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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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방울을 달았다. 골목 밖으로 취객의 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눈알이 빠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다, 그만 방울 자루를 건드렸다. 자루가 입을 벌려 쓰러졌다. 갇혔던 물이 터지듯 수천 개의 방울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p.192) 
 
   

현실을 반영한 소설에서 그것을 가장 리얼하게 설명할 수 있는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묘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방울 자루를 건드려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여자가 백숙집에서 일하면서 몸을 파는 것에 대한 행위가 차마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끔찍해  미적미적 하다가, 방울을 바닥으로 쏟는데서 그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 하고 무섭게 깨달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물론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지만, 그 문장안에 아주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사소한 일상을 곳곳에 숨겨놓는 것도 좋아한다. 손에 잡힐 듯해서. 작가는 언제고 방울자루를 건드려 쏟아본 적이 있는걸까?  


이 책에서 여자는 차마 죽을수도 그렇다고 계속 살기도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공부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니 자신의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틈틈이 몸을 판다. 몸을 팔지 않고서는 도무지 생활이 유지될 수가 없다. 남편은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 돈은 모이지 않고, 아이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삶이 지겹고 끔찍하다. 그 삶이 너무 끔찍해서, 더 나쁜것을 상상해보고 그래도 이게 최선이구나, 싶을 때 쯤 어김없이 상상하지도 못한 더 끔직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신경질이 난다. 대체 이 여자더러 살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이 여자한테 어떤식으로 어떻게 희망을 주느냐고. 그런데 이 여자가, 잠시잠깐,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 온다. 

   
  죽을 게 아니라면 살아야 했다. 살 것이면 제대로 살아야 했다. (p.155) 
 
   

그래, 그러자. 이 여자야, 좀 살아보자. 살다보면 좋은날도 오지 않겠어? 그러나 이렇게 말하기가 무안해진다.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의 편은 아니다. 삶은 분명히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까지 돌보려고 하질 않는다. 삶은 그러니까 늘 제 맘대로 흘러간다. 아무리 간곡하게 더 나아지게 해달라고 빌어도, 울어도.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우리는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늘 알고 있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끊임없이 말해주지 않는가. 그러니 이 소설속의 여자가 사는 삶이 단지 소설속의 일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현실을 살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만큼 그것이 현실임을 알고 있다는 뜻일테다. 

작가의 전작들중 나는 단편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단편 「손」을 좋아한다. 그 단편은 그녀의 소설 『나쁜피』와도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도 또,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 실린 그녀의 단편 「키즈스타플레이타운」과도 다르다. 그 단편은 가장 나직했고 가장 외로웠다. 그녀가 극한으로 표현해내는 다른 글들보다도 오히려 더 여운을 남겼다. 그 작품이 너무 독특해서 나는 읽으면서 작가가 이런식의 작품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또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지를 말하려고 했다면 그녀는 그 모든작품들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좀 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도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어 많이 망설여지는데, '좀 더 갈 수 있는 데' 가 '문학적 깊이와 완성' 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는 것, 책에 흠뻑 빠져들어서 분노를 하고 울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 그 책이 이야기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을 읽기 좋은 문장으로 써냈다면 금상첨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이 두가지를 다 잘해냈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고, 허투로 읽히는 문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좀 욕심이 난다. 책장을 덮었을 때, 그 뒤에 무엇을 줄것인가. 왜 그 뒤를 '좀 더'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이 나를 건드려주기를 바란다. 읽으면서 인상을 찡그리게 하고 눈물을 닦게 했다면 읽고 나서는 무언가 와서 가슴에 박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 아니라 읽고 나서도 여전히 칼로 배를 쑤신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주는 여운 때문에 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고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후의' 감상에 대해서라면 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좀 더 해보자는 거다. 좀 더.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좀 더 해보자고. 별 셋이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제 끝이지, 하는게 아니라 이봐, 별을 넷밖에 못 주겠잖아, 다섯개 왜 못주게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봐, 라고 자꾸 부추키고 싶은 것이다. 모든 책이 '깊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깊이'라는게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나 잡아내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이 '좀 더' 깊이 있을 수 있는 책인것 같은데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내내 아쉽다.  

김이설 작가님, 

조금 더 해봅시다. 조금 더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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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다락방님의 격려가 막 들리는 것 같아요. 저도 더 갈 수 있는 그 곳이 어딘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오늘 주문합니다. ^^

다락방 2011-07-04 12:2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책은 조금만 더 가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질 못한것 같아서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앞으로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책을 읽으시면서 푹 빠져드는 문나잇님이시니,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마음 단단히 여미시고!

네꼬 2011-07-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이설 작가는 좋겠네. 이런 독후감 편지라면 작가도 감동하겠어요. (나 이 책 읽진 않고 여기저기서 얘기만 듣고 있는데 엄두가 안 나. ㅠㅠ)

다락방 2011-07-04 12: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웬만하면 알라딘에 리뷰는 안쓸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참 아쉬워서,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네꼬님. 뭔가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장구사력이 뛰어나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지금 제 리뷰도 부족하게 느껴져요. 누군가 딱 들어맞는 표현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엄두가 안나는 네꼬님, 저는 차마 읽어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휴..

무스탕 2011-07-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우리동네 도서관에 신청하고 왔어요. 다락방님의 주문은 힘이 있어요!

다락방 2011-07-04 12:3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박범신의 [비즈니스] 읽으셨어요? 전 그 책과 이 책이 비교되더라구요. 아마도 아내들이 몸으로 돈을 버는 소재 때문인가 봐요. 비즈니스는 그러나 환상쪽이라면 이 작품은 끝끝내 현실이에요.

무스탕 2011-07-05 09:44   좋아요 0 | URL
비즈니스는 다락방님 덕분에 잘 읽었죠 :)
환상과 현실이라..
환영이라는 제목을 들었을때 <환영=어서오세요> 인지 <환영=헛것>인지 잘 모르겠었는데 여전히 모르겠네요. 읽어봐야 아려나봐요.
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박범신의 '촐라체'에요. 박범신 퍼레이드네요 ^^

다락방 2011-07-05 10:14   좋아요 0 | URL
저는 비즈니스에서 그 도둑이 '환상적인'존재 같더라구요. 여자주인공은 그 도둑이 '상큼'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작가의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의 환영은 아마도 '어서오세요'의 환영일 겁니다. 시 경계의 어서오세요, 라는 간판을 여자가 간혹 보는 그 장면이 나오거든요.

2011-07-04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1-07-0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바로 이런 거였어요! (살짝 묻어가기...)

