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다르고 어 다르다 - 슬기로운 낱말 공부
김철호 지음 / 돌베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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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지금부터 제가 사용하는 단어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한번쯤 ‘내가 읽는 책의 저자들처럼 글을 고급스럽게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글을 고급스럽게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무엇일까요? 제가 방금 ‘잘’ 쓰는 게 아니라 ‘고급스럽게’ 쓴다는 표현을 썼죠? 글을 잘 쓰는 것과 고급스럽게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잘 쓴 글은 단정해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만, 고급스럽게 쓰는 글은 우아해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줍니다. 단정한 것과 우아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제가 여러가지 어휘를 제시해드렸는데요. 글을 고급스럽게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다름아닌 아주 다양한 어휘 사이의 아주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잘 가려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리켜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한다’고 하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알아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서 언 다르고 어 다른 것을 아는 고급 한국어 사용자가 돼야겠습니다. 그 방법을 알려주는 어휘사전이 바로 김철호의 <언 다르고 어 다르다>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뉘앙스-어감’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단어모음집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전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여러가지를 가리키는 단어들을 분석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어떤 느낌을 갖고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절이 의미소와 거의 동일한 한자문화권 언어의 특성에 기반해 단어 안에 포함된 한자를 분석해 나가는 데 주력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뉘앙스-어감 사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은이 스스로는 이 작업을 언어의 인수분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렇게 언어의 인수분해 작업을 책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지은이가 의도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단어의 기원과 활용법을 알고 독자들이 글을 쓸 때 자신의 맥락에 딱 들어맞는 단어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은 단어분석뿐 아니라 다양한 예문을 제시해 여러 단어들의 뉘앙스-어감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아, 그렇다고 막 문제집 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설명한 내용을 독자가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의 아주 간단한 예문이에요.

글을 그림에 비유하자면, 단어는 물감이나 크레파스입니다. 색이 많을수록 세계를 더 정확히 묘사할 수 있겠죠?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수많은 색을 담고 있는 화려한 세트입니다. 이런 도구를 갖추고 있다면, 글을 쓸 때 좀 더 든든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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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화나’라는 래퍼입니다.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소리내 읽을 때 읽을 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운율’을 살려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운율을 살려 산문을 쓰는 기술의 정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랩입니다. 기술적으로 운율을 잘 살리는 훌륭한 래퍼들은 많지만 아무래도 아이랑 같이 듣기에는 내용에 약간 무리가 따르죠. 화나라는 래퍼는 아이랑 같이 듣기에도 좋을 정도로 아주 시적이면서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걸로 유명합니다. 일상적인 산문과는 또 다른, 운율이 살아있는 문장을 노래와 함께 느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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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 힙합과 R&B의 뿌리를 찾아서 생각하는 돌 21
웰스 게이코 지음, 유은정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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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시작합니다.


2000년대 이후 전세계의 대중음악은 단연코 흑인음악입니다. 얼마전 빌보드 1위로 앨범을 발매한 BTS는 물론이고 비욘세와 제이지,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아델, 카니예 웨스트에서부터 켄드릭 라마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를 수놓은 팝스타들은 대부분 흑인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주력 아이돌 치고 힙합과 랩을 하지 않는 아이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고, 가장 인기있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는 랩배틀 대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흑인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현상만 봐서는 흑인음악의 흡입력과 호소력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 뿌리를 알면, 흑인음악의 진짜 힘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노예노동의 시름을 잊기 위한 노동요,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며 터뜨리는 영가와 찬송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울분을 토해내는 블루스, "우리는 모두 흑인"이라며 동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강렬한 공동체의식까지. 이 내용을 간결하게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혼종’입니다.


이 책이 흑인음악에 관해서 말해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흑인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처했던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흑인음악을 낳은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들이 뿌리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지역문화가 가장 밑에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자나 기록으로 남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야만 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죠. 흑인 문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은 이 부분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위를 덮은 문화 코드는 기독교입니다. 흑인들은 성경을 읽고 기도문을 쓰며 글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백인들이 시켜서 익힌 것이지만 점차 자신들의 처지를 문학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죠. 죽음으로써 고된 삶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 가사를 쓰고, 고난을 겪는 유대 민족과 예수에게 자신들을 빗대는 솜씨를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드러내는 순간 백인 주인들로부터 매질을 당할 수 있으니 들키지 않기 위해 은유의 층위는 계속 깊어갑니다.


