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측근님의 블로그에서 곱게 구워진 만두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탄했다. 게다가 깔끔하게 담아낸 솜씨까지. 크- 그래서 작년 4월, 내가 구운 만두가 떠올랐다.






하아- 나는 내가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리에도 이렇게 병맛일줄은.. 몰랐다. 와인 안주를 준비한거였는데, 파프리카를 먹고 싶어서, 만두가 구워지는 동안 파프리카를 써는 1타2피를 실현하겠다면 깝죽댔다가 만두를 이지경을 만들어 버린 것..와인과 함께 힐링하려다가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하아- 난 역시 돈 열심히 벌어서 사먹는 걸로...Orz



측근님, 이것이 제가 구운 만두입니다..

계속 저의 측근으로 계셔주실거죠? 비록 만두를 병맛으로 구워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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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구워드릴께요^^ (18년차 주부~)

다락방 2015-01-13 09:36   좋아요 0 | URL
우앙. 멋져요 ♡

해피북 2015-01-1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첨엔 겁없이 만두 그까잇꺼~하고 깝죽대다가 홀라당 태워먹은 기억이나네요ㅋㅋ 이제 만두의 굽기는 불조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6년차 예용ㅋ 제일 약한 불로 노릇해지면 뒤집는게 생명이고 쫀득한 만두를 원하시면 불끄고 물한수저 후라이팬에 두루고 뚜껑덮는 기술까지 마스터했다고나 할까요 까르르까르르~(개콘 수지여신 버전?)ㅎ

다락방 2015-01-13 09:58   좋아요 0 | URL
까르르까르르 까르르까르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역시 만두는 사먹는 만두가 진리다, 라는 걸 깨달은 요리젬병 입니다. ㅎㅎㅎ
만두의 굽기는 불조절이군요! 라면 끓이기도 그런것 같아요. 쓰다 보니 계란후라이도 그런것 같고..전 계란 후라이 하고나면 후라이팬이 머저리가 되거든요... 하아- ㅠㅠ

프레이야 2015-01-1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건 가차없이 버리셨겠죠??
다락방님, 저는 요즘 물만두님이 생각나는 며칠을 보내고 있어요.
그냥 그래요^^

다락방 2015-01-13 09:56   좋아요 0 | URL
많이 탄건 버리고 발라 먹을 수 있는 건 발라 먹었어요.

프레이야님, 물만두님 생각하며 지내고 계셨군요. 흐음.

Forgettable. 2015-01-13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2차 염장 기대하며 눈물 머금고 들어왔다가 빵터짐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1-13 09:54   좋아요 0 | URL
제가 한 요리로는(이건 조리지만) 염장을 지를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ack Reacher 2015-01-1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Dumplings you had cooked seemlike carcinogen. However, if you want me to eat them, I will eat them.
This is the way to show my love for you, darling

Jack

다락방 2015-01-13 09:53   좋아요 0 | URL
발라내고 먹으면 되지 그걸 왜 다른 사람 먹입니까.
맛있는 것, 좋은 것만 먹고 살아도 부족한데 말이지요.
그런 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도 됩니다, 잭.

Jack Reacher 2015-01-13 10: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You are right. Then I will cook dumpling for you without any burns.

Jack

다락방 2015-01-13 11:22   좋아요 0 | URL
땡큐.

건조기후 2015-01-1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락방님도 좋아하고 탄 것도 좀 좋아하고 만두도 엄청엄청 좋아하지만 다락방님이 저따구로 태운 만두는 그냥 불쌍할 따름입니당.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1-13 13:48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이 자리를 빌어 건조기후님과 저 탄 만두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이건 백프로 제 잘못입니다. 흑흑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르고숨 2015-01-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읏. 무슨 추상화 같아요. 예수님 얼굴도 찾겠는걸요?ㅋㅋㅋㅋ
만두를 병맛으로 구워도 측근은 측근! 당근! 만두는 사 먹거나 누가 구워주는 걸로!!

다락방 2015-01-14 09:50   좋아요 0 | URL
예수님 얼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는 그냥 열심히 돈 벌어서 사먹거나 누가 구워주는 걸 낼름낼름 받아먹는 걸로... 하하하하하

그렇게혜윰 2015-01-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렇게 만들기도 힘들 것 같아요ㅠㅠ 살짝 해동을 한 후에 구우심이. . . ㅋ

다락방 2015-01-14 09:51   좋아요 0 | URL
저는 진짜 요리나 조리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전혀, 전혀. 해볼라고 시도하다가 늘 스트레스를 받고 끝나요. ㅠㅠ 제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만든 적이 별로 없다능 ㅠㅠㅠㅠㅠ 시간은 우라지게 걸리고 맛은 없고 부엌은 초토화 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진 2015-01-1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저건 너무 웃기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1-14 09:51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히히히히히. 나 이런 사람이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을수가 없잖아!
아.. 이 치명적인 오타라니!
















(알라딘 리뷰대회 응모에 체크를 하긴 했는데, 이 책은 그 무슨 탑텐 도서가 아니므로 응모가 안되는건가? 되든 안되든 일단 나는 상금에 눈이 멀었으므로 체크를 해보기로 한다. 앞으로도 계속 해야지.)



저 위에 먼댓글 두 개를 따라가보면 정말이지 '치명적인' 오타에 대한 사례를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톰 롭 스미스'의 책에 대한 것인데, 하아- 오늘, 어찌하여 이러는가, 혹시 같은 출판사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두 권다 노블마인 이었다. 후- 

톰 롭 스미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거 아닙니까, 여러분?


게다가 이 책, 《얼음 속의 소녀들》은 이것 말고도 오타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까다로운 독자가 아니며 관대한 독자에 속하기에(응?), 뭐 오타쯤이야,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거다. 대개는 그렇다. 나는 까다로운 독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지만, 톰 롭 스미스의 책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오타가 이렇게 자꾸만... ㅠㅠ 하아- 님들하, 신경좀 써주셈. 이 책을 얼마나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데, 진지하게 읽고 있었는데, 여자가 새로 이주한 마을에서 고립되어가고 혼자만이 그걸 눈치채가는 그 날카롭고 예민한 상황에서 자지....란 말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책 속에 들어가서 그녀가 되어있던 나는 갑자기 책 바깥으로 퉁- 하고 튕겨져 나오는 겁니다. 에? 아시겠어요? 에? 



그렇지만 뭐, 계속 읽도록 하겠습니다.



엄마는 가방의 앞주머니에서 검은색 가죽 장정을 한, 20년 전에 유행했던 종류의 수첩을 하나 꺼냈다. 그 안에 서류며 사진, 잘라낸 종잇조각 들이 들어 있었다.


