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전쟁'이란 제목 때문에 조금이라도 낭만적인 걸 기대한다면 큰 오산인 책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지목되는 반핵운동가와 우주 문제 전문가가 합작해 쓴 <하늘전쟁>(알마, 2010)이다. 부제는 '우주에서의 군비경쟁'. 제목도 '우주전쟁'이었다면 의미가 조금 더 분명할 뻔했다. 물론 이 전쟁은 지구인 대 외계인의 전쟁 따위가 아니라 지상에서의 군비경쟁이 그대로 우주(하늘)에까지 옮겨간 것일 뿐이다. 이 또한 '핵전쟁'이나 '기후위기' '금융위기' '양극화' 등과 함께 21세기 묵시록의 한 구성소라 할 만하다. 이대로는 왜 안되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는. 1957년 소련이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후 불과 50년만의 일이다(원저는 2007년에 출간됐다). 물론 우주전쟁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어째 하는 짓이 다 그런지.

  

두 저자의 '여는 글'을 읽다 보니 그들의 경각심이 전달된다(답답하고 안타깝고 한심하고 두려운). 나도 뭔가 '전달'해야 할 듯싶어서 한 대목씩 옮겨놓는다. 

"오늘날 미국이 우주의 무기화를 추진하는 이 시기에 나는 50년 전에 생각했던 질문들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미 지상과 해상, 상공을 무장했던 것처럼 우주에도 무기를 배치할 것인가? 우리는 이 신세계에서 전쟁을 향한 길을 걷고 있는가? 이 책은 이 질문들이 제기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들을 생각해보려는 일종의 시도다. 우주의 군사화가 세계의 안보를 강화할 것인가? 우주를 무기화할 필요가 있는가? 결론에서 우리는 우주의 군사화가 세계를 지금보다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걸고 주장한다. 우리의 안보는 우주 무기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분명 우주에서 군비경쟁이 벌어지게 만들며, 어쩌면 가공할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은'스타워즈'를 피하고 싶다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하늘에 무기를 보내지 말고 그것을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며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위안과 경이의 대상으로 남겨놓아야 한다."(크레이그 아이젠드래스) 

 

"1999년, 나는 미 공군 조종사이자 전 공화당원이었던 브루스 개그넌의 초청을 받아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모임의 주제는 우주의 무기화였다.(...) 나는 또한 과도하게 찬양을 받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가 무기화된 우주 공간과밀접하게 통합되고,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똑같은 회사들에 의해 생산되며, 전부 합쳐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미국 납세자들에게 청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모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그리고 미국통합우주군과 관련 기업들의 무모한 계획으로 재앙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대중 홍보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헬렌 캘디컷) 

그래도 절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저자의 '서문'은 이렇게 끝맺는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권력은 지식과 열정을 갖춘 대중에게 있으며, 대중은 자신의 정치적 대리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세상을 좀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우주의 무기화가 초래할 엄청난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있다. 이책은 대중의 의견을 자극하여 우주의 무기화를 중단시키고 인류의 협력과 공익을 위한 기반으로서 우주의 잠재력을 구현할 길을 모색한다. 우리가 오늘 행동해야만 내일 하늘의 전쟁을 막을 수 있다.(20쪽)

10. 07. 24.  

P.S. 참고로, 반핵운동가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헬렌 캘디컷(칼디코트)의 책은 <원자력은 아니다>(양문, 2007)도 출간돼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당신이 지구를 사랑한다면>의 증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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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게임이론과 지구의 미래

