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기 전에 이 책을 조금 읽었다. 지금은 3장, 전쟁과 강간에 관련된 부분을 읽고 있는데, 12월에 《페미사이드》읽을 때만큼이나 힘겹다. 힘들줄 알고 시작했지만, 힘들어. 전쟁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여자들은 숱하게 강간을 당하고 살해를 당한다. 전쟁에 이긴 자들에게 여자들은 마치 승리를 기념하는 양 전리품이 되고. 강간으로 자신의 성취,성공,흥분을 증명하려 하다니, 세상 어리석기 짝이 없다.


여러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지금 읽는 베트남전에서도 마찬가지 미군과 한국군이 최악의 군인들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트남군들은 강간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전쟁에 있었던 군인이나 기자들을 포함한 다른 남자들은, 전쟁에서 여자를 강간하지 않는 그나마 나은 남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나오는 주석이 아래와 같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서 베트남 여자들을 강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바다. 몇 해전 시사인에서도 베트남 강간피해자들의 기사가 실렸던 바가 있다. '최은영'은 자신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서도 베트남전을 언급한다. 그러니까 그 일을 아는 사람들은 많다. 중요한 건, 그 일이 그저 저기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그럴 수도 있는 일처럼 취급되어지는 게 아닐까.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다른 나라 작가의 입을 빌어 또다시 듣게 되는 건 너무 고통이다. 그 전쟁의 현장에 있었던 다른 나라의 남자 기자조차도 미군과 한국군이 아마 '그중 최악'이었다고 말한다. 한국남자 싫다고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책에서 그걸 또 한번 확인하고 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미군과 한국군이 아마 그중 최악 이었다.



베트남전에서만 최악이었을까. 지금의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성혐오와 약자혐오를 동시에 너무 체화해주신 분들이셔서 어디서나 최악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장하다 진짜.... 하아-



성폭력과 강간을 저지른 모든 이들이 죄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들에게만 전염되는 바이러스 같은 게 퍼져서 다 그냥 죽어버리는 거지. 아마 남는 남자들이 많지 않겠지만, 고통을 당하는 이들은 현저히 적어지지 않을까. 죽어라, 죽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외출도서!!

이 무거운 걸 들고 나는, 한다, 외출이라는 것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연 2019-01-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다락방님이 이래서 좋아요~ ^^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비연님. 으하하하

단발머리 2019-01-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사람이 한결같아서, 그래서 좋아요^^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0 | URL
저야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이게 제 팔자려니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1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목 부러지시겠다 그래도 열정이 뽐뿌!!!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1 | URL
너무 무거워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계속 후회했어요. 하핫
 















'수전 브라운밀러'는 이 책을 쓰게된 동기를 밝히면서, 이 책을 쓰기 전의 자기가 얼마나 강간에 무지했는지에 대해 고백한다. 그 고백은 나의 것과도 닮아 있는데, 강간에 대해서라는 것만 빼면, 나에게도 역시 빻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념녀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나는 다른 여자랑 달라'라는 식으로 어필하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여기서 내가 '다른 여자들' 이랑 다르고 싶어했다는 것은, '다른여자들'을 나보다 열등하게 봤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그렇게 열등하지 않아, 나는 달라, 나는 개념 있다니까? 그러다가 개념녀로 인정받으면 '거봐, 나는 다르고, 이 사람은 내가 다른 걸 알잖아' 하면서, 그러면서 뭔가 어쩐지 찜찜한 게 잇었는데,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던, 그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강간에 대한 책을 펴낸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다. 수전 브라운밀러도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다고 지금 완벽하게 훌륭한 인간이 된 건 아니지만, 그 때로부터 우리는 멀리 왔다. 그리고 더 멀리 갈 것이다.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을 써낸 것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것, 이 모두가 우리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전송봤는 걸 봤다. 옆자리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벌거벗은 두 남녀가 엉켜 있는 거였다. 어떻게 지하철 안에서 저걸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아저씨는 그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회사 상사의 친구들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 방문을 닫고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주고 받으며 낄낄댄 적도 있었다. 동영상 속의 신음소리는 바깥으로도 새어나왔다. 그 당시 사무실 밖에는 여자직원 한 명만 있었는데, 방 안에서 남자들이, 그렇게나 크게, 직장에서, 신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얼마전 트윗에서는 한 까페에 손님들이라고는 자기를 포함한 여자 두 명이었는데, 스피커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사장은 남자였다고.


