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나비 책읽기

 


  여름을 떠나 보내는 바람이 산들산들 싱그럽고 시원합니다. 텃밭에 부추꽃이 흐드러지고, 흐드러진 부추꽃 사이사이 노니는 나비들이 춤춥니다. 마음껏 춤추고 마음껏 밥먹고 마음껏 노래하며 이 가을을 즐기렴, 예쁜 나비들아.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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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9-14 21:50   좋아요 0 | URL
ㅎㅎ 나비를 찍으셨네요.DSLR이신가요?? 움직이는 것은 똑딱이는 좀 힘들지요^^

숲노래 2012-09-15 03:01   좋아요 0 | URL
뭘로 찍어도 다 잘 찍을 수 있어요 ^^;;;;
 


 들깨꽃 책읽기

 


  사람들이 꽃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는 이른가을, 들깨는 조용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줄줄이 작은 꽃송이를 맺는다. 들깨는 꽃이 지고 자그마한 열매가 맺었을 적에 꽃송이를 통째로 꺾어서 튀겨 먹어도 맛나지. 잎사귀를 먹어도 즐겁고, 가만히 냄새를 맡아도 좋다. 참깨꽃처럼 꽃송이가 커다랗지 않아 눈에 잘 안 뜨일 만한 들깨꽃이지만, 한여름부터 이른가을까지 붉은 꽃망울 곱게 드리우는 봉숭아하고 나란히 밭두둑을 빛낸다. (4345.9.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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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과 감과 책읽기

 


  지난겨울에 이어 봄까지 감알을 아주 신나게 먹었다. 살아오며 감을 이토록 많이 먹고 둘레에 선물한 적은 처음이다. 가을을 다시 코앞에 두면서 새삼스레 감알을 생각한다. 우리 집 뒤꼍 감나무는 줄기는 크고 곧지만 알은 몇 안 맺힌다. 올해에 달린 얼마 안 되는 알은 거의 모두 태풍에 떨어지고 딱 한 알만 남았지 싶다. 우리 식구 들어오기 앞서까지 한동안 빈집이었고, 할머니 혼자 살며 뒤꼍을 돌보지 못했기에 이 감나무는 알을 제대로 못 맺었으리라 느낀다.


  우리 집 돌울타리하고 이웃한 옆 밭뙈기에 있는 작은 감나무를 바라본다. 작은 감나무인데 굵은 알이 퍽 많이 맺힌다. 태풍에도 그리 떨구지 않은 듯하다. 마을 어귀 감나무는 크고 알이 많이 맺혔는데, 아직 나무에 달린 알도 많고, 바닥에 떨어진 알도 많다.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으니,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감알 구경이 만만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감나무는 스스로 알맞춤하게 알을 달고는, 나머지는 떨구어 스스로 거름으로 삼는 셈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거름으로 삼을 만한 풋감이 많을수록 감나무는 해마다 더 튼튼하게 무르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뒤꼍 감나무가 떨군 애꿎은 풋감을 모두 주워 감나무 곁에 놓는다.


  나는 감알을 먹고 싶어 감나무를 바라본다. 마을 이웃들도 감알을 먹겠다는 생각으로 감나무를 바라보리라. 이 감알을 알뜰히 따서 살뜰히 내다 팔 생각으로 바라보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마을 어디에나 감이 너르고 흔한데, 감알을 어디에 내다 팔겠는가. 게다가 무거운 감알을 이고 지고 읍내에 나간들, 읍내 사람들이라 해서 감알만 먹으며 살지는 않는다. 아주 눅은 값에 도매상한테 넘겨 도시로 보내도록 해야 비로소 감알을 팔 만하리라 본다. 그러니까, 시골 어르신들은 당신 술안주로 감알을 먹고, 도시로 나간 딸아들한테 감알을 부치며, 때때로 놀러오는 당신 딸아들이랑 손주들한테 감알을 내놓을 생각이리라 느낀다.