이번주에 눈길을 끄는 책으로 게임이론 관련서 두 권을 꼽았는데, 두 권이 더 있다(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기억할 만한 주이다). '인간행동 예측이론 책'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07. 24) 나는 네가 할 일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1959년에 쓴 에세이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이 바로 예측의 꿈이다. 우리는 일식을 아주 정확히, 그것도 아주 한참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혁명을 예측하는 것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포퍼는 곧바로 인간이 관련된 문제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괜히 고민할 가치조차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포퍼가 말한 꿈의 실현이 눈 앞에 와 있다고 믿는 이론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게임이론이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확산과 함께 발달하고 있는 네트워크 이론도 인간행동의 과학적 예측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인간행동의 법칙규명을 모토로 내건 이론들의 과거·현재·미래와 이런 이론들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와 정책결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게임이론을 통하여 
구 소련 태생의 미국 생화학자이자 유명한 공상과학소설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1920~92)가 1950년대에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는 ‘심리역사학’이 중요한 테마로 등장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심리역사학은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하나의 수학방정식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한마디로 인간 역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학문인 것이다. 여기서 예측은 단순한 짐작이 아니라 수학공식을 통해 계산된 것이다.

당신은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 또는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비밀코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법칙은 ‘배가 고프면 밥이 먹고 싶어진다’는 유의 생물학적 법칙이 아니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함에도 특정한 상황에서 반드시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물이건 온도가 0도 아래로 내려가면 얼음이 되고, 100도 이상 올라가면 기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일례로 선거만 봐도 정치학자들이 아무리 분석과 가설을 내세워봤자 빗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자연과학과 달리 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은 명색이 사회 ‘과학’이라고 불리면서도 계량적 정확성이나 미래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조롱을 받아왔다.

그런데 자연계의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인간행동에도 법칙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의 지은이 톰 지그프리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그는 언젠가는 게임이론이 모든 과학의 문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나 ‘치킨 게임’과 같은 것이다. 게임이론은 규칙이 정해진 게임에서 두 명 혹은 다수의 ‘선수’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는 전략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폰 노이만과 존 내시를 중심으로 현대 게임이론의 기원을 소개하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게임이론의 실태를 살폈다.

냉전시절 미국은 소련에 대한 대응전략을 게임이론에 기대 개발했고, 경제학도 주가예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게임이론을 적극 수용했다. 현대의 진화론도 게임이론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워낙 취재가 조밀해 게임이론에 관한 최첨단 지도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과연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지은이는 게임이론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논란이 많은 분야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는다. 지은이의 믿음에 동참할지 말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김재중기자)    

우선순위를 엿봐서
2002년 국내에 소개돼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링크>의 지은이가 2010년에 쓴 최신작이다. 네트워크 이론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두 사람도 6단계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가설로 유명하다. 지은이는 <링크>에서 세포에서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네트워크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 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링크>는 전형적인 크기가 없는, 다시 말해 크기의 분포에 제한이 없는 네트워크는 ‘멱함수 분포’(극소수만 크기가 크고 나머지는 크기가 작은 분포)를 보인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구글, 야후 같은 엄청나게 많은 링크를 보유가 사이트가 몇개 있고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한 링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새 책에서 바라바시는 인간의 행동에도 같은 패턴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부제가 말해주듯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이 있다는 것인데 이름하여 ‘인간역학’(Human Dynamics)이다.

그는 ‘인간행동은 긴 휴지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격렬히 활동하는 짧은 기간이 오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이메일 발송을 예로 들어보자. 평소 이메일 발송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한두건 발송하다가 어느날엔 수십통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패턴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 자신의 ‘보낸 편지함’을 열어 보낸 시각을 한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지은이는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사용, 프린터기 사용, 학생과 교직원의 도서관 대출에서도 비슷한 ‘폭발성’(burst)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링크>에서 보여준 네트워크의 특징이 공간적 요동 현상에 따른 것이라면, <버스트>에 등장하는 현상은 시간적 요동 현상에 따른 것이다. 주식 가격의 폭등 또는 폭락, 어느날 갑자기 터지는 네티즌의 댓글, 예기치 않게 터져나온 촛불시위 등도 버스트의 예이다.