어느 해수욕장에서였나, 일하던 직원이 동영상을 보는데 해수욕장 바깥의 스피커를 통해 그 소리가 들려 손님들이 항의했다는 기사도 봤었다.



나는 이 남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행동학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나 당당하게 발가벗은 두남녀가 엉켜 있는 영상을 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의 선정적인 계정에는 남자들이 주루룩 팔로잉을 하고 있다.  작은 속옷으로 몸을 간신히 가린 여자들의 사진을, 남자들은 그렇게나 줄줄이 모여서들 보고 있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그러나 같은 걸 보고 있어. 그런 사진들 속의 그 긴 팔로잉 목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 이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나는 강간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 이렇게나 많은 남자들은 간신히 가릴 곳만 가린 여자들의 벗은 모습을 좋다고 달려들어 보고 있다. 이 거리는 얼마나 먼가. 이 책을 읽는 내가 월등하고 이런 사진들을 달려들어 보는 남자들이 열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한 쪽에, 여기에, 내가 서 있는 이곳에, 나와 같은 많은 여자들이(아주 간혹 남자들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고, 어떻게 해야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기에는 저렇게나 많은 남자들이 이 잘못된 시스템과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는 데 있는, 그 거리감이었다.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벗은 여자를 보고 싶어하고, 더 벗기고 싶어하는 저들을,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잘못된 것, 그릇된 것은 언제나 힘이 더 센데?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 지금처럼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키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들이,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싫고 짜증날까? 늘상 해오던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게 틀렸다고 말하다니,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지만, 아마 앞으로도 더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일전에 정희진 쌤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선생님도 똑같은 얘길 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여성학 강의를 한다고 하면서 별의별 질문을 다 듣고 별의별 말을 다 듣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강간당한 적 있어요?" 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질문자들의 무심함과 무지함, 예의없음에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역시 그런 질문들이 들이닥쳤었단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까? 어떻게 저걸 질문이랍시고 할 수 있을까?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여기에는 '니가 당했으니까 이런 일을 하지' 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그 질문 자체를 함으로써 상대를 깔아뭉개고 입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끔찍하고 잔인하고 징그럽지 않은가.



여성의 입장에서 강간을 정의하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계속하면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여성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문제인데도,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이런 정의가 법에 적용된 적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 (p.10)



여자인 '내'가 원한 적 없는데, 남자와 성관계를 하게 됐다면, 그것은 성관계가 아니라 '강간'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얘기하면, 심판을 받는 건 강간을 저지른 남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내가 된다. 나의 평소 행실부터 강간당하던 날의 모든 행동들까지, 과연 나는 순수한 피해자인지 그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혹여라도 내가 그동안 행실이 정숙하지 못했다면, 평소에 남자들을 좋아해서 자주 만나거나, 섹스를 즐기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잘도 돌아다녔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자 하나 인생 조져서 내 인생 펴려고 하는 꽃뱀으로 몰리고 만다. 그 때, 그 당시에, 내가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했는데, 그런데 나는 세상 둘도 없는 나쁜 여자가 되어 심판받는다.



아직 이 책에 읽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데, 그런데 벌써부터 나는 이 책을 읽는 나와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느낀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겠지.


나는 자주 환멸을 느끼겠지.


자, 그래도 시작해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9-01-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시작되셨다! (전 아직도 책이 도착을 안해용.. 밀린 페미사이드 리뷰를 써야지 해놓고 새해니까~ 이럼서 암것도 안하고 잇네요 ㅋㅋㅋ)

다락방 2019-01-07 14:54   좋아요 0 | URL
어제 색연필 들고 줄 그어가며 읽기 시작했어요.
아니, 책 왜 안오는거죠, 쟝쟝님? 같이 읽어야되는데 흙흙 ㅠㅠ

자자, 부지런히 따라와요. 냉큼 따라와요. 컴온!

단발머리 2019-01-07 15:00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거... 그거 나왔네요.
컴 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다락방님!
저도 이제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앞에 쪼금 읽고 금방 쉬는 시간...ㅠㅠ
곧 출발합니다!!

