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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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책이란 계속 돌고 돌면서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흔히 듣게 되는 그런 상투적인 언어의 느낌이 있으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제목이 눈에 몇번 띌 때마다 그림 에세이인가 보다,라는 생각만 하고 넘겼었는데 어느 날 문득 책의 표지에 쓰인 글귀가 마음을 흔들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물론 이 역시 많이 들어봤지만 순간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인생은 산책이라는 것. 기나긴 종착점을 향해 끝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 아니라 어쩌면 뜻하지 않게 내가 원하지 않는 길을 걸어야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길을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갈수도 있는 산책이라는 것. 그러니까 지금 내게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잊어버리고 있는 많은 마음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책이라는 느낌에 이 그림책을 펼쳐들었다.

 

"두번째의 성장은 남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 시작되는 것"(137)

지금의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말은 이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문을 잘 듣지 못하는 편인데다가 함께 어울리며 떠들어대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잘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간혹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하게 되면 세상으로부터 움츠러드는 성격이어서 이 문구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리코더를 불고 있는 사람의 모습인데, 그것 역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겨우 리코더 연주인가,일지도 모르겠고 형편없는 리코더 연주에 대한 부끄러움과 비난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고 노력을 했다면 결과에 대해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의 나 자신은 그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당당하게 나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나의 길을 갈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그림에세이답게 술술 넘기며 좋은 말들이야,라는 생각으로 금세 읽을수도 있지만 가만히 멈추어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 줄의 글도 이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사랑은 하물며 인생은 하물며 죽음은"(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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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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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찰에 대해 그리 썩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일제시대의 형사 이미지가 그대로 경찰로 이어지면서 민중의 지팡이라기 보다는 민중을 패는 몽둥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탓도 클 것이다. 그렇게 무작정 싫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내게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한 것이 일본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읽으면서부터일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부정부패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어느 조직에나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은 있는 법. 나는 사건의 행간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게 하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경찰소설을 읽으려고 하면 잠시 뜸을 들이고 망설이게 된다. 괜히 그런 미적지근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어서인지 첫부분은 그리 흡입력있게 읽히지 않았다. 추리 수사극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역사와 연관되는 그런 미스터리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들의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흐르는가에 더 큰 시선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왠지 이 경찰 삼대의 결말이 무엇인지,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다 짐작이 가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경관의 피'는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게 잘 읽혔다.

어쩌면 경관인 아버지의 모습을 자란 아들이 그 모습을 따르기 위해 경관이 되고, 또 그의 아들이 경관이 되는 모습에서 굳이 선대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밝혀 명예회복을 하고 가문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에게서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경관의 피는 미스터리와 추리를 통해 사건해결을 하는 묘미를 느끼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기대했음에도 나는 이 책이 흥미롭게 기대 이상으로 따듯해서 좋았다.

 

“경관이 하는 일에 회색지대란 없다. 약간의 정의, 약간의 악행, 그런 일은 없어.”
“그런가요? 솔직히 저는 제가 명도 백 퍼센트의 결백한 흰색이라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명도 영 퍼센트의 검은색도 아니지만요.”
“우리 경관은 경계에 있다. 흑과 백, 어느 쪽도 아닌 경계 위에 서 있어.”
“어느 쪽도 아니라니,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해. 우리가 하는 일을 시민이 지지하는 한, 우리는 그 경계 위에 서 있을 수 있어. 어리석은 짓을 하면 세상은 우리를 검은색 쪽으로 떠밀겠지.”
“모든 것은 세상의 지지에 따른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경관이다.”