만약 인간의 행동이 철저히 무작위적이라면 이런 패턴은 발견될 수 없다. 그럼 이런 폭발성을 낳는 이유는 무얼까? 지은이가 찾은 답은 인간의 우선순위 설정이다. 인간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늘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우선순위가 개입되는 순간 행동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시기가 등장하고 어처구니 없이 큰 예욋값이 나타난다.

한편 바라바시는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내가 일주일 뒤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지부터 한달 뒤 오전 10시에 어디에 있을지까지 남이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 스마트폰, CCTV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기기들은 축적한 개인의 행적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금도 특정인의 미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체제가 ‘빅 브러더’ 사회가 될 우려를 제기하면서 ‘미래의 프라이버시권’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가 나의 미래행동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형식도 특이하다. 지은이는 헝가리 태생인데 16세기 십자군을 이끌었던 비운의 헝가리 장군의 인생행로를 팩션 형식으로 삽입해 넣었다. 역사의 무작위성과 인간 행동의 예측성을 교차해서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링크>를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꼭 챙겨봐야 할 책이다.(김재중기자)  

과학집단의 머리로
아마도 게임이론에 가장 관심이 높은 집단은 군부일 것이다. “핵공격을 하게 된다면….” “핵 억지력을 가지려면 얼마나 많은 탄두가 필요할까?” 이런 가상 질문을 통해 군부는 군사전략을 세우게 마련이다. 그러나 군인들 스스로가 게임이론에 매달려 연구하기는 어렵고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과학자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그런 역할을 맡아왔다. 전쟁전략 수립뿐 아니라 경제·사회분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쳐왔다.

책은 랜드연구소의 탄생과 걸어온 길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를 분석했다. 랜드연구소는 1948년 창립된 이래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정계와도 끈끈하게 연결돼있다. 수학자 존 내시를 비롯해 케네스 애로, 폰 노이만, 프란시스 후쿠야마, 브루스 호프먼, 잘마이 칼릴자드 등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럼스펠드와 곤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도 연구소 이사를 역임했다.

문제는 랜드연구소가 내놓은 이론이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앞세우는 강경일변도의 핵 경쟁을 가속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강경한 군인들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구소련을 무너뜨릴까 연구해온 군인들이 2차대전 중 야전의 지휘참모부를 성공적으로 도왔던 것 같은 과학집단을 만들기 위해 연구소를 세웠다. 미 공군의 전신인 육군항공대의 커티스 르메이 장군의 주도 아래 해병대 출신의 콜 붐 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주축이 됐다. 당시 군부는 구소련이 공산주의를 확산시키기 전에 미국이 핵공격을 해야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군사적 측면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확산에도 기여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항해 만든 애로의 합리적 선택이론은 심리현상을 아예 무시하고 모든 행위를 수치화함으로써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강조하게 된다. 이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레이건 정부의 방향과 맞아떨어져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핵선제공격의 이론적 바탕을 제시했던 체계분석이론은 복잡한 계산의 필요성 때문에 컴퓨터 개발을 앞당기기도 했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핵 전쟁을 당연시했다. 이 밖에 패킷 이론은 인터넷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위험성을 경고한 군산복합체의 주체는 바로 랜드연구소다. 랜드연구소는 베트남 전쟁에서 ‘더러운 전략’을 제시했고, 이는 내부 분석가 엘스버그에 의해 뉴욕타임스에 그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정의를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왔다. 게임이론에는 정의와 도덕보다 승리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최병준기자) 

