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나는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하아... 며칠전에 읽다가 책을 박살내 버렸다. 두 조각으로 쫘악- 갈라져버렸어. 이 책을 밑줄 긋고 책장에 꽂아둘 작정이었는데, 아아..그렇다면 나는 다시 사야하는 것인가. 부숴진 책을 두고두고 볼 수 있겠는가. 사람은 왜 생각지도 못한 쪽에 돈을 쓰게 되는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왜 박살난거야, 책아? 내게 대답해주렴. 흙흙 ㅠㅠ

내가 널 함부로 다룬 거라면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비아 페데리치'는 《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을 통해 '마르크스'와 '푸코'가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 무시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언급한다. 왜 이것들에 대해서 그냥 넘긴거지? 하고. 

'거다 러너' 역시 기존에 노예학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썼던 올란도 패터슨이 놓치고 지나간 부분에 대해 언급한다.




패터슨은 전형적인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여성노예들까지 포함하여 노예를 '그'라고 총칭하고 여성의 노예화가 역사적으로 선행되었음을 무시하며, 그로 인해 남성과 여성에 의해 경험되는 노예제 방식에 중요한 차이가 숨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p.143)



이 책의 4장은 <여성노예>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앞부분의 1-3장보다 더 이해는 잘된다. 다만, 짐작가능하겠지만, 이해가 잘 돼서 너무 힘들다. 자, 보자.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물론 그런 차이는 노예가 될 사람들이 타지방 부족구성원, 말 그대로 '타인들'일 때 가장 명백하다. 그러나 그 개념을 확장하고 노예화된 사람들(the enslaved)을 어떤 면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런 지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정신적 구성물은 대체로 어떤 현실 속의 모형들에서 나오며, 과거경험을 새롭게 정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 경험은 노예제 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을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p.138-139)




아아...타자화 시키고 억압하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흐름을 읽노라니 저 깊은 곳 어딘가에서부터 분노가 타오르지 않는가.




남성이 가구와 혈통에 '속해 있었다면', 여성은 그들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남성에게 '속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 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 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 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직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p.139)



책을 읽다 보면 전쟁시에 전리품, 포로였던 여자들이 너무나 당연하듯 강간의 희생자 혹은 성적 노예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 전에 읽었던 책들, 《페미사이드》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에서도 재차 언급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에 대해 언급하는데, 나는 이게 너무 괴로웠다. 일전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에서 전쟁 포로이자 아킬레스에게 강간 당하는 브리세이스를 보며 낭만적인 생각을 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브리세이스는 전쟁의 포로가 된 점, 그리고 강간당하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내 기억은 잘못됐을 수 있다), 또한 아킬레스가 브리세이스를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 관계, 아킬레스가 주인이고 브리세이스가 노예인 장면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거다. 그 후에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에서 브리세이스를 찾아보았던가, 거기에서 아킬레스가 총애한 노예가 브리세이스라고 한 걸 보고, 총애 받는 노예라니 좋잖아? 라고 생각했던 내가 과거에 있었다.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는 아킬레스의 화를 돋우기 위해 '아가멤논'이 아킬레스 소유의 노예 '브리세이스'를 강간하고, 그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다른 여자포로 오십명을 선물해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와...내가 대체 어떤 관계에, 무엇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거란 말인가. 너무 아프다. 주인과 노예 관계에 환상을 가졌던 나라니. 실제로 브리세이스는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이 새끼한테 강간당하고 저 새끼한테 강간당했는데. 영화에서 아킬레스가 브래드 피트였기 때문일까, 왜 거기에 환상을 가져, 왜... 아, 너무 괴로웠다.


어제 4장을 읽고 잤는데, 읽는 내내 괴로워, 브리세이스 미안해.. 이런 마음이 된것이다 ㅠㅠ


아마도 나같은 그런 환상을 품은 사람들, 그보다 앞서 환상을 품게 하려는 자들이 만든 영화 때문에 지구상에 아직도 강간문화가 존재하는 거겠지. 강간문화가 형성되고 유지되어 오는데 나 역시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가슴을 푹푹 찌른다. 하아-




