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보랏빛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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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작품 번역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김정숙 번역가의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명암>. 2년 전 처음 <명암>을 읽었을 때 느낌이 지금도 선명할 정도로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역작입니다. 처음엔 미완 소설이라는 것에 찝찝함도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곱씹을 만한 여지를 준 소설이었어요.

 

미완임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인 <명암>.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장편소설입니다. 집필 중 타계한 나쓰메 소세키. 2016년은 <명암> 탄생 100주년이자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2017년은 나쓰메 소세키 탄생 150주년이 된 해였습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 그동안 열네 작품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비유와 비평이 깃든 그의 소설은 메이지에서 다이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겪은 개인, 가족, 사회, 국가의 규범과 가치를 고민하게 합니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공감되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풍자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B급 코드 냄새를 풍긴 <도련님>, 사색의 묘사가 돋보인 <풀베개>, 이후 소세키식 연애관이 등장하는 <산시로>, <그 후>, <문>에 이르는 소세키 전기 3부작,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등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명암>은 이전의 소설에서 보여준 인간 심리, 마음 작동의 흐름 묘사가 신의 경지에 이릅니다. 그동안 은근히 무시하던 여자 비중을 <명암>에서는 제대로 다룹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달라졌어요!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말이죠.

 

신혼부부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친지, 친구, 첫사랑까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아침드라마로 딱 좋은 가족소설입니다. 그동안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는데,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경제관념 부족한 남편 '쓰다' 만큼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어요. 아내에게 체면은 어찌나 챙기려 드는지, 거짓말이 먹혀들자 득의양양해하는 쓰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 푹푹.

 

 

 

<명암>은 아내 오노부의 내면 묘사가 볼만합니다. 그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선택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신세대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반년 만에 쓰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집니다.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받는 쓰다. 그렇다고 백수는 아니고 직장을 잡아 일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체면치레용 씀씀이에는 못 미치는 벌이인지라 아버지에게 돈을 못 받게 되자 아내에게 면이 안 선다며 골이 난 거죠.

 

 

 

아내 오노부를 대할 때면 자상한 남편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남편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를 버리고 친구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자기를 버렸는지 이유를 명쾌하게 알지 못해 사실 첫사랑에게 애태운다기보다는 미련이 남은 겁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들의 부추김이 결국 흥미진진해지는 코스에서 소설이 딱 끝나버린 첫사랑과의 재회 장면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만 하면
행복해질 가망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 책 속에서

 

아내 오노부는 스스로 선택한 결혼이었던 만큼 결혼생활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것은 자기 안목으로 자기 남편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전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여자가 남자를 다룰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백하는 것만 같아 자존심 상한다 이거죠.

 

이러니 찰떡처럼 사이좋은 부부인 척 행세하면서도 오노부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남편 쓰다를 사랑한 만큼 쓰다에게 한껏 사랑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돈을 못 주겠다는 아버지 대신 여동생이 빌려주겠다 하니 자존심 상한 쓰다. 마침 아내가 돈을 융통해와서 이번엔 아내와 손발이 좀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다 여동생에게 제대로 한소리 듣습니다.

 

쓰다와 오노부는 남의 호의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겁니다. 돈은 갖고 싶지만 돈을 내민 호의는 필요 없다는 식의 행동을 한 쓰다와 오노부에게 여동생이 일장연설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2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시누이에게 당하는 오노부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는데, 이번에 읽을 땐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남편이란 아내의 애정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해면동물에 불과한 걸까."며 공허함에 사로잡힌 오노부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인 셈이더라고요.

 

남편과 여동생의 대화 중에 "오빠는 언니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까요"라는 폭탄 발언을 엿들은 이후 더 불안해진 오노부. 절대 사랑을 추구한 오노부에게 의심이라는 한 조각이 들어차게 되니, 앞으로 오노부의 행보가 어떨지. 이쯤 되면 정말 막장드라마로 전개될 법 합니다.