  감이 익을 무렵이면 날마다 감을 다섯 알쯤 먹을까. 우리 네 식구는 날마다 감을 열다섯 알이나 스무 알씩 먹으면서 지낼까. 뒤꼍 큰 감나무랑 작은 감나무 모두 차근차근 기운을 북돋우며 알을 예쁘게 맺을 수 있기를 빈다. (4345.8.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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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깨꽃 책읽기

 


  참깨를 심어 참깨를 거둔다. 들깨를 심으면 들깨를 거둔다. 그런데, 참깨나 들깨를 따로 안 심었는데 참깨나 들깨가 자라나곤 한다.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심어도 자라나지만, 참깨와 들깨 스스로 잎을 틔우고 줄기를 올린 다음 꽃을 피우고 나서 씨앗을 맺어 퍼뜨리면 이듬해에 스스로 싹이 돋기 마련이다.


  시골이든 도시이든, 여느 사람이 바라보기에 뜬금없다 싶은 데에서 ‘둥글레풀’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곤 한다. 민들레나 쑥 또한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생각하지 못하던 데에서 피어나곤 한다. 그렇지만, 민들레나 쑥은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서 그곳에서 자라난다.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는 도시 곳곳이 온통 시멘트로만 덮이기보다는 풀이 함께 있기를 바라곤 하는데, 이 바람이 솔솔 맺혀 ‘돌 틈 들꽃’이 되곤 한다. 시골에서는 들사람이 들마음을 펼치며 들꽃이 흐드러지곤 한다.


  사랑을 심어 사랑을 거둔다. 내가 심은 마음씨앗이 사랑이라면 사랑을 거둔다. 나는 사랑이라고 말하며 심었으나 정작 속으로는 사랑 아닌 다른 무엇을 생각했다면, ‘입으로 말한 사랑’이 아닌 ‘속으로 생각한 다른 무엇’이 자라난다. 내가 심었으니 내가 거두고, 내가 뿌렸으니 내가 맺는다.


  좋고 나쁨은 없다. 옳고 그름은 없다. 참깨풀이 맺는 참깨풀꽃이 들깨풀이 맺는 들깨풀꽃과 견주어 더 예쁘거나 덜 곱지 않다. 참깨꽃이 복숭아꽃보다 덜 곱지 않다. 참깨꽃이 감꽃보다 더 예쁘지 않다. 참깨꽃은 참깨꽃이요, 참깨꽃은 참깨를 맺는 씩씩한 사랑이다. (4345.8.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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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30 12:21   좋아요 0 | URL
참깨꽃 소박하니 곱네요 첨보아요

숲노래 2012-08-30 12:32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깨를 먹을 때에, 또 깻잎을 먹을 때에,
깨꽃이 얼마나 고운가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늘바람 2012-08-31 12:21   좋아요 0 | URL
님 덕분에 저도 이제 그리 생각할 것 같습니다
 


 지심 책읽기

 


  네 식구 나란히 걷는다. 옆마을 논길을 걷고 밭 사이를 걷는다. 어느 논둑에 몹시 고운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주는 꽃이 있어서 한참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쑥꽃인가 싶더니, 꽃잎이 붙은 줄기를 찬찬히 더듬으니 덩굴꽃이다. 어느 덩굴꽃일까. 이렇게 작은 꽃을 피우는 덩굴풀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 시골집 돌울타리를 타고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하고 같은 갈래인 덩굴풀일까. 풀이름 또는 꽃이름이 궁금해서 마을 할머님한테 여쭌다. 마을 할머님은 “지심이여, 지심.” 하고 말씀한다. 딱히 이름을 알 까닭 없이, 논밭에서 뽑아야 할 ‘지심(김)’이라고 한다.


  엉겅퀴나 지칭개도 언제나 지심이 되어 뽑힌다. 갓이나 유채도 따로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지 않으면 지심으로 여겨 뽑는다. 모시는 이제 거들떠보는 사람 없을 뿐 아니라 아주 빨리 훌쩍 자라니 낫으로 치거나 약을 뿌려 죽인다. 깻잎만 하더라도 다 못 먹는 판이니 모시잎까지 먹으려 하는 시골사람이란 만날 길이 없다. 생각해 보면, 깻잎뿐 아니라 콩잎도 고추잎도 다 먹는 잎이다. 어느 잎이든 다 먹는 잎이요, 밥이 되는 잎이 있고 약이 되는 잎이 있다.


  할머니들이 지심이라 하는 덩굴꽃 두 줄기 꺾는다. 한 줄기는 작은아이 손에 쥐어 준다. 한 줄기는 큰아이 손에 쥐어 준다. 두 아이는 지심꽃을 들고 한참 재미나게 논다.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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