다락방 2011-07-04 17:10   좋아요 0 | URL
뜨거운 순대가 먹고 싶어요. 흑흑 ㅠㅠ

2011-07-04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7-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지는 방울 자루와 '환영'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립니다. 다음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저 방울 자루가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며 읽을 듯해요. ㅎ 그래서, 일부러 페이지 표시는 건너뛰고 안 봤습니당~

작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이런 리뷰, 아..사랑스럽네요. ^^

다락방 2011-07-05 12:55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 사랑스럽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달사르님. 방금 점심 먹고 후랑크쏘세지 길쭉하게 들어간 패스츄리도 하나 덤으로 먹었어요. 일종의 디저트..랄까요. 오늘은 무척이나 소세지가 먹고 싶더라구요. 하핫.

달사르님은 점심 드셨습니까?
:)

달사르 2011-07-07 2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배부를 때가 젤루 기분좋은거 같애요. 점심 먹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또 먹는 디저트. 캬..정말 맛있지요. 게다가 소세지라면 더욱더. 흐릅..

먹는 이야기가 있는 댓글 공간이라서 아주 화목한 느낌입니다요. ^^ 저도 오늘 저녁 먹고 또 빵으로 간식을..헤헤헤

2011-07-0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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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는 순간에 여자는 가장 여자다워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귀걸이를 빼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자'로서의 가장 사소하고 작은 -그러나 중요한-의식을 끝마치는 것 같달까. 머리통에 붙어있는 그 작은 귀에서 더 작은 귀걸이를 빼는데 두 손이 필요하다는 것도, 두 손을 쓰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고개가 살짝 돌아가기도 하고 기울여지기도 한다는 것도 놀랍다. 귀걸이를 빼는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서 감추어두었던 많은 것들이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 같다. 하루간의 지쳤던 일들과 슬펐던 일들, 또 기뻤던 일들. 그것들이 그때 바깥으로 나오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 메탈 알러지로 고생하며 미처 집에 돌아가기도 전에,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으면서 혹은 술을 마시면서 중간에 귀걸이를 빼야 하는 그때가 나는 참 싫다. 

귀걸이를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2.5배쯤 더 예뻐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귀걸이를 즐겨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만약 진창에 빠져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진창에 빠져있다면 반짝이는 귀걸이도, 제법 화려한 목걸이도, 빨간 립스틱도, 8센티 힐도 생명력을 잃는다. 이 모든것들이 저마다의 기능을 다 해서 나를 웃게 하려면 내가 진창에 빠져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내가 지옥에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소한 모든것들이 빛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늪에 빠지지도 않고 지옥에도 있지 않은 삶.  

 

그리고 내게 바람이 있다면, 내가 문득 새벽 4시에 깨어 눈을 떴을 때, 그 때 누군가를 불러도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때 누군가를 부르고, 말을 거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었으면.  

 

   
  한밤중에 일어나 담배를 찾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하지만 세상이 까마득한 새벽 4시에는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p.110)   
   


 

새벽 4시. 나는 항상 그 시간쯤에 눈을 뜨곤 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아주 강렬하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새벽 4시.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덜렁, 혼자이다. 심지어 나는 담배도 피지 않는다. 

 

   
  새벽 4시는 기억 속의 시각이다. (p.119) 
 
   

 

수지는 새벽 4시에 이전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그렇듯이. 구원을 청할데가 없을 때, 나도 내 기억속으로 숨어든다. 늘 그렇진 않다. 가끔은 방금 꾼 꿈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꿈을 꿨다. 나는 새벽에 눈을 떠서, 아, 그 사람을 봤는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꿈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억은 희미했다. 새벽 4시에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구원을 청할 데가 없음을 깨닫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겹다. 지치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과 굳이 '엄청나게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이들과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선을 그들이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것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 형제들 중 가장 큰 아이의 특징인지, 그도 아니면 B형의 특징인지, 아니면 사자자리의 특징인지, 아니면 순수히 개인적인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고, 상대에게 괜히 내가 힘든걸 말해서 같은 고민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아니, 나만큼 고민하지 않을거라는 건 안다. 나만큰 힘들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러나 내가 힘든걸 말함으로써 지금 저여자는 힘들다, 하는 것을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가까운 사람들과 언제나 다투는 이유가 되었었다. 모든게 끝나버리면, 상황이 종료되면 말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는 수줍은 듯 씩 웃는다.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능력있는 경찰이 되지는 못할 사람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마음이 여리다. 너무 솔직하다. 그녀가 전화를 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P.284-285) 
 
   

 

상대는 말하라고 했다. 상대는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이 될까봐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 책속의 수지는 생각한다. 이 생각은 수지에게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어떤 부담도 지우고 싶지 않다. 그것이 아마도 그녀가 새벽 4시에 구원을 청할 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마이클, 나 조금 무서워요."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다. 때로는 별 상관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
"수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그는 이제 놀란 목소리다. 그는 수지의 약한 모습이 낯설다. 뭐라고 해야 하는지 대답을 찾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리 때문에 그런가 봐요."
그녀는 얼른 생각을 바꾼다. 마이클에게 그런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 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다.
(P.314) 
 
   


 

수지는 혼자서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야 한다. 드러나는 진실 앞에 휘청거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는 서툴다. 이런 그녀에게 담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의 좋은 친구 '케일럽'은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지를 얘기한다. 늘 잠들기 전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는 사실도. 

   
  수지는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시절, 케일럽이 항상 입고 다녔던 하늘 빛 볼링 재킷을 떠올린다. 재킷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비센트'라는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그런데 수지는 예전 남자 친구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한 사람을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PP.462-463) 
 
   


한 사람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책 속에서 수지가 말해줘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제 나는 알았으니까. 게다가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한 사람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다.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걸.  

 

처음에는 문장이 좋은 소설인 줄 알았다가, 숨겨진 이야기들에 놀랐다. 마치 추리 소설인듯 언니 그레이스에 대한 진실들을 접하게 될때, 이 책은 점점 더 가치있는 책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품절인 것도 서운하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없는 것도 야속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그래서 이런 책을 썼다면, 아마 나도 다른 책을 섣불리 쓰지 못했을 거라고. 심지어 나는 더 쓸 생각도 안했을 거라고. 죽기전에 이런 책을 써냈는데 뭘 더 하겠다는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이 책 한권을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써냈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를 기특하게도 여기고 다독이기도 했을 것 같다. 이젠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채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품절 딱지가 뚝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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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꽥!!!!!!!!!!!!!!!!!!!!!!!!!!
    from 마지막 키스 2012-10-10 13:06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네꼬 2011-06-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귀 안 뚫었는데, 그냥 귀걸이라도 해야 될까요? 다락님의 '여자론'은 언제나 좋아요. 그리고 참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 3시 전화, 알죠? 4시라도 상관없어요. :)

다락방 2011-06-30 22:19   좋아요 0 | URL
새벽은 새벽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것 같아요, 네꼬님. 구원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새벽이 되면 반드시!! 네꼬님을 기억할게요.날 내치지 말아요. 갈데가 없어요,난.