그래서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또 결심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걸 배우기도 하지만, 내 과거의 시간을 반성할 수도 있게 되어서. 나는 어쩌면 지금도 또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과거에 빻았다는 것을 알만큼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알아야 할 건 무수히 많지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책을 읽다보면 내가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책 읽는 친구들을 주변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전에 북플에 '읽고싶어요' 한 책을 보고는 한 알라디너는 '그거 내게 있는데 보내줄게' 하면서는 슝- 보내주셨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말에 또다른 알라디너는 '이 책 읽은 너의 감상이 궁금해' 라며 또 슝- 책을 보내주었고. 궁금해하는 책이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이렇게 이 공간에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하노라면, 그 글을 읽고 누군가는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친구가 한 책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나중에 너 읽으면 같이 얘기하자' 고 했더랬다. 그렇게 읽은 책이 《미투의 정치학》이었는데, 이렇게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책을 읽는다고 반드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내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주변에 함께 앞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친구들을 곁에 많이, 오래오래 두고 싶다. 우리가 아주 오래오래 읽은 책에 대해 혹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오늘은 가부장제의 창조 5장을 읽을 예정인데, 무려 <부인과 첩> 이란다. 아아, 나는 아마도 또!! 나의 과거의 빻음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전 5권을 읽으면서, 파라오의 아내 '네페르타리'가 그와 사랑도 하고 정치에도 관여하는 걸 보면서 너무 힘들것 같은 거다. 그래서 '아아, 왕의 부인 보다는 첩이 되는 게 낫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킬레스의 노예를 보고 환상을 갖고, 네페르타리를 보고 첩이 낫다고 생각하는 나... 오늘은 또 그때의 빻은 나를 책을 읽다 만나겠지. 대체 나는 얼마나 더 많이 빻은 나를 마주쳐야 할까. 괴롭다..


괴로워..




괴로워...



마치기전에 잠깐 하나 더 언급하자면, 위의 인용된 구절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애쉬톤 커쳐가 주연한 영화 《s 러버》에는 화려하게 여자를 꼬시는 남자가 나온다. 물론 그가 주인공인데, 영화는 '사랑에 빠지지 않고 즐기기만 하려던' 남자가 제대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남자는 한참 연상의 여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보내는데, 남자는 그녀의 돈과 그녀가 제공하는 사치를 즐기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서서히 그 여자에게 관심을 잃게 되는 것. 이때 그 여자는 남자의 관심 혹은 흥미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걸 알고는, 소위 말하는, '예쁜이 수술'을 하고 오는 거다.


아...


내가 얼마나 당황을 했었는지. 그 때 진짜 놀랐었다. 아무리 그 남자가 좋다고 해도, 저 여자는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그리고 떨어진 흥미를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건 하필이면 왜 성적인 거였지? 이게 너무 충격이었던 거다. 섹스를 할 수 있는 내 신체부위를 새롭게 다짐으로써 돌아오게 하려는 거라면, 내가 가진 자원이 그것 뿐이라는 반증 아닌가. 내가 저 남자를 꼬실 수 있는 건 내 질뿐이다, 라는 거 아니야. 또한 '내 질이 충분히 좁지 못해 저 남자의 맘에 들지 못한다'는 생각이고. 그러니까 여자는, 자신의 질이 충분히 남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가 자신으로부터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하는건데, 어제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 '더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는 문장에 딱 저 영화의 저 장면이 생각나는 거다. 우리는, 여자들은 성적인 도구로써만 가치있는가. 세상은 대체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어떻게 주입해왔는가.



괴롭다.



괴로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3-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책을 쪼개셨네요. 위편삼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단하시다ㅎㅎ

다락방 2019-03-21 09:16   좋아요 0 | URL
나란 여자.......Orz

2019-03-21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3-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친구들 이야기 은혜로워요^^
뭐랄까.... 달달하고 심쿵하고 감동적이고 그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3-22 07:46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몰라요. 우리 오래오래 책 읽고 이야기나누며 살아요, 단발머리님. 책 친구 너무 좋아요! >.<
 
















낮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한 프로그램에 이수정 교수님이 나온 걸 보게됐다. 본인의 일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고 프로가 된다는 건 진짜 근사한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수정 교수님 책이 읽고 싶어져 벼르고만 있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녀왔다.

저렇게 멋진 여성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잇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아, 내게는 너무 먼 길이고, 나는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다. 나는 저렇게 멋있게 될 수는 없을거야,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지만 이렇게 멋있는 여성이 좀 더 많아지고 좀 더 자주 보여진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부장제의 창조]를 쓴 '거다 러너'도 그렇게 멋진 여성중의 한 명이다. 나는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감사의 글>에서 이 부분을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대학원은 1981년 여름연구비와 연구보조원을 위한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책을 위한 나의 연구를 지원해 주었다. 위스콘신동창회연구재단이 나를 1984년 우수중진연구교수로 지명함으로써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덕분에 최종수정을 하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p,6)




아아아아 뭔지 잘 모르지만 어쨋든 능력을 인정받아 강의 하지 않고 연구를 지원받았다는 건데, 너무 멋지지 않은가. 어떻게 살면 저렇게 되는가. 나란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여 지금 그냥 보통의 직장에서 보통의 일을 하며, 이렇게 시간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전부인 사람인데(사실 뭐 커다란 야망 같은 것도 없지만), 그래서 아마도 곧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며 노후를 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거다 러너는 지원받아 연구를 하고 책을 썼다. 멋져...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합시다, 여러분.