원래는 내 생각을 적어놓으려고 샀던 것이 지금까지 산 물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돼버렸다. 이걸 넘겨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메모가 점점 더 많아진 걸 볼 수 있을 거야. 4월에 적은 페이지들을 확인해봐. 내가 농장에 처음 도착한 때 말이다. 그때는 가끔 끼적거린 정도지. 그것하고 석 달 뒤에 쓴 걸 비교해봐. 7월엔 줄마다 빽빽하게 적혀 있잖이. 이 수첩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밝히려고 애썼던 나만의 방식이다. 이게 내 동반자이자 수사 파트너가 됐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건, 여기에 사건들이 일어난 당시, 혹은 불과 몇 시간 후에 그 일들을 적어놨어. 수첩에 적힌 잉크의 시간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경찰의 과학 수사도 내 주장을 뒷받침해줄 거다. (p.44-45)




2015년도 다이어리를 작년 10월부터 사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더랬다. 해마다 스타벅스의 다이어리를 스티커 교환으로 받아 썼는데(아, 산 적도 있다),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껍질과 내용물이 툭, 분리되어 버리더라. 그래서 이번해에는 그냥 다른 좋은 걸 사고 싶었다. 그러다 읽었던 책,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에서 보고 무척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이어리,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를 검색해봤다.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외국 사이트를 통해 구해야 했다. 한번 돈 들여서 사볼까? 했지만 40유로가 넘는 돈을 차마..결제할 수가 없더라. 게다가 배송료도 붙잖아. 하아- 그래서 문구점에 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찾아보았다. 언제나 소지할 것이니 '작고 가벼울 것'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데일리나 위클리는 굳이 필요가 없었고, 먼쓸리만 있으면 되었다. 그렇게 찾아낸 9천원 짜리의 다이어리를 사서는 참지 못하고 11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먼쓸리는 12월부터 있었는데, 걍 썼다. 이런 일에 인내심 같은걸 발휘하고 싶지 않았어...그리고 간혹 거기에 일기를 썼다. 그랬더니 제기랄, 아직 1월 초인데...다이어리가 1/3 밖에 남지 않은거다...하아- 어쩌지...다시 한 권 더 살까...그렇지만...그간 다이어리를 써왔던 걸 보면 사실, 초에 반짝 쓰고 좀 지나면 안쓰게 되던데...작년 다이어리도 아주 많이 훤- 한데. 흐음. 미리 샀다가 엿먹겠지? 그치만...앞으로 쓸 게 많아질 수도 있잖아? 흐음.....



이런 고민을 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던 차에, 저 위에 인용문을 이 책에서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지 말자. 사지 말고 나중에 다 쓰면, 다 썼는데 일기를 계속 쓰고 싶으면, 나도 빈 공간을 빽빽하게 작게 채워가면서 쓰자. 어차피 나만 볼 거고 나만 읽을 거니까. 아, 그런데 금방 다 쓸것 같다. 엊그제도 앉아서 딱 한 줄 쓰려다가 세 장을 써버렸어... ㅠㅠ



여튼, 저 책을 다 읽었는데, 하아- 이런 내용인 줄 몰랐어서...우울했다. 내가 톰 롭 스미스의 책을 또 읽은 것은, 전에 읽었던 그의 책 《차일드 44》가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레오가 자신의 틀 안에 자신의 정의대로 살고 있다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걸 인지하며 변화하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결국 어떻게든 여전히 정의롭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제 오전에 시청한 《서프라이즈》에서는, 미국에서 한 어린 아이가 아빠를 잃은 사연을 SNS 로 접한 사람들이, 그 아이의 바람대로 모두 현관에 불을 켜두는 사연이 소개됐는데, 그걸 보면서도 남동생에게 나는 말했었다. 사람들은, 참 의외의 곳에서 한없이 착해. 쓸데없고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참 착해, 라고. 여튼 이 책, 《얼음 속의 소녀들》은 흥미롭게 읽었지만, 《차일드 44》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 날개의 작가 소개를 보다보니, 차일드 44의 시리즈가 두 권쯤 더 나올 예정이란다. 오호라. 이건 무척이나 기대되는 일이다.



이 책 속에서 아버지는 어머니가 미쳤다고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범죄자라고 하는데, 이 관계가 깨어지는 걸 본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가 훅- 들어왔다.


"지금 우리 관계에 대해 물어보는 거니?"

"40년 동안 함께한 세월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무너질 순 없어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도 파탄날 수 있어. 넌 지금 안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거야, 다니엘. 넌 항상 그랬지. 내가 말해주마.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굳은 우정도 하룻밤 사이에 쓸려가버릴 수 있고, 연인도 단 한 번의 잘못을 시인했다가 적으로 변한단다." (p.183)



나 역시 동의한다. 40년은 긴 세월이다. 40년간 둘 사이에 어떤 신뢰와 어떤 애정이 그 관계의 바탕이 됐다한들, 그것은 한 마디 말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이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물론 그 사이가 틀어진다한들 좋아했었던 시간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때때로 좋은 기억들이 찾아와 부지불식간에 괴롭히겠지만, 그러나 그 기억들만으로 붙들지 못할, 파탄날 만한 일들이 둘 사이에 존재한다면, 그 관계는 어쩔 수가 없다. 40년이 아니라 전생부터 이어져온 400년 혹은 4,000년의 관계라해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나는 상대가 누구든, 치명적이라 생각하는 한 가지를 맞닥뜨렸을 때 관계를 끊은 적이 있다. 한 번은 깊지 않은 관계라 그다지 고민이 없었고, 다른 하나는 무척 좋아했던 사람이라 마음이 아팠다. 굳은 우정도 하룻밤 사이에 쓸려가버릴 수 있고, 연인도 단 한 번의 잘못을 시인했다가 적으로 변한다, 는 틸데의 말은, 그러므로, 옳다. 관계의 유지는 그러므로, 신뢰와 애정 이외의 다른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노력일 것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일 테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계속, 오래, 무너뜨리지 않은 채 유지하고 싶다면, 애를 써야 하는 것일 테다.  어찌됐든 40년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걸 보는 건, 슬픈 일이다. 그 당사자들은 아마 더 슬프겠지만. 그건 분명 지옥이겠지.


이 인용문에 대해 오늘 아침 정식이와 대화를 나누는데, 정식이는 내게 친구와의 오랜 인연을 자기는 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길 자기 친구들은 모두 침착하고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하는거다. 이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나는 어? 나는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데, 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식이는 내게 말했다. 유일한 예외가 다락방이라고 ㅋㅋㅋㅋㅋㅋ나는 초흥분녀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진심으로 화났을 때 말고는 진짜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는 스타일이라 ㅋㅋㅋㅋㅋㅋㅋ 차분해져야지, 나도. 



또 틸데는 옆집 사는 하칸의 부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엘리세는 하칸의 여자였어. 하지만 하칸은 엘리세의 남자가 아니었던 거지. (p.245)



이건 진짜 너무 아픈 문장이라서, 슬픔이 폭풍치듯 밀려와서, 완전 슬픔이 쓰나미로 닥쳐와서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기로 하겠다. 조낸 싸대기를 후려 갈기는 문장이다. 뭔지 너무 알겠다. 하아-




며칠전에 B 는 내게 2015년에는 책장에 사두고 안읽은 책을 다 읽는 걸 목표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걸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나는 내 돈을 주고 책을 사지 않는 걸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마일리지나 적립금, 광고료로 책을 주문하고 또한 중고샵에 책을 팔아서 들어오는 예치금으로 책을 주문하는 거다. 그 외에 내 통장에서 돈을 써가며 책을 주문 하지는 않는 걸로. 이렇게 하면 책을 사는 게 확 줄어들고, 더불어 사둔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것. 그래서 좋다, 하고 쇼부를 쳤는데, 아 글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너무 읽고 싶은거다!!! 그 한 권만 주문을 하고 싶은데 마일리지와 적립금을 합쳐도 턱없이 모자라고, 일단 알라딘에서 주문하려면 오만원 이상은 해야 머그컵이라도 받던가 하니까, 또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당장' 받아 읽을 수가 없으니까 어쩔까, 하다가, 그래, 내가 내 통장에서 돈 빼서 책을 사는 건, 암묵적으로 알라딘 주문을 말한 거니까, 오프라인에서 한 권만 사자!!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면 '당장' 읽을 수 있고, '한 권만' 사는 게 가능하고, 뭐, 내 돈주고 '주문'한 건 아니잖아? 내 보기에 이건 '똑똑한' 결론이다. 조낸 스마트하다. 뭐랄까, 나는 정말이지 문제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해결하고자 생각하면 반드시 해결을 하고 마는 능력녀인 것이다.  조낸 멋져. 머리 열나 좋아. 이것이 문제다, 를 인식하는 순간 재빨리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나는!!!!! 굳!!!!!



여튼 토요일에는 외출해서 영화 《마미》를 보고, 사당역의 반디앤루니스로 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샀다.




