자하(紫霞) 2011-06-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4시에 구원을 청할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똑바로 누워서 심호흡을 해요~^^

다락방 2011-06-30 22:2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많은 생각을 해요, 새벽 네시엔. 가만가만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고 딱 그만큼의 어둠이에요.

음. 2011-06-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 4시에 전화하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보죠.

다락방 2011-06-30 22:22   좋아요 0 | URL
윽 좀 비참한데요. 너무 절절해요. 모임을 만들어 전화해야 하다니.

moonnight 2011-06-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 안 뚫었어요. ; 귀 안 뚫은 귀걸이는 못생긴 거 밖에 없어요. -_-;다락방님처럼 여성스럽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귀걸이를 빼는 행동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상상;
이 책, 좋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저는 살 생각도 안 했어요. 뭔가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후회가 되네요. 품절이 풀렸으면 저도 바랍니다.
그나저나, 새벽 네시에 저한테 말 거셔도 괜찮아요. (수줍;) 둔해서 말 걸어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라도, 다락방님은 환영 ^^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1:46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저도 강추요!

다락방 2011-06-30 22:28   좋아요 0 | URL
여성스런 순간임엔 틀림없지만 사실 그때쯤 되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것 같아요,문나잇님. 일상을 살아내느라 지쳐서 머리는 떡지고 화장은 번들거리고;;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해요, 현실은.

저도 이상해게 손이 안갔던 책이었어요. 선물 받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거에요. 정말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데 품절이라니. 흑흑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에 깨면 굳이 자려고 하지 않아요.
대체로는 그런 적막한 순간이 좋아요.
커피 한잔하면서 멍하게 있어도 좋고,
편지를 써도 좋고,
책을 좀 읽어보다가 졸아도 좋고 말이지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이 사람 다음책을 안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했어요..

다락방 2011-06-30 22:33   좋아요 0 | URL
새벽에 깨어 있으면 그 자체로 선물 받은것 같아요.남들은 다 자고있을 시간이라는걸 알기 때문인지 새벽은 깨어있는자의 것 같잖아요. 저는 대부분 새벽이구나,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자요. 가끔은 불을 켜고 책을 읽거나 수첩에 낙서를 해요.

이런 책이라면 이 한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말이죠.

플레져 2011-06-3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4시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고 쉼보르스카가 말했대요.
(조경란의 백화점에서 읽었어요)
부디 재발매 기원!

다락방 2011-06-30 22:35   좋아요 0 | URL
조경란의 백화점에 그런 문장이 나왔었군요. 그러고보니 익숙한 문장같기도해요. 저는 새벽 네시에 행복한 최초의 여자사람이고 싶어요,플레져님.

... 2011-06-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새벽 4시 30분에 잠들었는뎅...

다락방 2011-06-30 22:36   좋아요 0 | URL
잔다고 왓섭이라도 넣어주지 그러셨어요!!!!!

람혼 2011-06-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 다락방님이 흡연의 세계로 들어오신 줄 알고 내심 반가워했다는...^^;

다락방 2011-06-30 22:59   좋아요 0 | URL
하하 전 금연의 세계에 입문한지 몇년 됐습니다, 람혼님. 그나저나 담배가 람혼님을 불렀군요! 오랜만이에요.
:)

poptrash 2011-06-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라는 첫 문장만, 누가 말해줘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4시의 담배도 있군요. 음. 저는 새벽 4시에도 담배 피고 오전 9시에도 담배 피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를 피고 잠을 잘 거에요. 엉터리 글을 쓰느라 밤을 샜어요. 다락방 님이 제목 좀 정해줘요.

다락방 2011-07-01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늦은밤, 팝님의 글을 읽고 제목을 정해드리고 싶었으나, 제목이 너무 제 취향대로만 지어져서 차마 권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아직까지 제목을 못짓고 계시네요. 얼른 지어봐요, 얼른!!

2011-06-30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1-06-3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었다니 다행이에요 ㅎ 전 리뷰가 없길래 흥미가 없으셨구나 했어요! 잘 지내요 다락방?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엄청 좋았어요, 춘희님. 집에 안읽고 쌓인책이 백권이 넘어서 사놓거나 선물 받은 책 읽으려면 오만년 걸려요. 계속 책을 사서..orz

엊그제 카톡으로 제가 인사했는데 씹으시더만요!! 스맛폰 장만하셨어요?

머큐리 2011-06-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걸이를 하고 싶고...새벽에 깨면 담배부터 찾는 저에게... 감동적인 페이퍼...ㅎㅎ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오오, 머큐리님. 귀걸이 하고 싶으세요? 감동..이라니 하하하하. 별말씀을요.
금요일이라서 오전 내도록 일도 안하고 들떠있어요. 금요일은 정말 왜이러나 몰라요. 히히.

감은빛 2012-10-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까지 귀걸이나 반지를 끼지 않는 여자들과 살아왔어요.
어머니도 아내도 귀걸이를 하지 않네요.
어머니께서는 귀도 뚫지 않으셨구요.
아내는 귀를 뚫었었으나, 한쪽이 막혔어요.
연애할 시절에는 한쪽만 귀걸이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결혼 후에는 귀걸이를 안하네요.

이글을 읽으니 중학생때쯤 문구점에서 어머니께 선물하기 위해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귀걸이들을 살펴보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는 그때 제가 선물한 귀걸이를 아직 갖고 계실까요?
아마 제가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계실 것 같네요.

다락방 2012-10-1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동생들하고 돈을 모아서 엄마한테 3천원짜리 진주목걸이(당연히 진주가 아니었겠지요)를 사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그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데, 망가져서 버리셨을까요?

저는 귀걸이를 무척 하고 싶은데 메탈알러지 때문에 오랜 시간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귀걸이하면 스스로 더 예뻐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괴로움을 감수하자 싶어서 귀걸이를 했다가는 시간이 흐르면 너무 간지러워서 아플 정도로 긁고 만지고 해야 해요. 윽.

오래된 글을 읽으셨네요, 감은빛님.
:)
 
라스트 나잇 - Last Nigh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것이 어떻게 찾아오는 것인지는 모른다.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꽤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오태호의 노래 가사가 그걸 뒷받침 해주고 있지 않는가.  