다락방 2019-01-07 14:55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이번엔 1등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또 1등 못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자, 우리 계속 마주치고 만납시다!

심술 2019-01-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이 눈치 줘도 꿋꿋이 지하철에서 야동 보는 사람들 있더군요.
<초딩 아들과 페미니스트 엄마의 성적 대화>라는 책에도 지하철에서 야동 보느라 주위 사람들 괴롭게 만드는 ‘영감탱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감탱이‘는 이럴 때 쓰면 딱이다 싶어 제가 쓴 표현이고 그 책에서는 ‘어느 할아버지‘란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홍준표는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불렀다가 여론이 나쁘게 되자 영감탱이를 ‘경상도에서 나이 많은 남성을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마는.

90년대 중반 언젠가에는 김포공항 사무실에서 남자직원이 야동 보는데 실수로 소리가 김포공항 모든 스피커로 나간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인천공항이 없을 때였죠.

다락방 2019-01-09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목격한 바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야동 보는 걸 목격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어떤 심리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대놓고 본다는 게, 나는 숨기는 게 없다는 어떤 쿨함일까요? 아 너무 짜증나요.
최근에 해수욕장 사건 훨씬 전에도 공항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맙소사... 뭐랄까, 언제나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일어나고나면 딱히 놀랍지도 않아요. ㅡㅡ;;

심술 2019-01-09 10:16   좋아요 0 | URL
예,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손경이 ‘아들 성교육하는 법‘ 읽고 유튜브로 손경이 검색해 보니
사람들 성고민을 손경이와 손경이 아들 사진작가 손상민이 듣고 조언해주는 게 있어서 봤더니
나이 터울 꽤 되는 동생 둔 대딩이 ‘여름 더울 때 에어컨 킨 방에서 가족이 같이 자는데 부모님이 나랑 동생이 자는 줄 알고 섹스한다‘는 고민을 올리더라고요.
돈 아끼려 한 방에만 에어컨 틀고 애들이랑 같은 방에서 자는 거야 저도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애들 없을 때 하든가 모텔에서 하든가 모텔값도 내기 싫으면 애들 나가 놀게 하고 해야지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상민도 저와 같은 생각인지 ‘부모님한테 퍼부으라‘고 조언하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은하선 ‘그놈들 섹스는 잘못됐다‘ 읽으면 농촌에서 자란 은하선 지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지인 부모는 밭일하다 말고도 밭에서 즉석으로 섹스해서 그 동네 사람 치고 그 부부 섹스하는 거 못 본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이걸 쓸데없는 문명의 억압을 벗어난 사람 본연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지 도덕적으로 분개하고 기겁해야 맞는지 연초부터 헷갈립니다. 문맥을 살피면 은하선은 ‘성욕은 자연스러우니 억압하지 말자‘고 옹호하는 쪽이었는데 글쎄 누가 맞는 걸까요? 저도 쓸데없는 성적 억압은 반대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야동은 혼자, 섹스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주의입니다.

참, 다락방님은 손경이 ‘딸 성교육하는 법‘을 현재 서재 장식으로 쓰고 계신데 읽으신 건가요 아니면 읽어야지 하고 올려두신 건가요? 다락방님께는 이 책 딸 아니라 조카 태미 때문에 읽으(신/시려는) 거죠?

손경이, 손상민 동영상은 www.youtube.com/watch?v=79hetoP0IWY 고요 3:15에 제가 말한 고민이 나와요.

다락방 2019-01-09 10:26   좋아요 0 | URL
아 티티비 광고하던 시절에 올려두었던 건데요, 타미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저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타미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지는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아들 성교육하는 법을 사두고도 아직 읽기 전이라(남자 조카도 있습니다), 이거라도 읽고 사야하지 않나 싶어서요. ㅎㅎㅎ
그러니까 읽어야지, 하고 올려둔 게 맞다고 볼 수 있죠.


은하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심술님 댓글만 읽고 판단하자면 저 역시도 은하선의 말에는 딱히 동의할 수가 없네요. 그나저나 심술님 그간 서재활동 안하시면서 책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보셨나봐요! 후훗. 새해에는 읽은 책과 본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서재에서 많이 해주실 겁니까?

심술 2019-01-09 11:38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게으름뱅이라 새해 서재활동 열심히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목표는 열심히 하는 것인데 잘 될지는 장담 못 하겠어요.