 

 

 

김정숙 번역가의 <명암>은 기존에 읽었던 것과 살짝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번역가에 따라 읽는 맛도 달라집니다. 김정숙 번역가는 조금 더 청년들의 화법을 많이 사용한 느낌입니다. ~했네 대신 ~했어, ~하는 건가 대신 ~하는 거지? 식으로요. 아이고, 아이~ 같은 추임새도 곧잘 등장해 조금 더 아기자기 발랄하게 읽힙니다.

 

<명암>의 부제를 '완전한 사랑'이라 붙여도 될 만큼 절대사랑을 꿈꾸는 오노부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 행복의 실체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풍성한 인물 라인도 한몫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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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에 로그인 되었습니다 - 전 세계 사이버심리학 1인자가 말하는 충격 범죄 실화
메리 에이킨 지음, 임소연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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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CSI 과학수사팀을 다룬 미드 <CSI : 사이버> 주인공 에이버리 라이언 역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 메리 에이킨 박사의 책입니다.

 

세계 최초의 사이버심리학자, 범죄수사 전문가 메리 에이킨 박사는 "생각에서 시작해, 인터넷에서 생명을 얻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인 사이버 범죄를 연구합니다.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조직적 사이버 범죄로부터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미지의 세계 사이버의 악영향에 대해 그동안 정말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이버 이펙트가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걸 깨닫게 한 책입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는 사이버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이버심리학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기술이 인간에 의해 선하게 또는 악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건 인지하지만, 사이버 공간 환경이 자신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온라인에는 유약한 행동부터 범죄 행위, 유쾌하고 이타적인 행동부터 어둡고 흉악한 행동까지 각양각색의 인간 행동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사이버 환경이 현실 세계보다 안전하다고 여깁니다. 관리 감독 부재, 익명성,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 등 사이버 공간 환경의 특징은 탈억제를 용이하게 만듭니다. 온라인에게서 더 대담하게 행동하는 거죠.

 

 

 

먼저 인터넷 등장 이후 일상으로 번진 페티시를 통해 정신건강에 문제 있는 취약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특별한 욕구나 약점을 가진 사람이 클릭만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세상과 만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해 전력 있는 여성이 사람을 찌르는 페티시를 가진 남자를 만났을 때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사례 등 개인에게 온라인의 충동성, 익명성이 미치는 영향은 컸습니다.

 

 

 

기술에 폭력이 만나면 극단적인 충동성, 계획하지 않은 충동적 행동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게임 중독 등은 익히 들어온 사례라 생각하겠지만, 믿기 힘든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었어요. 슬프게도 한국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에 관한 사례가 다뤄졌네요.

 

위대한 사회는 강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아니라
가장 약하고 취약한 계층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로 판단된다.

- 책 속에서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사이버가 미치는 다양한 영향 중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취약 계층인 미성년자들의 악영향 사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에서는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현실보다 심각한 사이버 왕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유해하지 않은 셀피 등의 숨은 기능을 끄집어내 인터넷이 청소년들의 정체성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도덕적 사각지대인 사이버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자아 변화는 결국 공감 버튼을 누르면서도 정작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현상, 또래와의 현실 속 상호작용이 부족한 채 성장하면서 사이버 자아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 주역이 될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사이버에서의 무분별하고 경솔한 행동은 매우 현실적인 결과를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의사놀이를 하게 하는 사이버콘드리아 현상은 없던 병도 만들어냅니다.

 

암거래 사이트 딥웹 세상도 놀랍네요. 청부 살인 제공 사이트, 도용 데이터 판매 사이트 등 다크넷에서의 범죄와 피해 사례를 짚어줍니다. 3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관리 감독도 없고 책임져줄 사람도 없습니다. 사각지대가 너무 많습니다. 메리 에이킨 박사는 인터넷에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수영할 얕은 수심의 공간이 있는지 묻습니다.

 

 

 

중독, 강박 행동, 사이버콘드리아 현상, 딥웹 등 사이버 세상의 부작용 사례를 파헤친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이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실용적 필수품인 인터넷.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실용 필수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독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논쟁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합니다.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실체이며 앞으로의 인류 생존에 핵심이라면, 나름의 방식으로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지 배워야 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은 기성세대가 사이버의 영향력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라고 합니다. 기술보다는 사람들의 삶과 사회에 초점 맞추라고 합니다. 사이버심리학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나와 내 가족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이 보일 거라고 조언합니다.