10.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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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세알 2010-07-24 10:00   좋아요 0 | URL
이런 서평들을 보니까 좀 헷갈립니다. -.-;; 근대에 들면서 인간은 인간의 자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근대과학혁명이후로 인간은 '원인과 결과'의 고리 속에 들어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니 그런 인과속의 인간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예를 들면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쓴 이후에 실천이상 비판에서 내어놓았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인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무작위로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인과고리의 작동하는 변수가 사실은 너무 많아서 그것을 다 카운팅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얼마전에 '브레인섹스'인가 하는 책을 보면서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남녀 호르몬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해도 호르몬만으로 환원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며 과학이 아니라 점성술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콩세알 2010-07-24 10:18   좋아요 0 | URL
심지어 현대과학은 우리가 변수를 동시에 측정해 내어 값을 정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고 그것을 확률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미시세계의 현상과 거시세계를 조화시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확실히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잖아요. 제가 아는 물리학자분 고백하시길 자신이 전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빛이 파동이며 동시에 입자이다'라는 말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저 위의 이야기처럼 저렇게 인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완전 '새로운 혁명'이 올 것 같아요. 물리학자들도 분발해야 할 듯...^^;;

로쟈 2010-07-24 21:53   좋아요 0 | URL
예측이란 게 어디까지 확률론적인 예측이죠.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함에도 특정한 상황에서 반드시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반드시'까지는 아니고 '랜덤'도 아닌 어떤 성향이 작동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걸 규칙(이나 행동법칙)을 이해하는 게 우리의 '자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더러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요...

미지 2010-07-25 14:12   좋아요 0 | URL
문제는 게임이론의 정치성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확률론적 예측가능성에 우리 삶을 맡길 때, 예측가능성에 노출되는 수동적 그룹과 예측가능성을 극대화해서 권력 강화에 활용하려는 그룹으로 양분될 것이고, 그 양자 간의 초월이 불가능해지는 단계가 오리라는... 어쩌면 벌써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문제의식으로만 품고 있었는데 텍스트들을 직접 봐얄 것 같네요.
 

법학자 김두식 교수의 신작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2010)는 적어도 알라딘에서는 따로 소개가 필요없는 책이다. 이미 '고정독자'들은 알아서들 충성도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를 다룬 책이면서 동시에 '영화책'이기도 하다는 게 이채로운데, 알고 보면 저자도 영화광이라고. 작년 이후 책이 나오는 속도를 보면 서서히 '가속'이 붙는 듯싶은데(물론 안식년 덕분이라곤 하지만),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대된다. 딸아이가 낼모레 여름방학 캠프에 간다고 들떠 있는 걸 보면서 '지랄 총량 법칙'을 풀이해주는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서울신문(10. 07. 17) ‘지랄 총량의 법칙’ 아세요?   

민중의 지혜라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아십니까.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펴냄)의 저자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춘기가 되면서 ‘이해할 수 없어진’ 딸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김 교수의 딸은 중학교 1학년이 되더니 “엄마 아빠 같은 찌질이로는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사건건 부모와 충돌한다. 저자는 ‘시민들을 위한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유시주 선생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유 선생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혼한 한 배우는 어렸을 때 조신하게 살면 나이 들어서 사고를 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부하란 말을 ‘교수답게’ 에둘러서 하던 김 교수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지 기대나 닥달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남주인공 고복수(양동근 분)가 여주인공 전경(이나영 분)이 아버지로부터 뺨을 맞는 광경을 보고 “진짜 아버지 따로 있을 거예요. 무슨 아버지가 이래?”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서다. 이후 김 교수는 딸의 공부에 대한 복잡한 기대를 버리자, 딸의 ‘지랄’도 놀랄 만한 속도로 안정을 찾는다.  

영화광 김 교수는 10여년 전 공부하는 아내를 위해 검사직을 그만두고 2년간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좋은 남편 만나서 (아내가) 행복하겠다.”라고만 하지, 혼자 2년 반 동안 미국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아이까지 키운 아내의 노고는 이야기하지 않더라는 게 김 교수의 고백이다. 결국 자신은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난 특권을 누리고 있을 뿐이라고.  

‘불편해도 괜찮아’는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인생사와 엮여 소설보다 재미있는 인문교양서가 됐다. 김 교수는 법조계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불멸의 신성가족’, 저자 자신이 기독교도이면서 한국 교회에 신랄한 일침을 가한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등을 쓴 ‘문제적 저자’다. 무엇보다 그의 필력이 지닌 장점은 예민하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것.  

