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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평점 :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없는 삶일까를 요즘따라 되뇌여 본다.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살이 여정이 평탄한 길일 수만은 없기에 살다보면 수많은 갈등과 번민,욕망과 탐욕이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이러한 어두운 그림자를 슬기롭게 이겨 나가야 삶의 보람과 가치를 마음으로 느낄텐데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이기에 오류와 실수의 반복이 지속되기도 한다.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내 손을 끌어주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살이는 비록 고달플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와 위무에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내 앞에 놓여진 일과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계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것들로 인해 몸부림을 치기를 다반사와 같이 되풀이하면서 인생의 나이테도 두터워져 가고 삶의 지혜와 성숙도가 높아져 갈 것이다.어려웠던 시절의 길이는 개인차가 나겠지만 그 어려움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인간관계,낮은 삶의 질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욕망과 탐욕이 문제라면 눈높이를 낮추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면 그만이다.타자의 시선과 타자와의 비교로 인해 정신적인 갈등과 스트레스,우울증이 높아진다면 삶의 질,정신적인 내면은 더욱 빈약해져가고 암울한 터널을 언제 통과할지 모른다.
정호승시인의 에세이이면서 인생살이의 교훈을 읽노라니 세상은 비록 힘들지만 나 혼자가 아닌 타자와 사물과의 따뜻하고 든든한 애정과 사랑이 있기에 삶은 계속 이어지고 더욱 빛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작가의 시작(詩作)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작품의 세계 및 문체를 잘 알지 못하지만,이 글 속에는 작가의 다채로운 삶의 무늬가 녹아져 있다.한국전쟁 직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고 학창시절 및 생의 대부분을 제2의 고향인 서울에 적을 두고 있다.카톨릭신자이지만 타종교도 관대하게 포용하는 성숙한 면을 보여 주고 있다.글의 중간 중간 타작가 및 타작가와의 만남과 애정을 그리면서 동류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더욱 마음을 후려치는 대목은 가족과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모습이다.작가의 아들이 군입대,제대를 비롯하여 작고한 선친과의 생전 나누었던 부자간의 소풍과도 같던 인간적인 면모,그리고 생존해 계시는 노모에게 효를 다하기 위해 한지붕 밑에 기거하고 있다는 점이 따로따로 살려고 하는 요즘 세대에게 효의 일침을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P16 톨스토이
삶의 길이는 유한하고 단 한 번뿐이다.비록 지금의 고통이 영원하지 않고 단지 소나기마냥 스치고 지나가는 시험물쯤이라고 짐짓 자신을 위무해 본다.작가가 말했듯이 지금의 고통은 팔팔 끓는 물에 삶아진 계란처럼 속이 단단해지느냐,아니면 푹 익은 감자와 같이 단단한 것이 유연하고 부드러워지는 탄력성 있는 존재로 거듭나느냐일 것이다.고통이 지나고 단단한 계란이 되고 부드러운 감자의 꼴로 변모하려면 나름대로 노력과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자신을 기만하지 않고 타인을 속이지 않는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일관해 가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세상이 더욱 사랑스럽고 밝아져 갈 것이다.한국사회는 지금 이념과 소득의 양극화,학연,지연 등으로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다.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누구도 총대를 매려고 하지 않는 비도덕적,양심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돈과 물질,명예와 권력이 높다한들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지도자급에 있는 이들이 보다 더 힘없는 계층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아부어야 할 때이다.
제4부로 나뉘어진 이 글은 수미일관 따뜻하고 애정어린 인간관계,천륜인 부모자식관계,사물을 의인화한 것들이 무미건조한 시간과 세월을 이어가는 내 마음을 일깨우고 있다.특히 작가의 아버님이 생전 비쩍비쩍 지팡이를 짚으시면서 현관까지 따라 나오면서 "힘 내거라"고 위로해 주셨다는 대목이 오늘따라 '찡'한 감동과 회한을 안겨 준다.오랜 기간 중풍,당뇨,폐렴으로 고생하시다 작고한 선친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재산도 많지 않고 학벌도 변변히 않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평생 일만 하셨던 분이다.흠이 있다면 젊은 시절 밥보다는 술로 세월을 보내셨다는 점이다.몸관리는 건강할 때 해야 늙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련다.그러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고,아버지와 따뜻한 대화,인생살이 등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지 못한 점 그리고 병석에 있을 때 손,발이라도 자주 주물러 드리지 못한 점 등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정호승작가의 삶의 얘기를 들으면서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누구의 눈치나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야겠다는 것이다.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챙겨야 할 대상에게 가식이 없는 진실하고 애정어린 마음을 담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새삼 물결처럼 일렁였다.오늘따라 부모가 객지로 장사를 나가셔서 국민학교 입학식에 흰수염을 날리며 국민학교에 데려다 주셨던 흑백사진과도 같은 아련한 할아버지의 모습과 코흘리지 말라고 왼쪽 가슴에 헝겊명찰을 달고 토끼마냥 깡총깡총 국민학교를 향해 뜀박질을 하던 나와 할아버지의 진한 혈연이 애정과 사랑으로 승화되어 내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는듯 할아버지,아버지의 사랑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었다고 새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