 

기술로 인해 쉬워진 범죄 행위. 온라인으로 장소를 옮겨 변이한 사건투성이입니다. 처음엔 흥미진진한 사건 파일 읽는 기분이었는데 생각보다 영향력이 큰 사이버 문제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히는 계기가 된 <사이버 범죄에 로그인되었습니다>. 최고의 사이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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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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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발행된 <일하는 여자들>이 북폴리오와의 협업으로 종이책으로 탄생했습니다. 독자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인 만큼 영감, 용기, 이해, 공감 가득한 <일하는 여자들>.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영화감독 윤가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자주, 작가 최지은, GQ 에디터 손기은, 공연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지이선, 기자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N잡러 홍진아.

 

나이, 경력, 분야 다른 열한 명 인터뷰이들.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고, 동등한 파트너 개념보다 어린 여자애로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20대 중반 때 "내가 가진 열정, 아이디어 같은 것을 다 뽑아가기만 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며 직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낸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여자들도 절실한 생명력이 있다는 걸 알아주지 않는 사회. 자신이 가진 능력, 자산을 계속 활용할 수 없다면 밭을 갈아서라도 판을 열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내 인생의 사장님이 되는 것". 나 자신이 움직이는 오피스가 되는 것으로 백은하는 늘 그래왔듯이 목적지로 가는 길이 없다면, 스스로 길을 내면서 가고 있습니다.

 

 

여자가 일하면서 겪는 부당함은 건드리기만 해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여자니까 이러이러 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에서 안 해도 되는 고민들을 하게 만드니까요. <일하는 여자들>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선, 가치 평가 때문에 움츠러드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낮은 인식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을 놓지 않았다는 게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실력이면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월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게 됩니다. 그들의 패거리에는 못 들어가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자들.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기에 오히려 앞설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아야 하는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결혼이란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줍니다.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사는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씨는 아이가 세상에 나온 이후 변수가 정말 많아졌다고 합니다. 사회적 환경이나 인프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한된 상황을 기회 박탈이라며 주저 않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고정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일상의 균형을 스스로 맞출 수 있는 프리랜서의 길.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프리랜서가 되어야 하는 상황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후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두 개의 직장과 네 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N잡러 홍진아 씨의 인터뷰도 인상 깊었어요. 다능인이더라고요. 그녀는 일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 서로 연결되어서 내 삶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라봅니다. 여전히 하나의 직장에 속해 있는 정규직을 위한 이 나라의 법을 꼬집기도 합니다.

 

 

 

조금만 나이 먹어도 그 나이의 여성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그래서 대부분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만드는 사회. <일하는 여자들>의 여자들 열한 명은 사회에서 밀려난 프리랜서가 아니었습니다. 여자 OOO가 아닌 사람 OOO로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었습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여성의 노동 환경은 자기계발, 개인적 차원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하고 에너지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에 초점 맞추라고 조언합니다. <일하는 여자들>은 무엇이든 자신에 맞는 방식을 찾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독한 언니 같은 조언이나 감성 짙은 한탄은 없습니다. 순진한 희망을 품게 하는 입바른 소리도 없습니다. 무척 담담하게 발언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큰 울림을 줍니다.

 

파이팅!
같이 울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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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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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딸 대신 여행길에선 오롯이 '윤선영' 자신이 되어 있음을 깨달은 후 여행을 이어온 윤선영 저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서도 여전히 방학마다 여행 갈 생각에 빠져있는 천상 여행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10년 넘게 홀로 여행했지만 서른 줄 넘어서니 슬슬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 그리웠다네요. 그 첫 스타트를 무려(?) 가족여행! 국제선은 이번에 처음 타 보는 엄마를 여행 파트너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꼽사리 낀 골드미스 이모까지. 여자 셋이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인도로 말이죠. 호불호가 극명한 인도를 선택한 이유는 엄마의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무조건 인도로 GO!"

