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초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이다.
리즈 위더스픈이 주연한 영화와 배경, 그리고 원작에 대한 소개가 담긴 글을 보면서 이 영화를 꼭 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아쉽게도 이 영화가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었다.
상영을 해도 대부분 조조타임이나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미루다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없었고...
아쉬운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여성의 내면의 공허감과 아픔을 동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상대에게는 모두가 타인이게 그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상대의 아픔을 듣거나 보면서 같이 아파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저자인 세릴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라는 미국 서부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을 잇는 4285km의 도보여행코스를
걸으면서 시작한다.
이 책은 그녀가 왜 여자 혼자의 몸으로 세 달 가까이 되는 도보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회상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의 엄마의 죽음이다.
그녀의 엄마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죽었다.
그녀는 엄마를 잃으며 커다란 상실감에 느꼈고....
그로 인해 결혼한 남편과의 관계까지 깨뜨리면서 낯선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심지어는 마약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아픔에 동감하게 되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린시절에 이별하고...
어머니와 누나와 남동생과 힘겹게 살다가...
새 아버지인 에디를 만났다.
그는 친아버지가 주지 못한 자상함과 보살핌을 셰릴과 남매들에게 주었다.
목수인 에디가 일을 하다가 다친 보상금으로 그들은 황무지를 사고, 그것을 힘겹게 개간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삶이 안정되어 갈 무렵 셰릴은 대학에 들어가고, 그녀의 어머니도 함께 대학에 들어갔다.
모녀가 사이좋게 대학공부를 하다가 4학년때어 엄마가 암에 걸린다.
그리고 1년 선고를 받는다.
엄마는 1년 선고를 받았지만 한 달만에 죽게 되고...
엄마의 죽음 이후 그녀의 가족을 해체된다.
그녀는 걸으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동시에 자신을 떠난 엄마에 대한 분노, 끝까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은 새아빠에
대한 미움, 가족을 버린 형제에 대한 분노등과 싸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이혼한 남편 폴에 대한 그리움도...
그녀는 도중에 몇 번 포기할 고비를 만나지만 힘겹게 등산을 이어간다.
그리고 결국 목적지인 '신들의 다리'에 도착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보게 되었다.
그녀뿐만 아니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에는 이렇게 가슴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이 있다.
무엇으로도 그 구멍이 채워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 자녀들이 있지만 그런 것으로 이것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다른 것을 갈구한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준다.
자신의 상처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셰릴의 아픔에 공감하지만...
또한 그녀때문에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아팠을지에 대해 공감을 한다.
특히 그녀의 남편인 폴이....
사랑하는 아내가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자신이 그런 그녀에게 아무 것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마약을 하고, 심지어 그 남자의 아이까지 가지고 유산하는 것을 다 지켜 본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그녀를 떠나 보낸다는 것이....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윤리론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공허함을 매우기 위해 끊임없이 남자를 찾아 다닌다.
등산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과 함께 할 남자를 간구한다.
아마 그녀 안에는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통해 자신 안의 공허감을 메우려 하는 것 같다.
마지 그녀가 마약에 손을 댄 이유와 마찬가지 이다.
이런 관계는 결국 자신의 파괴하고 자신 주변의 사람을 파괴할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걷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사막도 걷고, 눈덮인 산맥도 넘고, 초원길도 걸으며....
그녀의 여정에 동참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녀가 아픔에서 치유되기를 바라는 느낌이었다.
나와 내 주변에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