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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내가 속한 단체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심하게 공격한 적이 있었다.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적인 폭력으로 심한 인격 모독을 하는 것을 지켜 보게 되었다.
몰론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그 때만이 아니었다.
조용히 그 사람을 찾아가서 그 행동이 얼마나 심한 행동인지, 그리고 그 행동으로 동료가 얼마나 심한 아픔을 경험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니 거이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기억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모르는 척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화를 할 수록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그리고 상대가 어떤 아픔을 경험했는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공감능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상대의 아픔을 모를 수도 있구나...
아니 느끼지 못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요사이 인터넷이나 자라는 청소년의 대화를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정말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구나...
이것이 심각한 상황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공감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상실되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상처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조사함으로서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공감능력이다.
이 공감능력은 갓난아이때 엄마와의 소통을 통해 형성된다.
아이는 자신을 향한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공감능력을 키운다.
아이는 자신의 필요를 어머니에게 공감시키고, 어머니는 이런 아이의 반응에서 만족함의 보상을 받는다.
이 관계는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어머니에게서 타인에게로 영역을 넓혀간다.
따라서 공감능력은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생존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저자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공감능력과 함께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다.
아이는 엄마와 동질감을 느끼고, 엄마나 자신의 필요성(스트레스의 발생요인을 처리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을 경험한다.
따라서 엄마가 없거나, 자신의 필요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느낀다.
엄마는 점차 아이와의 관계를 조절해 가며 이 스트레스 능력을 키워준다.
이 책에서 이 과정에서 예로 드는 것이 '깍꿍놀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얼굴을 피하거나 숨는다.
아이는 이 때 불안해 하며 울게 된다.
그러면 엄마는 '깍꿍!'하면서 아이에게 얼굴을 내민다.
아이는 다시 웃는다.
이런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아이는 자신의 스트레스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엄마와의 유대관계에서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 발전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진화론적인 관점과 화학적 작용으로 설명을 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런 공감능력과 스트레스처리 능력에서 발생하는 '옥시토닌'이란 호르몬이다.
아이가 엄마와 유대관계를 맺을 때 아이와 엄마 동시에 '옥시토닌'이란 호르몬이 발생한다.
이 옥시토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게 하는 호르몬이다.
프레드리 들쥐라는 쥐는 다른 쥐들과 달리 암수가 서로 한쌍씩만 성관계를 맺는다.
이 들쥐를 연구해보니 다른 쥐에는 없는 옥시토니 호르몬이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즉 옥시토닌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아이때 엄마의 친밀한 돌봄이 없으면 이 호르몬이 생성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지고...
공감능력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해 파괴적인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과정을 거친 아이들의 사례가 제시된다.
어린시절 고아원에서 방치되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그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를 맺기 힘들어 하는 이야기...
부잣집에서 여러 유모에게 길러져 한 엄마의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결여된 아이가 나중에 소시오페스가 되는 이야기...
폭력집단에 속한 부모나 남을 속이는 직업을 가진 부모 밑에 자란 아이가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어져 아무런 죄책감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
공감능력이 없는 우울증 엄마 밑에 자란 아이가 텔레비젼에 방치되어 공감능력을 상실하는 이야기 등의 사례가 제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미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우리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특히 맛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들이 엄마와 지속적인 공감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고...
자라면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보다 성적이라는 목표의식에 내몰린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결론적으로 공감능력이 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아이를 부모의 따스한 양육과 친지와 공동체의 돌봄 가운데 키울 것을 제시한다.
책 초반에는 이론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하고, 특히 호르몬과 뇌의 성장과정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조금 어려운 부분이여서 자칫 읽으면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초반 이후부터는 사례를 중심으로 매우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로 전개가 되기에 초반부분만 잘 넘기면 쉽게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환경이나 호르몬의 상황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또래 아이의 신발을 가지기 위해 그 아이를 총으로 살해한 테럴이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아이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머니 역시 갱단에 속한 매춘부였으며, 그의 의붓아버지들도 대부분 갱단단원들이었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의 돌봄을 받고 자라지 못했으며...
갱단문화에 익숙해져서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아이가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트레스처리 능력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상대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그를 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분석은 이 아이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살해를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뇌의 의사결정부분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하였다고 말한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사이코페스들도 모두 본인의 잘못이 아닌 환경의 잘못이 된다.
환경과 옥시토닌 문제가 모든 것의 원인이 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순간의 결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환경이 좋지 않고, 어린 시절 안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타인보다 더 많은 결단을 해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그런 결단과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갓난아이의 양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엄마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아빠와 가족, 친지, 그리고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