 

약간 생각과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관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이 대화를 읽으면서 나 스스로 경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경관2대인 안조 다미오의 이야기는 내가 오래전에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적군파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나 역시 모든 것을 이데올로기라는 관점에서만 등장인물을 바라보려고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경관의 피]는 '경관'이라는 직업에 한정되어 그들의 불명예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이야기이지만 아버지의 모습이 어떻게 아들에게 이어지고, 스스로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그리고 또한 '시민이 지지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관의 혈통이 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시대의 정의로움뿐만 아니라 가족으로서의 강한 유대감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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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8 1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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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타이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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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만에 할런 코벤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다. 그 전에 읽은 작품이 뭐였는지 기억해낼수도 없는 비루한 기억력이지만 내게 남아있는 '할런 코벤'이라는 이름은 그의 작품을 슬며시 일본의 사회파 소설과 같은 부류로 밀어넣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사건의 전개과정과 해결이 되는 이야기 안에 단순히 미스터리 스릴러만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을 드러내며 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소설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드 타이트'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이 밀리고 피곤할때여서 그랬는지 저녁에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단숨에 몰입하여 읽기는 힘들었다. 이야기의 시작 자체가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여성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어 잔인하게 맞아 죽는 장면인데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읽기에 그리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집중력마저 떨어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인물의 관계도를 정리해보고 일어나가는 것을 되풀이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다. 손에서 책을 놓을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초저녁에 너무 피곤해 일찍 잠들어서인지 새벽 이른 시간에 잠이 깨어버려 삼십여분 책을 읽다보면 다시 잠들고 일곱시쯤 일어나 출근준비를 서두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머리맡에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내리 세시간을 책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속에 끌려들어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여인의 알 수 없는 죽음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아이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으로 아들이 이상행동을 하는 듯 하여 고민끝에 애덤의 아버지 마이크와 티아는 애덤의 컴퓨터에 스파이앱을 설치하여 아들의 일상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애덤이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아들을 찾기 위해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며 쫓아가던 마이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뭐라 요약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와 티아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들인 애덤의 절친 스펜서와 그의가족, 의문의 죽임을 당한 매리엔의 가족, 이웃과 직장 동료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인물들이 여러 형태의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담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연관이 되지 않는 인물들이 사건이 전개되어가면서 조금씩 그 관계가 드러나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순간순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문장이 많이 나오는데 좀 과잉반응이다 싶은 야스민에 대한 이야기는 '선생이라는 작자가 단 10초동안 이성을 잃었을 뿐인데 한 소녀의 인생이 몽땅 변해버렸다'라는 말로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할런 코벤의 소설을 읽는데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하게 한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미국식 소설답게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예상되는 그런 빤한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극적인 장면 연출을 하는 할런 코벤의 이야기 솜씨에 후반으로 갈수록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다.

"마음이라는 건 정말 다치기 쉽고 우린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쉽게 산산조각날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그들은 현실이 얼마나 가느다란 줄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는지 알아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것이고, 그건 그들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실을 차단할 수 없어서 생긴 일"(189)이다. 이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면 '홀드 타이트'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나기 전에 가족을 신뢰하고 그들을 힘껏 끌어 안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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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8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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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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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플럼입니다. 후셀이라는 종인데요, 잭러셀과 푸들이 섞인 휘핏의 잡종이래요. 수영, 제자리높이뛰기, 잡기놀이, 크루아상을 좋아해요. 여우 똥냄새도요! 그림 그리는 에마, 루퍼트 부부와 함께 살고 있어요. 내 동생 리피는 근처에 살고요. 음, 지난 일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어요. 에마가 그림으로 살짝 도와주기는 했는데, 글은 전부 제가 쓴 거예요"

 

플럼 다이어리를 소개하는 플럼의 이야기다. 개뿐만 아니라 어떤 반려동물도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하나의 그림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그림'에 더 집중을 하며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받고 그림을 훑어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와 좋아하는 색감이 한가득한 것을 보면서 책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플럼의 일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플럼이 너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해버렸다. 잠깐 앉아서 읽어볼까, 라는 마음이었는데 다른 일을 미뤄두고 금세 다 읽어버릴만큼.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플럼의 주인님인 에마가 플럼과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건 진짜 플럼의 이야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이런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진짜 함께 살고 있는 개나 고양이 친구가 있다면 너도 한번 읽어보라고 책을 펼쳐주고 싶을 정도이다.

처음 책에 실려있는 플럼의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릴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라니,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느낌이 조금 바뀌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플럼'이라니!! 정말 플럼플럼이다.