[가부장제의 창조]는 어렵다. 지금 막 이 채의 3장까지 마쳤는데, 아마도 4장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을까 싶다. 3장까지 읽는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얘기가 나오면서, 나는 인터넷으로 메소포타미아를 검색해봐야 했다. 학교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ㅠㅠ 들어본 말인 건 알겠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역시 사람에게는 배경 지식도 넘나 중요한 것이야. 



자, 이번에는 서문에서 가져온다.



대본 소도구, 무대세팅, 연출을 남성이 꽉 잡고 있는 한 '평등한' 역할을 얻는 것이 자신들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님을 여성들이 이해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이것을 여성들이 깨닫고, 막 사이에 혹은 연기 도중에 서로 모이고 이것을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할 때, 이 연극은 끝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사회의 기록된 대문자 역사를 보면 수천년에 걸친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직 남성들에 의해서만 기록되고 그들의 말로써 얘기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들의 관심은 대부분 남성들에 관한 것이었다. (p.29)




<제1장 기원들> 은 차분히 읽으면서 줄을 그을 수 있었는데, 2장과 3장은 너무 어렵다. ㅠㅠ 학교때 공부 안한 나 미워...  이 책 어려워 ㅠㅠ 여러분 4월달엔 이보다 좀 쉬운 걸로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난나' 라는 여신에 대해 나오는데, 딱히 자세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되어 있다.



엔케두아나는 평생 동안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Inanna,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여신. 사랑, 다산, 전쟁의 여신. 하느린 안과 달-신 난나의 딸로 간주된다-옮긴이)를 섬기는 사제로 헌신했기 때문에 그녀의 임명은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와 아카디아(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한 지방-옮긴이)의 여신 이슈타르(Ishtar, 고대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사랑과 다산의 여신이며 대기의 신 아누의 딸이다-옮긴이)와의 결합을 상징하였다. (p.116-117)



여신 이난나에 대한 엔케두아나의 시와 찬가는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사르곤이 죽은 후 우르의 새 통치자가 그녀를 고위사제직에서 물러나게 하자, 그녀는 여신 이난나에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원래의 직위로 돌려놓아 주기를 요청하며 새 통치자가 행한 처사의 부당함을 긴 찬가에 썼다. (p.117)



이난나? 이난나는 내가 몇해전에 읽어두려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터키 소설의 제목이 아니었나? 자, 검색해보자.

















오오, 맞다맞다 진짜 기억력 천재다. 

이 책 읽어 보고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고 사지는 않았었는데(응?), 그때 이난나는 그저 여자주인공의 이름이겠거니 했더랬다. 그런데 이난나는 사랑과 전쟁, 다산의 여신이었구나. 지금 보니 책 제목에도 조그많게 사랑의 여신이라고 써있네. 오오, 몇 해전보다 지금 더 저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난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지금 저 책은 내게 이난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음, 지금 보니 작가가 남자인데.. 음.... 그래, 기회가 되면 읽어보는 걸로... 음..... (오 예~ 도서관에 있다. 나이쓰~)




아무튼 가부장제의 창조 3장까지는 어려운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람들이 이름도 어러워서 그런 것 같아. 하아- 이름도 어려워, 이름도...



그래도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주의자들은 당연히 남성지배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주장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은 하느님에 의해 그렇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종교적 용어를 사용하여 제시되기도 한다.
전통주의자들은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되는,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일과 역할을 배정하는 현상인 ‘성적 비대칭‘(sexual asymmetry) 현상을 여성과 남성의 지위에 대한 증명이자 그것의 ‘자연스러움‘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성은 신의 계획에 의해 남성과 다른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임무에 배정되어야 한다. 성별분업(sexual division of labor)을 결정짓는 성차(sex difference)를 하느님이나 자연이 창조했다면, 성불평등과 남성지배에 대한 책임을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다. - P35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정삭적 인간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의에 의하면 여성은 남근(男根)을 가지지 못한 일탈적 인간이며 여성의 모든 심리적 구조는 이 남근결핍을 보상하기 위한 투쟁에 모아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프로이트 이론의 많은 측면들이 페미니스트 이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하였지만, 여성의 ‘해부학은 운명이다‘라는 프로이트의 선언은 남성우월주의적 주장에 새로운 생명과 힘을 불어넣었다. - P39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 P43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대체로 그렇듯이, 이것은 소녀의 감정이 고려되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이다. 계획된 결합에 순종하면서 소녀는 그 교환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거나 촉진시키지만, 그녀는 그 교환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 P8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3-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레비-스트로스의 분석은 얼마나 적확한지... 우린 그 언설을 실시간으로 매일 듣네요. 단톡방 재연 화면으로도요.
저도 이 책 읽기 어려워 지지부진합니다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
다락방님, 굿나잇^^

