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탄생 -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허은순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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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았던 세상이 온다.

그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유교사상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선 나이를 따져서 위, 아래를 정하고 특정 나이가 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는 고정관념이 아닐까? 여기 이러한 "생각의 감옥"을 일찌감치 탈출한 신인류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허은순"

"세상이 뒤집어져도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이 있다."

허은순씨의 자전적 에세이 "신인류의 탄생 -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허은순"을 읽었다. 저자는 한마디로 멋진 언니, 걸 크러시의 대표명사 같은 분이다. 그 어떤 젊은 세대 못지 않은 진취적 사고를 가졌고, 나이에 걸맞는 포용력과 이해심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에게서 뭔가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시간을 잡아둘 수 없다면, 유연한 사고로 젊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에세이라 그런지 글 속에 지은이의 과거와 현재의 인생이 펼쳐진다. 에세이지만 운문의 형식을 가진 글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독서가 매우 쉽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 핵심을 강조하는 문장이라서 그런지 책이 매우 잘 읽혔다. 저자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시련이라 할 수 있는 일을 겪는다. 그건 바로 남편과의 이별. 췌장암 말기였던 그녀의 남편은 연명치료를 거부했고 석달 후 그녀는 남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남편의 죽음 이후 공황발작 등 고통을 겪지만 결국 그녀는 다시 일어서고 제 2의 인생을 설계한다.

책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을 말하자면, 우선 [2장 : 신인류가 온다] 편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A.I.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다 차지하게 될까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데, 저자 허은순씨는 왜 우리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지 말해준다. 사람이 기계처럼 일하게 되는 시대가 저물게 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인간의 잠재력과 본성이 더 잘 발휘될거라는 저자.

"신인류의 사고 중심에는 반드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위기의 시대가 두렵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저자가 다루는 많은 내용들 중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며느리를 딸처럼 대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의 경우는 며느리가 가정 생활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아들을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아들 부부와 일정한 거리를 둔다. 나도 며느리라 그런지, 명절에는 무조건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낸다는 부분에서 감동먹었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 꾸준한 스트레칭과 홈트레이닝 그리고 달리기를 병행하면서 근육량을 늘이고 뇌를 속여서 젊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꼭 그런 점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뇌를 속여 보겠다.

나는 서른 다섯이다!

나는 나이를 거슬러 살 것이다"

에세이에 감각적인 옷을 입은 저자의 사진이 실려있다. 주로 웃는 사진이 대부분인데,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저자 허은순씨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분이다. 나이야 물러가라! 하며 사람들을 이끄는 장군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사고방식이 열려 있고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그런 사람. 혼자 있어도 행복한, 독립적인 성향을 지녔으나 함께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신인류의 탄생]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울 점이 대단히 많다. 40대~50대에 접어들면서 힘들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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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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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추억을 부르는 힘이 있다!

마음이 좀 힘들거나 삶이 무료하다 느껴질 때 자꾸 찾게 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건 바로 떡, 튀, 순. 이상하게 떡볶이, 튀김, 순대를 먹을 때 푸근함이 느껴지고 위로를 받는다. 이유는 잘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힘든 시험을 다 치고 나서 친구들과 학교 근처 분식집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떡, 튀, 순을 먹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학생들에게 관심 많고 친절한 분식집 이모가 있다면 금상첨화!

어느 날, 과거에 유미 분식을 자주 찾았던 사람들에게 10년 만에 초대장이 하나 날라온다. 분식집을 경영하던 경자 씨가 세상을 떠났고, 이제 딸인 유미가 유미 분식을 이어받을 예정이라는 소식. 초대장에는 과거에 유미 분식을 이용해 줬던 고마운 고객들에게 어머니가 남긴 선물이 있고 유미가 만든 음식이 어떤지 맛도 봐달라는 말이 적혀있다. 경자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놀란 마음도 잠시, 손님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미 분식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유미 분식에서 파는 음식들은 맛도 있고 삶의 힘이 되어주었다. 경자 씨가 마는 특별한 맛의 김밥은 바쁜 은행원의 점심을 책임져주었고, 학교를 그만둔 외톨이의 끼니가 되어주었다. 경자 씨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탄생한 소불고기 덮밥은 돈만 많고 가족이 없는, 고독한 한 아저씨의 저녁을 책임지기도 한 것. 마치 추운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 쪽으로 모여드는 길고양이들처럼 삶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유미 분식이 제공한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김재희 작가의 [유미 분식]은 예전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세상이 좀 흉흉해져서 그런지 모두들 문을 꽁꽁 닫고 살지만 과거에는 주택이든, 아파트이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웃들과 교류를 하면서 살았던 우리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우리말 속담도 있듯, 우리 민족은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간섭도 하면서 살아가곤 했다. 그 와중에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유미 분식]에 등장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다. 왕년에 식당으로 제법 많은 돈을 모았으나 남자들에게 여러 번 사기를 당한 왕년 이모.