이십대 중반에 읽었던 이 소설에서 내가 기억하는 건 꽤 한정적이었다. 지극히 일부였다. '공개적으로 변한 사랑은 무게를 더한다'는 말과, '당신의 힘을 왜 내게 사용하지 않죠?' 하고 묻던 것. 이 두 가지 모두 '사비나'의 말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기억이 정확한지는 더 읽어봐야 알겠다. 또한, 고등학생때 보았던 영화 《불멸의 연인》을 떠올렸던 것도 기억한다. 영화 《불멸의 연인》은 베토벤이 진정 사랑한 여자를 찾아내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그가 사랑한 여인이 동생의 아내인 걸로 밝혀지면서, 베토벤이 죽어가는 순간 그녀에게 필담으로 묻는다. '그래야만 했나?' 라고. 그러자 여자는 '그래야만 했어요' 라고 역시 필담으로 답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야만 했나'는 문장이 나왔고, 그때 그 영화를 떠올렸던 기억이 나는 거다. 며칠전에 이 책에 대해 우연히 B 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이 책의 서로 다른 부분들을 각자 인상깊게 읽었다는 걸 알게 됐다. 뭐, 당연하겠지만. 그러자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내가 가진 책은 오래전에 팔아서 다시 사야 했던 거다. 그래서 다시 읽는데, 오, 완전 재밌다!!!!!!!!!!!!!!!!!!!!!!!!!!!


나는 쿤데라의 소설을 몇 권 읽었고, 아직까지 베스트는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책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읽으면서 했다. 아직 몇 장 못 읽었는데 와, 진짜 초재미있음. 게다가 테레자 에게 감정 이입 조낸 되는거다. 토마시는 여러 여자들과 연애를 하고 그걸 즐기고 싶기 때문에 그들과 텀을 유지한다. 또한 여자의 집에 가서 섹스를 하고 오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침대에서 여자를 '재우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여자들에게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자신의 집에서 자지 못하게 하는데, 여기에 예외가 테레자였다. 테레자는 마침 그를 찾아온 날 아팠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의 침대에서 '재우게'된 것. 혹여라도 테레자가 이걸 계기로 자신의 집에 얹혀 살게 될까봐 그는 테레자에게 집을 구해준다. 그러나 그 둘은 사랑하게 되고, 테레자는 토마시가 여러 여자를 만난다는 걸 알게 된다. 뭐, 이건 모를 수가 없겠지. 그리고 이게 테레자는 몹시 괴롭다. 그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섹스한다는 사실이. 테레자는 토마시에게 '그러지마' 라고 말하는 대신, 매일 슬픈 꿈을 꾼다. 꿈에서 테레자는 많은 여자들 때문에 늘 괴롭다. 아..불쌍해.. ㅠㅠ 씨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계속 읽었다. 테레자가 토마시를 맞닥 뜨렸을 때 배가 아팠던 장면이 나왔다.



그녀가 처음 토마시의 아파트 문턱을 넘었을 때 그녀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기차를 타기 전 늦은 아침에 플랫폼에서 먹은 샌드위치를 제외하곤 점심도 저녁도 먹지 않았기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자기 육체를 등한시하다간 쉽게 육체의 희생자가 되는 법이다. 토마시와 마주 선 그 순간 자기 배가 발언권을 행사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황담함이란! 그녀는 거의 울음보가 터지려 했다. (p.69)



아, 너무나 끔찍하다. 세상은 이토록 잔인해. 아니, 내 육체가 이토록 나한테 잔인하다니. 그러나 쿤데라가 말하지 않는가. 자기 육체를 등한시하다간 쉽게 육체의 희생자가 되는 법이라고. 그러니 끼니를 잊지 말고 챙겨먹자!!



인간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이름을 붙이고 난 후부터 육체에 덜 불안해했다. 또한 이제는 영혼이란 뇌의 피질부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영혼과 육체의 이원성은 과학 전문용어에 가렸고 오늘날에는 그저 싱거운 웃음을 자아내는, 시대에 뒤떨어진 편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창자가 내는 꾸르륵 소리를 한번 듣기만 한다면, 영혼과 육체의 단일성, 과학 시대의 서정적 환상은 단번에 깨지고 말 것이다. (p.72)



아! 이 부분을 읽는데 나는 coldplay 의 노래, <scientist>가 생각났다. 그래서 유튭에서 찾아 들었다.


http://youtu.be/EdBym7kv2IM



와- 너무 행복했다.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아무도 크게 음악을 틀지 않았고 아무도 통화하지 않았다. 나는 앉아 있었고,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책을 읽다가 기억을 떠올리고 음악을 떠올리고, 이어폰을 꽂아 그 음악을 찾아 듣고. 이 모든 순간순간이 정말 좋았다.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출근길을 좋아했다. 나만의 세계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연결되는 것들을 떠올리는 이 순간이, 내가 이룬 내 세상, 나만의 세계였다. 이걸 좀 더 지속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점이 어디든 거기에 다다를때까지 이 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 그러나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이 행복한 시간은 금세 끝났다. 바로 양재역이어서 내려야 했던 것. 아, 아쉬워라.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잠드는 시간들은 결코 좋지 않지만,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내는 시간들은 무척 좋다. 아무도 없는 동굴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내 친구 J 는, 항상 내게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앞뒤 다 잘라먹고 툭, 내 마음만 말해도 그저 거기에 맞는 답을 해준다. 토요일 늦은밤, 상심한 마음을 나는 J 에게 건넸다. 힘들다는 내 말에 J 는 이렇게 답을 보내왔다.



<전 사람은 자신의 깊이만큼 괴로워한다고 생각해요.>



앞뒤 다 잘라먹은 내 말에 저렇게 적절한 대응을 해주는 사람이 내 친구다. 이렇게 대응해줄 수 있는 친구는 J 밖에는 없다. 나는 그걸 알기 때문에 그 순간  J 를 떠올리고 말을 건넬수 있었던 것이다. J 의 저 말에, 나는 내 깊이를 보았다. 내가 너무 깊어서 그렇구나, 내가 너무 깊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힘들었고 힘들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 내가 너무 깊은 걸.




지난주에는 한 알라디너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자가 아닌 전화가. 어? 하며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그 분은 내게 아픈건 괜찮으냐 물으셨다. 페이퍼 읽다가 아프다는 말에 끝까지 읽지도 않고 안부를 묻는다고. 이 뜻밖의 안부전화는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라, 나는 전화 걸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인사했다(평소의 나는 전화통화를 싫어한다). 그리고 나 다 나았다고도 했다. 그러자 그 분은 전화를 끊기 전에 갖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다. 


언니가 책 사줄게요.


라고 하시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괜찮다고, 말씀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갖고 싶은 책은 내가 사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내게 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이렇게 복을 받았냐,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뭐 갖고 싶으니 사달라고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저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좋았다. 나는 복받은 사람 ♡






며칠전에는 오래전에 받은 이별선물을(ㅠㅠ)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나는 그것이 책장 맨 아래에 있는 서랍에 들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꺼내본 선물은 예뻤다.




너무 예뻐서 책장에 꺼내어두고 있을까, 저렇게 펼쳐둘까, 하다가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조카...가 오면 분명히 예뻐서 가져간다고 할텐데, 그럴때 내가 안된다고 박박 우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그렇지만 이걸 조카에게 주고 싶진 않아......그래서 다시 고이 접어 있던 곳에 두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다가 '우연에 의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는데,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니 이건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제목은 아마도 '몇 번의 우연으로 우리는 여기에 이르렀을까' 쯤이 될 것 같다. 암튼 완전 재밌다, 이 책.





