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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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이는 수도권 한 소도시에 살고 있는 중2 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부모님의 취향 덕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클래식과 가곡을 좋아합니다. ‘다섯손가락’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걔들은 오후에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고 다현이는 혼자 집에 있거나 어머니의 우동 가게 일을 도우러 갑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체리새우라는 비밀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새로 반이 배정되자마자 마을 신문을 만들라는 모둠 활동 숙제가 주어졌는데, 이럴수가! 다섯손가락이 세상에서 두번째로 싫어하는 노은유와 같은 모둠이 됐습니다. 계속 만나야 하는데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싫어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다섯손가락이 첫번째로 싫어하는 황효정은 내가 좋아하는 현우와 잘 어울려 다니는 것 같습니다. 중2가 되자마자 이렇게 학교 생활이 꼬이다니, 인생이 참 쉽지가 않네요.

모둠 활동 숙제를 하며 다현은 노은유와 자기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점점 알아갑니다. 하지만 은유를 이해할수록 다섯손가락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은유를 싫어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단지 욕했던 아이와 친해졌다는 이유로 나를 점점 멀리 하는 것도 어쩐지 부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체 현우는 내 전화번호를 왜 물어본 걸까요?

중2 청소년들의 삶을 보여주며 다현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자리를 세워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청소년의 삶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서, 학부모 청취자의 반응과 학생 청취자의 반응 양쪽이 다 궁금했습니다. 제가 매주 만나는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고 감상문 써오라고 하고 싶은 기분인데요. 콕 집어서 이른바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삶을 다루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또래와 노래 취향이 다르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며 그런 면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까지 당한다는 것 때문에 다현에게 제 감정을 매우 이입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요.

청소년의 삶이라고 해서 하이틴 드라마마냥 밝지 않다는 것은, 경험해보셨거나 지금 겪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에는 폭풍이 치고,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를 아직 다 익히진 못한 나이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잔인함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저지르는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이 아닐 수 없는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서받고 반성하면 그런 반성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나이. 청소년이란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시기를 거쳐왔지만, 단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죠.

이 소설의 문체 자체는 명랑하지만,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특유의 밝은 분위기로 돌파하거나 별다른 미화 없이 그대로 직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지금도 충분히 유명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자신의 느낌과, 자신이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청소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레이첼 시먼스의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모습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책이고, 특히 무리짓고 따돌리며 공격하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여러 행동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책이 부담되신다면, 이 책을 해설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도 함께 추천드릴게요.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라는 팟캐스트의 36회 소녀들의 심리학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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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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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은 초자연적 존재를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까닭에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았고, 그 능력을 감추며 사느라 애를 쓰는 평범한 소시민이기도 합니다. 잠깐 일하던 병원을 나와 업무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은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취직했는데, 이게 웬걸, 영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해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에너지로 눌러놓을 의도로 세워진 학교였던 겁니다!

학교에선 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단체로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하는가 하면, 가스관 폭발로 둘러대지만 실제론 무시무시한 악령이 용오름처럼 올라와 학생들을 괴롭힙니다. 이 모든 비밀이 감춰진 학교 지하실은 철문에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고,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를 약간 다친 한문 선생은 우연이 계속 은영의 옆에 있게 되며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에도 나쁜 기운이 그 선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은영의 능력을 알아보는 계약직 원어민 교사는 학교를 배회하며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은데, 도저히 꿍꿍이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험난한 학교 생활을 바라고 온 게 아니었는데, 은영의 운명은 왜 이렇게 기구한 것일까요? 그럼에도 명랑하게 살아가는 은영 때문에 우리의 마음 속에도 절로 힘이 생겨나게 만드는 소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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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무협지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 정세랑은 ‘피프티 피플’이나 ‘시선으로부터’ 등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여러 유명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주는 상도 여럿 받은 이력이 있고,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지요. 작품 목록이나 발표하는 매체를 보면 장르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은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순문학’에 가까워 보이다가도, SF 잡지에 단편을 연재하기도 하고요. 그런 가운데 이 ‘보건교사 안은영’의 장르를 나눠보자면, 저는 무협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동의하는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음에도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혀보자면,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으면서 이우혁의 퇴마록을 다시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실, 바로 그 퇴마록입니다. 특히 이른바 ‘국내편’이라고 불리는 초기작품이 처음에 PC통신 게시판에서 연재되면서 조회수 대박을 기록했죠. 질감이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들의 무공이 펼쳐지는 활극이긴 하지만 배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꺼내 펼치면서 그 사건을 소화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초자연적인 것에 기대고 있기도 하고요. 또 작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점이나 어두운 부분을 간접적으로 고발하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점 등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물론 퇴마록은 너무 옛날 작품이다보니 다소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면도 있겠지만 말이죠.