유미 분식에서 파는 돈가스를 유달리 좋아했던 한 어린이가 분식집 근처에서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박을 일삼고 아내에게 손찌검을 해서 별명이 개떡 남편이 되어버린 한 남자는 아내가 노인병 중기 진단을 받자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반성으로 정성스럽게 그녀를 돌보게 되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이웃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푸근하고 정 많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미 분식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엄청난 수다 꽃을 피울 텐데... 앗, 그런데 책 마지막에 깜짝 반전이 숨어 있다. 작가님이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분이란 걸 잠깐 잊고 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아주 신선했다. 훈훈하고 따뜻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였던 힐링 소설 [유미 분식]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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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씨의 해빙기
슈테판 쿨만 지음, 양혜영 옮김 / 달로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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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은 오는 게 아냐, 잡는 거지

그 꽉 막힌 윈터 씨가 화장을?

말도 안 돼

무뚝뚝하고 까칠한, 매우 비사교적이었던 중년 남성 로버트 윈터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자신의 공간에서만

머물기 좋아하는 부류였다. 그나마 뷰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따뜻하고 밝은 아내 소피아 덕분에 그럭저럭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소피아.

이 세상에 별 미련이 없어진 윈터 씨는 죽음을 택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뷰티 컨설턴트였던 아내 소피아가 연락이 되지 않자, 그녀의

고객들이 화장품 구매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연락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 사람들이라면 치를 떠는 윈터 씨가 어느새 뷰티

컨설턴트가 되어서 고객들과의 파티를 열고 화장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너무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소설 - 윈터 씨의 해빙기

세상을 향한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았던 괴팍한 사내 윈터 씨가 변화하는

과정이, 정말 배꼽 잡을 정도로 웃기고 재미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변화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내 소피아의 죽음에서 비롯

되었다는 점이 슬프기는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느낀 순간, 윈터 씨는 자신의 주위에 있던

거대한 벽을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그 속에는 그 누구보다도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고 애정 넘치는 소년이 숨어 있었다. 변화하기 전

윈터 씨는 그냥 자기방어를 위해 거대한 갑옷을 입고 있었던 순수한

소년에 불과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모든 것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하필이면 시끄러운 게이 커플이

옆집으로 이사를 오고, 손자 요나스는 자신이 여자라고 느낀다는 고백을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윈터 씨,,, 과연 그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붙잡게 될 것인가?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표현도 있듯이, 어려움이 오히려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꾸기도 한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일생일대의 충격을 계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되는 윈터 씨.

소설 [윈터 씨의 해빙기]는 그동안 한 가지 색깔로만 세상을 보던 윈터 씨가

뷰티 컨설턴트가 되면서 무지개 빛깔로 칠해진 알록달록한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통통 튀는 유머 감각 덕분에 독서가 너무나 즐거웠던

소설 [윈터 씨의 해빙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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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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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엄마를 내버려둔 사회를 용서할 수 없어서,