‘국민드라마’였던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이 옛 애인이었던 정려원의 비밀을 알고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도 사랑과 분노를 따귀로 풀어내는 우리 드라마 작가와 PD의 ‘게으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10년간 한국 드라마에서 따귀 때리는 장면만 모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방송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슬며시 웃음도 난다.   

저자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보디 히트’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와 같은 오래된 영화들을 빌려 보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뭉개진 화면으로만 감상했던 영화들이었다. 그러다 ‘색, 계’를 보게 되었을 때 이제 겨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단다. ‘볼 권리’를 누리며 가슴 벅차오른 감격을 느낀 저자는 가위질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청소년, 성 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의 인권을 영화와 연결지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책은 드라마보다 강한 중독성을 발휘한다.(윤창수기자)  

10. 07. 18.  

P.S. "공공도서관에서 ‘보디 히트’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와 같은 오래된 영화들을 빌려 보았다고 한다"는 대목에서 의문. 윌리엄 허트와 캐서린 터너 주연의 <보디 히트>(1981)는 나도 비디오로 본 것 같지만(내가 중학생 때 개봉된 듯싶다), 나머지 영화는 모두 극장에서 봤다(물론 처음에는 가위질 된 걸로, 나중에는 안 잘린 걸로). 저자와는 분명 같은 세대인데 '오래된 영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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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7-18 21:57   좋아요 0 | URL
지랄 총량의 법칙은 완전 동감입니다.^^ 저도 사춘기때 그것을 안한 죄로 스무 살때 뒤늦게 부모님께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로쟈 2010-07-19 00:44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하면 저도 좀 걱정이네요.^^;

yamoo 2010-07-18 23:20   좋아요 0 | URL
하하하 지랄총량의 법칙이 있었군요..ㅎ 그나저나 영화나 소설에서 가위질은 정말이지 위헌적 소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위원회의 심의(소수)가 모든 사람들의 볼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왜 위헌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로쟈 2010-07-19 00:45   좋아요 0 | URL
지금은 거의 무력화됐지요...

푸른바다 2010-07-19 14:46   좋아요 0 | URL
나인하프위크는 제가 고등학교 때 상영한게 확실합니다.^^ 고등학교 때 불어 교사가 그 영화를 보고와선 "너희들은 못보지?" 하며 놀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로 비디오로 보긴 했는데, 그리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해요... 비디오도 가위질이 많이 됐었는지 모르지요.^^

델러웨이부인 2010-07-19 14:47   좋아요 0 | URL
제 지랄총량의 끝은 어디일까요.... 무지 오래 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이번주에는 교양서와 학술서 가릴 것 없이 '이거다!'까지는 아니어도 눈길이 가는 책이 많은데, 일본의 두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을 담은 <지의 정원>(예문, 2010)도 그 중 하나다. 지식과 교양론 수준에서만큼은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선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출판의 규모도 규모이지만) 이런 종류의 책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고, 이 책도 출간 즉시 구입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사토 마사루가 '러시아통'이라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호감을 갖는 이유다. 서평을 써야 할 다른 책들에 독서순위는밀려 있지만, 소개기사 정도는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07. 17) 독서의 두 고수책을 통해주고 받다…이 세계가온 길과 갈 길  

책읽기 고수 2명이 만났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독서광이자 저널리스트다. 그는 작업실이자 개인 도서관인 ‘고양이 빌딩’(건물 외벽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붙은 이름)에 7만권이 넘는 장서를 갖고 있다. 요즘도 한 번에 3만~4만엔(약 40만~55만원), 한 달에 네 번쯤 책을 산다.  