여자와 남자는 4년간 연애하고 결혼해서 또다시 3년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가끔 무엇을 잊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챙겨줘야 한다는 걸 안다. 남자는 여자가 다 됐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덜 됐다는 것을 안다. 남자는 여자가 화났을 때 맛있는 음식으로 풀어지기도 한다는 걸 알고, 그리고 여자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보는 시선에 호감이 들어있다는 것을 안다. 말하지 않아도 그쯤은 그냥 안다. 짐작이지만, 그것은 단지 짐작이 아닌 것. 일전에 나도 내 애인 주변의 여자사람들 중에 한명이 유독 마음에 걸렸던 적이 있다. 그 일에 대해 한번 언급했을 때 애인의 대답은 당연히 No, 였는데 나는 그 말을 들어도 이 영화속의 여자처럼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속의 남자가 사실은 그렇다고 인정했던 것 처럼, 나 역시 내 애인과 그녀가 겉으로는 친구라고 말하면서 뒤돌아서는 함께 밤을 보내는 사이이기도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 물론, 나랑 사귀기 전의 만남이지만. 때때로 여자들의 (좋아하는)남자를 향한 감각은 본인에 대한 그 어떤 예감보다 정확할 때가 있고, 나는 이것이 무섭고 슬프다.   

 

영화속의 여자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오래전의 연인인 A도 사랑하고 있다. 2년만에 우연히 길에서 A를 만난 여자는, 오후에 그와 만날 약속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 예쁜 드레스를 꺼내 입는다. 드레스에 맞춰 구두를 고르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속옷장의 서랍을 열고서는 어제 남편과 함께 있었을 때는 입지 않았던 셋트 속옷을 꺼내어 입는다. A의 동료가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임을 알게 되자, 그 동료가 묻는다. A의 존재에 대해 남편에게 얘기했냐고. 그녀는 안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동료는 왜 안했냐고 묻는다. 여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이야기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자가 주변의 남자, 혹은 과거의 남자에게 번호를 붙여 칠십명을 얘기해도, 거기에서 '뭔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남자 17번에 대해서는 남편도 신경쓰게 되리라는 것을. 눈치채리라는 것을. 그리고 여자에게는 A를 이대로 두고 늘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A 가 남편에게, 세상에게 드러나는 날, 그 날 부터 바로 여자는 A 를 잊어야 하고 지워야 하니까. 그런걸 강요받게 될테니까. 그녀가 A 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A 를, A와 자신과의 관계를, 그리고 여전히 A 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A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했다고 말한다. 여자도 A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둘은 만나지 못하고 연락하지 못하던 시간이 길었다. 2년이었다. 여자는 A 에게 묻는다. 왜 내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았지? 그러자 A 는 답한다. 

나는 더이상 이메일로는 만족할 수 없었으니까. 

A는 프랑스의 파리, 여자는 미국의 뉴욕에 있었다. 이메일은 그 둘을 연결하는 수단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멀리에 있고 우리가 이메일이라는 수단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남자가 답장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처음에는 바쁜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며칠 지나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내리는 결론은 하나다. 그는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는 것. 내게 답장 보낼 의향은 없고, 그것은 곧 답장을 보낼 다른 여자를 만났다거나 혹은 나와는 그만 연락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래서 이 영화속에서 이 남자가 말해준 '나는 더이상 이메일로는 만족할 수 없었으니까' 라는 대답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한번도 그런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가 더 많은 것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미처 몰랐다. 사랑함에 있어서 취하게 되는 태도에는 단지 하나의 이유만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안에는 아주 많은 생각이 들어있고 아주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상대방이 짐작도 할 수 없는 많은 이유들. 

 

여자와 A 는 여자의 남편이 출장가 있는 동안 함께 밤을 보낸다. 새벽 두시까지 신나게 얘기하고 한 침대에 눕게 되지만 그들은 옷을 벗지는 않는다. 여자는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과 계속 함께 살것이다. 남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할것 같은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그 밤이 흐르고 여자와 A는 이별을 한다. A 가 떠나면서 흘리는 것은 눈물이고, A를 보내면서 여자가 흘리는 것도 눈물이다. 

 

남자는 아내가 의심하던 여자동료와 출장을 갔다. 그녀와 술을 마신다. 밤이 깊었다. 그녀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녀와 한침대에 눕는다. 남자와 동료는 옷을 벗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남자는 동료에게 말을 건다. 동료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남자는 결국 사과의 말을 내뱉는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내가 무슨짓을 하는지 몰랐다고. 실수였다고. 그러자 동료는 말한다. 

어젯밤, 두번째 것도 실수였어요? 

남자의 말은 변명이 될 뿐이고, 남자는 동료를 그곳에 둔 채 일정을 취소하고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남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니다.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자 아내, 여자가 울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안고 위로한다. 그리고 그녀가 벗어둔 예쁜 구두를 본다. 이제 곧 가운 속에 입고 있던 셋트 속옷을 보게 될 것이다. 남자와 있을 때는 입지 않았던-아니, 과거에는 입었을- 예쁜 속옷. 이제 남자는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짐작하게 될 것이다. 여자가 남자를 짐작했던 것 처럼. 그 후의 날들을 함께 살아가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한 침대에서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누웠던 일을 그들은 잊을 수 있을까? 그때의 기분과 그때의 감정을 지운채로 살 수 있을까? 한쪽은 감정적인 외도였고 한쪽은 육체적인 외도였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더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헤어질지도 모른다. 남자와 여자는 그 일들을 잊은 '척' 함께 살지도 모른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살면서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젠가는 남자가 아내를 깨워 맛있고 뜨거운 요리를 해주는 것이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는지도 모르고, 여자가 남자의 와이셔츠에 넣어둔 쪽지가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어떤 삶을 따로, 또 같이 살게 돼도 그들의 그 지난밤을 죄책감만으로 덧칠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 하룻밤의 많은 것들-사랑한다고 말했던 것 혹은 말하지 않았던 것, 옷을 벗었던 것 혹은 벗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들은 그 순간 자신의 선택이었으니 만큼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각자 저마다의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너희들이 한 짓은 잘못이야' 라고 말하겠지만, 용서는 타인의 몫이 아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라는 생각이 드는 숱한 밤들중에 어떤 밤들은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라고 그들 자신이 그들을 조용히 용서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본인의 몫이고 그것을 다독이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결코 타인의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특별할게 하나도 없는 영화다. 굳이 만들어지지 않았어도 좋았을 영화. 세상에 이런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토록 자주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들을 겪고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남일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 대부분의 '남의 일'은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  이 영화속에는 내가 그리고 내 친구가 또한 우리 모두가 들어가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을 확인하거나 혹은 미처 몰랐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도 역시, 음,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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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1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는 타인의 몫이 아니다.
오늘 읽은 최고의 명문장이에요.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을 이렇게 특별하게 들려주시네요. 영화는 재미가 없었어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겠어요.^^

마노아 2011-04-10 20:13   좋아요 0 | URL
참,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이승환의 노래이기도 해욧!!