아, 다락방님께는 타미 말고 남자조카도 있군요.
타미보다 서재 출연 빈도가 낮아선지 제 기억으론 오늘 이 댓글로 첨 만납니다.
손경이 책은 아직 읽으신 거 없고요.
‘아들 성교육하는 법‘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찌른 좋은 책이었어요.
‘딸‘ 편도 언젠가 읽어야지 맘먹고 있는데 한국 들어갈 때까지 당분간은 못 읽겠네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수전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입니다. 지금 이 책을 침대 헤드에 가져다 두었는데, 음, 살짝 들춰보니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책갈피 삼아 일단 사이에 끼워두었습니다.


주말에 친구를 만났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항상 함께한다는 댓글을 달고 싶어지지만, 그래놓고 다 읽지 못할까봐 차마 달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계속 같이읽자, 같이 읽어보고 이야기나누어보자, 하는 건 확실히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했습니다.


여러분, 같이 읽어요!


지난번에 같이 읽기에 좋은 도서를 제가 링크해두었는데, 그건 위에 먼댓글 연결로 들어가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고요,


일단 댓글로 참여를 알려주신 분을 언급하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블랙겟타 님, 건조기후 님, jsshin 님 이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쟝쟝 님은 새해 목표가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 속도1등'인 만큼, 꼭 참여하시는 거죠? (후훗)


퍼론 님, 1월에도 함께 해주실거죠? (찡긋)


syo 님은 [혁명의 영점], [캘리번과 마녀] 같이 읽을 2월에 참여하시는 거죠? (후훗)


하이드 님은 고정멤버 이십니다.


참여의사 표시하시면 이 페이퍼에 참여자 명단 추가하겠습니다. 



참여방법은 기존과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은 페이퍼나 리뷰, 밑줄긋기, 백자평 등을 통해 글 써주시고요, 말머리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로 달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 대해 우리 자주 언급해서 자주 노출시키도록 해요! 작년 한해 페이퍼에 자주 노출된 책으로 [백래시]가 있어서 내심 흐뭇했습니다. 움화화핫.



저는 일단 소설 두어권 읽고 달려볼까 합니다.




자, 여러분, 고고씽!! 달려, 달려!!

함께해요!

새해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다니,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8-12-3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syo가 2월에 같이 그 책을 읽는대요??
우와, 그렇구나.......
그럼 그런가 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1 00:17   좋아요 0 | URL
으응? 거의 넘어온 거 아니었어요? 응? 🙄

syo 2019-01-01 00: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굉장히 낭창한 표정이라 이겨낼 수가 없다......😅

카스피 2018-12-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다락방 2019-01-01 00:17   좋아요 0 | URL
해피 뉴 이어!

블랙겟타 2019-01-0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이네요. 이미 재료는 사두었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봐야겠죠.
다락방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더 나은 한 해 보내시기를 바랄께요.
올해는 자주 글도 쓸께요.. ^^;;

다락방 2019-01-01 00: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래요 환영합니다! 자주 쓴다는 약속도 꼭 지켜요! 후훗
같이하게 돼서 엄청 좋아요! >.<

공쟝쟝 2019-01-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죠! 저 30날에 사놨어여~~~ 아직 배송이 ~~~ 진짜 빨리읽을테다 이번엔!!ㅋㅋ

다락방 2019-01-01 20:38   좋아요 0 | URL
저는 초반에 잠시 쉬었다가 미친듯이 달려 쟝쟝님을 앞서보도록 하겠습니다!!(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01-01 2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앗 ㅋㅋㅋㅋㅋ 진짜로 웃고 말았다 ㅋㅋㅋㅋ 일도 마감때문에 마감하고, 시험 공부도 벼락치기만 해온 저에게 ㅋㅋㅋ 미리 읽어내기는 너무 큰 결심이거늘...ㅋㅋ 이렇게 제압하신단 말입니꽈...