다락방 2019-03-19 10:39   좋아요 0 | URL
요즘 단톡방 사건 터진 건 사실 들켰다는 차이만 있을 뿐 굉장히 남자들 사이에 흔한 일일거에요. 아오 징그러워요.

이 책 어렵기는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연구하고 글로 써줬다는 게 진짜 대단해서 감탄하게 돼요. 세상에 똑똑한 여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게 된달까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저도!
 















여러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ㅎㅎ


저는 어제 1장을 읽었는데요, 무지개색연필로 또 박박 밑줄을 그었습니다. '거나 러너' 세상 똑똑하다..감탄하며 읽었어요. 지금은 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페이퍼를 쓸 순 없지만, 주말쯤 페이퍼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3-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음성 지원 되는 사람.... 저 하나 아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읽고 있어요^^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13 1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글 많이 쓰네요. 저 지금도 페이퍼 하나 또 쓰고 있어요. 아유 다 써야 일이 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읽고 계시다니 너무 좋고요! 저는 주말쯤에 페이퍼 하나 쓰겠습니다. 필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3-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요.. 아직..
저 이제...읽기 시작... ㅠㅠㅠ

마지막 문장에 제일 뜨끔한건 저네요 ㅠ
2월부터 시작이 느려지고 쓰는것도 많이 못쓰고 있는데요 남은 3월동안 부지런히 읽고 쓸려구요.. :))
다락방님 글도 기다릴께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아, 그나저나 3월의 절반이 가버렸는데 저도 1장 밖에 안읽어서 큰일이네요. 남은 시간에 열중해야겠어요. 저는 1장 읽었는데 이 책도 쉬이 읽히질 않더라고요. 1장이 어려우면 뒤는 어떨지...

블랙겟타님, 부지런히 읽고 씁시다. 퐈이야~!

공쟝쟝 2019-03-1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사서 딱 꽂아놨어요!!!!!!!!!!!!!!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베리 굿! 쟝쟝님 럽럽~ ♡
 















페미니스트로 사는 건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일상의 사사로운 수많은 불편함에 노출되는 일이다. 게다가 아주 자주 모순에 맞닥뜨리게 되고. 친하게 지내는 남자사람들과 다투고 사이가 틀어지는 일들도 그렇고, 이성애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이 남자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 나아가서, 내가 이 '남자'와 연애를 해도 되는 것인가.. 까지. 남자 앞에서 사랑받고 싶다,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나의 자연발생적인 것인가 이 세상이 내게 강요한 것인가 .. 한 인간이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주 나의 부족함에 고통스럽다.


이성애 앞에서의 갈등도 많겠지만 직장 내에서의 갈등은 또 어떠한가.


나는 오늘 이 갈등 앞에 처절하게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내가 하는 일은 페미니즘과 가장 거리가 먼 일이고, 성적대상화에 쉽게 오르내리는 직업군에 있다. 또한, 하아- 내가 그토록이나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늙고 돈많고 지위 있는 남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게다가 그 특징상 가부장제와 권력에 쩔어있어...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소리 지르는 것이 특징인 사람....이세상 하등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존재. 있으면 그저 유해한 존재.. 그런 존재와 일하려다 보니 속이 타들어갈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원래 저런 사람이다' 라고 무심히 넘기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무심할 수가 있어. 물론 예전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야 훨씬 강해지고 단단해졌지만, 그렇다고 내가 늘상 잘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늙은 남자의 사소한 짜증이 나의 화를 너무나 불러일으켜. 내 스트레스를 지켜본 회사 동료가 '차장님같은 꼴페미가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니 극과극의 상황에서 진짜 버티기 힘들겠어요' 라고 말한다. 하아-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왜 이곳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것인가...



지금으로서는 1년만, 길어도 2년만 더 버티자 싶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 나가자고.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20년이상을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여자로서 일하는 것의 참담함'에 마주쳤는가. 게다가 '을로서의 참담함'까지...



