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정독법 - 3년 후 부의 흐름이 보이는
김영익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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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이 구호는 이제 구호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현대인의 원칙이 됐습니다. 모든 것을 경제적 가능성으로 생각하기 시작해서 경제적 효과로 결론내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덮친 뒤엔 훨씬 더 심해졌습니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는 어떻다더라… 그래서 나도 경제를 알기 위해 경제신문을 보고 경제 관련 기사를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어쩌죠? 온통 무슨무슨 지수밖에 없는데 어떤 의미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긴 한데, 해석은 못하겠습니다. 요즘 M2와 유동성이 역대 최대라는데 왜 부동산 가격은 끝도 없이 오르고 코스피 지수는 1년만에 두 배를 찍었을까요?

경제지표 정독법은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경기순환, 산업활동, 생산, 수출입과 수지, 기업/가계의 체감, 고용, 물가, 통화, 금리, 환율, 재정 등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지수의 계산과정과 의미와 해석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서 이런 지수를 찾는 방법도 알려드립니다. 아주 놀랍게도 이 지수 자료는 거의 모두 공개돼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이런 걸 우리 대신 계산하고 처리하는 데 쓰이는구나, 이렇게 세금의 보람을 느끼면서 지표의 숲을 한 번 탐험해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펀더멘털’입니다.

경영/경제 분야 뉴스 기사나 글을 많이 접하신 분들에게는 꽤 익숙한 단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청취자나 저같은 생활인들에게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기초체력’이라는 단어로 많이 대체해서 쓰기도 하고요.

많은 전문가들이 ‘건전한 금융생활’을 위해서는 펀더멘털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죠. 이런 ‘건전한 금융생활’은 기업과 국가의 펀더멘털을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는 사람들, 당장은 생계가 어렵지만 이후에 갚을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죠. 반대로 건전하지 못한 금융은 기업과 국가의 펀더멘털을 약하게 만들어서 거품이나 침체를 불러일으키고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칩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거품 속에서 남들보다 돈을 더 벌고 싶어하고, 침체 속에서는 남들이 돈을 잃을 때 나 혼자만 돈을 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각자 남들에게는 ‘펀더멘털이 중요하다’ ‘펀더멘털을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나만은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내 금융생활의 목표가 펀더멘털을 중시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어느쪽이 됐든, 이 책에서 알려주는 여러 지표의 의미를 알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펀더멘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지표는 경제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장기적으로 내 경제 생활을 상황에 맞게 재편할 수 있겠죠. 반대로 펀더멘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돈을 집어넣을 타이밍과 빼야 할 타이밍을 알려줄 테니 이런 지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즉 이 책이 다루는 여러 지수들은 내가 어떤 성향이든 모두 알아야 할 지표라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경제 과목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여기 나온 지표들의 의미를 우리는 대부분 학교에서 배웁니다. 시험도 치면서 내가 잘 기억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까지 해요. 그런데 왜 우리는 이걸 다 까먹고 책을 통해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일까요? 슬픈 일입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지표와 그에 대한 설명은 청취자 여러분 모두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한 번 꼭 직접 살펴보시고, 바람직한 경제생활을 하도록 합시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반드시 해야 할 독후활동! 바로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가보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경제 관련 지표는 한국은행에서 계산해서 정기적으로 공지합니다. 한국은행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다루는 통계와 지수를 찾는 방법 또한 이 책에서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나온지 3년 정도 된 책이어서 그동안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변경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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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과학이 여는 세계 - 세상을 바꾼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원천 아이디어 그리고 미래
이광근 지음 / 인사이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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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컴퓨터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그런 영화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온갖 종류의 기계에 컴퓨터가 쓰인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는 데 사용할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핸드폰은 그냥 딱 봐도 컴퓨터이고, 요새는 스피커 TV 냉장고 보일러 자동차 등등 전기로 돌리는 거의 모든 것에 다 컴퓨터가 들어갑니다. 잠깐 생각해보면 꽤 신기한 일입니다. 망치로는 밥을 먹을 수 없는데, 컴퓨터가 들어간 기계는 밥을 먹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미 기기가 만들어져 있으니 그걸 사용하기만 하면 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그치면 약간 아쉽겠죠. 자동차를 알려면 작동법뿐 아니라 작동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사용법만이 아니라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이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돌아갈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순간 우리는 컴퓨터과학의 세계로 한 발 내딛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간 안타깝게도 이 세계는 대체로 학생들도 별로 안좋아하고 학부모 여러분 상당수도 어렸을 적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문과인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수학과 논리학의 세계입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증명하면서 탄생한 기계장치, 논리학과 수식을 전기신호회로로 바꾸는 과정, 그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우리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것 등 컴퓨터에 관한 모든 근본적인 것들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꼼꼼하게 읽어본다면 컴퓨터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어려운데, 쉽게라도 해야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코딩’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 컴퓨터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열에 여덟아홉은 아마도 코딩에 관한 여러 이야기 때문에 이런 관심이 시작됐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컴퓨터의 원리에 관심을 갖게 된 뒤에 가장 먼저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코딩이기도 하고요. 컴퓨터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니! 처음 해보면 꽤 신기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 마찬가지라 중학교 3학년때까진 꿈이 프로그래머였습니다. 요즘엔 개발자라는 말을 더 많이 쓰더라고요. 수학을 못해서 고등학교 때 꿈을 접긴 했지만요.