다락방 2011-04-10 22:30   좋아요 0 | URL
아, 제목이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었던가요? 맞아요, 이오공감 노래에요. ㅎㅎ

뻔한 내용이긴한데 보면서 참 여러가지 일들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알렉스(A)가 '더이상 이메일 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고 한게 참 인상깊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들은 그날밤을 마지막밤으로 만든거겠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마노아님.

방금 반짝반짝빛나는 보고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ㅎㅎ 그런데 다음주 예고보니까 김현주가 김석훈 집에 가나봐요. 아우, 난몰라 진짜. ㅎㅎ

마노아 2011-04-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내가 원했던 '독립'이 나왔어요. 김현주가 금방 독립을 안 할까 봐 무척 걱정이었어요.
오늘 내용은 무척 화가 났지만 다음주는 내용도 더 희망적일 것 같고, 김석훈과의 무언가도 더 생길 것 같아요.
어휴, 마지막 예고편에서 김석훈을 보면서 또 한숨을 쉬었어요. 제기랄! 저런 남자를 언제까지 TV에서만 봐야 할까요. 어휴..;;;;

다락방 2011-04-11 10:1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김석훈 같은 남자는 드라마에만 존재하는...orz
김석훈과 김현주가 확실한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김석훈의 어머니가 이유리를 좋아하셔서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김석훈은 김석훈의 어머니와 쇼부친 것 같던데요.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둔대신, 신부는 엄마가 고르기로 했던거 잊지마라, 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요.

에디 2011-04-1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역시 남자가 몸이 우선(?)하는군요?

다락방 2011-04-11 10:15   좋아요 0 | URL
그러나 그들에겐 반드시 '상대'가 있었죠. 그러니 꼭 남자가 몸이 우선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몸이 우선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이 우선하는 사람도 있고. 뭐가 됐든 어쨌든 뭔가를 했죠.

poptrash 2011-04-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싶지 않은, 알지 않아도 좋은 일을 역시 알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떨까요.

다락방 2011-04-11 10:16   좋아요 0 | URL
그거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원하는 이야기에요. 전 제가 알고 싶지 않은 많은것들을 저절로 알게됐어요. 맹세컨대, 그런것들을 알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로요.

버벌 2011-04-11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여자들의 (좋아하는)남자를 향한 감각은 본인에 대한 그 어떤 예감보다 정확할 때가 있고, 나는 이것이 무섭고 슬프다.> 우잉~ 다락방님~ 저 지금 엄청 무서워 하는 중이에요. ㅠㅠ

다락방 2011-04-11 10:16   좋아요 0 | URL
전 엄청 슬퍼하는 중이구요. ㅠㅠ

레와 2011-04-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생각이 범벅..;

이 영화는 패스할라요. ㅎ

다락방 2011-04-11 12:33   좋아요 0 | URL
레와님, 패스해도 전혀 아깝다거나 아쉬운 영화가 아니에요. ㅎㅎ

moonnight 2011-04-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스트 나잇 봤어요. 줄거리보다는 비내리는 뉴욕의 풍경 같은 게 좋더군요. 어쨌든 배우들도 선남선녀이고. ^^
제작사가 Gaumont이던데, 파리 배경으로 프랑스배우들을 쓰면 오히려 더 어울리겠다 싶기도 했어요.

다락방 2011-04-11 16:26   좋아요 0 | URL
전 배우들도 그다지 선남선녀라고 느껴지지가 않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프랑스 배우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는 하네요. 음, 그러면 분위기가 또 달라졌을 것 같아요. 비 내리는 뉴욕은 좋죠? 저도 비 내리는 뉴욕이 좋더라구요.

무스탕 2011-04-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은 세 개 밖에 안 줬으면서 리뷰는 왤케 길게 쓰신거야요?

그렇습니다. 남이 모르길 원한다면 절대 입 밖으로 내서 말하면 안된답니다. 꼭 내 속에서만!!

다락방 2011-04-11 16:2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영화를 보면서도 또 보고나니 생각이 많아져서, 재미는 없는데 자꾸 이것저것 할말만 많아지고. 사실 남편이 바람핀 여자의 입장에 대한 글도 쓰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리뷰가 한도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그만..

네, 저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무스탕님. '둘만 아는 비밀' 따위는 없대요. 비밀은 혼자 알고있을때만 비밀이라고. 저도 꼭 내 속에서만!!

Doribari 2011-04-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메일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라니요. ㅠ_ㅜ 그럼 나는 뭐, 이 메일에도 만족하고 있었던 거냐! 발끈 생각했는데 3초 정도 흐르니까 과연 그렇군요. 아아 이런. 그 분의 답장이 뜸해지면, 오늘의 교훈으로 저를 위로 하겠어요. 위로도 따지고 보면 타인의 몫이 아니라 자신의 것!

다락방 2011-04-14 16:35   좋아요 0 | URL
위로도 역시 자신의 몫이죠. 자신만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족하지 못하겠는 기분을 저는 너무나 잘 알아요. 그러나 '그래서' 그거라도 더 붙잡고 싶은게 제 심정이라면, '그래서' 그만두는 게 이 영화속 A 의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거였는데.

저는 아마 앞으로도 말할 일은 없겠지만, 말할 수 없겠지만,
이메일을, 문자메세지를, 전화를, 만남을, 옆에 있기를 그러니까 둘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원해요.