아침에, 연애가 끝난 친구와 잠깐 대화를 나눴다. 우린 결론을 내렸다. 연애는 해도 힘들고 끝내도 힘들다고. 그리고 또, 빌어먹을..이라고 했다. 조만간 치맥이나 하자, 친구야. 나도 빌어먹을 너도 빌어먹을, 우리 모두 젠장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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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2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1-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엥? 테레자에게 감정이입???
오호.....

2.네.. 술마시고 전화 안할께요 ㅡ..ㅡ:::::::::::::::::::::::::::::::::::::::::::::::::::::::::::::::::::::::::::::::::::

3.내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좋겠다
내 마음을 받아주기만 해도 좋겠다
그러다
내 마음 같았으면 좋겠다 라고
바람이 바뀌니 마음에 바람이 끊이지 않는게 연애인듯.
바람나고 싶어라!!!!


다락방 2015-01-13 09:50   좋아요 0 | URL
1. 테레자에게 감정이입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테레자 질투 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님하..술마시고 전화하삼. 특히 나 술 취했을 때요. 님은 내 술취한 목소리를 좋아하니깐요. 섹시로 무장한 내 취한 목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마음속에 욕심이 자라나는 거, 그게 너무 무섭고 아픈 것 같아요. (진지버젼)

무해한모리군 2015-01-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책 사줄게요.

아 멋진 멘트예요. 세상에 언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5-01-13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오빠... ( ˝)

좋은날 2015-01-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번호도 알고..통화도 하고 그분이 부러워요..

다락방 2015-01-13 09:49   좋아요 0 | URL
좋은날님, 그게 왜 부러우세요. 제 전화번호 드릴게요. ㅎㅎ 저는 전화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합니다.

2015-01-1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1-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 중반에 참을 수 없는,을 읽으셨군요. 그럼 작년에 읽으셨단 얘기?? 암튼 올해 리뷰대회는 포기하세요. 제가 리뷰 쓰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을 방금 샀습니다. 이걸로 리뷰 써서 일등 먹을 겁니다!

다락방 2015-01-14 09:52   좋아요 0 | URL
아, 뭔가 도전의식 생기는데요, 마태우스님. 저도 도전해보겠습니다. 우리 누가 이기는 지 해봅시다!! ㅎㅎㅎㅎㅎ
 

아.. 이 치명적인 오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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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야만, 했나요?
    from 마지막 키스 2015-01-12 11:14 
    (알라딘 리뷰대회 응모에 체크를 하긴 했는데, 이 책은 그 무슨 탑텐 도서가 아니므로 응모가 안되는건가? 되든 안되든 일단 나는 상금에 눈이 멀었으므로 체크를 해보기로 한다. 앞으로도 계속 해야지.)저 위에 먼댓글 두 개를 따라가보면 정말이지 '치명적인' 오타에 대한 사례를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톰 롭 스미스'의 책에 대한 것인데, 하아- 오늘, 어찌하여 이러는가, 혹시 같은 출판사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두 권다 노블마인 이었다. 후- 톰 롭
 
 
야클 2015-01-0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가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ㅋㅋ

blanca 2015-01-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누르고 나니 내가 좀 ^^;;

꽃핑키 2015-01-0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ㅋㅋ 다락방님 땜에 이 야심한 새벽에 ㅋㅋ 웃음 참느라 죽겠습니다. 옆에서 자고있는 남편님 깰까봐ㅋ 이불로 입틀어 ㅁ막고 미친년 처럼 웃다가ㅋㅋㅋㅋㅋ 덧클 쓸려고 로긴까지 했어요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5-01-09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핑키님 아침부터 보고 빵터진 저보다 나은겁니다 ㅋㄷㅋㄷ

태안너구리 2015-01-0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치명적인 오타인데요...ㅋㅋㅋ

Jack Reacher 2015-01-0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Darling I like it. I believe you do so, too

Jack

완벽한위로 2015-01-0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각하게 집중하며 읽다가 저 오타 보고 완전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5-01-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한걸요....캡춰한 글을 주욱 읽어보니...뭔가...은밀하고 은유적인 표현과 풍자와 해학을 겸비한 뜻으로 ˝그˝ 단어를 오타로 위장해 썼.....을리가 없잖아...!

zake 2015-01-0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저도 편집자로 일하는데 이런 치명적인 오자는 아직 내본 적이 없지만 저걸 나중에 발견했을 편집자를 생각하니 뭔가 짠합니다. 혹시라도 역자나 편집자 중 한 사람이 의도한 거라면 그분의 담력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ㅋ

cobiangel 2015-01-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쑥 끼어듭니다만...진심으로 까암짝 놀라서요ㅋㅋㅋㅋ 절묘하네요ㅋㅋ
 

오늘 새벽엔 악몽을 꾸다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네 시에 가까워 있었고, 조금 이르군, 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렸다. 아침에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한 편의 영화같은 꿈이로군, 싶은데 꿈에서 막 깼을 당시에는 되게 무섭다. 그럴때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악몽 꾸다 깨어날 걸 대비해서 결혼을 혹은 동거를 하는가보다, 하는. 이긍 무서워..


꿈에서 나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뒤를 미행한다. 저 사람은 나를 어제도 미행했는데 싶어 하는 생각에 불쾌한 얼굴로 확 돌아보니,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하지 않고 내게 다가와서는 자신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보이며 형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경찰뱃지가 아니라 수갑을 꺼내 신분을 증명하죠? 왜죠?) 나는 놀라서 형사가 내게 어쩐일이냐 묻고, 형사는 원래 내가 용의자였는데 결정적 증거가 있어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으므로 안심하라고 말했다. 다만 참고인 자격으로 물을 게 있다는 거다. 그래서 알겠다며 형사의 옆에서 걸었다.


걷다가 놀이터 근처의 이상하고 야릇한 분위기의 가게를 보더니 그 안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한다. 장사를 그만둔 가게 같았는데 기존에 뭘 했었는지조차 모르겠는 가게다. 여긴 왜요? 라고 물으니 여기가 수상하다는 거다. 내 사건과는 별개로. 잠깐만 살펴보자고, 여긴 뭔가 있는 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알겠다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책상 하나를 두고 아저씨 한 명이 음침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또래 아이들 셋이 그 안에서 놀고 있었다. 형사는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말을 하더니 가게 안을 둘러보고 바닥에 구르는 (압정 같이 생긴)핀을 주워 들며, 여긴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 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이곳은 이상했고 저 아저씨의 분위기도 이상했으며 아이들의 분위기도 이상했다. 아이들에게 나랑 잠깐 바깥에 나가서 놀래? 라고 물어보는데 아이들 모두 고개를 젓는다. 다들 바깥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여자 하나 남자 둘이었는데, 나는 이 아이들이 협박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나를 따라나간다면 저 아저씨로부터 얻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거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물었다. 왜 아이들이 바깥에 가는걸 싫어하죠? 라고. 그러자 아저씨는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아느냐고 한다. 아이들 엄마는요? 이 아이들은 모두 형제인가요? 아저씨는 아이들 엄마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뭔가 분명 수상한데 결정적 증거를 잡을 수 없어 형사는 내게 이만 돌아가자 하고 나는 알겠다고 말하며 나가려다가 이내 잠깐만요! 하고 소리친다. 가게 내에 문이 또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수상한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은 것. 아저씨 저 문 열어봐요, 라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싫다고 했고 형사는 내게 왜냐고 물었다. 저기 정말 수상해요 뭔가 있어요 빨리 열어봐요! 라고 내가 소리쳤고 형사는 얼른 열어보라고 했다. 아저씨는 일어나서 미닫이문을 조금 민다. 나는 더 열어요, 더! 소리치고 아저씨는 더 열더니 아무것도 없다며 그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자연스레 눕는다. 형사는 내게 아무것도 없는데? 라고 묻고 나는 형사에게 반대쪽으로 열어봐요, 라고 요청한다. 열려있던 문을 반대쪽으로 여니 거기에는 욕조가 있다. 형사는 그 욕조로 다가가고, 있다! 한다. 나도 얼른 가서 욕조 안을 살펴보고, 발가벗은 성인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오, 이것은 무슨 스릴러 영화 한 편이 아닌가!)