몇 년 전에 코딩을 정규교육과정에 넣어야 하냐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서 찬성하는 쪽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코딩이 논리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이 컴퓨터라는 기계가 수학과 논리학을 토대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입력과 적절한 처리 과정 없이는 적절한 출력을 기대할 수 없고, 그 적절한 처리 과정을 구성할 때에도 모든 요소를 빈틈없이 설계해야만 오류가 생기지 않죠. 오류가 발생했을 땐 과정을 되짚으면 어떤 단계가 잘못됐는지 찾을 수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코딩은 수학보다 더 실용적이기까지 한데요. 숫자가 아닌 다른 생생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이 책 또한 앞쪽 절반 정도 내용은 수학과 논리학에 해당합니다. 분명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때 수포자가 된 저같은 성인도 약간 집중해서 읽으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고요. 특히 한국인의 생애주기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때인 고등학생들이 읽기에는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컴퓨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코딩에 관심이 많고 또 그 방향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코딩 자체의 원리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필스교양’이라는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입니다. 그 중에서도 ‘코딩넛: 우리는 왜 코딩을 해야 하는가’라는 에피소드입니다. ‘2010년대에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알았으면 하는 교양’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채널이고, 실제로 제작자가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현직 컴퓨터공학자가 출연해서 코딩이란 무엇이고 대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줍니다. 아무래도 이 방송의 청취자 여러분의 관심사에 대해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있는 것 같아서,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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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생각 - 정의에서 민주주의까지
애덤 스위프트 지음, 김비환 옮김 / 개마고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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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이 꿈꾸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아마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사실 이 조차도 모두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활동이 가치없는 일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의로운 사회란 대체 어떤 사회인가요?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빠져듭니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2021년 우리의 질문이면서, 동시에 플라톤이 국가라는 벽돌같은 책을 통해 답변하고자 했던 바로 그 질문이기도 한 그것 말이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하다보면 정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개념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엔 이런 개념들에 대해 독창적인 발상을 제시한 철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발상들의 문제의식과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고 우리 삶의 영역에 어떤 함축을 지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선동과 양극화에서 벗어나 더 건전한 정치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철학 분야에서 살아있는 대가 중 한 명인 애덤 스위프트는, 영국 총리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런 건전한 정치 토론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의 독창적인 발상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글을 썼다고 합니다. 나와 내 동료의 운명에 관심을 갖는 훌륭한 시민으로서 한 번 이 책을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애덤 스위프트의 정치철학 소개서 정치의 생각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앞서 책소개에서도 말씀드렸던 ‘정의’입니다.