생부를 용서할 수 없어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어서

용서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멀리했다. -145쪽-

25년 전, 엄마가 사귀던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한 후, 찬서의 인생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엄마를 죽인 범인이 출소하면 바로 복수를 감행하는 것. 경찰이 되었던 찬서는 범인이 출소할 때가 되자 일을 그만두고 범인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향인 무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이 운영하는 술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찬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로라 미용실 2층에 있는 한 탐정 사무소에 탐정으로 취직하게 되는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로라 미용실]은 단순히 미용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머리를 하기 위해 모여든 아줌마와 할머니들의 오고 가는 수다 속에 중요한 정보를 정원장이 캐치해낸다. 정원장은 따로 정보원까지 두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도대체 그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고양이 찾기와 같은 소소한 사건들도 있지만 교제 중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여자들 등등 찬서는 탐정이 된 후 실로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고 해결하게 된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지만 현재는 다른 여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찬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건만, 교제하는 사이에서 이렇게 다양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니.. 나는 너무 놀랐다. 애정을 가장하고 취약한 연인에게 가스라이팅을 행하며 돈을 갈취하는 남자,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으로 팔아먹는 남자... 세상에 있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모두 무산에 모아놨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이런 사건들은 요즘 너무나 흔히 뉴스에서 목격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찬서가 참 똑똑하다고 느낀 게, 그녀는 피해자나 본인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가해자를 완벽하게 처리한다. 그녀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경찰서에 한 번이라도 신고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문장이 짧고 사건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과 속도감이 굉장한 소설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시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피해자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더 빠져들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여러 잔인한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당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깜짝 놀란 부분도 있다. 문장은 짧고 단순하게, 사건은 최대한 생생하게 묘사,라는 박성신 작가님의 라이팅 스타일이 느껴졌다. 범죄 미스터리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찬서는 일부러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 주위를 맴돌며 범인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 건지 고민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한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교통사고로 어머니까지 잃은 전재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산에 내려와서 술집을 경영하는 전재호. 이 남자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이렇게 사는 이유는?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찬서. 그녀의 공허하고 메마른 눈동자가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약한 사람들의 피를 뽑아먹고 고통에 빠뜨리는 인간쓰레기들을 처리한다. 사적 복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당신의 엄마가, 여동생이, 그리고 딸이 고통받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여러 가지 사건들과 함께, 찬서 본인의 복수라는 이야기도 같이 있어서 소설 끝까지 긴장감과 스릴감이 내내 이어졌던 소설 [로라 미용실] 마치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찬서의 사건 해결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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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 - 3분 응시, 15분 기록
즐거운예감 아트코치 16인 지음 / 플로베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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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점을 응시하며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예술로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을 치유한다

일터에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이상하게 그림에 미친 듯이 끌려서 특히 서양 회화를 해석해 주는 책들을 많이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따뜻하고 밝고 맑은 그림보다는 기괴하고 무섭고 ( 아, 그래서 구입했던 책들이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였다 ) 뭔가 소름 끼치는 그림을 보면서 삶의 괴로움을 잊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이상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그림을 해석하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치유를 이끌어내는 책이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은 즐거운 예감 아트 코치 16인인데, 모두 "예술 교육 리더 과정"이라는 예술 교육자 양성 과정을 통과한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이끌어내는 각 그림에 대한 감상은 매우 지적이고 풍부하다. 각 그림이 전달하는 느낌과 본인이 삶에서 겪은 경험들을 연결해서 이끌어내는 그림 소개가 진짜 맛깔난다. 마치 도슨트가 따라다니며 그림 설명을 해주는 것처럼 이해가 잘 되어서 글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에 그림에 대한 해석이 엄청 달라지는 걸 느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글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대한 것이었다. 글쓴이 김승호 씨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후 밖으로 나돌며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아버지 때문에 일찍부터 진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다고 한다.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어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는 저자. 그림 속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꼭 자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듯한 그림 속 주인공을 보며 오히려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큰 공감을 했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삶,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기만하며 살았던 기나긴 시간, 나의 내면에는 그림 속 남자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목소리가 소거된 듯한 이 남자의 외침은 나를 멈춰 세우고 위로한다. 그림 속 인간의 모습은 살면서 겪는 고통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성찰, 열정, 시련 등등의 주제에 따른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각각의 장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있다. [열정]이라는 주제에서는 화가 최영미 씨의 작품 [또 하나의 세계]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 박은미 씨는 젊은 시절 스윙댄스에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세계]에 그려진 선 굵은 사람들도 거리를 지켜가며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련]에서는 화가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항구를 나서는 증기선]이라는 그림이 소개된다. 거친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는 증기선의 이미지는 인생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림도 너무 아름답지만 그림과 함께 쓰인 글들이 마치 보석처럼 다가온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통찰력으로 가득 찬 글들을 읽고 있자니 주말에는 가까운 미술관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그림을 볼 때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에만 주목했는데, 세부적인 부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고 해석해 주는 분들의 글을 읽고 있으니 그림을 감상하는 새로운 눈이 생긴 느낌이다. 그림을 감상하며 느끼는 감동으로 삶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도 치유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작가들의 글을 보니 나에게도 큰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 같다. 재미와 감동을 듬뿍 느끼게 해준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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