빨리 경찰에 신고해요! 라고 내가 말했는데 형사는 일단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시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사진은 내가 찍을테니 얼른 전화해요!' 라고 했다. 그래서 형사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꺼내 전화를 하려는데 너무 굼뜨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고 내가 전화를 걸어야겠다 싶어 시체 사진을 두 방 찍는다. 그리고 형사가 불러준 형사의 번호로 문자메세지를 통해 사진을 보낸다. 형사가 아직 경찰서에 전화도 걸기전인데 제기랄, 이 살인범은 침대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오더니 어느틈에 손에 쥔 빈 맥주병으로 책상을 쳐서 날카롭게 만든다. 그러더니 그걸 갖고 내게 덤빈다. 죽여버리겠다고.



아니, 왜 형사가 아닌 나를 죽이려는거지? 나는 무서워서 뛰었고, 그는 깨진 맥주병을 들고 나를 따라왔다. 나는 막 뛰다가 주차된 자동차 뒤로 숨는다. 숨을 고르고 그가 어디있나 보니 그는 두리번두리번 나를 찾다가 내가 보이지 않자 냅다 도망가기 시작한다. 맥주병을 들고. 나는 이대로 저사람을 보내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찌르거나 죽일것이다 라는 생각에 내 핸드폰을 열어 형사의 전화번호를 찾는다. 아까 사진을 찍고 전송해달라고 해서 문자메세지로 전송을 해준 기억이 난 것이다. 그렇게 번호를 찾고 통화버튼을 누르는데 아, 그 살인범은 다시 자신의 가게 앞으로 와서 이 형사를 노리는 게 아닌가! 내가 있는 곳에서는 형사가 보인다. 나는 형사에게 속으로 외친다. 빨리 전화를 받으라고, 그가 당신 주변에 있다고. 형사의 전화가 울리자 형사는 자신의 전화기를 보고 나임을 직감한다. 그래서 여보세요, 하고 받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모습에 살인범도 그 전화를 내가 건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다시 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아...무섭다. 나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내가 있는 곳을 들켜서는 안된다. 살인범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살인범이 보인다. 나는 이대로 도망갈 수 있다. 무서우니 도망가고 싶다. 그러나 이대로 도망가면 저 사람을 잡지 못할 것이고, 잡지 못한다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여기에 숨어서 기회를 노려 저 사람을 잡아야 한다. 그러다 다시 또 무서워져서 그냥 도망가자 싶다. 저 사람을 잡는 건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또 아 지금 경찰이 못잡으니까 내가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 싶다. 그러다 또 이내 도망가자 하는 생각이 든다. 무서우니까. 그래서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도망갈까? 하고. 



그러다 잠이 깬것이다. 오..... 힘들어.........




어제 정식이랑 대화를 하다가 정식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무어냐'는 질문을 내게 했다. 근거? 사실 내게는 무언가 '그럴 것이다' 라고 할 때 '근거'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어제 대화중에도 그랬다. 근거? 없다. 다만 내 느낌만이 있을 뿐. 그래서 정식이에게 말했다. 너는 코웃음치겠지만 근거라면 내 느낌 뿐이다, 라고. 내가 가진 건 촉 뿐이다, 라고. 그러자 정식이는 비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 촉은 맞을 때가 많지, 라며. 위 꿈에서도 그랬다.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느낌만으로 '저 문을 열면 뭔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걸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느낌'으로 짐작하는 것, '느낌'으로 추측하는 게, 얼마만큼의 신빙성을 가질 수 있을까? 아마 이성과 논리로 무장된 사람이라면 '감'이라니, 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지 않을까? 그것만큼 불확실하며 불명확한 게 어디있어? 라고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나는, 내 감이 내게 있어 꽤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가진 건 그 감 뿐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일을 설명할 때 거기에 대한 근거를 조리있게 댈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논리적은 글은 아예 쓰기를 포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부분의 많은 것들을 감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무언가를 '알겠다' 라고 깨닫게 되는 것 역시 그 '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사실 내게는 이것이 꽤 유용한 근거이다. 또, 유일하기도 하고.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굉장히 빈약한 근거겠지만, 내게 있어서만큼은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중요한 건, 이 감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가 없다는 것. 다만 나중에야 '네가 맞았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요즘에야 나는 '생각' 보다 '느낌'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동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게, 내게는 '느낌' 혹은 '감'이었던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다. 이를테면 음, 뭐가 좋을까. '저 사람은 나를 좋아(혹은 싫어)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 때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라고 밖에 대답을 못하는 거다. '손가락이 길어서' 라든가 '코가 커서' 라든가 '곱슬머리 라서' 라든가 하는 어떤 근거를 댈 수가 없는 거다. 그냥 그럴것 같아서 그러는 거다.  


순전히 감에 의지해서 저 문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서 말이 길어졌다. 에헴.



그런데, 꺅 >.< 내가 사랑하는 바톨로티 부인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그래서 무척이나 반가웠던 것이다. 꺅꺅꺅 >.<

















바톨로티 부인 앞으로 등기가 도착한다. 그러나 부인은 그 봉투를 뜯기를 주저한다. 느낌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서 봉투를 뜯어보세요!"

키티가 재촉했다.

"혹시 좋지 않은 소식이면 어떻게 하지?"

바톨로티 부인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바톨로티 부인은 처음부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은 일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었다. 세무서에서 편지가 와도 절대 뜯어 보지 않았다.

"그냥 편지를 불에 태워 버리자."

"혹시 좋은 소식이 들어 있으면요? 콘라트가 큰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키티가 말했다.

"느낌이 안 좋아. 느낌이 나쁜 편지야."

바톨로티 부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얼른 뜯어 봐야지요. 나쁜 일은 모르고 있는 것보다 알고 있는 편이 더 좋아요."

키티가 말했다.

바톨로티 부인은 주머니에서 하늘색 봉투를 꺼내어 키티에게 건넸다.

"키티야, 네가 읽어라. 난 도저히 못 읽겠어." (p.136-137)



그리고 그 편지는 바톨로티 부인의 '느낌대로' 나쁜 편지가 맞았다. 물론 바톨로티 부인과 내가 아주 똑같지는 않다. 우리는 편지만 받고도 그에 대해 좋은 느낌 혹은 나쁜 느낌을 대번에 받을 수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뜯어서 확인'을 꼭 해보는 편이다. 나쁜 편지라면 더더욱이, 뜯어서 확인하고 그에 대한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편지를 받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받은 이상 어쩔 수 없다. 나쁜 예감이 들지만, 그 나쁜 예감을 없애려면 그 문제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건그렇고,


이 책은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데 '완벽한 친구' 사이인 남녀가 함께 부모가 되었을 때는 얼마나 서로를 못마땅해 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서로 각자 싱글인 나이 든 여자와 남자, 그 둘은 정말이지 사이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올해 쉰다섯 살이고 한때는 자기도 '한창 좋은 시절'이 있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에곤 씨는 일 주일에 두 번 바톨로티 부인과 만난다.

한 번은 바톨로티 부인이 에곤 씨를 찾아가고, 또 한 번은 에곤 씨가 바톨로티 부인을 찾아온다. 바톨로티 부인과 에곤 씨는 만나면, 먼저 영화나 연극을 보고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신 다음 맨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러 간다. 

일 주일에 두 번 에곤 씨는 바톨로티 부인을 '베르틀라인'이라고 부르고, 바톨로티 부인은 에곤 씨를 '에글라인' 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감기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들를 때에는, 바톨로티 부인은 에곤 씨를 '약사님' 이라고 부르고 에곤 씨는 바톨로티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서로 특별한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바톨로티 부인과 에곤 씨는 매주 토요일과 화요일에 만났다. (p.11)



우앙 좋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른들의 모습이다. 각자 자신의 할 일이 있고 평소엔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다가 일주일에 두 번 만나서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술을 마시는 사이라니. 게다가 커피까지. 