사토 마사루는 다치바나보다 20세가 적어 50세다. 한국에선 생소한 인물인데 다치바나가 자신의 ‘후예’로 인정했다. 사토가 소장한 책은 1만5000권 정도이며, 한 달에 20만엔(약 270만원)을 책 사는 데 쓴다. 사토가 다치바나보다 조금 더 많은 책을 사는 셈이니 언젠가 다치바나의 장서량을 따라잡을지도 모르겠다.

사토는 주러시아 일본대사관 근무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었다. 그러나 북방 4개섬 반환 문제를 놓고 개방적인 입장을 지키다가 우익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힌다. 사토와 친밀했던 중의원 스즈키 무네오가 부패 스캔들에 말려 구속되자, 사토도 검찰 수사를 받고 유죄를 선고받는다. 사토는 우익의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후 ‘돈키호테식 좌충우돌 논평가’가 돼 일본 사회를 향한 거침없는 독설을 쏟기 시작했다.

두 애서가가 각자 200권의 책 목록을 들고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눈 내용이 <지의 정원>에 담겼다. 100권은 각자의 서재에서, 100권은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문고와 신서에서 골랐다. 둘은 독서의 효용성부터 칸트 철학의 현대적 의미, 미국과 소련의 제국주의, 일본 좌익의 흥망성쇠 등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선택한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다치바나가 화제를 던지면 사토가 오랫동안 설명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유토피아 사상과 정치적 광기’를 주제로 걸고서는 네차예프의 <혁명가의 교리문답>, 히틀러의 <나의 투쟁>,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얘기한다. 다치바나는 “광기의 정치사상은 모두 유토피아 사상에서 태어났다”고 말하고, 사토는 “휴머니즘은 위험한 사상이다. 인간이란 본래 어디서 잘못을 저지를지 모르는 생물”이라고 화답한다.

직업 외교관이었던 사토의 감각이 빛나는 대목도 있다. 다치바나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대중 능력’이라는 대목을 언급하자, 사토는 “푸틴은 유도를 좋아해 정치가로서는 달라붙어 겨루는 타입이다. 결국 이쪽도 상대 논리에 따라 함께 달라붙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둘의 독서 취향과 평가는 미묘한 지점에서 어긋난다. 예를 들어 다치바나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현대에 읽는 것은 난센스라고 단언한다. 뉴턴 세계관에 근거한 칸트의 논리는 아인슈타인 이후의 세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사토는 정치적 세력균형론이나 유엔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칸트적 세계관에 바탕하기에, 칸트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방대한 지식은 모두 인터넷이 아니라 책에서 나왔다. 다치바나는 “인간은 독서를 하면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며 “인터넷에서 찾아낸 최첨단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이 되는 책을 먼저 읽어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토는 “교양이란 지금 자신이 어떤 미지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일본 좌익이나 근대 개화사상가들의 행적이 많아 한국 독자들에겐 낯선 대목이 있다. 다치바나와 사토가 뽑은 400권의 책 목록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게재됐는데, 한국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은 책이 많아 씁쓸하다.(백승찬 기자) 

10. 07. 17. 

P.S. 기사의 마지막 "다치바나와 사토가 뽑은 400권의 책 목록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게재됐는데, 한국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은 책이 많아 씁쓸하다"는 멘트에는 나도 공감한다. 덧붙여, 대담 중 한 대목만 옮기자면, '엘리트 교육과 교양 교육'을 화제로 삼으면서 다치바나가 "요즘에는 고등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이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도쿄대나 교토대에 가지 않고 외국의 일류 대학에 바로 입학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경로를 개척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머지 않아 그쪽이 주류가 되리라고 봅니다. 그럼 일본 엘리트가 만을어지는 경로도 크게 변하겠지요."라고 운을 떼자 사토는 이렇게 답한다.  