푸른바다 2011-04-1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극장에 갔다가 시간이 맞는 영화를 본다는 게 그렇게 됐는데 웃기는 건 다락방님이 페이퍼에 썼던 그 영화라는 걸 제가 처음엔 몰랐다는 겁니다.^^ 이 페이퍼를 읽으면서 제목을 눈여겨 보지 않았고 아마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설정, 대사인데 하는 느낌이 들어 생각해 보니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봤던 것 ㅎㅎ 영화를 보고 다시 이 페이퍼를 읽어보니 정말 실감나게 잘 쓰셨습니다. 저라면 기억하지 못했을 대사, 장면들을 생생하게 잘 옮겨 놓으셨군요. 하지만 영화는 말씀하신 대로... 재미없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1-04-17 22:36   좋아요 0 | URL
굳이 만들어지지 않았어도 될 영화였던 것 같아요. 뭐 특별한 의미가 있지도 않았고 말이죠. 결정적으로 별로 재미도 없었어요. 다만 제가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했고 그래서 결정적으로 하고 싶은 말들이 꼭 있어서 리뷰를 쓰게 됐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썼기 때문에 실감났는가 봐요.
대사는 그러나 정확하게 인용된 건 아닐거에요. 제 기억에만 의존한거라.. 하핫;;
 
노 리플라이 - 2집 Dream
노 리플라이 (No Reply)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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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연애한 적이 있다. 그가 내게 연애를 하자고 말했을 때 나는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좋은 사람' 이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준 적도 있었던 사람이다. 만약 내가 그에게 '노'를 말하면 그를 좋은 사람이라며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줬던 그 일들이 모두 가치를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에게 예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하루째 이틀째,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 연애가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고 내게 지독하게 잘해줬지만, 나를 좋아해줬지만, 그렇게까지 나에게 구애했던 남자는 그 뒤로도 없었지만, 나는 이 남자와 계속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번번이 그를 속상하게 했다. 만나자는 그에게 핑계를 댔고, 그가 전화를 하면 나는 어김없이 다른 남자들과 놀고 있었다. 그는 그때마다 내게 '지금 다른 남자들이랑 있죠' 라고 물었다. 윽.  

그때는 어렸었고, 이제 나는 내가 '좋은 사람'과는 연애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있다. 토이의 노랫말처럼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말할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래서 나는 너와 연애하고 싶어'랑은 다르다는 것쯤은 구분할 수 있다. (아 그런데 '오빠'라는 단어는 진짜 우라지게 오글거린다. 오글오글) 

이 앨범은 그런 앨범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가 아니라 '좋은 사람' 같은 앨범. 누가 어떠냐고 물으면 어 괜찮아, 나쁘지 않지, 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렇다면 사귈거야? 라고 묻는다면 아니, 좋아하진 않아. 나에게 어필하지 않지. 매력도 별로. 그저 좋은 사람일 뿐이야, 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앨범. 내가 아는 누군가와 사귄다면 아 그래? 좋은 사람이지, 라고도 말해줄 수 있지만 '그 사람하고 사귀어서 좋겠다'는 부러움은 주지 않는, 그런 느낌의 앨범. 

듣기에 나쁘지 않지만 마구 듣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싶다.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 노래 같은 노래를 불러준다는게 어딘가. 시디를 사고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 그게 어딘가. 그래, 이쯤이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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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1-3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비유와 인용의 다락방이에요. (주저리 뭔가를 더 쓰려다 지웠어요. 전 너무 사설이 길어요)

다락방 2011-01-31 19:02   좋아요 0 | URL
미모의 다락방이기도 하죠. 훗.
아, 아치, 시간이 너무 빨라요. 나 벌써 엄청 늙었어요. 세월 가지 말라고 아치가 좀 잡아줘요. 네?

turnleft 2011-01-3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얘들 음악, 개성이 너무 없어요. 뭔가 "아 얘들!" 하는 맛이 없이, 언니네 이발관 시대 음악들이 조금 변주된 느낌 정도?

다락방 2011-01-31 19:03   좋아요 0 | URL
그쵸.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아요. 인상적이지도 않고. 한 두세곡 정도는 오, 좋구나 할 정도. 개성 없어요. 그러네요.

에디 2011-02-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빠졌죠? 근데 잘빠진데서 끝난것 같은... (그래도 떼창 관객이 있는 밴드)

다락방 2011-02-02 13:26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너무 잘 빠졌다는 생각도 안들어요. 평범하다는 느낌. 그러나 요즘엔 이정도의 평범함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가수들 투성이라 평범함에도 땡큐베리머치 라고 해야 할 것 같은. 흑.
 
브로콜리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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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약속이 있어서 역삼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이제 내려야 할 때가 되어 출입문 쪽으로 가는데 어어, 내 구두 뒤축이 누군가의 발을 밟은것 같다. 그러나 아직 꽉 밟기는 전. 나는 꽉 밟기 전에 이걸-그러니까 내 발- 들어올려야지,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날따라 얇고 높은 굽을 신어서, 찍히면 끝장난다. 나는 누군가의 발등에 빵꾸를 낼지도 모르는 것. 그런데 어어, 발이 안들어진다. 이거 왜이래, 하고 돌아보니, 흑. 구두 굽이, 그 힐이, 어떤 청년의 운동화 끈에 걸려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둥바둥바둥바둥. 나도 바둥대고 그 청년도 바둥댄다. 이제 곧 문이 열릴거고 사람들도 출입문 앞에 몇명 서있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둥바둥바둥바둥 ㅠㅠ 운동화 끈 사이로 내 구두가 빠져 나오고, 나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문이 빨리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그 시간이 어찌나 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다다다닥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며 하필 오늘따라 이걸 신고 와가지고,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눅눅한 버스를 타고
자꾸만 졸려 하다 보면
어느새 낯선 곳의 정류장
이젠 돌아갈 버스도 없는
열두 시 반의 거리를
걷는 지친 나의 어깨  -[열두시 반 中 에서]

약속시간 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 베스킨 라빈스로 들어간다. 평소에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않는데, 그날따라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전날 마신 숙취가 아직 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술을 마실 것이니 속을 좀 부드럽게 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바둥바둥 대느라 얼굴이 뜨거워졌으니 식혀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몬드 봉봉 작은컵으로 하나 주세요, 한다. 2,500 원이란다. 해피포인트 카드와 신용카드를 함께 내미는데, 나에게 2,300점의 적립금이 있다. 아싸뵹. 그걸 사용해달라고 하고 현금으로 200원을 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아몬드가 씹힌다. 아이스크림은 달게 녹는다.  

네가 미워 했던 만큼 멀리 날아갈 거야 
네가 아파했던 만큼 다시 꿈을 꿀거야
너의 마음 속의 어둠 만큼 빛이 날거야
내가 너를 차마 쳐다볼 수도 없을만큼 

난 사실은 너무 불안했지
네가 날 떠나진 않을까
그럼 널 따라 날 수가 있을까
네가 너무 좋아       -[변두리 소년,소녀 中에서]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도 그러했지만 2집 역시 우리 모두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다. 열두 시반의 거리를 걷는 지친 삶, 반짝반짝 빛나는 그가 내 곁을 떠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 게다가 사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창력이 아주 빼어난 것도 아니다. 이런 가사들로 노래를 해대는데 너무나 엄청난 성량과 빼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째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너 노래는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우리 잘 모르는거지? 고단한 일상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부르는거지, 대들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도 그들의 가창력도 일상을 녹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도우'의 [사서함110호의 우편물]이란 책을 보면, 진솔이 혼자 속 끓이는 장면이 나온다. 진솔은 건PD를 사랑하는데, 건도 자신에게 어느정도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삼자로부터 '그는 다른 여자를 사랑해왔고 그여자를 잊지 못할것이며 너에게 줄 마음 따위는 없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 그 뒤로 진솔은 건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같아질 수 없고, 영문을 모르는 건PD는 안타까울 뿐이다. 그때 그 혼자 속 끓는 진솔의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게 뭔지 알 것 같아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왜 말을 못해 이여자야, 건피디에게 직접 물어봐, 라고 말하고 싶어서 내내 안타까웠는데, 사실 내가 진솔의 입장이었어도 혼자 속만 끓였을 뿐 건피디에게 가서 묻지는 못했을것이다. 당신 지금 나한테 하는거, 이거 사랑 아닌거에요? 다른 여자를 내심 품고 있는거에요? 그걸 어떻게 묻겠는가. 그래요, 라고 답해버리면 대체 어떡하라고.  