이 책을 정치철학 소개서라고 소개해드렸는데, 이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책이 있죠.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인데요. 그래서 이 책은 샌델의 책과 다루는 영역이 많이 겹칩니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으면 이 책은 읽지 않아도 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하나는 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시된 논의보다 한 발 더 그리고 깊게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1950년 이후 현대의 정치철학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과 생활윤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약간 낯선 학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학자들이 정의,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내놓았는지는 일종의 현대인의 고급 교양에 속합니다. 불평등, 소수자, 차별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 답변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애덤 스위프트가 롤즈 식 자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샌델과는 반대일 뿐 아니라 샌델이 속한 이른바 공동체주의 입장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이 책 안에서 아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건 샌델의 책이 공동체주의적 입장에서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접하는 것이 토론이나 사고의 발전에 좋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편식보다는 골고루 먹는 것이 나은 것처럼, 이 책도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논의를 뛰어넘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래서 이 책이 정의에 관해서 똑 부러지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있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의란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미를 덧붙여 나가야하는 주제라는 게 이 책의 저자 스위프트의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심지어 정의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다른 가치와 빈번하게 충돌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롤즈의 말처럼 “정의는 사회의 제1덕목”이라면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정의라는 개념에 관한 잠정적인 답변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계속 수정해나가는 게 인간으로서 지닌 의무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콘텐츠는 마이클 샌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또 읽자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샌델이 낸 조금 더 무거운 책을 읽으며 철학자로서 마이클 샌델의 진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이자 샌델의 출발점인 정의의 한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자유를 해석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적한 민주주의의 불만, 그리고 지난해 말 출판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논쟁적인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 이르기까지. 고1을 막 맞이한 학생들에겐 약간 어려운 도전과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꼭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혹은 나중에 대학을 간 다음에라도 정치/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좋은 사회란 무엇인지 궁금한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학자라는 의미에서 2제 아이랑 투게더에 이름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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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과학 -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 Mid(엠아이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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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이 큰 비행기를 들어올리며 폭발하는 기름을 걱정하고 기내 서비스로 준비된 와인을 잔에 넣고 흔들어 걸쭉한 정도를 살피며 표면장력을 가늠합니다. 창밖 저 아래 보이는 바다를 보며 수영할 때 체험한 부력을 기억해내고 모니터를 보며 액정이 색을 내는 원리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내용을 연결지어봅니다. 옆자리 승객에게 머리를 기댔다가 침을 흘리곤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리 몸을 돌아다니는 온갖 체액의 종류를 세 보고, 비행기에선 커피와 차 중 무엇을 마시는 게 더 좋을지 과학적으로 따져보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비누가 어떻게 내 몸을 깨끗하게 만드는지 설명합니다. 입국절차를 밟기 위해 글씨를 쓰며 잉크로 글씨를 쓸 수 있는 원리를 이야기하고, 비행기가 머무르는 수천 미터 상공에서도 적당히 숨을 쉴 수 있게 만드는 에어컨도 액체가 상태 변화를 겪으며 만드는 열에너지의 흡수와 방출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비행기에서 마주한 온갖 액체에 관해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이 액체는 모두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정작 우리가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원리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굳이 알아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한 액체에 관한 정보들인 셈이죠. 그러면 우리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액체의 TMI’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마크 미오도닉의 ‘흐르는 것들의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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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키워드는 당연히 ‘액체’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액체를 글쓴이의 눈길에 닿는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간 주절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분자가 모여있는 형태로서 액체의 정의에서 시작하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액체가 그런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분자식과 구조를 알려줍니다. 이를테면 계면활성제인 비누 분자는 한쪽은 물 분자의 모습에 가깝고 한쪽은 기름 분자와 친해서, 이 둘을 모두 끌어당기 때문에 세제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물은 지구상의 다른 물질에 비해서 온도를 올리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찻잎을 조금이라도 오래 담그고 있으면 그 에너지 때문에 쓴 맛이 금방 올라오지만 동시에 바다 때문에 지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걸쭉한 물감을 여러번 덧대 발라 오묘한 색감을 내는 유화의 채색방식은 전기를 흘려 특정한 빛을 통과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액정을 여러겹으로 쌓아올린 모니터와 그 원리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액체에 대한 설명이 전부 이런 식입니다. 이런 발견이 이뤄진 간략한 역사는 덤으로 딸려오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액체에 관한 이런 TMI가 의미 있으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될 것입니다. 만약 액체가 없다면,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기체거나 고체 상태라면 어떨까요? 일단 물을 못 마시고 수영도 못 하고 씻기 위해선 때밀이 타올로 피부를 벅벅 긁어야해서 매우 아플 것 같네요. 고체연료를 태워야하니 자동차의 효율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고, 음 어쩌면 자동차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쇳덩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면 일단 녹여야 하니까요. 모든 건물은 돌을 깎아서 만들어야 할 테고.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액체 없는 세계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어떤 액체가 됐든 그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은 같은 저자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입니다. 표지도 이 책과 거의 똑같고, 오늘 이 책이 TMI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것들의 과학 또한 우리 주변의 여러 물건에 관한 TMI입니다. 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플라스틱, 유리, 흑연, 도자기 등이 목차에서 보이네요. 이렇게 놓고 보니 이 친구들은 대체로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있는 물건이니,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내 손에 짚히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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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의 탄생 - 자본은 어떻게 종교와 정치를 압도했는가
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 노승영 옮김 / 부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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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로 사는 삶에 지쳐 도시로 이사간 할아버지 푸거는 농사 대신 옷감을 만들어 팔아 성공을 거둡니다. 아버지 푸거는 이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옷감 장사로 확보한 돈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기로 합니다. 푸거 가문 사업의 금융 부문을 도맡게 된 사람은 아버지 푸거의 7형제 중 막내아들인 야코프 푸거입니다. 처음엔 가문의 여러 사업 중 가장 작고 하찮은 부문이어서 막내아들에게 그 몫이 돌아갔지만, 야코프 푸거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순식간에 유럽 최고의 금융인으로 거듭납니다.

