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도 스마트폰 계산기



  스마트폰으로 숫자를 더하거나 뺄 수 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여느 계산기보다 화면이 한결 넓어서 스마트폰으로 더하기나 빼기를 하면 한결 보기 나을 수 있다. 헌책방지기기 책값을 셈한다. 책손은 책방지기 옆에서 책값을 어찌 셈하는지 지켜본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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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으로 이룬 골목



  책방으로 이룬 골목에 들어서면 여기를 보아도 책방이고 저기를 보아도 책방입니다. 책방골목에 책물결이 흐릅니다. 어느 책방에 깃들어도 책내음이 가득 번집니다. 이곳에서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고, 저곳에서는 책 열 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읽을 책을 손에 쥘 수 있고, 앞으로 보름이나 한 달쯤 넉넉히 즐길 만한 책을 가슴 가득 안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책방골목으로 찾아가서 바지런히 온갖 책을 그러모을 수 있습니다. 책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읽을 테니까요. 오늘 읽을 책과 함께 먼 모레에 느긋하게 읽을 책을 알뜰살뜰 장만합니다. 새로 나오는 책도 장만하고, 판이 끊어져서 새책방에서는 자취를 감춘 책도 장만합니다.


  작은 책방에서는 책꽂이 앞에 서서 가만히 책을 바라봅니다. 큰 책방에서는 골마루를 천천히 거닐면서 책을 바라봅니다. 작은 책방에서 작은 책꽂이에 알차게 간추려서 꽂은 책을 바라봅니다. 큰 책장에서 너른 책꽂이에 넉넉하게 건사한 책을 바라봅니다. 어느 책이든 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내 마음길을 따사로이 비추어 줍니다.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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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03-30 11:39   좋아요 0 | URL
보수동인가요?? 이제 웬만한곳은 헌책방 골목이 없어지는것 같다군요ㅜ.ㅜ

숲노래 2015-03-31 00:09   좋아요 0 | URL
헌책방골목은 부산에만 있어요.
다른 곳은 `골목`이 아니고 `거리`인데,
책방거리가 `출사지`는 되어도 `책나들이터`로는
좀처럼 거듭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되살리는 아름다운 책



  우리가 책방에 들어서면서 설렐 수 있다면, 내 마음을 새롭게 지필 만한 책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방에 들어서면서 하나도 안 설렌다면, 내 마음을 새롭게 지필 만한 책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 책’을 찾아서 읽어야 내 마음이 두근두근 떨리거나 기쁘게 설레지 않습니다. ‘어쩌다 저 책’을 만나서 읽으니 내 마음이 안 두근두근하지 않아요. ‘뜻밖에 그 책’을 골라서 읽기에 안 설레지 않습니다. 어떤 책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내가 마음을 기울여서 손에 쥐는 책 하나가 나한테 빛이 되고 씨앗이 되며 이야기가 됩니다.


  내 둘레에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디딘 책방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나는 나 둘레에서 무엇을 볼까요. 나는 내가 스스로 찾아간 책방에서 어떤 책을 헤아리면서 손에 쥐는가요.


  내 주머니에 맞추어서 책을 고르나요? 내 마음을 살펴서 책을 만나나요? 더 값싼 책을 사려고 하나요?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길에 반가운 동무가 될 만한 책을 장만하려고 하나요?


  내 손에 아름다운 책을 쥘 때에 내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비싼 책이나 값진 책이 아니라,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쥘 때에 내 마음은 두근두근 쿵쾅쿵쾅 뛰다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기쁨이 넘칩니다. 마음에 꿈을 담고, 마음에 사랑을 실어, 마음에 이야기꽃으로 이루어진 숲을 짓습니다. 4348.3.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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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쌓이는 책