단발머리 2019-01-02 09:15   좋아요 0 | URL
이기는 편, 우리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2 16:50   좋아요 0 | URL
지금 당장은 의욕이가 1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단 안심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스타트 한 다음부터 바싹 긴장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02 16:53   좋아요 0 | URL
전 일단 1월의 책은 쟝쟝님의 투지에 한 표를 던지며 조심스레 쟝쟝님 우세를 점쳐봅니다. 뜨거운 기운이 저희 동네까지 전해진다는 소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빨리 읽을 자신은 만땅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잘 풀어볼까~ 하다보면... 의욕이를 잃어버린다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1-02 17:44   좋아요 0 | URL
음음... 단발머리님의 이 댓글을 읽노라니 꺼져있던 의욕의 불씨에 불이 붙으려고 하네요. 단발머리님의 예측을 깨고 내가 일등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꿈틀꿈틀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래프트가 망가뜨린 사진들은 뉴욕의 사진가 레스 크림스가 하나의 세트로 만든 《믿기지 않는 '통밀 팬케이크 더미'살인사건들》(1972년 출간)의 일부였다. 세피아톤으로 처리된 각각의 사진에는 하반신 또는 전신이 발가벗겨진 여성이 자신의 피처럼 보이는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는 바닥에 누워 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대체로 입에 재갈이 물려 있고 몸은 결박되어 있는 모습이며, 때로는 머리 전체에 봉투가 씌워져 있거나 천이 둘러져 있기도 하다. 서너 장의 사진에서는 진짜 같아 보이는 칼에 베인 상처도 보인다. 여성은 늘 일상적이고 익숙한 배경 속에 있다. 그리고 여성 근처에는 항상 통밀 팬케이크가 여러 장 포개져서 놓여 있다.

이 사진들에는 큐레이터 로버트 소비젝Rovertst Sobieszek의 비평이 붙어 있는데, 그는 이 사진 시리즈가 이른바 시그너처 살인signature murder이라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시그너처 살인이란, 범인이 피해자에게 특징적인 신체 훼손을 한다든가, 특이한 물건, 상징, 또는 메시지를 현장에 남겨둔 살인 사건을 말한다. 소비젝은 "물론 이 시리즈에 담긴 유머의 전형은 허시 초콜릿을 피로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쓰고 있다.

모든 사진에서 여성의 하반신이나 전신이 누드일 뿐 아니라, 다리를 벌린 자세를 사진작가가 애호한다는 점은 그녀가 살해당하기 전이나 후에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배경이 부엌으로 설정된 사진에는 여성의 허벅지 사이에 콜라병이 세워져 있다. 이는 끔직할 정도로 흔한 강간 도구를 오브제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콜라병이나 총은 실제 강간범들이 특히 애호하는 도구들이다).

경찰과 의식 있는 시민들은 미국 내에서 4분 30초마다 '성공적인' 강간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아 성추행은 10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두 유형의 폭행 모두에 정도가 다양한 추가적인 잔혹행위가 수반되는데, 심한 경우 신체 절단과 살인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젝은 레스 크림스의 사진들이 미국 남자들에 의해 미국 여성과 아동에게 매시간 가해지는 공포와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p.640-642)

 

 

 

실제로 여성살해가 일어난 대학에서 한 남자 사진작가가 여성연쇄살인을 다룬 사진을 전시했다. 그걸 본 남자 큐레이터는 그것이 유머라고 말한다. 피를 초콜릿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게다가 사진의 '통밀 팬케이크 더미stack o'wheat' 는 사진마다 살인사건 번호를 나타내는 개수만큼 쌓여있는 팬케이크를 가리킨다(p.630 각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진작가와 큐레이터가 쌍으로 지랄을 할 수 있을까? 이 사진이 걸린 곳에서도 여성 살해는 있었고, 이 사진이 걸려있는 동안에도 신문을 펼치면 여성살해가 기사가 나와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팬케이크로 넘버링하면서 예술이랍시고 전시를 할 수 있지?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면 그게 가능하지? 그러면서 그것이 유머라고? 재밌냐? 웃겨? 여자들 발가벗겨져 강간당하고 죽는 거 작품으로 만들고, 재밌어? 즐거워? 살인자나 너네나 다를 게 무엇이지?

 

 

이 사진을 본 '니키 크래프트'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나서 그 사진들을 죄다 조각조각 내어 그 위에 초콜릿을 뿌리고 사진을 찍는다. 여자살해를 다룬 사진은 예술이라던 사람들이, 니키 크래프트의 사진은 검열이라 욕한다. 왜 여성살해를 표현한 건 예술이며 자유가 되고, 여성살해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저항은 검열이 되는가?