그렇게 오늘은 상사 앞에서, 직업 앞에서 자꾸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내가 바란 직업은 이게 아니었고, 내가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나는 이 일을 하는게 아니었다. 다만, 더 높은 연봉을 받아들이며 이 부서에 불려왔을 뿐인데, 그 연봉은 나의 스트레스 비용이었어.

이 부서로 옮김으로써 그리고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간 들어온 무수한 말들도 생각난다. 일전에 구남친 중 한 명은 '니 직업에 대해 가족들한테 말하지 못했어, 그러면 너 예쁘고 날씬한 줄 알까봐' 라고 말을 했었고, 또 어떤 남자는 '그 직업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네' 라고도 했었다. 그들도 세월만큼 더 늙었을텐데, 하등 쓸모없는 남자가 되어있겠지, 그 때처럼....



앞으로 일 년, 길면 이 년. 나는 무사히 이 날들을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왜 참는 것은 내 몫이어야만 하는걸까. 내가 을이니까 그런건가...

출근길에 도넛츠를 잔뜩 사왔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늘 너무 힘드네. 여자인것도, 을인것도 힘들어...





어제 출글길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에서 '우편주문 신부'라는 단어를 보았다. 어휴, 한숨부터 나오는데, 자, 우리 다같이 깊은 한 숨 쉬고 읽어보자.




특히 일부 아시아(태국, 한국, 필리핀) 지역에서 섹스산업과 섹스관광이 대중화되어, 베트남전 이후로 이런 국가들을 휴양 및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 이용해 온 미군을 비롯한 국제 고객들에게 봉사 하고 있다. 1980년대 말 태국 한 곳에서만 5천2백만 명의 인구 중 백만 명의 여성들이 섹스산업에 종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종종 노예에 가까운 조건에서 매춘부로 일하는 "제3세계"또는 그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

1980년대에 국제적으로 성행했던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한 곳에서만 매년 약 3천5백 명의 남성들이 우편주문으로 여성을 선택하여 결혼한다. 신부들은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의 최빈지역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며, 러시아 같은 구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 역시 이를 이민의 방법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1979년에는 7,759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서 필리핀을 떠났다.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의 빈곤을,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과 미국 남성들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이용한다. 이런 남성들은 고분고분한 아내를 원하고, 해당 국가에서 머물기 위해 자신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취약점을 쥐고 흔든다.(p.132-133)



이 페이지를 읽다가 구석에 작게 '버스데이 걸' 이라고 메모를 해두었다. 까먹지 않고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였는지 아니면 졸업 후였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아주 오래전에 '니콜 키드먼' 주연의 《버스데이 걸》이 바로 그 우편주문 신부가 나온 영화인 것 같은 기억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자로 가장하고 신부가 되기 위해 주문되어온 여자, 그래서 할 줄 아는 말은 'yes' 밖에 없었는데, 알고보니 이 여자가 사실은 러시아 여자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여자였다... 뭐 이런 흐름이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이정도밖에 안나는데, 내 기억이 맞나 싶어 나는 니콜 키드먼을 검색창에 넣고 검색해 보았다.
















줄거리를 읽다보니, 맞아,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남자가 살인 사건의 포로가 되는 것도 같았던 것도 같다..



[작품 소개]

평범한 소시민 존 버킹검은 근소한 차이로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지만, 은행 금고 열쇠의 보관자로 임명된다. 언젠가 곤란에 처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접객한 일도 있고, 소위 10년 근속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맡겨진 업무인 셈이다. 평소 말수가 적어 가깝게 지내는 동료도 없다. 태어나 자란 곳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인지도는 높지만, 적극성의 결여로 호감도는 낮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정신은... ‘0에 가깝다. 런던에서 60킬로 정도 떨어진 교외 센트 올반즈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고,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도 없다.

 