할 말은 너무 많은데 할 수가 없고
나는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죠
말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 남아
나는 자꾸만 잠들 수 없었죠  -[마음의 문제 中 에서] 

나도 묻고 싶은게 아주 많다. 잠들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오해하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잠들지 못하는 그 많은 밤들은 그러니까 내 마음의 문제인거다. 그러니까 브로콜리 너마저는 2집에서 자꾸만 내 얘기를 하고 자꾸만 우리들 얘기를 한다.  

게다가 이 가을에 혼자 우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이 가을에 혼자 울었던 그 많은 여자사람들이 울고 싶으면 계속 울되, 이들의 [울지마]를 듣기를 권한다. 울 땐 울더라도, 울지말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도 듣자고. 10월에 울었으면 됐지, 11월에도 내내 울 수는 없잖은가. 이제 곧 겨울인데. 가을에 울었으면 그걸로 됐다. 겨울이 곧 오는데 얼마나 할 게 많은가. 부츠도 꺼내야 하고 장갑도 찾아야 하고 핸드크림도 준비해야 한다. 

어제 아침, 앞이 뾰족한 구두를 신으려고 했는데 스타킹을 신다가 내 발톱이 무척 자란것을 보았다. 길었다. 이 구두 신으면 아프겠네, 라고 하면서도 그 구두를 신었다.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느라 그 구두를 신고 좀 뛰었다. 발가락이 아팠다. 길게 자랐던 발톱이 신경쓰였다. 어젯밤에는 너의 발톱을 잘라주겠어, 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면 당장 시집이라도 가 버리고 싶었다. 난 다른건 다 필요없어, 내 발톱만 좀 잘라주면 돼. 라는 마음이 가득가득. 집에 와서 구두를 벗고 스타킹을 벗어보니 발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길게 자란 발톱이 발가락을 찔러버려 피가 났다. 이런 젠장. 나는 이런걸 미리 자르지도 못할정도로 게으른 여자사람. 샤워하기 전에 발톱을 잘랐다.  

발톱을 자르는 것 쯤은 혼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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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11-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프로젝트, 브로컬리 너마저, 루시드 폴, 이적 등등...
사고 싶은 음반이 많은데 쉽게 구할 수가 없어 못 듣고 있어요 ㅠ_ㅠ

아쉬운대로 Taylor Swift 나 듣고 있습니다 -_-/

2010-11-02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r 2010-11-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그제... 저를 위로해준 음악이었습니다. 다락방님의 페이퍼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계피의 보컬이 빠진 앨범이 더 마음을 쎄하게 만들면 어쩌나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스럽고 고마웠어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도 그러했지만 2집 역시 우리 모두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다. 열두 시반의 거리를 걷는 지친 삶, 반짝반짝 빛나는 그가 내 곁을 떠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 게다가 사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창력이 아주 빼어난 것도 아니다. 이런 가사들로 노래를 해대는데 너무나 엄청난 성량과 빼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째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너 노래는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우리 잘 모르는거지? 고단한 일상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부르는거지, 대들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도 그들의 가창력도 일상을 녹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락방님 페이퍼의 이 부분, 몹시 공감해요.

다락방 2010-11-02 16:34   좋아요 0 | URL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을 사실 열심히 듣지 않았기 때문에 계피의 보컬에 대해 그다지 인식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계피가 빠진 브로콜리 너마저도 괜찮을까, 하는 염려를 자주 들었는데 저는 2집이 더 좋으니 이를 어쩝니까. 하핫;; 1집의 노래는 음 좋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2집은 으윽 좋구나 하게 된단 말입니다! ㅎㅎ 저 역시 위로를 받고 있어요. 변두리 소년, 소녀로 말이지요. 너무 좋아요~

Kircheis 님과 제가 같은 감각으로 이 앨범을 듣고 있군요!
:)

애쉬 2010-11-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가 이 스산한 겨울의 길목에 음반을 내는 건, 의도일까 우연일까 생각해봤어요. 여름의 덕원의 목소리는 좀 아니잖아요. ^^
저도 그가 빼어난 가창력과 엄청난 성량을 가지고 있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목청껏 노래만 잘하면 가수가 되는 줄 아는 멍청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아, 저도 '변두리 소년, 소녀' 가 가장 좋아요~~

다락방 2010-11-02 16:32   좋아요 0 | URL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삶이 고단한게 비단 나 뿐만은 아니구나 싶어져요. 다들 나처럼 살고 있구나. 가끔은 힘들기도 하고 가끔은 설레기도 하고 가끔은 기쁘기도 하면서. 그런 노래를 부르기에는 참 적절한 목소리에요.

변두리 소년, 소녀 정말 좋죠? 저도 그 노래가 제일 좋아요! 이 앨범 처음 들을때부터 저는 그 노래에 꽂혔어요!! >.<

moonnight 2010-11-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음반 소개 신문에서 읽고 아, 다락방님이 좋다 하신 그거. 하고 생각했어요. ^^ 저는 1년내내 주구장창 운동화 아니면 운동화 비슷한 구두-_-인데, 가끔 특별한 일이 있어서 힐 한 번 신을라치면 발뒤꿈치랑 발가락이랑 다 까지고 난리나요. -_-;;;;

제가 상상하는 다락방님은 항상 샤방샤방 여성스러운 몸차림일 거 같아요. 그래도 공원에 나가실 때는 꼭 장갑 목도리 부츠 다 착용하셔야지 돼요. 맥주도 차갑기 때문에 요즘 날씨엔 몸이 막 떨린다는. (가끔 벤치에 앉아서 맥주 마시며 책 읽는 1인 ^^;;;)

다락방 2010-11-02 16:30   좋아요 0 | URL
항상 샤방샤방 여성스러운 몸차림과는 좀 거리가 멀구요 ㅎㅎ 항상 힘차고 씩씩하게 행진하듯 걷고 있습니다. 우다다다다다다다 뛰기도 해서 타부서 직원들이 술자리에서 복도에서 뛰어댕기지좀 말라며;;

네네네네, 공원에 가서 캔맥주 마실때는 장갑 목도리 부츠 다 착용할게요. 안그러면 술마시다 얼어죽어요. 제가 죽자고 술 마시는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아 이놈의 회사에서 뛰쳐나가 공원으로 달려가고 싶어요.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싶네요. 캔맥주 한모금 홀짝이고 눈물 한방울 또르르 흘리고.