설 연휴에 남동생가 시래기제육볶음에 소주를 마시면서, 나는 남동생에게 말했더랬다. 아 진짜 나는 소주가 너무 좋아. 정말 좋아. 그래서 만약 내가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하거나 연애를 한다면, 진짜 술 마실 수 있는 사람하고 하고 싶어. 이건 진짜 같이 즐겨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이라고 말했다. 그때 남동생은 이렇게 대꾸했다.



그래라.



아.........진짜  쿨슄하다. 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 닮아서 쿨슄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도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도녀 누나로부터 내려받은 성질로 차도남이 되었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얘기 하려던게 아닌데...



암튼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친구사이인 그들이 아이의 '엄마'와 '아빠' 역할을 맡으면서부터는 처절하게 찢어지는 의견을 갖게 된다. 한쪽은 다른쪽의 자유분방함이 싫고 또 이쪽은 저쪽의 꽉막힘이 싫다. 한쪽은 친구 관계와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고 한쪽은 점수에 관심이 많다. 하아- 서로에게 그런점을 고치라고 말하고 마음에 안들어하는데, 아, 역시 어떤 포지션이냐에 따라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크- 친구로서 좋은 사람이 동료로서 좋다는 보장이 없고, 동료로서 좋은 사람이 남자로서도 좋을 거라고는 결코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크- 소주가 땡기는구나.(응?)





이게 오늘 내가 작성한 트윗인데, 신나가지고 먹었는데 아놔- 소화가 안되네. 나는 우유를 잘 못마시는데 이런 요구르트도 안되겠구나...하아- 2015년 보라색 데일리 다이어리(프롬 알라딘)에 이제부터 식단 일기를 적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날짜를 적고 덴마크 요구르트를 적어둔 뒤에 속이 불편하다고 적었다. 진짜 꽉 막힌다. 우유 마시면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빨간 볼펜을 꺼내 덴마크 요구르트에 동그라미를 하고 '절대 마시지 말것' 이라고 적어두었다. 대체적으로 나는 우수한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고 세상 대부분의 음식을 다 소화시키는 것 같은데, 덴마크 요구르트는 예외다. 앞으로 우렁총각이 또 이걸 올려두면 다른 여직원에게 양보해야겠다. 이놈아, 그냥 커피 올려놔라...아메리카노로........난 음료는 커피랑 술이랑 물만 마신다고!!




아침엔 출근하면서 '공일오비'의 <때늦은 비는>을 몇 번 들었고, '심규선'의 <5월의 당신은>을 반복해 들었다. 들으면서 641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내 앞으로 여자 한명과 또 그 여자 앞으로 여자한명 남자한명이 걷고 잇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세 명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거다. 읭? 셋이 다 돌아봄에 당황했는데 그 중 한명이 울회사 직원이더라. 그 직원이 빵터져서 과장님! 하고 자지러지게 웃는거다. 아...아뿔싸. 나는 말했다.




나 노래불렀어?




그러자 직원은 빵터져서 웃으며 네, 하는 거다. 하아- 5월의 당신은...을 속으로만 불렀는 줄 알았는데 어느틈에 바깥으로 불러버린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부분이었다. 




알아채줘요.



크-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




여튼 오전 09:00부터 점심 먹고 싶다고 동료 직원에게 징징댔던 나는, 이제 그 점심을 먹으러 가겠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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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1-0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참....스팩타클하네요....(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식단일기는 다들 아는 정형화된 단어보단 약자로 표현해보세요. 예를 들어 고기는 M으로 표기하고 그 M에 동그라미 넣으면 소고기, 네모면 돼지고기 세모면 닭고기....그 외의 고기는 별표. 말하다 보니 일기엔 M투성이겠군요.

다락방 2015-01-08 09: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M 투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들의 풀네임을 써보겠습니다. 스테이크, 족발, 돈까스, 치킨..이런 식으로다가 ㅋㅋㅋㅋㅋ
아 어제 저녁 것도 써야겠다. 휘리릭-

무해한모리군 2015-0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꿈에서조차 다락방님이 나보다 정의롭다니... 나는 동지들을 살인귀 손에 두고 죽자살자 들판을 뛰었는데...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위해 맞서다니!!! 위험한데 갈때는 다락방님이랑 이라고 달력에 메모해둬야지.

아 저는 편의점 삼시세끼.
어제 먹은것 : 김밥 2줄, 피자 1조각, 밤12시 야근후 라면
오늘 먹은것 : 편의점 샌드위치, 옥수수 과자 반봉, 우유
적다보니 눈물이 ㅠ.ㅠ

다락방님이 노래부르는거 듣고 싶다. 올려주세요 ㅎㅎㅎ

다락방 2015-01-08 09:03   좋아요 0 | URL
아...휘모리님의 식단을 보니 눈물이 ㅠㅠ
음 그러고보면 역시 아름답기 위해서는 적게 먹어야 되나 싶기도 하네요. 너무 헤비하게 먹어서 너무 헤비한 육체를 가지고 있나..라는 반성이 절로 듭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의로운걸까요? 글쎄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잖아요. 순식간에 약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아이들이라 그런것 같아요. 아이들이 거기에 있어서. 전 아이를 보호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요.

노래는 언젠가 반드시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휘모리님 요청 덕에 올린다는 코멘트도 잊지 않도록 할게요. ㅎㅎ

Jack Reacher 2015-01-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Darling, I like your dream.
See you tonight in your dream. I will protect you.

Jack

다락방 2015-01-08 09:08   좋아요 0 | URL
브라이언 아담스가 두 명의 가수와 함께 부른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이 있어요. all for one 인가 제목이..거기에 그런 가사 나오거든요.

i`ll be the wall that protect you
from the wind and the rain
from the hurt and the pain

기억하는 가사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 가사 되게 좋아했는데...
잭 리처한테 듣네요. 후훗

Mephistopheles 2015-01-08 09:14   좋아요 0 | URL
그 두명이...무려...로드 스튜어트와 스팅인데...브라이언 아담스를 너무 편애하시니 졸지에 쩌리로 격하되버리는 기현상이....ㅋㅋㅋ

다락방 2015-01-08 09:18   좋아요 0 | URL
아 메피스토님. 저 딱 걸렸네요.
저 브라이언 아담스 되게 좋아했거든요. ㅋㅋㅋㅋㅋ
의적 로빈후드 주제가 불렀잖아요.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그거 부를때 완전 반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엄청 좋아했어요. 저 노래도 그래서 들었어요. 로드 스튜어트랑 스팅은 아오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01-0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새벽, 배후세력. 비밀단체. 살인. 살인교사. 부패권력집단등이 나오는 악몽을 꾸다 번쩍 깨어났어요 어둠 속에 혼자 순식간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한 소름이.
그래서 점심은 무엇을 드셨었나요? 전 양파와 상추 샐러드~ :D

다락방 2015-01-08 09:11   좋아요 0 | URL
으악. 꿈은 나중에 얘기할 땐 괜찮은데 꾸고나서 깬 직후엔 진짜 너무 무서워요. 실감나서. 막 계속 울기도 하고 ㅠㅠ

그나저나 식단이 아름답네요, 아른님. 예쁘달까...
육덕진 저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사시는군요...하아-

레와 2015-01-0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단일기랑 운동일기랑 같이 적어도 멋지겠당. ㅎ

나도 해봐야지.