  책방마다 책이 쌓인다. 미처 팔리지 못한 책이 쌓이고, 아직 새로운 책손을 만나지 못한 책이 쌓인다. 누군가한테는 보물이라 할 만한 책이지만, 다른 누군가한테는 눈길조차 가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이 모든 책은 우리가 만든다. 읽힐 만한 값이 있다고 여겨 책 한 권을 빚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책 한 권을 엮는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빽빽하게 우거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법 빽빽하게 나무가 자라는 듯싶지만, 쉰 해 백 해 오백 해가 흐르면서 조용히 쓰러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가 많다. 숲에는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면서 푸른 숨결을 나누어 줄 나무가 남는다. 책방에 쌓이는 책 가운데에도 조용히 이곳에서 사라지면서 새로운 종이로 되살아날 책이 있을 테고, 이 모습 그대로 새로운 책손을 만나서 두고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책이 있을 테지. 4348.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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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홀릭 2015-01-13 08:02   좋아요 0 | URL
백퍼 공감
하나 둘 쌓여서 어느새 처치곤란
책 모으는 취미는 없는데

숲노래 2015-01-13 09:50   좋아요 0 | URL
그럴 때는 가까운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하시거나,
가까운 헌책방에 즐겁게 내놓으시면 되지요~ ^^

리더홀릭 2015-01-13 09:5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동네 도서관에 기증 ^^
불행히도 책 갖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숲노래 2015-01-13 10: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 도서관에서 부디 책을 잘 건사해야 할 텐데요.
한국에서는 대출실적이 없으면 도서관에서도 책을 버리니까요 ㅠ.ㅜ

낭만인생 2015-01-13 10:18   좋아요 0 | URL
책이 그냥 좋습니다. 짐이 되긴 하지만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리더홀릭 2015-01-13 10:31   좋아요 0 | URL
최상의 생각 ^^

숲노래 2015-01-13 10:4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즐겁게 책을 잘 돌보면서 아껴 주셔요.
책도 낭만인생 님을 좋아하겠지요~
 

광주 대인시장과 작은 헌책방



  사람들은 밥을 먹으려고 저잣거리에 갑니다. 시골에서는 손수 일구는 논밭에서 밥을 얻지만, 도시에서는 저잣거리에 가서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집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는 어느 동네이든 무척 오래되기 마련이요, 수많은 사람이 얼크러져서 온갖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사람들은 마음을 가꾸려고 책방에 갑니다. 씨앗을 심거나 풀을 뜯거나 나무를 돌볼 적에도 마음을 가꾸지만, 도시에서는 씨앗을 심거나 풀을 뜯거나 나무를 돌볼 만한 너른 땅뙈기를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몸뚱이 하나 느긋하게 누일 방 한 칸을 마련하는 데에도 모두 고단하거나 힘든 만큼, 따로 책을 쓰고 엮고 펴서 ‘마음을 가꾸는 이야기’를 빚습니다. 이러한 책 한 권을 만나면서 마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 합니다.


  광주에 대인시장이 있고, 대인시장 옆에 작은 헌책방이 있습니다. 배가 고픈 이들은 저잣거리를 찾아 먹을거리를 장만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고픈 이들은 헌책방을 찾아갈까요. 아니면 알라딘 중고샵을 찾아갈까요, 아니면 큼지막한 새책방을 찾아갈까요, 아니면 인터넷을 켜서 집으로 책이 날아오도록 시킬까요, 아니면 도서관에 마실을 갈까요.


  새로 나오는 책은 새책방에 있습니다. 나온 지 제법 된 책은 도서관에 있을 법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덜 빌리거나 안 빌리거나 맞춤법이 지난 책은 내다 버립니다. 사람들이 많이 안 찾더라도 아름다운 책은 헌책방에 있고, 맞춤법이 지났어도 사랑스러운 책은 헌책방에 있습니다. 작은 헌책방은 작은 책벗이 작은 손길로 아끼거나 사랑하거나 보듬고 싶은 책을 조용히 건사합니다.


  가방을 메고 작은 헌책방으로 갑니다. 찬바람에 얼어붙는 손을 살살 비벼 녹이면서 책을 살핍니다. 즐겁게 고른 책은 값을 치른 뒤 가방에 넣습니다. 묵직한 가방을 기쁘게 멥니다. 언손을 웃옷 주머니에 넣고 녹이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4348.1.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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