물론 안은영은 훨씬 귀엽습니다. 서슬퍼런 무협의 칼은 플라스틱 5단봉 장난감이 됐고, 서로의 몸을 뚫어버릴 기세로 쏘아대던 기공은 BB탄 총으로 바뀌었죠. 주인공의 성격도 세상을 구하겠다거나 무림제일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자의식 과잉 캐릭터가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를 한번쯤 위로해준 적이 있는 생활인인 보건 선생님이고요. 이런 귀여운 변화는 오히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친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능력을 힘이 아닌 기능으로 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힘들 때,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면 우리를 도와줄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무협지로서 이 소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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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당연히, 넷플릭스 드라마인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배우 정유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 소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입니다. 드라마의 감독은 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 영상으로 표현했는지, 둘을 비교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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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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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들면 어디로 갈까요? 흔히 꿈나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그 꿈나라의 모습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잠든 사이, 그곳으로 가 꿈을 사서 단잠에 빠집니다. 그리고 꿈의 내용에 따라 만들어진 감정을 지불하죠. 이 모든 체계의 중심에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페니는, 백화점 창업주의 이야기를 읽으라는 친구의 꿀팁을 활용해 면접을 통과하고 직원이 됩니다. 그리고 꿈 백화점을 둘러싼 많은 사실을 알고 익혀갑니다. 최고급 꿈만 파는 1층에서부터 남은 꿈을 상설할인판매하는 5층까지, 짝사랑과 취직이라는 소망을 이뤄주는 꿈에서부터 현실에서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상처받는 장면을 연습하는 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꿈의 다양함, 그 꿈을 만들기 위한 꿈 생산자와 꿈 유통업의 노력까지. 모든 꿈이 그냥 이뤄지진 않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얼마만큼인가요? 꿈을 살 수 있다면, 어떤 감정을 얼마큼 지불하시겠습니까? 즐거운 잠자리를 위해 당신이 꼭 들러야 하는 그곳,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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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꿈입니다.

우리 수요독서 코너에선 주로 학부모와 학생 청취자 여러분의 교양을 위한 책을 주로 선정하기 때문에,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다소 무겁고 어려운 책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모두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 책만은 정말 예외입니다. 오롯이 이야기와 메시지에 집중하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흥겹게 시간을 보내실 수 있어요.

군데군데 꿈에 관한 번뜩이는 통찰도 눈에 띕니다. 제 생각에 그 정점은 가장 초반부, 꿈 백화점 창업주의 설화인 것 같아요. 과거도, 미래도, 현재의 현실도 아닌 영역, 그러면서 동시에 이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꿈을 거래하는 사업에 발을 들였다는 내용인데요. 또 지금은 꿈을 제조하는 데 과거와 미래로 사업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꿈은 과거인 기억의 재현이면서 미래인 소망의 투영인데, 이런 재현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현재의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퀵서비스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중심 주제는 꿈입니다. 사람들이 꾸는 다양한 꿈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가볍고 잔잔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죠.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어젯밤 꾼 꿈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을까?” 라는 의문에 오히려 밤잠을 설칠 수도 있을 만큼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몰입하고 싶은 청취자분들께, 특히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다소간 지루함을 느끼는 학생 청취자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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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얼마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입니다. 집합금지 조치가 다소 완화되면서 얼마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토이스토리, 월E, 업, 인사이드 아웃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픽사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사고로 가사상태에 빠진 재즈 피아니스트가 사후세계에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의 직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단 영화음악이 정말 좋고요. 꿈에 다가가며 좌절하고 또 성공에 기뻐하면서도 미래를 두려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우리가 다가가기 힘든 ‘너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놓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우리가 오늘 읽은 책과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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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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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윤재입니다. 뇌에서 감정을 느끼는 부위인 편도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왜 그런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표현이 왜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그 세계로 들어가지 못해 혼자 지내는 날이 많을 뿐입니다.

엄마는 헌책방을 운영합니다. 나를 키우다가 힘에 부쳤는지, 내가 일곱살이 되던 해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엄마의 엄마, 할멈에게 연락해 같이 살기로 합니다. 할멈도, 엄마도, 모두 각자의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자식을 키우는 처지입니다. 할멈은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은데, 엄마는 나에게 자꾸 감정을 가르치려듭니다.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서 튀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래야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러 모두가 외식을 하러 간 그날 엄마와 할머니는 한 남자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에 피해자가 됐습니다. 할멈은 내게 달려오는 그 남자를 막다가 찔려 그 자리에서 죽었고, 엄마는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나는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 합니다.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내가 관리해야 할 책방에서 여러 손님을 맞아야 합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기쁨이나 슬픔이나 기대나 실망이라고 부르는 것들 없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윤재의 이야기, 손원평의 아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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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윤재의 상태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감정표현불능증, 알렉시티미아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아무래도 여러 범죄나 이상행동과 연관 짓는 이미지가 강하고,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이 소설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많이 보여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한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화가 난다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혼나고, 기쁘다고 혼자서 막 소리를 지르면 눈총을 받고,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죠. 과연 이 점에서, 윤재와 우리가 얼마나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고요.