지극히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존은 문득, 삶의 변화를 결심한다. 어찌 보면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용기있는 행동이기도 한 러시아로부터 사랑을"이란 웹 사이트를 통해 신부를 주문한 것이다. 모스크바발 236편으로 도착한 신부를 본 순간, 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러시아 여성 나디아. 하지만, 황홀한 순간도 잠시. 그녀는 사이트에서 보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무조건 ‘YES’만을 중얼거리며, 연신 담배를 피워댈 뿐이다. 무엇보다도 대화를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존에게 나디아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날이 밝기 무섭게 그녀를 반품하려던 존은 갑작스레 덮쳐오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녀의 현란한 바디랭귀지에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색다른 로맨스를 만들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나디아의 생일을 맞아 러시아에서 사촌 오빠라는 유리와 그의 친구 알렉세이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그들로 인해 존의 평화로운 일상은 뒤죽박죽이 된다. 급기야 참다못한 존의 집에서 나가달라는 요구가 엉뚱하게 꼬이면서, 두 사람은 나디아를 인질로 존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나디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년간 근속해온 은행을 털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존. 대체 나디아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위의 인용문이나 위 작품소개를 읽고 '여자들도 자기가 원하니까 신부로 팔려가겠다고 등록한 거 아니냐'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 어디가서 반박하지 말고 조용히, 구석에 찌그려저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를 읽자. 모르면 막 말하면 안되고,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먼저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도착한 신부인 니콜 키드먼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놀라며 좋아했던것 같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던 외모에 놀랐겠지. 만약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정말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것이었다면 영화는 어땠을까. 우편으로 주문한 신부가 자기 생각과 달리 못생겼다면? 그랬다면 그들은 '반품'을 요청했을까?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에서는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착하고 순한 남자였던 걸로 나오고, 운좋게(?) 예쁜 여자를 신부로 맞아 들이게 나오는데, 나중에 사건이야 어떻게 흘러가든, 그러니까 인질이 되고 뭐 그렇든말든, 이 영화는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아니 미화라기 보다는 구라에 가깝지 않나... 머릿속 '신부 사기'로 만들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 기억이 안나서 이렇게 얘기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아 이것은 우편주문 신부라는 제도를 까기 위해 만든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까? 그것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인걸까? 아아, 기억이 안나 모르겠다.



영화속 주인공도 그렇고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남자는 '여자 없이' 못사는걸까? 외롭고 힘들면 여자를 만나야만 하는걸까? 너무 혼자 못서는 거 아닌가? 외국에서 신부를 '사와서' 결혼하는 남자들은 정말 '사랑을 하고 싶었으나 짝을 찾지 못해'라기 보다는 집에서 밥 차려주고 아이 낳아줄 여자를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이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거야? 뭐 그렇게 잘난 씨라고 퍼뜨리길 원해. 밥 스스로 해먹으면 되잖아. 요즘 전기밥솥이 밥 맛있게 잘해준다. 먹자마자 설거지하면 설거지 쌓이지 않고.


그러고보면 오래전에도 '술마시자'고 전화하는 남자들 보면 '다른 여자애들 데리고 나와'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 지금 내 친구들하고 술마시는데 너도 술마시면 다같이 이리로 와' 라고 했었고. 무수히 들었던 말 중에는 '남자끼리 영화를 왜 보러 가', '남자들끼리 어떻게 노래방을 가' 였는데, 남자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못가면 어디 가요? 안마방? 룸싸롱? 어휴.. 여자 만나 술마시는 거 말고는 문화생활을 전혀 안하니... 남자들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안가면... 뭐해? 술 마시는데 꼭 여자들 부르려고 하는 것도 '남자들끼리 술마시면 무슨 재미냐'는 거였는데 ㅎㅎ 니네는 니네끼리 만나서 술마시면 재미도 없는데 뭐하러 만나서 그렇게 술 많이 마시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끼리 재미없으면 재미있는 다른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 뭐 자기들끼리 할 줄 아는 게 없어. 아니, 여자 만나면 왜 갑자기 재미있어지는거야? 여혐을 스포츠로 즐기니까?




위에 인용한 우편 주문 신부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에 나온다. 책 한 권에 죄다 밑줄 긋고 싶을만큼 명징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실비아 페데리치님, 앞으로 님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책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이토록이나 날카롭고 지성적인 여자분이라니, 나는 또 넘나 좋은 것이다.



언론은 우리가 그렇게 믿기를 바라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 학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한 모든 사람들, 기근 등, 이 모든 것이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갈등을 강화한 극적인 빈곤화의 결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참혹한 상황은 그 무엇도 이윤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와 토지관계의 사유화를 위해 필요한 보완장치이고 최근까지 토지와 자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이를 빼앗아 다국적 기업들에게 넘기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p.127)




