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빨간우산 > 구름, 빛을 만나다. 2


여름이군요.

덥죠?

이번 여름에는

다들 무언가 즐겁고 설레인 기억을 하나씩은 가져가시길.

저 또한 그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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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마리가 방에 들어왔다. 아까 잠깐 쓰레기 봉투를 버리느라 문을 연 사이에 들어온 것 같다.

파리가 인간적으루다가.. 너무나 컸다. 형광등 사이를 윙윙 날아다니는 그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파리가 나가게끔 베란다 문을 열고 팔을 휘휘 저어보았지만, 여전히 파리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불빛 주위를 맴돌았다. 지가 나방인줄 아는 모양이다. 방안의 불을 끄고 베란다 문을 열며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졌다. 그리고 저기 모기약이 눈에 보였다.

칙~ 모기약을 벽에 붙어 있는 파리에게 뿌렸다.
그리고... 내 방엔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그 큰 덩치의 파리는 온 몸에 모기약을 묻힌 채 발광을 하며 좁은 방 안을 날아다녔다. 성난 투우처럼 맹렬한 기세로, 보란듯이. 에잇, 한번 더 뿌려주마. 칙~

아, 나의 패착이여. 그쯤에서 다시 한번 베란다 문을 열고 파리를 내보냈어야 했다. 퍽~ 퍽~ 모기약 범벅을 한 떡대 파리는 전광석화처럼 빠린 속도로 동서남북, 천장과 방바닥까지 제 몸으로 찍고, 내 머리를 스치고 침대에도 앉을 뻔 하다가 (T.T) 결국 냉장고 뒤에 쓰러져 마지막 발버둥을 쳤다. 난 그야말로 뭉크의 그림에 나오는 절규하는 사람처럼 머리를 감싸쥐고 소리를 질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파리는 마지막 붙은 숨을 온통 몸부침 치는 데에 소모했다. 날개를 방바닥에 대고, 멈출 듯 하다가 파르르 떨었으며 긴 여섯개의 다리는 오무라들며 생을 마감하는 듯 하다가도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허우적대었다. 아... 모진 목숨이여. 도대체 '파리 목숨'이란 말을 만든 자, 누구인가?

냉장고 뒤의 파리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내 손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모진 생을 연장하며 공포의 소음을 냈다. 내 파리 목숨의 끝이 이렇게 처절한 줄 알았더라면 그와 함께 밤을 지낼 망정 모기약을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밤 꿈자리가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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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6-01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ly였군요. Paris인 줄 알았습니다. 파리의 매너. -_-;;;;;;;;;;;;

비로그인 2004-06-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모기약으로도 파리가 목숨을 잃을수도 있군요. 종종 애용해야 겠습니다.

sunnyside 2004-06-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그게 다 매너님을 제 서재로 모시기 위한 네이밍이었습죠. ㅎㅎ;
폭스바겐님, 절대비추입니다. 파리한테 모기약 뿌리지 마세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파리도, 저도요.. 흑.

마태우스 2004-06-0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길 조심하세요
-파리 대변인-

진/우맘 2004-06-0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서니님의 필력, 장난이 아닙니다.(아닌데요, 라고 썼다가...방금 김지님 서재에서 충격을 먹고 와서...데요인지 대요인지 잠시 고민하다가...에라 모르겠다.TT)
근사한 단편 소설을 하나 읽은 기분입니다.^^

파란여우 2004-06-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은 파리까지 조심하셔야 한다니까요...아이 구찮어라. >.<
-동병상련의 파란여우-(오마나~ 왜들 째려보시죠?)ㅎㅎㅎ

sunnyside 2004-06-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태우스님도... 파리채 조심하세요. ^^;
진/우맘님, 왜 이러세요~ 아.. 몸둘바를 몰러, 몰러...
파란여우님, 아... 그랬구나. 어쩐지 그 파리넘이 나를 막 덮치려고 하더라구요. ㅋㅋ

sooninara 2004-06-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빛모임에서 곤충박사님의 말씀...모기도 죽이지 않고 모기장을 치고 자면서 상생을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자고....파리도 죽이지 않으려면 모기장을 사세요..
그리고 밤새 고통스러웠던 파리를 생각하면..파리에겐 파리약을 뿌려~~주세요...

