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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좌파생활 - 우리, 좌파 합시다!
우석훈 지음 / 오픈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9.
다듬읽기 265
《슬기로운 좌파생활》
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1.21.
왼길에 서기에 훌륭하지 않고, 오른길에 서기에 착하지 않습니다. 훌륭하게 삶을 짓기에 훌륭하고, 착하게 살림을 꾸리니 착합니다. 우리나라 벼슬자리에 예전에 ‘좌의정·우의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에는 ‘왼오른’이라기보다 그저 임금을 섬기는 자리일 뿐입니다. 오늘날에는 왼오른으로 갈라서며 목소리를 내는 듯싶기는 하지만, 막상 무엇이 왼날개이거나 오른날개인지 아리송합니다. 이른바 ‘강남 좌파’는 왼켠이 아니면서도 마치 나라(정치권력)하고 맞서는 가멸이(부자)로서 허울만 내세우는 이름인데, 숱한 왼목소리나 오른목소리는 으레 ‘쥔놈(기득권)’이게 마련이더군요. 《슬기로운 좌파생활》을 곰곰이 읽었으나 왼살림이 무엇인지 하나도 알기 어렵습니다. 글쓴이한테 어린이나 푸름이가 “페미예요?” 하고 묻는 말에 제대로 대꾸를 못 하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책’은 어려워서 읽기도 힘들지만 안 읽는다고 밝히는데, 이러면서 “좌파에게 남녀평등은 기본”이라고 첫머리에서 힘주어 말하니, 여러모로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글쓴이 스스로 어떤 왼길을 가는지 ‘삶’과 ‘살림’으로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왼삶과 왼살림을 가꾸는 대목은 한 자락조차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왼길을 가는 사람이기에 쇠(자가용)를 안 몰아야 하지는 않되, 뚜벅뚜벅 신나게 걸어다닐 뿐 아니라, 손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살림짓는 매무새가 아니라면, 으레 입으로만 쉽게 외치고 맙니다. 왼쪽하고 너무나 먼 박근혜라는 사람은 오히려 ‘자녀수당·근로장려금’이라는 틀을 마련했습니다. ‘이레일(주7일노동)’을 하면서도 일삯은 쥐꼬리만큼 받는 숱한 일벌레한테 해마다 쏠쏠히 이바지하는 밑돈입니다. ‘시골 논밭’은 참말로 시골에 뿌리를 내려서 살아갈 사람만 사들여서 일굴 수 있는 틀은 이미 예전에 섰습니다만, 숱한 이쪽저쪽 모두 시골 논밭을 슬금슬금 사들여서 쟁여 놓기 일쑤입니다. 오늘날 왼쪽이라 밝힌다거나 새길(진보)을 소리높이는 분들치고 시골살이를 들여다보거나 헤아리는 사람은 아주 못 봅니다. 그리고 왼눈으로 보자고 말하려면, 먼저 ‘말글’부터 쉽게 가다듬어야 할 텐데, 왼갈래에 서는 이들은 오른갈래에 서는 이들보다 글을 훨씬 어렵게 씁니다.
ㅍㄹㄴ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
나의 믿음이다. 좌파에게 남녀평등은 기본이다
→ 나는 믿는다. 왼쪽은 누구나 어깨동무이다
→ 나는 믿는다. 왼길은 무릇 너나우리이다
10쪽
데이트할 때 비용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자기효용만큼 지불하면 된다
→ 만날 때 돈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곧, 쓰는 만큼 치르면 된다
→ 만나서 돈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먼저, 쓰임새만큼 내면 된다
13쪽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이 네 가지 비非, 4B를 일종의 운동으로 실현하겠다고 결심한다
→ 안 만남, 안 섞음, 안 맺음, 안 낳은, 이 네 가지 ‘안’, ‘네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한다
14쪽
같은 종류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에게 던져본다
→ 나한테 똑같이 물어본다
→ 스스로 똑같이 묻는다
179쪽
그 순간부터 별의별 욕이 가열차게 벌어진다
→ 그때부타 갖은 막말이 불타오른다
→ 그때부터 온갖 말로 깎고 괴롭힌다
280
혁명의 시대는 갔어도 취미의 시대는 아직 가지 않았다
→ 너울날은 갔어도 좋은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 불꽃날은 갔어도 즐김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302
어차피 이번 생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사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이고, 정말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지옥에 가지 않는 정도 아닌가 싶다
→ 뭐 이 삶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살자고 여기고, 참말로는 불구덩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
340
부디 내일의 좌파는 오늘의 좌파보다 “좌파인데요”라고 말하는 게 덜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 부디 다음 왼날개는 오늘 왼날개보다 “왼쪽인데요” 하고 서슴없이 말하는 나날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 부디 이다음 왼쪽은 오늘 왼쪽보다 “왼길인데요” 하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나라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35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