"MBA 코스를 밟거나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코스는 표준적인 엘리트를 만드는 데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러나 톱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독일보다는 역시 영국이나 러시아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126쪽) 

그 이유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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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7-17 20:46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애서가의 200권의 목록이 궁금하네요..ㅎㅎ
개인적으론 이러한 대담집보다는 총서 기획시리즈가 더 좋습니다. 동경대학 지 시리즈 3부작이나 윌터 카우프만의 <정신의 발견>과 같은 교양서~ 400권 목록이라도 볼 겸 구해 봐야 겠군요!

로쟈 2010-07-17 21:00   좋아요 0 | URL
대담집은 '지식' 대신에 '힌트'를 주죠. 리스트도 자극이 돼고요...

코스모폴리스 2010-07-18 18:54   좋아요 0 | URL
신문의 책소개에 대해서 이런 지적도 있더군요.

http://aniooo.atbhost.net/archives/766/comment-page-1#comment-199

로쟈 2010-07-18 19:28   좋아요 0 | URL
잘 읽어봤습니다. 한겨레 기사에 대한 논평이군요. 신문리뷰야 보통 출판사 자료를 참고하는데, 약간 과장됐을 수도 있지요. 사토가 청황제 지지자이며 정통 보수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가라타니 고진도 인정하는 지식인이란 점은 눈에 띄네요...
 

오늘 밤이면 이번주 리뷰도서들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개인적으론 게임이론 관련서 두 권도 꼽아두고 싶다. 톰 지그프리트의 <호모 루두스>(자음과모음, 2010)과 브루스 부에노스 데 메스키타의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부제는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이고, 후자는 국제정치학자가 쓴 것으로 '북핵 문제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게임이론이 보여주는 미래 설계도'가 부제다. 원론적인 책과 그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나온 책으로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죄수의 딜레마>(양문, 2004)와 같이 손에 들고 싶어진다.   

<죄수의 딜레마>는 박스보관도서라 읽어보려면 도서관 신세를 져야 하지만, <호모 루두스>는 책상맡에 놓여 있다(<프리딕셔니어>는 구해봐야겠다). 책의 원제는 '아름다운 수학'을 뜻하는 <뷰티풀 매스(A Beautiful Math)>.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책 <뷰티풀 마인드>(승산, 2002)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화되기도 한 존 내시의 전기 말이다. 게임이론의 창시자는 폰 노이만이지만 그것을 '완성'한 공로가 내시에게 있다고 해야 할까. 내시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확인해봐야겠다.    

게임이론보다 더 화급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이번주 관심도서다. '지구의 미래'를 화두로 내건 책 프란츠 알트의 <지구의 미래>(민음인, 2010)와 디냐르 고드레지의 <기후변화, 지구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이후, 2010)가 또 두 권의 책이다. 프란츠 알트는 <생태적 경제기적>(양문, 2004), <생태주의자 예수>(나무심는사람, 2003) 등이 이미 소개된 바 있는 독일의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소장의 추천사는 이렇다. "프란츠 알트는 대중들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의 가능성을 알기 쉽게 풀어 준다. <불편한 진실>의 앨 고어,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의 반다나 시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저자 중 한 명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디냐르 고드레지의 책은 '아주 특별한 상식' 시리즈의 한 권인데, 2007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역자도 바뀌었는데, '해당 분야 전문가의 새로운 번역'이라는 것으로 보아 초판엔 오류가 많았던 모양이다. 여하튼 '지구의 미래'가 눈길을 끈 것은 두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멕시코만의 기름유출이 최악의 생태계 재앙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기름에 오염된 지구의 미래'다. 오늘 아침 기사는 이렇다.  

 

지난 4월30일 석유시추시설 폭발로 시작된 원유 유출로 미국 멕시코만에 생태계 파괴라는 최악의 재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흘러나온 원유 탓에 해양생물이 죽어가거나 오염되는 가운데 기름에 찌든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원유가 닿은 해역 인근에서는 우렁쉥이 사촌격인 피로솜(pyrosome)이 떼죽음을 당했다. 젤리 같은 피로솜은 길이 15~20㎝의 오이 모양으로 바다거북과 참치 등의 주된 먹이다. 게다가 물고기와 거북이, 바다새의 먹이는 어린 게의 껍데기 속에서 기름방울들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원유와 천연가스를 먹는 아주 작은 박테리아들도 급증하고 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멕시코만 어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껏 유출된 원유량은 6억 8900만ℓ, 천연가스 3억 4000만㎥로 추산됐다.

