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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탄생
마일즈 웅거 지음, 박수철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어떤 찬사로도 부족할 만큼 위대한 이름"
책의 말미에 담겨있는 이 문구는 마키아벨리의 묘비명이라고 한다. 이건 그 자신이 골라낸 묘비명일까, 아니면 후대의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칭인걸까? 사실 이 묘비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건 내가 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 라고 하면 다들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내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처세론자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주장을하고 군주론을 쓰면서 독재자적 리더쉽에 대한 인정을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마키아벨리가 우리에게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알고있던 마키아벨리는 사라지고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있는 사람이며 또한 국가론의 기틀을 잡았으며, 그가 쓴 군주론에 대해 전체의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했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아니, 우선은 그가 썼다는 군주론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집어 든 것이 이 책이다. 도입부와 초반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책을 잘못 선택했나, 싶었는데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 책으로 인해 마키아벨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이걸 계기로 군주론에도 도전해볼까 싶어진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평전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지 않다. 그가 자란 가정 환경이나 당시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인 상황 - 피렌체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시 유럽의 판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오래전에 배웠던 유럽의 역사를 떠올려야 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역사적인 배경지식 없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토대없이 집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피렌체에 갔을 때 산마르코 수도원에도 갔었고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의 기억은 희미해져서 이 책을 읽으며 도대체 사보나롤라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라서 책을 읽으동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더디기만 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조금은 당시 피렌체에 대해 알 수 있고 마키아벨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글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사소한 공격에 앙갚음하면서도 심각한 공격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응석받이로 취급되거나 아예 박살이 나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상대방에 위해를 가해야 한다면 아예 보복을 꿈꾸지 못하도록 해야한다"(146)
책의 중간중간 인용된 군주론의 내용은 그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했는데 특히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은 지금의 사회에서 드러나는 인간군상을 봤을 때 너무 정확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군주에 대해서도 질서를 위해 잔혹함을 인정하는 것 같지만 그러한 원칙이 없을 경우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설명에서 - 그러니까 한사람을 처형한다면 그 한사람의 피해로 끝나지만 그를 그대로 뒀을 때 더많은 사람의 피해가 예상된다면 더 나은 판단은 어찌해야되는지...같은 고민을 해보게 한다. 그래서 마키아벨리의 평전인 이 책 역시 쉽지는 않다. 그의 사상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이탈리아와 피렌체의 역사에 대해, 마키아벨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난 후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고 확장된 책 읽기를 시도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