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어 사놓고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잔뜩 쌓여 있고,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책도 잔뜩이다.
그런 데다 일 때문에 읽을 필요가 있는 책,
누가 보내주었으니 읽고서 고맙다는 편지라도 써야지 하면서 그대로 놔둔 책,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책꽂이를 한차례 죽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읽고 싶은 책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골치 아픈 것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것 자체가 아니다.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고 만 것이다.
전철을 타거나 목욕을 할 때,
또는 치과 로비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붙고 말아
무슨 책이든 들고 가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책 따위 하나도 읽고 싶지 않은데,
책보다는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싶은 기분인데도
책을 읽고 싶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탓에,
읽고 싶은데 읽을 거리가 없다는 갈증에 허덕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 에쿠니 가오리의 『울지 않는 아이』 p.67~68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마음인가 봅니다.
책장 가득 읽지 않은 책들이 줄줄이 있는데,
또다시 서점을 서성이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