책읽는나무 2004-06-0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럽의 그파리인줄 알았습니다...ㅎㅎㅎ
앗!! 첫코멘트 남기네요...^^
여러서재에서 익히 님의 이름을 보아왔었는데....알라딘 관계자라는것이 영~~ 거리감이 들더군요!!.....전 왜 이리 낯가람이 심한지........ㅡ.ㅡ;;
하지만....단골서재에서 종종 이름을 뵈오니....금방 친해진듯한 기분에....그냥 안면몰수!!
글남깁니다....ㅎㅎㅎ

sunnyside 2004-06-0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말씀지당! 올 여름엔 모기 파리랑 한번 공생을 해볼까요...(하고 한번 생각을 해보지만, 영... 설레설레. -.- ^^; )
책읽는 나무님, 반갑습니다~ 저도 님의 이름 많이 뵈었어요. 볼 것 없는 서재에 들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서재에선 그냥 알라딘 마을 주민이고만 싶은 알라딘 관계자랍니다. ^^ )

mannerist 2004-06-0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 멋지게 걸려들었군요. 냐하하하~~~-_-;;;;

아... 파리나 모기 생포하는 법입니다. 비누나 중성세제로 비눗물을 만들어서 그걸 스프레이에 넣구 파리나 모기에게 발사하면 날개가 젖어서 날지 못합니다. 그냥 물엔 안되도 비눗물엔 되더군요. 어린 시절 몇 번 해 봤는데, 하고 난 다음 꼭 스프레이의 물 갈아넣으세요. 그거 잊어먹었다 아버지 옷 다리시는 어머니께 뒤지게 맞은 적 있습니다. (비눗물로 흰 와이셔츠 대려 보시면 왜 매너가 죽도록 맞았는지 아실 겝니다. ㅎㅎㅎㅎ)

sunnyside 2004-06-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비눗물에 젖으면 못난다... 그런 파리가 어쩜 모기약에는 그렇게 펄펄 잘 날아다녔는지. -.-;
다음번에 또 날아오면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물은 꼭 갈아준다! 저는 죽도록 때려줄 엄니, 아부지랑 같이 안 살아서 다행입니다. 다만 제 발등을 찍겠죠. 내가 우째 그랬을까잉.. ^^;
 
 전출처 : 빨간우산 > 구름, 빛을 만나다


간만에 나가본 교외는 무척 맑았다.

햇빛도 밝고, 하늘도 맑고, 구름이.. 제일 맑았다..

저런 맑은 것들만 보면서 살 수는 없을까..

평화롭고 싶다.

저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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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5-2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의 조화는 어찌나 오묘하신지...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끝없이 펼쳐지면 펼쳐지는대로, 빌딩과 전신줄에 헝클어지면 또 그런대로.. 고개를 들면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이 있다는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요.
 

생갈비 1인분, 안창살 2인분, 과일안주, 대구포, 황도, 콘치즈, 낚지볶음... 을 포기하고 다녀온 운보네 집.

운보 김기창 화백의 집에 일욜에 다녀왔습니다. 청주에서 버스 두번 타고 한 시간 쯤 가야 하는 위치에 있었구요. 내려서 1km 쯤 걷다 보니 나오더군요.

운보 김기창 화백은 꽤나 유명하지요. 가장 유명한 작품은 1만원권 지폐에 나오는 세종대왕의 모습일 것입니다. 김기창 화백은 1만원권에 나오는 세종대왕의 영정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군마도, 태양을 삼킨 새, 청산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한... 그야말로 '국민화가'라 칭할만한 분입니다.

운보네 집은 아주 이뻤습니다. 운보의 생가와 갤러리, 미술관, 운보의 묘, 연못 등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었는데요. 운보가 살았던 기와지붕 집이 너무 멋져서 저 또한 말년에 이런 곳에서 유유자적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다녀와서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뭐 올릴만한 멋진 그림이 없나... 그.런.데...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어찌나 촌스러운지요.

제 사진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어디에서 찍은 것인가를 나타내는 글씨가 반드시 있다. "운보 갤러리"

- 경직된 정자세를 하고 있다.

- 손만은 V 자를 그리고 있다.

저도 Kimji 님처럼 멋진 사진을 올리고 시픈데.. 왜 맨날 글씨가 보이는 배경에 V자를 그리고 있는 것인지... ^^; 촌스러운 인간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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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서가 2004-05-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성 깔끔하고 차림새 댄디한데 포즈 조금 낡은 거야.... 사진 되게 깜찍하게 나오셨습니다..

sooninara 2004-05-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뻘쭘하군요..^^ 그게 써니님의 매력이라니깐요...
그런데 누구랑 같이 가셨어요..껀수 있었으면 용서해주고...별거 없었으면 용서 못해요..
번개 빠지고 간건데...