그 위에 노동요의 전통에서 노래를 주고 받는 '콜 앤 리스폰스'가 얹어지고 비참한 처지를 비참하지 않게 노래하려 하는 특유의 태도와 감성이 더해져 지금 우리가 아는 흑인음악의 원형이 탄생합니다. 이처럼 흑인음악이란 고유한 정체성으로 정의되지 않고 여러 코드가 뒤섞인 혼종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이 전세계인 모두를 사로잡은 흑인음악의 유연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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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음악은 제 주요 관심분야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콘텐츠가 정말 많았습니다. 영화가 두 편, 책이 두어 권, 다큐멘터리도 몇 개 있고요. 어떤 것을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 책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 책이 설명해주는 뿌리가 어떻게 꽃을 피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추천해드리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인 '음악몰라요'인데요. 대중음악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하고 '미국대중음악'이라는 묵직한 책을 번역한 음악평론가 조일동 씨와 유명한 인디밴드인 게이트 플라워즈와 ABTB의 보컬인 박근홍 씨가 미국대중음악의 역사를 정리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연대에 출발해서 지금 1970년대까지 왔고요.이 책 안에 짧게 요약된 흑인음악의 발단을 더 풍부하게 자세한 설명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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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 지음 / 세로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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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이항배의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시작합니다.

우주는 항상 우리를 부릅니다. 반짝이는 별이 오라고 손짓하고, 푸른 낮하늘과 검은 밤하늘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품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인류는 우주는커녕 우리가 땅을 밟고 서있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조차 제대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죠. 태양과 지구를 비롯한 각종 천체의 중력이 우리를 잡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우주, 우리 지구를 비롯해 밤하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천체가 속한 우주인 태양계부터 한 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말로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현실감 있게 시각자료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좋겠죠? 그에 딱 맞는 책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이항배의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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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모델링’입니다.

유명한 소설가 얘기로 오늘의 2종 보통 키워드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가 쓴 ‘과학적 정밀성에 관하여’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지도제작자가 실제 지형에 아주 정확하게 대응하는 세계와 똑같은 지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와 크기도 똑같아서 도저히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는 지도였기에 결국 버려졌다고 해요.

이처럼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뽑아서 정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걸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인간의 이해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모델링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모델링 방식은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아주 역설적이게도 이런 다양성은 우리가 우주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모델링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의 디자인에 모델링에 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200페이지 정도 되는데, 이 페이지에 태양계의 반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여러분이 보시는 사각형 한 변의 200배쯤 되는 거리에 우주를 담아놓은 것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수성, 금성, 화성, 지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이 나오고요. 그런데 태양계의 반지름에 비하면 행성은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군데군데 텅텅 빈 페이지가 나옵니다. 그 사이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죠. 그리고 틈틈이 이 공백을 채우는 게 태양계의 다양한 천체에 관한 설명입니다.

저자는 이런 디자인을 통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천체모델에서 느낄 수 없는 우주의 광활함과 적막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제가 읽기에 이 의도는 성공적인 것 같아요. 빈 페이지를 아무 생각도 없이 넘길 수 없게 되거든요. 물리학, 특히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의 디자인에 주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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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국립과천과학관입니다. 전국에 공공에서 운영하는 여러 과학관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과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이 가장 유명하죠. 예전에 제가 들은 과학 관련 강연에서 한 천문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한국 사람은 평생에 과학관을 세 번 간대요. 어렸을 때 공룡 보러 한 번, 공룡 보고 싶어하는 자식 데리고 한 번, 공룡 보고 싶어하는 손주 데리고 한 번. 하지만 과학관에는 공룡 말고도 아주 다양한 과학 분야의 전시/참여기획 행사가 마련돼있고요. 아이들과 함께 아주 즐겁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먼거리라 발걸음이 어려우시다면 홈페이지에 VR과학관도 마련돼있으니 한 번 방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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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론주의 개요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지음, 오유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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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피론주의 개요> 시작합니다.

철학의 역사는 의심의 역사라고 하는데, 실제로 철학 고전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의심하기보다는 덮어놓고 뭔가를 주장하기에 바쁘죠. 또 무슨 할 말이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우리를 어지럽히는 현란한 논증과 언변에 우리는 금방 주눅이 들거나 지루함을 느끼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철학도 있습니다. 이 철학은 독단적인 주장을 거두어야 한다고 간결하고 소박하게 논증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는, 현대인의 상식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으로는 아주 문제적인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은 철학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철학, 반대로 주장을 검토하는 게 철학의 일이라고 말하는 철학. 무언가를 주장하는 논증엔 반드시 논리적 오류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철학. 진짜 철학적 태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피론주의 개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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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의심’입니다.