몇 해전에 홍콩을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가사노동을 하던 외국인 여성들을 보고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다같이 바깥에서 한 데 모여 나와 쉬던 장면. 처음에는 그 장면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기사들을 보고 알게됐었다. 그리고 실비아 페데리치는 '신시아 인로'의 관찰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신시아 인로Cynthia Enloe 의 관찰처럼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이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유럽, 미국, 캐나다의 정부들이 여성운동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가사노동위기를 해결하고, 수천 명의 여성들을 "해방시켜" 가외家外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급료에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며 음식을 만들고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필리핀 또는 멕시코 여성들 덕분에 많은 중산층 여성들이 생활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원치 않는 또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노동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법"은 여성 내에 "하녀-주인여성"관계를 만들어내고, 이 관계는 가사노동을 둘러싼 편견, 즉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적게 지불해야 하고 가사노동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다는 등등의 가정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게다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국가가 아닌) 여성이 재생산노동을 전담하게 되기 때문에 남성파트너와 가사노동분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사라지면서 가족 내 노동분업에 저항하는 투쟁이 약화된다. 이민자여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사노동자는 월급이 박한데다, 자신의 가족을 남겨두고 온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자로 취업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p.130-131)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내가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경험들은 의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홍콩에 갔을 때 마주친 풍경들이 오래 남았고 그래서 오래 홍콩을 싫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홍콩만의 문제일까. 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빈부차를 눈앞에서 목격했더랬다. 싱가폴에서 호텔에 들어와 틀어둔 텔레비젼에서는 명품 광고를 해댔지만,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만나는 풍경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건 내가 이 나라에 오래 살면서 스스로 실감하는 바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내가 보았던 나와는 다른 삶이 결국은 여성혐오라는 것에서 하나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빈곤이 어디에나 있듯 여성혐오도 어디에나 있으니까. 또한 빈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공격하는 대상이 바로 여성이니까.



꼭꼭 씹어가며 읽느라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좀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똑똑하지 않다는 것만 이렇게 더 잘 인식하게 될까. 그래도 똑똑한 여자들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강간범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똑똑한 여자의 글을 읽고 쓰면서 그리고 또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인용하면서 여성 작가가 한 번 더 언급된다. 그 말은 누가 한 말이야, 누가 그렇게 했는데, 라고 하는 것들의 많은 퍼센테이지를 여성들의 것으로 바꾸고 싶다. 결국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혐오에서도 더 멀어질 수 있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알쓸신잡에 남자들만 수두룩하게 나왔던 것처럼, 그런 것들만 많이 보고 읽다보면 인용하는 것들이 죄다 남자들의 입을 빈 것이니까. 나는 세상에 더 많은 여자들의 생각과 사고가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말하여야 하고.



2월이 어느틈에 사흘 밖에 안남게 되었을까.

오늘 출근길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너무 힘들어서, 얼른 가버려랴 2월, 했다. 그래도 가장 짧아 아쉬운 달인데, 이러면 안되는 거겠지. 남은 날들 잘 지내보자, 2월. 그리고 내가 이번 달 안에 혁명의 영점 다 읽을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2-27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들어 알라딘에서 읽은 글 중에 제일 좋은 글이다...... 😍

다락방 2019-02-27 21:59   좋아요 1 | URL
아이쿠, 너무 근사한 칭찬이다! 🥰

2019-02-2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04 12:03   좋아요 0 | URL
지적해주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ㅎㅎ
제가 걍 알라딘 창 열고 다다다닥 등록하기 때문에 제 오탈자를 넘겨버리기 일쑤에요.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려요.

심술 2019-03-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보다 직급이 낮은 다락방님 사무실 사람들 가운데
다락방님을 ‘꼴페미‘라고 아무 걱정 없이 부르는 이들 비율이 문득 궁금해요.
몇 퍼쎈트인지 알 수 있나요?

다락방 2019-03-04 12:04   좋아요 0 | URL
아, 딱 두 명 밖에 안돼요. 평소 저랑 친하고 사적인 이야기 나누는 직원이 두 명밖에 없답니다. 다른 직원들과는 딱히 이런 얘기를 하진 않아요. 퍼센테이지는 그래서 의미 없을 것 같아요.

심술 2019-03-06 10:26   좋아요 0 | URL
잘 알았습니다.
 















자, 달이면 달마다 오는 바로 그,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 알립니다.

3월의 같이읽기 도서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입니다.


제가 오늘 바빠서 미친듯이 일하다보니, 퇴근시간에야 퍼뜩, 아이고야? 이번주말은 벌써 3월이 되네? 했지 뭡니까? 그래서 같이읽는 분들 미리미리 책 준비하시라고 부랴부랴 3월 도서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일전에 한 번 예고한 바도 있지만, 자,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다들 읽을 준비 단단히 하시고요.



내일쯤 《혁명의 영점》페이퍼도 하나 올릴겁니다. (오늘 올리고 싶었는데 일이 많아서 ㅠㅠ)

그런데 여러분 어째서 왜 때문에 혁명의 영점 페이퍼는 올라오지 않는가...왜때문이죠?