 

재밌냐?

여자 죽이니까 재밌어?

여자 죽이는 걸 전시하니까 재밌어?

그게 웃겨?

 

 

소비젝은 강간당하고 도륙당한 여성의 이미지가 '절묘하고', '조화로우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한다. 살해된 여성이 신체 손상과 죽음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손에 넣었다고 보았다. (p.642)

 

 

여성이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은 아름답기 위해서인가? 아름답기 위해서라면 살해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거야? 죽음으로써 아름다워졌으니, 입닥치고 예술로 받아들이라는거야?

 

 

거기에 과장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은밀하게 퍼지는, 위험하게 엄선된 표현과 번지르르한 거짓이었다. 본질적으로 '통밀 팬케이크 더미'는 여성과 폭력에 대한 거짓말이다.

소비젝이 말했듯 여성의 "자세는 저항의 몸부림보다는 투항과 도발, 그리고 관능을 훨씬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여성들이 도발한다는 익숙하면서도 저열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여성이 육체와 영혼을 절단하고 비하함으로써 누구의 관능이 만족을 얻는가 하는 무거운 질문도 잠시 내려놓자. 가장 단순한 거짓말은 바로 첫 번째 말, 저항에 관한 것이다. 거기엔 저항이 없다. (p.643)

 

 

여성살해의 대부분을 이루는 살해의 원인은, 여성들, 죽어나간 피해자들의 도발에 있었다고 세상은 말했다. 남편이나 연인이 자신을 거부했으므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으므로, 여자들을 죽였다. 이 현상은 그대로 예술(이라 불려지는)로 표현된다. 사진에서조차 여자들은 '저항하지 않고', 그러나 '도발했으므로' 죽었다.

 

재밌냐?

여성이 죽은 사진 보면서 절묘하다, 조화롭다, 낭만적이다, 얘기 하면서 자신이 뭔가 된 것 같았냐?

우위에 선 것 같았어?

예술에 대한 비평을 할 줄 아는 멋진 나~ 하고 감탄했냐?

사진작가의 유머를 이해하는 힙한 나~ 이랬냐?

 

 

 

아직 읽지 않았지만, 뒷부분에는 여성단체에서 《허슬러Hustler》잡지들을 폐기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나온다고 한다.

 

 

이 격렬한 행동들은 이른바 로스앤젤레스의 힐사이드 스트랭글러로 알려진 케네스 비앙키에게 살해된 피해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 헌정되었다. 케네스 비앙키는 공범 안젤로 부오노와 함께 열 명의 여성을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피해자는 20세의 신디 리 허드스페스Cindy Lee Hudspeth였다. 크래프트가 피해자들 중에서 그녀를 택한 것은, 《허슬러》에서 그녀가 살해된 사건을 비앙키가 '최근에 이룬 성취'라고 말한 '농담' 때문이었다. (p.628-629)

 

 

연쇄살인범에게 또 하나의 살인을 '성취'라고 불러주다니, 그걸 '농담'이라고 퉁치려 하다니, 미쳤어? 그게 웃겨? 언제 웃어야 하는지 몰라?

 

국내에서도 몇해전에 GQ잡지에서 여성폭력을 다룬 표지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차 트렁크에 여자 다리 묶어서 넣어논 표지였지. 그 앞에는 남자가 서있고. 그걸 소위 '강한 남자'를 보여준다면서 사진 찍은 거였다.

 

강해?

강해서 좋아?

여자 두드려 패고 죽이면 강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박정현 콘서트를 다녀왔다. 연속해서 사흘간 노래를 불렀기 때문인지 박정현의 목 상태는 딱히 좋은 것 같지 않았고, 큰 공연장은 산만했다. 전체적으로 콘서트에 크게 만족을 느끼진 못했지만, 박정현의 노래 <나의 하루>를 박정현의 지인들이 다같이 부른 영상만큼은 참 좋았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도 따라부른다, 는 것에서 오는 가슴 벅찬 감동이 그녀에게 찾아들 것 같았다. 그걸 보는데 너무 좋았다.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성취란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이런 걸 보는게 좋다'고 그 때 생각했다. 누군가 시도하고 노력해서 성취해내는 걸 보는 일. 나는 누군가의 성취를 보는 순간 크게 감동하며 응원하게 된다. 그녀의 성취를 그녀는 가까운 사람들과,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노력하고 애써서 얻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취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성취라는 단어에서는 기쁨과 감동과 축하가 함께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여자를 연쇄살인한 것을 성취라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건가? 기쁘고 축하할만한 일이야? 결국 해낸 일이야? 샴페인을 터뜨리기라도 할거야? 박수칠거야? 오, 너 또 여자 죽였네, 최근의 성취네?