양철나무꾼 2010-11-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톱이 살을 파고 들지 않도록...
둥글게 자르지 마시고 일자로 잘 잘라주세요~^^

앨범 자켓이 멍든 내 맘이랑 똑 같은 색이예요~^^

다락방 2010-11-02 16:29   좋아요 0 | URL
저 한번 살 파고 들어서 병원가서 수술(?)한적 있어요. 울었네요. 완전 아파가지고 ㅠㅠ
이번에는 네번째 발가락의 발톱이 세번째 발가락을 찔렀어요. ㅠㅠ 구두가 뾰족해서..(뭔가 지저분하죠?)

양철나무꾼의 멍든 가슴에 날계란 하나 살포시 안겨 드리고 싶어요. 차갑고 섬뜩하겠지만 멍의 독기를 다 가져가준다니 말이죠.

무스탕 2010-11-0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아직 음악CD를 내가 들으려고 사 본적이 없어요. 작년이던가.. 브로콜리 1집 들어볼까.. 생각이 들어서 mp3곡을 찾아보니 없네요? 얼라.. 왜 없지.. 로 끝냈는데 다락방님 리뷰를 보니 듣지 못하고 넘어가버린 1집도 무지 궁금해졌어요.
1집 표지의 볼 통통한 귀여운 여자애랑은 분위기가 완전 다른 2집 표지네요. 혹시 저 파란색, 그 여자애가 불어 놓은 풍선일까요? ^^

아.. 글고, 전 승질이 못돼먹어서 발톱이건 손톱이건 조금이라도 긴 건 꼴을 못봐요. 또깍또깍 깍아버려야 속이 시원해서 제 손톱 발톱은 자랄 틈이 없다지요;;

다락방 2010-11-02 15:56   좋아요 0 | URL
전 정말 귀차니즘 작렬해서 손톱 발톱 자르는데 시간 오만년 걸려요. 잘라야지 잘라야지 생각하면서 또 하루를 보내고.. ( '')
같은 이유로 머리도 안빗어요. ㅎㅎ

그러게요, 그 여자아이가 불어 놓은 풍선일까요? 무스탕님은 어쩌면 그렇게 생각도 예쁘게 하세요? 네?

2010-11-02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illyours 2010-11-0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서 아침 저녁으로 후아- 후아- 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혹시 1집에서의 보컬 계피의 음색을 좋아했다면
'가을방학' 노래도 추천하고 싶어요!
계피와, 줄리아하트의 정바비가 만난 밴드예요.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는 노래.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

다락방 2010-11-02 15:32   좋아요 0 | URL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 말씀하시는 거죠?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하고 말하는 그 노래요. 전 이미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후훗.

브로콜리 너마저의 이 앨범 중에서 [변두리 소년,소녀]가 무척 좋아요, 무척!

마노아 2010-11-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울지마'가 참 끌렸어요. 그 말은 나한테 필요한 말이어서 그랬을 거예요. 아, 쓸쓸한 것도 힘든데 춥기까지 한 나날이에요.

다락방 2010-11-02 18:0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울지마] 들으면서 이제 그만 울어요. 10월에 울었으니, 11월엔 그만 울어도 좋잖아요. 여전히 쓸쓸하고 춥다면 우리 곧 만나요. 포동포동 따뜻한 삼겹살을, 아니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를, 그도 아니면 달달한 캬라멜 마끼아또를 함께 먹어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자구요.

저 역시 더럽게 춥고 아픈날들이거든요.

웽스북스 2010-11-0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이게 너무 좋아요. 오늘 바람부는 저녁의 버스정류장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데, 아, 좋아서 죽을 뻔했네. <마음의 문제>랑 <열두시 반> 이건 완전 내노래 같고... <변두리 소년, 소녀>는 아직 마음에 잘 안와요. 내가 이상한건가...

그리고 뒤의 노래들은 아직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집중해서 노래를 들을 1시간이 없어요. 흑흑. 힛~ 지금 변두리 나오네요. ㅎㅎ

다락방 2010-11-03 08:50   좋아요 0 | URL
어떤 노래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게 이상한건 아니죠, 웬디양님. 저는 [변두리 소년,소녀]가 제일 좋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제가 이상한걸지도 몰라요. 전 그 가사가 완전 제 가사같더라구요. 제가 쓴 줄 알았네요. 제가 친구랑 대화하던 걸 듣거나 보고 혹은 제 일기장을 훔쳐보고 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반짝반짝 이랑 날개랑 뭐 그런것들. '네가 너무 좋아' 라고 말하는 가사 말예요. 아우 좋아 죽겠네요. ㅠㅠ

웽스북스 2010-11-03 09: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요즘 아무도 안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주변에 날개가 있나 궁금한 사람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1-03 09:28   좋아요 0 | URL
다락방에게 날개가 있는지 없는지 안궁금해요? 안궁금해요?!
요즘 나한테 너무 소홀해진 거 아니에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나기 2010-11-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이들의 노래를 들었어요.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음악이 좋아서 자꾸 들었어요. 그런데, 이들의 2집이 나왔다니. 왜 제가 그걸 모르고 있었을까요? :)

다락방 2010-11-11 10:16   좋아요 0 | URL
이제 알게 됐잖아요, 홀릭제이님! 들어봐요! 후회하지 않을거에요. 히히 :)
춥다. 잘 지내죠?

블랙겟타 2016-08-2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과제하면서 브로콜리 2집의 졸업을 듣고 있다가요.. ˝어? 노래 좋네 이 음반 얼마하지?˝ 하고 알라딘으로 검색해서 봤더니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를 발견했네요. 무려 6년전 페이퍼이긴 하지만요.ㅎㅎㅎ;;; 너무 늦게 이 글을 봤네요. 그땐 아마 저는 다락방님을 모를때였지만 지금은 아니까 이글을 볼 수 있었네요. ㅎㅎㅎㅎ 이때도 좋은 글을 계속 쓰고 계셨군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