해서 150번을 연습하면서 틀리게 연주한 것은 연습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적어도 150번 이상을 연주했다는 소리인데,, 짧은 곡이야 그렇다 치고 30분이 넘는 긴 곡을 칠 때는 정말 그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으니까 지금 이런 책도 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운이 좋다는 말을 그녀는 많이 했지만, 운도 실력이 불러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또래의 멋진 여성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궁금해서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더구나 이 책이 나에게 많은 용기를 줬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덜컥 어려운 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을 하고서 계속 걱정을 했는데, 나도 단어 하나 적어도 150번 쓸 마음을 먹으니까 어쩐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 것도 같은 착각이 든다. 어쨌든 이 나이에 다시 공부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내 매일이 크게 두 가지의 감정으로 Merry-Go-Round. 아 놔~. 


다시 백혜선 씨의 책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음악가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나? 싶었다. 잘 쓴다는 것이 꼭 유려하고 화려한 문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생각도 들고, 좀 거친 문장들이지만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정직하게 써 내려 간 글들이 새롭고 좋았다. 러셀 셔먼 선생으로부터 에세이 숙제까지 받았다는 글을 읽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닌데 말이지. 이 책은 다시 종이책으로 사고 싶다. 매 장마다 나오는 레옹 스필리아르트(Léon Spilliaert)의 그림들도 아주 멋있었다. 

Léon Spilliaert - Avec la mer du Nord


레옹 스필리아르트의 그림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점심 먹고 [Guardians of the Galaxy 3]의 영화 티켓을 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찍은 구름 사진을 올려본다.

거대한 구름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해까지 가려버린 커다란 구름에 작은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레옹 스필리아르트(Léon Spilliaert)의 그림을 보면서 <인생의 허무를 보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와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를 집어 들었다. 모처럼 그림을 가까이 접하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HaeSun Paik plays Liszt Réminiscences de Don Juan, S. 417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nan 2023-05-07 0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시리라 믿습니다.
제 아내도 40대중반에 석사를 시작해서 50에 간호학 박사가 됐습니다.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하실수 있을거예요. 응원합니다.^^

라로 2023-05-07 11:59   좋아요 3 | URL
응원 감사합니다!^^ 40대와 50대는 또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이에요..^^;;

기억의집 2023-05-11 09:05   좋아요 1 | URL
멋진 아내분 두셨군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