해양학자 존 케슬러와 루이지애나주 튤레인대 데이비드 밸런타인 교수는 최근 오염해역을 조사한 결과, 해저 900여m 아래의 천연가스 농도가 정상치의 10만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농도가 높아지면 가스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될 때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멕시코만 오염 해역의 수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수천마리의 피로솜은 마치 ‘대량 학살’과도 같다며 원유의 유독물질을 원인으로 추정했다.(서울신문)

규모로 보아 이미 이 기름유출 사건은 전 지구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라고 뒤질세라 지구 종말을 앞당기는 데 거들고 있는 '4대강' 사업도 가관이다. 역시나 오늘 아침 기사의 일부다.    

4대강사업구간 퇴적토에 중금속이 검출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석면석재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사업구간에서 석재로 사용됨에 따라 수도권시민들이 오염된 식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석재란 채석장에서 캐낸 큰 돌을 말하며 주로 방조제 공사나 조경공사에 쓰인다. 환경운동연합은 12일과 14일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사업 한강살리기 15공구(제천지구)사업장과 남한강본류 한강8공구(충주2지구)에서 잇따라 석면석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발견된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것은 사람에게 확실하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분류된다.

특히 석면의 경우 노출 뒤 10년 정도가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부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해성이 입증된 물질이다.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수천분의 1정도로 미세해 공기 중으로 노출되면 사람의 코나 기관지에 걸리지 않고 바로 폐 깊숙이 침투한다. 때문에 석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석면이 식수를 오염시킬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는 것인데 환경단체들은 석면이 잘 부서져 물에 뜨는 특성상 충분히 오염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석면이 돌이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현장을 가보면 석면이 부서진 가루와 먼지들이 물에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현장 바로 아래쪽에 취수장이 있는 것을 보고 상수원 오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전했다.(메디컬투데이)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에 원고를 쓰다 말고 기사를 인용하며 몇 자 적었다... 

10.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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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엇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24 09:15 
    이번주에 눈길을 끄는 책들도 게임이론 관련서 두 권을 꼽았는데, 두 권이 더 있다(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기억할 만한 주이다). '인간행동 예측이론 책'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07. 24) 나는 네가 할 일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1959년에 쓴 에세이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이 바로 예측의 꿈이다. 우리는 일식
 
 
yamoo 2010-07-16 13:2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죄수의 딜레마>보다는 애비니쉬 딕쉬트의 <전략적 사고>가 훨씬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게임이론에 관계된 책 중에서 가장 쉽고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는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로쟈 2010-07-16 13:27   좋아요 0 | URL
저는 진화생물학적 응용에 관심이 있어서 <협력의 진화> 같은 책을 꼽고 싶긴 하네요. <전략적 사고>는 많이 보던 책인데, 어느새 절판됐나 봅니다...

lefebvre 2010-07-17 02:28   좋아요 0 | URL
게임이론에 흥미가 있으신줄은 몰랐습니다. ^^ 저희 신간 <두뇌를 팝니다>의 저자에 따르면 게임이론은 구소련 지도부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 (발명이 아니라) 계발되었다고 하더군요. 노이만도 한 몫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내시를 "미치게 만든 곳"도 게임이론의 산실 랜드연구소네요. 게임이론가치고 랜드연구소를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내시 전기에 랜드연구소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로쟈 2010-07-17 08:48   좋아요 0 | URL
<호모 루두스>에도 랜드연구소가 언급됩니다.^^ '랜드사'라고 번역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