 

아니, 왜 하필 인도죠? 젊은 시절의 엄마가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즐겨 읽었고, 당시엔 인도가 유행이었다고 하는군요. 인도는 엄마의 젊은 시절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윤선영 저자도 원래부터 인도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20대 때 네 번이나 다녀왔을 정도로 인도 홀릭입니다. 그런 그녀조차도 엄마의 첫 해외여행지가 인도보다는 다른 곳이길 은근 바랐을 정도였지만. 결국 인도행으로 낙찰.

 

 

 

세 여자의 인도 배낭여행기. 시작부터 불안의 조짐이 스멀스멀~
이모님 배낭은 도라에몽 주머니! 고무장갑까지 챙긴 저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까칠 대마왕 이모의 배낭을 함부로 손대기도 어렵고 ㅋㅋ

 

 

 

인도에 도착하고서부터 엄마와 이모는 호기심쟁이가 됩니다. 도대체 왜 도시에 염소가 있는지, 인도를 처음 찾는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다 신기합니다. 인도엔 흔한 사이드미러 없는 택시. 여사님들 초긴장 상태 돌입합니다. "우리 나눠서 타고 가까? 셋 다 죽으면 시체는 누가 한국에 가져가노?"라는 빵빵 터지는 대사는 기본. "여기는 인도니까."로 모든 답을 해결하는 센스 답변까지.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는 초보 여행자의 시선에서 다른 나라 문화의 충격을 소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캘커타에서는 사랑의 선교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면서 흔한 관광지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었어요. 그러고 보면 인도 여행기 책들은 유독 관광지 이야기는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인도 그 자체의 문화가 그만큼 충격적이어서일까요.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에서는 윤선영 저자가 왜 인도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밝혔는데 다른 인도 에세이에서는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No problem.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는 인도. 어떻게 보면 게으르고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인도를 찾는 이들이 한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여유를 한껏 누려보고 돌아오게 되나 봅니다.

 

엄마와의 첫 여행에서 엄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어린 시절 붙어있을 때는 그저 불평불만의 상대로서의 엄마였을 뿐이고, 독립 후에는 1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엄마와 마음만은 가장 가까우니까 모든 걸 다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알게 모르게 선입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엄마와 인도 여행을 하면서 딸은 더 성숙해집니다.

 

 

 

관광객으로 여행을 해왔던 그녀는 엄마야말로 여행생활자 스타일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낯선 곳에서의 빠른 적응력은 그저 뻔뻔함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마인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여행 중에 평소 생활 태도와 달라질 것은 없는데 말이죠. 여행을 일상의 일탈 목적으로 여길수록 여행 중에는 뭔가 다르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바라나시에서의 무념무상 일상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쉼표를 줍니다. 숨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안개의 도시 맥그로드 간즈도 무척 인상 깊었어요.

 

인도 여행에서 저렴한 망고를 몇 킬로씩 먹다가 망고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모 에피소드도 재밌었고, 카레 쳐다도 보지 않던 엄마가 마지막엔 한식을 포기하기도 한 에피소드 등 가족과 여행하다 보면 분노가 솟구치다가도 찡한 마음에 울컥할 때도 많죠.

 

 

 

'이 여행은 엄마와 이모를 위한 여행이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여행했다는 윤선영 저자는 이제 엄마와 이모에게 코 꿰어버렸어요. 여행지에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엄마를 보면서 앞으로 엄마와 여행 자주 다녀야지 결심하다가도, 막상 닥치면 혼자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한 게 자식 마음 ㅋㅋ. 또 가고 싶어서 병 나버린 이모와 "나도 데려가라." 한 마디 던진 엄마. 빵빵 터지며 읽은 책이어서 다음 여행기도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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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오키나와 - 2018-2019 최신판, 분리형 가이드북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오원호 지음 / 길벗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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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무작정 따라하기 TRAVEL 시리즈는 이번 오키나와 가이드북으로 처음 접해봅니다. 구성이 무척 독특한 여행가이드북이네요. 미리 보는 테마북, 가서 보는 코스북 두 권으로 아예 나눠져 있어요. 분리형 가이드북이어서 1권 테마북은 여행 계획 세울 때 살펴보고, 여행지에서는 2권 코스북 위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크게 한 장으로 펼쳐지는 드라이브 지도도 있습니다.