Smila 2004-05-2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V자..... 근데 사진찍을 때 V자 포즈잡는 사람치고 못된 사람을 못 봤다니까요^^

sunnyside 2004-05-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남자님, 말투 너무 재미있어요. ^^
수니나라님, 용서해 주세요. 흑... 껀수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죽하면 제가 비가 오길 바랬겠어요. ^^;
ㅋㅋ, 부디 제가 '스밀라님이 본 V 자 포즈 잡는 사람 중에서 최초로 못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진/우맘 2004-05-2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포즈는, 예진양에게 좀 배우셔야 하겠군요. 그리고, 촉촉 오징어와 모듬 소세지가 빠졌습니다.^^;

2004-05-25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4-06-1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운보의집에 다녀오셨군요. 저는 목련과 개나리가 한참인 봄에 다녀왔던지라, 5월의 운보의 집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말끔하게 잘 꾸려져있죠? 아,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클레이사격 하는 곳도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답니다!) 그 곳에 가시게 되는 줄 알았더라면 귀띔이라도 드릴 것 그랬어요. ^>^
페이퍼에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라고, 이렇게 인사 드립니다. 아, 운보의집에서 보았던 연못의 잉어가 생각이 나네요-

sunnyside 2004-06-1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더라구요. 연못의 잉어, 저도 생각납니다. 갖고 있던 빵을 뜯어줬더니 어찌나 치열하게 튀어오르던지. ^^;
참, 그 소리가 클레이 사격 소리였군요. 옆에서 총소리 같은게 나긴 나던데... 사실 그날 저희는 운보네집을 보고, 어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청주시내에 가서 팥빙수를 사먹었답니다. ^^; 알았으면 클레이 사격이나 함 해볼걸 그랬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킬빌 Vol.2 를 봤다.

전편인 킬빌 Vol.1 와 비교하여 잔혹한 장면은 많이 줄었고, (딱 한 장면만 빼고... 우엑. -.-; ) 이야기는 많이 추가되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의 주인공 우마서먼이 머리에 총을 맞는 장면은 1편과 동일하였다. 1편과 가장 큰 차이라면 주인공이 죽이는 사람의 머릿수일 것이다. 튀어나오는 적과 적의 똘마니들을 오락게임 하듯 끝도 없이 해치워야 했던 1편과 비교하여 2편에서는 ... 와, 단 2명만을 죽이고 바로 '킬'에게로 직행할 수 있었다. 그만큼 '복수'의 배경과 동기에 대한 설명이 영화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란티노가 선택한 복수의 시작과 끝은 '모성'이었다.

탁월한 킬러였던 우마서먼이 킬러의 삶을 버리고 빌을 배신하게 된 것도 모성 때문이었고, 마지막 빌을 대면하는 순간 복수의 순간을 지연시켰던 것도 모성 때문이었다. 복수를 마친 다음날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잃어버린 줄 알았던 모성을 다시 찾은 기쁨 때문이다.

또 이런 장면도 있는데.. 과거 빌의 지령을 받고 암살하기 위해 호텔에 머물던 우마서먼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그 순간 암살 대상이 보낸 킬러(이 역시 여성이다)와 맞닥뜨려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데... 우마서먼은 (놀랍게도!) 자신을 죽이러 온 킬러를 설득하게 된다. 나는 방금 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네가 날 죽이지 않는다면 나도 널 죽이지 않을 것이며, 돌아가겠다... 오로지 '무자비함'만을 공통 분모로 하는 킬러 사회에서 이 같은 설득이 통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은 모성 때문에 킬러의 삶을 버리고, 모성 때문에 복수하고, 모성 때문에 복수를 미루고 모성 때문에 죽음을 모면한다. 심지어 영화가 마치고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화면에서 우마서먼이 맡은 주인공의 여러 이름 중 'Mommy'라는 단어를 가장 마지막에 가장 오랫동안 비추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가진 여러 이름 중 '어머니'란 이름이 매우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맞지만, 타란티노가 모성을 표현하는 방식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구체적이고, 살아 있으며, 삶과 함께 성장하고 위기를 맞는 살아있는 모성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으며, 누구나 타고나야 하는 '절대 가치'로서의 모성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타란티노는 성장하며 매우 드라마틱한 모성을 경험했거나, 엉겹결에 차를 들어올리고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내는 '서프라이즈' 속의 어머니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접한 것 같다.

뭐 물론은... 첩혈쌍웅이나 영웅본색류의 영화와 한치 다름 없이 '우정', '사랑' 대신에 '모성'을 비극의 원동력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채택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긴 하다. 그걸 가지고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내가 좀 비정상적인 것도 사실이고. ^^;

(우쨌든 킬빌 Vol. 2 는 꽤 볼만한 영화이다. 우마서먼의 호연에 갈채를 보낸다. 유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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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psy 2004-05-2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빌1을 아무생각없이 극장에서봤다가 눈이 튀어나오는지 알았었죠..^^; 왠지 2탄역시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도 매우 자학적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또 보러갔었습니다..ㅎ 제가 제일 좋아하는씬은.........눈을 지긋이 밟는....=-=;; 아무튼 재밌는 영화였어요^^

진/우맘 2004-05-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역시, 인터넷 서점 직원 답습니다. 서니님의 글쓰기 내공도 대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