이래놓고 '농담이야~' 라니.

농담도 할 줄 모르는 것들이 잡지를 만들고 팔고 있다. 그 잡지를 폐기하는 것은 여성단체만의 일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해야할 일이 아니었나.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 감기까지 우리는 아주 많이 여성 살해에 대한 기사를 보고 접한다. 남자들의 폭력을 보고 접한다. 어릴 때부터 그걸 보니 자연스레 '남자는 폭력성이 강해'와 '헤픈 여자들은 잘못하다 맞아죽지'가 학습된다. 그러다보니 그걸로 농담도 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걸로 웃으면서 농담할 수 있다는 거, 진짜 잘못된 거 아니야?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들이 내가 사는 집을 알고 있다는 게 몹시 불안하다. 어떻게든 집을 가르쳐주는 건 피했어야 했다고, 헤어지고나서 계속 생각했다. 특히나 헤어지고나서 나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주위를 살펴야 했다. 사귀는 동안 좋았던 그 사람이, 헤어지고 나서 저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거절에 분노를 터뜨릴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다해도,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이 그런 모습이 될 줄은 몰랐다. 이 공포에 대해 언급했을 때 내가 주변으로부터 들은 말은, '니가 확실히 싫다고 말했어?' 였다. 나는 그들을 헤어지자고 말함으로써 도발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남자들은 여성살해를 예술이랍시고 다루고, 농담이랍시고 다루고 함께 낄낄거린다. 그러면서 '강간을 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강간문화가 존재한다는거야?'라며 멍청한 소리들을 해댄다. 늬들이 살아 숨쉬는 거, 저런 거에 농담이랍시고 웃고 예술이랍시고 그리고 찍고 표현하는 거, 그게 다 강간문화야. 그 강간문화는 곳곳에 침투해서, 모든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폭력적이 될 준비를 하고있다. 나랑 헤어지자고? 어디, 헤어지자고 하기만 해봐. 네 사진 인터넷에 뿌릴거야, 너네 집에 찾아갈거야, 너 다른 남자랑 사귀지 못하게 할거야, 나는 어떻게든 너랑 잘거야.

 

 

잡지에서 영화에서 사진에서 웹툰에서 그림에서.. 모두가 그런 식으로 여성을 다룬다.

나는 그런 식의 '예술'을 허락할 수 없다. 그런 것을 예술이라 부르기를 거부한다.

 

 

 

나는 성적 억압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단체와 한편에 서기를 거부한다. 나는 솔직한 섹슈얼리티나 성애물EROTICA에 관한 어떠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고 어떠한 생각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적나라한 성애물은 문학, 예술, 과학,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적 영역에 자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섹스가 아니라 폭력에 초점을 맞춘, 외설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적 흥분과 자극을 위해 여성의 육체를 비하하고 비인간화하려는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타협의 여지 없이 반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오락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육체를 발가벗기고, 결박하고, 강간하고, 고문하고, 절단하고, 살해하는 것이다. (p.637-638)

 

 

 

많이 배운다.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살해에 대해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있어왔다.

이토록 잔인한 세계에서, 한쪽의 공포를 한쪽의 웃음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그래도 저항하고 거부하는 여자들이 있다.

여자들은 끊임없이 싸워왔다.

나는 그 저항의 무리에 서겠다.

나는 그 거부의 무리와 한편에 있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8-12-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0.. 멀리 가버린 락방님...😂🤧

다락방 2018-12-28 12:52   좋아요 0 | URL
저 거의 다 왔지 말입니다!!! 우하하하하

Jeanne_Hebuterne 2019-01-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진작가와 큐레이터가 쌍으로 지랄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9-01-12 14:37   좋아요 0 | URL
아니, 쟌님의 사랑 고백이라니! 좋아 죽겠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