 

에마가 플럼을 관찰하여 플럼이 직접 쓴 글처럼 꾸몄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진짜 플럼의 이야기처럼 단순하고 재미있게 읽히는데 에마가 얼마나 플럼을 사랑하고 있는지 플럼의 일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에마가 플럼을 통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발견한 한살 된 개가 그것을 다 먹고 결국 죽고 말았다는, 개에게는 초콜릿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하지 말까 고민하다가 모두가 알아야 할 것 같아 얘기한다고.

하지만 이런 슬픈 이야기는 이것 하나뿐이다. 높이뛰기, 잡기놀이, 수영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플럼의 이야기는 항상 즐겁고 플럼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사랑스러운 미소가 흐르게 된다.

덧붙여서 플럼과 에마의 산책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다가 글을 읽고 빵 터진 것이 있는데, 나는 왜 이 글이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스코틀랜드에서 유일하게 내가 싫어하는 게 있다. 바로 숲. 숲속은 너무 조용하다. 새도 없고. 고작 곰과 여우뿐이다. 에마가 스코틀랜드에서 싫어하는 한 가지는 파리이다. 파리는 난 괜찮은데. 걔네들은 최소한 붙임성 하나는있으니까."(96)

 

플럼의 친구격인 개가 읽어도 재미있고, 한 종 건너 친구인 고양이가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고, 에마의 친구격인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고 사랑스러울 플럼의 일기는 모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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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8 1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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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피클 PICKLE
김수경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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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이라고는 피자를 먹을 때 딸려나오는 짠 반찬 같은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음식점에서 정말 맛있는 채소 피클을 먹어본 후로 나도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리라고 할 것 까지도 없이 피클주스, 그러니까 물과 설탕, 식초의 비율을 맞춰 넣고 기호에 따라 허브나 후추, 소금, 설탕 등을 잘 배합해 만들어서 그냥 부어주면 끝인것이 피클을 담는 방법이다. 처음엔 책에 나온 대로 비율을 맞추고 정량대로 하다가 단맛을 선호할지, 아니면 조금 짠 맛이나 새콤함을 더 느끼게 할 것인지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그냥 대충 막 섞어서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만큼 대충 만들어도 먹을만한 식감을 주는 것이 피클인 것이다. - 물론 아주 맛있는 피클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피클을 좋아해서 이 책을 보자마자 당장 할 수 있는 피클을 찾아 만들고 싶어졌다. 사실 바빠서 당장 뭔가를 만들 시간이 나지는 않아서 책에 실려있는 사진을 보면서 침샘만 자극하고 있었지만.

 

양파, 무, 당근, 오이, 콜라비... 이 정도는 생각했었지만 단감이나 수박의 초록색 속 부분으로도 피클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특히 수박 속으로는 김치를 해 먹는다는 얘기에 어떤 맛일까 싶었는데 왠지 피클을 만들어 먹으면 아삭한 식감에 꽤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이번 여름에 꼭 만들어봐야겠다. 수박을 좋아해서 여름만 되면 몇통씩 사다놓고 식사처럼, 물 마시듯 먹어대곤 하는데, 수박 피클을 만들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여름철 입맛 돋우는 상콤한 피클도 만들어 먹고.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듯 설레임이 느껴진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맛있는 피클을 위한 준비, 라고 해서 "상큼한 맛을 강조하고 싶다면 과일 식초, 매운맛이 들어가길 원한다면 통후추, 각자의 입맛에 맞게 식초, 소금, 설탕 향신료, 허브 등을 조합하여 신선하고 풍부한 맛의 피클을 만들어 보자"라고 설명되어 있다. 몇번 만들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과일 식초를 사용하면 상큼한 맛이 강조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요리에는 문외한인 내게 식초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었는데 지난번에 마늘 장아찌를 만들때 식초의 종류까지 골라서 얘기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맛있다! 피클]에는 간략하긴 하지만 피클의 용기 관리나 피클을 보관하는 법 등의 기본적인 내용도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 백여가지의 피클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어 피클을 좋아한다면 분명 맘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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