그리고 캘리번과 마녀도 왜 때문에 완독인증한 사람이 없는거죠? 왜 때문이죠?

여러분 지치는가..

지치지마요...

기운내요.

힘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2월 이제 며칠 안남았어요. 힘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저는 혁명의 영점 2월 안에 끝낼 예정이고 3월에 바로, 가부장제의 창조 갑니다. 고고씽!!

같이 하실 분들은, 자, 같이해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2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에 <가부장제의 창조> 같이 읽을께요 .
<캘리번과 마녀> 오늘 다 읽었는데 페이퍼를 못 써서...
여기에다가 변명 쓰면 되는거죠? ㅎㅎㅎㅎ
<혁명의 영점> 시작하자마자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가야겠군요.
얼른 주변 정리하고 돌아올께요^^

다락방 2019-02-25 19:5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사실 저는 좀 무섭고 떨리고 그래요. 가열차게 읽어왔는데 가부장제의 창조를 소화할 수 있을까? 막히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ㅜㅜ 저는 일단 목요일까지 혁명의 영점 끝내고요, 다음주부터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갈까 해요.
정리 차분히 하고 돌아오세요, 단발머리님. 기다릴게요. 항상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공쟝쟝 2019-02-25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독서 클럽(?)에 지치지 않았어요!!! 마감이 안끝날뿐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진짜 너무 읽고 싶은데 일끝내고 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가벼운 책들만 보다 자네요. 이번껀 끗나면 일주일내내 밀린 책들 다 읽을 거에요 약속약속!!!

다락방 2019-02-26 08:39   좋아요 2 | URL
ㅎㅎ 쟝쟝님, 제가 쟝쟝님과 이 시간들을 같은 책으로 함께 보내게 되어서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실겁니다. 전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읽는 것도 의미있지만 같이 읽고 있는 사람이 저 어딘가에 있다는 게 저는 너무너무 좋아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늘. 게다가 지치지 않으셨다니, 저도 힘이 되네요. 우리 계속 힘차게 달려봅시다. 쟝쟝님 일이 밀리신 것 같아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ㅠㅠ
천천히 가요, 쟝쟝님. 우리 천천히 갑시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힘내서 가지요. 헷.

지난번에 쟝쟝님이 자라고 있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 같이 성장합시다!

공쟝쟝 2019-02-26 09:41   좋아요 1 | URL
제가 독서 년차도 아주 짧고 이바닥 (?) 사람들 처럼 넓고 깊은 독서력에 비하면 넘 미비한 초짜 독서쟁이라 책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요 ㅜ_ㅜ 게다가 요 페미니즘 책들은 심호흡하고 읽지 않으면 (누워서 읽을 수는 없더라고요) 안되는 장르에 두꺼워서 조금씩 밀리네요. 아주 기분 좋은 부담감이고 긴장감이구, 그래도 한발한발 함께 읽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의미있고 좋아요. 그러니까 함께 해요! 락방님! 쿄쿄... 전 그럼 ....... 일하러.......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2019-02-26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2-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 외침속엔 제 지분이 상당하겠네요. ㅠㅠ
바쁘신 다락방님께서 꾸준히 달리고 계시는데도 함께 달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몇주간 시간이 안 났던 것도 있고, 가볍게는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는 말... 전혀 변명이 안되겠죠?? ^^;;;
위의 쟝쟝님 말씀과 비슷하게 저는 너무 심호흡하고 읽으려하다보니 글을 1도 안쓰는 상황이네요.
너무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고 있었네요. ^^;;
다행인건 지치진 않았어요! (이것도 변명이 될지? ;;)

현재상황은 오늘내로 얼마안남은 캘리번과 마녀 다 읽고 바로 이어서 혁명의 영점도 읽을예정입니다.

최대한 2월 책은 2월에 끝내도록 할려구요.

아, 3월 만큼은 꾸준히 글 쓰겠다는 의미(?)로 3월도 당연히 함께 할께요!

다락방 2019-02-26 14:27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지치지 않았다는 말씀이 정말 반갑습니다. 게다가 그 말은 제게 힘이 됩니다.
옆에 같이 가는 동료가 지치지 않는다는 거, 정말 좋잖아요! 함께 힘을 내봅시다.
그리고 3월에도 함께 읽겠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블랙겟타님과 제가 함께 책을 읽는 일이 그 전에도 없었을 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드물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렇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어쩌면 전무후무할지도 모를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네요.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3월엔 좀 더 자주 만나요, 블랙겟타님! 3월 도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시고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