다락방 2015-01-12 08:47   좋아요 0 | URL
이게 밀리면 적기 빡신다요 ㅋㅋㅋㅋㅋ 짜증나 지금 ㅋㅋㅋㅋㅋㅋ 다이어리가 회사에 있어가지고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5-01-1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깡통소년> 읽기 시작했어요.오~ 이책 재밌는데요?? 이제 막 배달와서 영양제를 물에 풀어서 아이에게 부어줬어요. 그런데 이런 재미난 (그리고 오래전에 나온, 게다가 어린이) 책을 어디서 찾으신건가요?

다락방 2015-01-12 08:4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알라딘의 달걀부인 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히히.
 

괜찮아 보이는 거,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이 두가지는 정말 괜찮은 건 아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글을 올려놓고 잘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그건 채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결국 그 글은 내려야했고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이 반나절의 시간이 내게는 고통의 시간이었고, 그래서 어제 아침부터 탈이 나기 시작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뒤집혔고 출근하는 내내 구역질이 났다. 점심을 거르고 약국에 가 약을 사 먹었고 온 몸이 추위로 떨렸으며 오후부터는 어지럽기 시작했다. 괜한 짓을 했나보다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멘탈 갑이라고, 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되는 것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점점 더 머리가 아팠다. 남동생에게 퇴근길에 나를 기다렸다 태워가라 일렀고 남동생은 우리 회사앞에서 내가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남동생의 차에 올라타자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좌석이 너무 뒤로 쳐진 것 같아, 라고 하니 남동생이 의자 밑에 뭔가를 조절하라고 했고, 나는 손으로 더듬었지만 찾을 수 없어 내버려두었다. 일단 그냥 갈게, 하고. 남동생은 신호가 걸린 틈을 타 자신이 찾아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나는 어지러우니까 좀 내버려둬 일단 그냥 갈게, 했다. 나는 마음껏 아프다고 투정을 부려도 좋았다. 


집에 가서는 저녁을 거르고 씻고 누웠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추워서 달달 떨고 있었더니 아빠가 안방에 있는 온수매트를 작동시켜 주셨다. 여기 들어가 누워 있어, 라고. 나는 보통 온수매트 위에 눕는 걸 싫어하고 침대가 아닌 데 눕는 걸 싫어하지만 아빠 말대로 했다. 아빠는 잠시후 이불을 더듬더듬 만져보시며 따뜻해졌냐 물으셨다. 그러더니 우리 병아리 아프지 마, 라고 하셨다. 나는 거기에 응수했다.


응 난 아빠 병아리 삐약삐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빵터지셨고 내 다리 쪽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시청하던 남동생은 이게 대체 뭐냐며 삼십대후반 병아리라니, 하고 혀를 차더니 이내, 불쌍하다 닭도 되지 못하고,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아빠는 다시 매트위를 만져보셨다. 이제 따뜻하지? 하고. 그래서 나는 또 말했다.



응 따뜻해요. 난 아빠 병아리 삐약삐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여기서 멈췄어야 되는데, 내가 내 방으로 위치를 옮겨 침대에 누워 있는데 너무 열이 나는거다. 끙끙 앓다가 아빠 방으로 가서 아빠, 내 얼굴 좀 만져봐, 했다. 아빠는 손으로 내 뺨을 만지셨고, 너 열나네, 하셨다. 응. 병원 안가도 되겠냐고 하셔서 응 안가도 돼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거야 라고 했는데, 그러고 그냥 돌아오지 않고 한 번 또 한거다.



난 아빠 병아리 삐약삐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져서 웃던 아빠가 말씀하셨다.


싸대기 날리기 전에 니 방 가서 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딸한테 애교를 바란건 아빠셨잖아요? 근데 왜 이제와서 싸대기 날린다고 하는거죠?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 방에 돌아와서 내가 아는 남자들중 가장 상남자, 울트라 슈퍼 마쵸맨과 통화를 하는데, 하는동안에도 열은 나고 머리는 아프고, 그러고 있었는데, 글쎄, 이 울트라슈퍼마초맨한테 내가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고, 울트라슈퍼마초맨상남자는 신청곡을 받는다고 했으며, 그래서 나는 무려, 그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노래인, 심규선의 <담담하게>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그 노래를 불러줬다. 무려 울트라슈퍼상남자 마초맨이, 심규선의 담담하게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뭐 가히 폭발적인 영향력을 내게 주었는데, 암튼 내 열은 그 노래 듣고 내려간듯? 아침에 생각하니 또 웃긴거다. 상남자의 담담하게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전에 한 남자가 수화기를 통해 내게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는데, 내가 불러달란 것도 아니고 지가 술취해서 부르고 싶어서 부른것 같았는데, 노래는 잘 부르는 남자였지만, 암튼 그때 나는 그게 되게 싫었다. 상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거다. 손은 어디다 둬야 하는지, 전화기를 계속 들고 있어야 되는지. 마치 죽어있는 시간 처럼 느껴져서 진짜 딱 싫은거다. 그 뒤로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박혀 있었다. "노래불러주는남자=쓸데없는시간을만들어내는남자" 암튼 딱 싫어가지고 혹여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남자사람들과 통화를 할때면 애초에 밝히고 시작하곤 했다. 전화기에 대고 노래부르는 남자 딱 싫어, 라고. 그동안 난 대체 뭐하라는 거야?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그런데 어제 알았다. 그럴 때는, 그냥 들으면 되는 거였다. 뭘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들으면 되는 거였다. 들으면서 좋아하면 되는 거였다. 듣는 동안 나는 내내 웃었다. 내가 낫고 있다는 걸, 내가 알 수 있었다. 상남자의 담담하게는 그런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한결 나아있었다. 기분도 좋았다. 밥도 맛있게 먹었고, 아픈 딸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말하며 나는 아침을 차려준 아빠의 궁둥이를 두번 툭툭, 쳐줬다. 엄마가 안산에 가계신데, 내가 아픈 통에 밥을 하고 차리는 것도 설거지도 다 아빠 몫이었다. 뭐 사실, 안아파도 엄마 안계실 때 아침은 아빠가 차려주신다 -0-


어제 노래를 불러준 상남자에게 좋았다고 말했고, 어제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에게 고마웠노라 말했다. 덕분에 나아졌다고.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건 이렇듯 힘이 된다. 내 주변의 나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아침이었다. 그 고마움 때문에 또 기뻤고.




우울한 독서를 마친 뒤에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 앞에서 한창을 고민했다. 역시 잭 리처가 생각났지만, 순서대로 읽고 싶었고 다음권이 내게는 없었다. 검색해서 다음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는 그렇다면 마이클 코넬리를 읽을까 하다가, 아니야,  밝고 아름다운 거, 하고 책장 앞에 서서 아무리 노려봐도, 읽지 않은 책들에 대고 뭐가 더 아름답고 밝은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참에 확-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그래, 이 책이라면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단번에 꺼내들었다.



 














그리고 첫장을 펼치면서부터 나는 아주 크게 만족했다. 우앙- 좋아- 마치 우울할 때 먹는 버터를 잔뜩 쳐바른 빵 같은 느낌이랄까. 



베르티 바톨로티 부인은 흔들의자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피 넉 잔을 마시고, 버터와 꿀을 바른 주먹만 한 빵 세 개와 반숙 달걀 두 개를 먹었다. (p.7)



여기까지만 읽고서도 좋긴 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버터와 꿀을 발랐다지만 결국 빵 세개와 달걀 두 개 뿐이지 않은가. 그러나 그 다음줄은 내 욕망을 반영해줬다.