 

 

 

관광, 체험, 음식, 쇼핑 등 내 여행 목적과 취향에 맞는 테마를 소개한 1권. 테마북 형태는 그동안 접했던 여행 가이드북과는 차별화된 구성이어서 사실 처음엔 좀 낯설었어요. 인기 명소, 베스트 해변, 테마파크, 골목여행... 이런 식으로 볼거리도 테마를 정해 소개합니다. 다만 이런 구성이 단점은 있었어요. 지금 소개하는 이곳이 대체 어디쯤에 있는 거지? 궁금할 때 2권을 펼쳐봐야 하거든요.

 

 

2권 코스북 몇 페이지에 나오는지 일일이 표시되어 있어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큰 지도에서도 찾기 쉽게 표시되어 있고요. 이런 구성은 처음부터 동선 위주로 살펴보고 싶을 땐 그다지 맞지 않고,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장소를 발견하면서 테마 여행을 원할 때는 최적의 가이드북인 것 같아요.

 

 

 

 

1권 미리 보는 테마북에서는 볼거리, 음식, 체험, 쇼핑과 관련한 다양한 테마를 선보입니다. 음식만 하더라도 향토 음식, 건강 가정식, 예쁜 카페 등 알차게 구분해뒀더라고요. 해변 액티비티, 스노클링, 고래 관찰, 오키나와 온천, 이색 숙소, 공방 체험, 버스 투어, 류큐 문화 체험 등 체험과 관련한 테마도 다양하게 소개했습니다. 쇼핑몰, 편집숍, 드러그 스토어, 로컬 특산품,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 등 쇼핑도 말할 것 없고요.

 

 

 

오키나와 사람들의 솔 푸드 소바. 모든 오키나와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소바 식당이 있다고 할 만큼 소바 식당이 많은데, 어디서 먹어야 할지 소바 맛집도 무척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테마북의 내용은 하나의 포스팅으로 선보여도 좋을 만큼 내용이 알차다는 게 장점입니다.

 

 

 

2권 코스북은 일반적인 여행가이드북과 비슷한 구성입니다. 오키나와 본섬, 이에 섬, 민나 섬, 케나마 제도, 미야코 섬, 이시가키 섬으로 구분해 장소별로 소개합니다. 사진으로 이동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자유여행자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효과가 있네요.

 

 

 

오키나와 하면 보통 렌터카 필수인 곳으로 알고 있는데 뚜벅이족을 위한 여행코스도 있더라고요. 뚜벅이 2박 3일부터  5박 6일까지, 렌터카는 2박 3일에서 6박 7일 코스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오키나와 본섬에서는 공항이 있는 나하와 남부, 중부, 북부로 나눠 뚜벅이족을 위한 대중교통과 렌터카 여행자를 위한 안내가 잘 나와 있어요.  30분 거리의 이에 섬과 민나 섬, 2시간 거리의 케라마 제도, 미야코 섬, 이시가키 섬에 관한 내용이 차례로 나옵니다. 

 

 

 

지역별 추천 코스와 해당 지역에 있는 명소, 체험, 음식, 쇼핑을 소개하는데 이때 1권 테마북에서 본 곳이 지역별로 쏙쏙 포함되어 있어요. 마지막엔 인덱스까지 있어 이름만으로도 해당 페이지 후딱 찾아볼 수 있어 편합니다.

 

오키나와 본섬과 주변 섬 핵심 지역을 상세하게 소개한 무작정 따라하기 오키나와. 일본에서도 베스트에 손꼽히는 명소가 많은 오키나와인 만큼 들러보고 싶은 해변만도 엄청 많더라고요. 일정별, 테마별, 지역별 코스를 다양하게 실어 이 가이드북을 보고 나니 오키나와는 겨우 한 번 가는 걸로는 안 되겠는걸 싶을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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