피론주의는 철학의 역사에서 의심하는 학파인 이른바 회의주의의 시조로 간주됩니다. 여기서 피론은 사람 이름인데, 알렉산더 시대에 살았다고 알려진 철학자입니다. 피론주의자들은 주로 앎에 관해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진짜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즉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그런 의심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 절대적 앎을 주장하는 사람의 관점을 상대적인 위치에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총 10가지인데요. 관찰자의 상태라든가 그가 놓인 환경 등 주관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규범이나 관습 등이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키는 문화상대주의적 논증에 이르기까지 절대적 앎에 대한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전략이 이 책에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의심한 결과 우리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중지합니다. 이것을 판단의 중지, 고대 그리스어로는 에포케라고 합니다. 그리고 멈춤없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을 고대 그리스어로 스켑티코이라고 하는데, 영어로 회의주의를 가리키는 단어인 스켑티시즘이라는 단어의 어원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계간 잡지 <스켑틱>입니다. 고대의 피론주의자들은 독단적인 주장을 의심했다고 하는데, 현대의 회의주의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제시해주는 사례가 저는 <스켑틱>이라고 생각합니다. 근거없는 비과학적 주장에 대해 근거를 들어 합리적으로 의심해보고, 과학적 추론을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그럴듯한 추정을 내놓지만 그것을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진 않는 그런 태도. 저는 이런 근거 중심의 과학적 태도야말로 현대의 회의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음… 그러니까 <스켑틱>은 과학잡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고, 우리가 한번쯤 의문을 가지게 되는 철학적/형이상학적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잡지이니만큼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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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 -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
서울문화재단 기획,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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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메모리 인 서울 프로젝트의 <1995년 서울 삼풍> 시작합니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에 있던 가장 화려한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습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폭삭 주저앉아버린 이 사건을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라고 부릅니다. 극단적인 상황은 우리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고들 합니다. 건설 과정에선 부정이 있었고, 무너진 직후에는 혼란이 있었으며, 생존자가 구출됐을 땐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 안에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드라마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20년도 더 넘게 흘렀습니다. 이제는 사고의 앞뒤에 사람이 있었다는 게 희미하나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민낯이나 드라마로 우리가 쉽게 씌웠던 이미지 때문에 입었던 상처가 반복될까봐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길 주저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더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겠습니다. 메모리 인 서울 프로젝트의 <1995년 서울 삼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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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참사의 상처’입니다.

“참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삼풍은 그 참혹함이 더합니다.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삼풍은 ‘차곡차곡 쌓이면서’ 무너졌습니다. 건물 잔해에 완전히 깔려버려 유해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6월 한여름, 생존자에게 물을 줘야 한다며 살수하던 장면은 그 때 아주 어렸던 제 기억에 있을 정도로 강렬했는데, 이 조치 때문에 사망자의 유해는 빠른 속도로 부패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참… 먹먹합니다.

이런 참사는 일어날 때마다 ‘다시는 반복돼선 안된다’고 외치며 반복됩니다. 슬픈 일이죠. 2016년 인터뷰를 모은 이 책에는, 삼풍백화점 붕괴만큼이나 우리에게 참사로 남아있는 사건들이 반복해서 언급됩니다. 씨랜드 수련회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그리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이런 참사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경험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 분노합니다.

저는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당사자와 관찰자가 각자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는 그야말로 당사자로서 사건의 흐름을 가장 내밀하게 지켜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걸 방해받아선 안 되겠죠. 관찰자의 일은 이렇게 드러내보인 상처받은 내면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하는 겁니다.

간혹 목소리를 듣는다는 구실로 분노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또는 이런 기회를 틈타 자신이 평소에 증오했던 사람에게 분노를 마구 표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옳은 방식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분노가 가라앉은 뒤에 당사자들은 잊힐 것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된 문제는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사건을 만들테고요.

우리 사회에서 참사는 매번 그 끝에 분노만 남기기에 아쉽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좋은 사회의 성숙한 시민이라면 분노를 이익의 수단이나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내용이 이 책에서도 언급됩니다. 저는 그게 관찰자들이 마구 쏘아댔던 분노가 남긴 상처라고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KBS 다큐멘터리 <시대유감, 삼풍>입니다. K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모던코리아> 중 한 편인데요, 이 시리즈는 KBS가 갖고 있는 영상자료와 당시 관련자 인터뷰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번째편이면서 올림픽 개최 당시를 다룬 <88/18>이 화제에 오르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편이 제작됐습니다. 국영방송사로서 KBS가 갖고 있는 풍부한 영상자료를 통해 다큐가 조명하는 시대 당시의 모습을 잘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이런 특징은 <시대유감, 삼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읽은 책 인터뷰집에 나온 인물들을 비롯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이 책과 잘 맞는 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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