그런 다음 잡곡 식빵 한 장에 햄과 치즈를, 우유 식빵 한 장에는 소시지를 얹어 먹었다.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는 바람에 커피와 노른자를 흘려 연갈색 잠옷에 얼룩이 생겼다. 빵 부스러기들이 잠옷 속으로 떨어졌다. 바톨로티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빵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한 발로 깡충깡충 뛰었다.(p.7)



아! 너무 좋다. 역시 저게 끝이 아니었어. 햄과 치즈, 소시지!!!!! 완벽한 아침이다!!!!! 아 치킨이 너무 먹고 싶다. 요즘 굽네치킨의 고추바사삭치킨이 유행이라던데, 나도 그거 한번 먹어보고 싶네. 오늘 집에 가서 먹을까? 아픈것도 다 나았으니? 나도 매일 아침에 햄과 치즈와 소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베이컨과 고기가 있어도 좋고. 아, 그럼 정말 좋겠다. 버터는 필시 구비!!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아침 식단은 정말이지 호텔 조식뷔페다. 딱 그거야. 난 그걸 좋아해. 근데 호텔 조식뷔페는 내가 자꾸 갖다 먹어야 되서 귀찮어...다른 사람이 가져다주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가져오지 않아서 또 빡쳐.....그러니까 이걸 한 상 가득 차려 놓는거다. 가만있자, 아침 밥상이 완전 내 스타일인 영화가 있었는데.



이미지는 못찾고 영상만 찾았다. 여기 ☞ http://www.traileraddict.com/did-you-hear-about-the-morgans/breakfast




암튼 혼자 사는 베르티 바톨로티 부인이 이렇게 아침부터 잘 먹는 게 나는 몹시 흡족했는데(나는 혼자서도 아주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무한 애정이 생긴다), 그녀는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톨로티 부인은 욕실로 갔다.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싶었지만, 욕조는 이미 금붕어가 차지하고 있었다. 어제 수족관에서 사 온 작은 금붕어 일곱 마리와 큰 금붕어 네 마리가 욕조 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아무리 물고기이지만 변화를 원할 것 같아서 그 곳에 풀어놓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휴가를 내어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허구한 날 둥근 어항 속에만 갇혀 지내야 하는 물고기가 불쌍해서였다. (p.8-9)



아, 정말 너무 좋지 않은가. 사람들이 멀리 여행을 가듯, 금붕어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톨로티 부인이라니. 이 마음이 너무나 유쾌하고 따뜻해서 모두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이거봐, 금붕어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톨로티 부인은, 가끔 욕조에 금붕어를 풀어 놓는대! 하고 말이다. 그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씨익- 웃음을 짓게 되지 않을까? 



혼자 사는 베르티 바톨로티 부인 앞으로 여덟살 소년이 배달된다. 소년은 부인을 엄마라 부르게 되고, 한 번도 엄마인 적 없었던 부인은 이제 이 아이에게 사랑을 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배달되어진' 소년은 이미 그 나이의 아이가 해야 할 것들을 분명하게 교육받은 상황,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앞으로 알려줄 바톨로티 부인의 이야기가 아주 기대된다. 부디 아이가 가르쳐준 대로만 지내지 않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자기전에 사탕을 먹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라니, 안된다. 죄책감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두 개 연달아 먹었을 때 느끼는 거지, 사탕 하나에 느끼는 게 아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도 한 개 먹었다면, 그때는 영혼이 사르르 녹는 기분만 느끼면 되는 거다. 죄책감은 두 개째부터, 뭐 싫다면 세 개째부터 느껴도 좋다.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잔뜩 발랐다고 그 쾌락에 몸둘 바를 모르며 살짝 죄책감을 느끼지도 말자. 두 개 먹은 게 아니라 한 개 먹었는데, 뭐 그리 죄책감을. 세 개 먹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헤비한 육체는 헤비한 음식으로부터! (  ")




여튼 두 끼를 거르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와- 한층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얼굴이 더 깊어졌달까. 깊어진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출근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내 얼굴의 깊어진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얼굴은 왜 드러나지 않게 아름다운가..왜 은근하게 아름다운가..대놓고 아름다워도 될텐데............



치킨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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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01-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가장 사랑하는 아동문학책이예요.!!

다락방 2015-01-06 10:44   좋아요 0 | URL
가장가장 사랑할 만 합니다, 달걀부인님!! >.<

2015-01-06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1-0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2.이번주 제 메뉴는 아무래도 굽네 바사삭이 될듯하네요.

3.참 좋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사는 다락방님..그죠?

다락방 2015-01-06 11:19   좋아요 0 | URL
1. ^______________^

2. 치킨치킨! 우리 다음에 만나면 치킨 먹어요. 두당 한마리씩 먹읍시다! ㅋㅋㅋㅋㅋ

3. 그보다는 참 좋은 여자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1-06 13:19   좋아요 0 | URL
3. 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1-06 14:39   좋아요 0 | URL
네?
뭐라고요?
안들려요~~~~~~~~~~~~~~~~~~~~~~~~~~~~~~~~~~

Jack Reacher 2015-01-06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If you want to eat a chicken, I will cook two chickens.
If you want to wash the dishes, I will wash the dishes.
If you want to hear a song, I will sing for you.
Do not say me out. Never say, never again.

Jack

다락방 2015-01-06 14:39   좋아요 0 | URL
음..이건 팝송의 느낌이 나네요.
잭 리처님의 직업은 작곡가 입니까?
치킨 맛있게 잘 만들 수 있어요?
여튼 다음엔 위 가사에 곡 붙여 오세요.

꽃핑키 2015-01-06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부분에서 정말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 난 아빠 병아리 삐약삐약ㅋㅋㅋㅋㅋㅋ 이걸로 앞으로 다락방님 계속 놀려먹고 싶어진다는요 ㅋㅋㅋ
그나저나, 그날 그 페이퍼는 어쩐 일인지 딱! 마침 새글 알림을 보게돼서 당장 달려와서 읽고 무척 많이 공감하고, 덧글을 쓰다가 몇번이나 지웠다가, 맘 속으로 열렬히 다락방님을 멋지다! 응원하며 조용히 좋아요 버튼만 눌렀는데.. 것때문에 많이 아프셨다니. 제 마음도 쓰라립니다.
어쨌든 ㅋㅋ 저런 멋진 남자들이 다락방님을 듬직하게 지켜주고 계시니!! ㅋㅋ 마음 놓습니다! ㅋㅋ

다락방 2015-01-08 09:13   좋아요 0 | URL
아, 꽃핑키님. 멋지다 생각해주고 응원해주신 것 모두 고맙지만 제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국 그 글을 감췄네요.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안되는 모양이에요. 그렇지만 응원해주신 마음은 잘 받고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고마워요, 꽃핑키님.

근데 병아리 삐약삐약은 어제부터 하기 싫더라고요. 질렸어요..역시 전 체질상 이런게 안맞는지도 모르겠어요. 귀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1-07 0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1-0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페이퍼에서 가슴 아픈 대목이 있잖아요.

`점심을 거르고`와 `저녁을 거르고`요. 너무 마음 아파요.
다락방님에게 이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예요.

이제 조금 나아졌다니 다행이예요. 깊어진 아름다움을 갖게 되신 것 축하드리구요.
그래도, 아프지 마세요... 아프지 마세요...

다락방 2015-01-08 09:21   좋아요 0 | URL
점심을 거르고와 저녁을 거르고를 한꺼번에 하다니. 말도 안돼. 그쵸?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안아파요, 단발머리님.
바로 다음날 다 나았고요 그래서 족발에 소주도 마셨어요.
와인도 마셨는걸요.
지금도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전 늘 배가 고파요.

단발머리님,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

무스탕 2015-01-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 닭, 엄마 닭 한텐 언제까지고 병아리 맞죠. 병아리가 아프면 닭 가슴에 못 박힙니다. 아프지 마세요.
병아리 대신 닭이 아파줄수도 없고 병아리 혼자 아픈게 아니고 닭도 같이 아프니까 아프지 마세요.

다락방 2015-01-08 09:2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이제 안아파요. 아빠 닭이 보살펴줬거든요. 헤헷
고마워요, 따뜻한 무스탕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