또 오히려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윤재에게 하는 행동이야말로 비도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윤재가 청소년이다보니,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나가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모여있는 학교의 모습을 묘사할 때 이런 부분이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할멈의 죽음과 엄마의 피습을 무미건조하게 지켜보는 윤재와, 그런 윤재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실어 공격적으로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 중, 어느 쪽을 더 인간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이유는,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가 그들에게 폭력을 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의 말에서도 나와있는 내용이지만, 이 소설은 존중받을 수 있는 차이를 감싸는 따뜻함 즉 사랑에 관해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가장 강렬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들 못지않게 학생 청취자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만화가 강풀이 시나리오 원안을 쓴 곽경택 감독의 영화 통증입니다. 중요한 결여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는 점에서 번뜩 떠오른 영화였어요. 남자 주인공은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상태인데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적은 자극에도 과한 통증을 느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설정과 장르 탓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몇 부분 있긴 하지만, 모든 청취자분들이 무리없이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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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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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은 엄마는 오빠를 데리고 송도를 떠나 경성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엄마가 이제는 나까지 서울내기를 만들겠다며 데리러 오셨고, 그렇게 나의 서울 생활이 시작됩니다. 오빠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집에 살며 서울사람이 된 것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판자촌에서 근근이 먹고 살며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빠와 나에겐 단정한 옷을 입혀 학교를 보내고는 공부해야 출세하고 신여성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엄마. 주변 사람들을 상것이라고 내리보면서도 직접 만나서는 굽신거리는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억척스럽게 살아간 끝에 집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작으나마 집이라도 마련한 게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곧 전쟁이 터지고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던 오빠는 전쟁통에 사망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자식과 손자들이 잘 자라준 덕분에 서울에서 그럴듯한 연립주택과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어느덧 나는 중년이, 엄마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들어온 어느날 밤 엄마가 빙판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골반뼈가 부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뼈를 붙이는 큰 수술을 마친 그 날,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엄마는 헛것을 보고는 헛소리를 내지릅니다. 오빠가 죽던 그날 밤의 일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조선 양쪽이 서울을 뺏고 뺏기는 와중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도망자 신세가 된 오빠는 공산당 간부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엄마는 수술을 끝낸 와중에 그 날의 기억을 꺼낸 것입니다.

수술 뒤 엄마는 재활에 성공하고 약간을 더 살았지만, 끝내 임종을 맞이합니다.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맞이한 죽음이었습니다. 가족을 그렇게까지 많이 힘들게 하지는 않은 순탄한 죽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앞에서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맏조카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느라 분주한데, 화장해서 뼛가루를 강화도에 뿌려달라는 엄마의 소원과는 달리 매장을 진행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가매장한 상태에서 엄마의 묫자리를 표시한 말뚝에 새겨진 엄마의 이름, 나 기자에 잠잘 숙자로 새겨진 엄마의 이름을 보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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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말뚝입니다.

사실 소설은, 특히 박완서 선생님같은 대가가 쓴 소설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참맛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 나와 오빠와 그 주변을 둘러싼 여러 인물과 환경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서 이야기하기엔 제 능력도 부족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죠. 그럼에도 짧게 생각해보자면, 말뚝의 의미만큼은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문학지문 독해하듯 상징이 어떻고 숨은 뜻이 저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편하게 들어주세요.

엄마의 말뚝에 등장하는 엄마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계속해서 둥둥 떠다니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의 고향이 없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그곳이 송도였고, 그 이후엔 서울에 와서 처음 자리를 잡은 현저동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나는 엄마의 말뚝이 현저동이었다고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엄마의 삶에서 겪은 가장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바로 그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탈출하고 싶은 장소겠지만, 동시에 자신을 얽어매는 장소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후엔 집을 사고 또 딸과 손자들이 성공해서 잘 부양하고는 있지만, 수술 이후에 보여준 발작처럼 그 기억은 언제나 엄마의 기억과 인생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여성이라는 점도 이렇게 둥둥 떠다니는 삶을 만든 요인인 것 같습니다. 남편에 얽매이는 삶, 자식에 얽매이는 삶, 그밖에도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얽매이는 삶, 자신은 그것을 벗어던질 수 없지만 딸은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고 바라는 삶, 하지만 그렇게 얽매인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는 삶.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삶이 고정과 유동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말뚝으로 형상화될 수 있을 것 같고, 삶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은 순간에야 그 이름이 온전히 새겨진 비석으로 교체될 것이 된 그 말뚝으로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앞에 놓은 이 책은 박완서 전집의 11권입니다. 표제작은 엄마의 말뚝이지만 그 이외에 다른 단편, 특히 또 다른 대표 단편으로 불리는 ‘꿈꾸는 인큐베이터’도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번 기회에 엄마의 말뚝을 처음 접하셨다면, 이 전집에 실린 다른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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