왕들의 토지와 현물자산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해주며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회계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사업투명성을 확보했으며, 유럽 전체에 걸쳐 정보망을 구축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자금을 투자하거나 회수해 재산을 불려나갔으며, 무엇보다도 종교와 구시대적 윤리에 얽매여 금지돼있던 이자라는 영역을 합법화해 현대적 의미의 금융을 만들어낸 사람. 반면 가치관의 혼란이라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경유착, 독점, 카르텔 형성, 분식회계 등 온갖 비리와 부정과 꼼수를 동원해 오로지 돈 버는 것 자체만을 추구했던 사람. 일종의 유럽판 허생전이라고 할 만할, 격동의 시대를 자신이 가진 자원과 능력으로 뚫고 나가고자 했던,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흡사한 근대적인 또는 현대적인 인간의 탄생과 생애를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것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경제사’입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들으시는 학부모 청취자분들께는 역사라는 단어의 의미는 거의 정치사와 일치할 것입니다. 고려니 조선이니 왕조 이름이나 왕 이름을 달달 외우고 집권세력의 교체와 관련된 사건을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사건으로 배우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새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는 그 차원을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진행된 역사라는 개념에 대한 학계의 관점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 경제, 문화, 일상, 소수자 등 아주 다양한 영역이 역사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학생 청취자분들께는 공부할 거리가 늘어나서 조금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폭넓은 역사의 영역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중요한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경제사입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의 종류와 생산 및 거래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는 것만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가장 잘 꿰뚫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경제사 연구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국내총생산이나 통화유통량 같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지표로 과거를 재해석해내는 것입니다. 그 시대의 기록을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당시 경제상황을 재구성하고, 짧게는 200년에서 길게는 500년에 이르는 경제지표 장기통계를 작성합니다. 몇 년 전 화제를 일으켰던 경제학 책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이런 장기통계를 분석한 결과물이었죠. 경제사 연구는 지금까지 역사 과목에서 소홀했거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의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유용한 교훈을 주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대학에서 깊게 공부해 볼 만한 분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푸거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기는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경제체제가 잡히는 시기, 다시 말하면 현대적인 의미의 경제사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법적으로 이자가 허용되며 금융업이 시작되고, 이익 자체가 최고의 목적이 되는 행위 양식 즉 투자라는 행위와 그 주체인 기업-기업가가 탄생하고, 종교에서 비롯된 도덕적 독단을 벗어난 세속적 인간이 등장하면서 경제적 행위가 역사의 전면으로 나오는 순간이죠. 야코프 푸거의 일대기는 이 순간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사’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여담을 하나 해보자면, 이런 ‘경제사의 시작’의 정점인 세계적인 무역 네트워크의 형성 즉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과 유럽인의 동아시아 진출이 아이러니하게도 야코프 사후 푸거 가문의 몰락을 재촉합니다. 푸거 가문의 부는 유럽 내에서 은 광산을 모두 독점한 데서 나왔는데, 남아메리카와 일본에서 은이 쏟아져 들어와 은값이 폭락했기 때문이죠. 당시 전세계의 은 생산량 가운데 2/3는 볼리비아의 포토시 은광에서, 1/3은 일본에서 나왔다고 하죠. 이렇게 일본의 은 생산이 폭증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조선에서 대접받지 못한 제련업자들이 일본에 기술을 수출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조선의 기술이 유럽 최고 부자의 몰락의 원인이라니, 이것이야말로 현대적 의미의 경제가 시작됐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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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제리 브로턴의 <르네상스>입니다. 푸거가 살았던 시기를 우리는 흔히 르네상스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유럽 몇몇 지역의 미술사나 사상사쪽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는 다들 아시잖아요? 그러나 이 격변의 시기를 살펴보기 위해선 더 넓은 맥락과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두꺼운 벽돌같은 책이 부담스럽다면, 이 <르네상스>라는 책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내는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는 우리 수요독서의 전 시즌에서도 두어 권 다룬 적이 있는데, 이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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