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ah Jones - The Fall
노라 존스 (Norah Jon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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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방에 혼자 있을 때는 주로 책을 읽거나 화장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때때로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난 전화는 혼자 있을 때 받고 싶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혼자서 울기도 하고 실실거리고 웃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방안에 있을 때 하는걸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럴때 이 노라 존스의 앨범은 그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완벽해지도록 도와준다. 내가 무얼 하든, 그러니까 화장을 하거나 멍하니 생각을 한다거나 할때, 혹은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엎드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을 때, 혹은 이 다음에 무슨책을 읽어야 하나 책장 앞에서 서성일때, 그 시간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면 제대로 설명이 되는걸까. 인터넷에 글을 쓰는 시간 조차도 노라 존스의 보이스가 들려 오면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인데, 노라 존스의 이번 앨범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음악은 음악대로 그저 그렇게 방에 울리게 놓아둔채로, 그리고 나는 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기에 적절하다. (음, 그래도 역시 책 읽을 때는 안듣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회사에서도 그리고 친구를 만나고 나서도 또 대중교통 안에서도 언제나 사람에 치어 있으니, 내가 어디에서 무얼하든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럴때 노라 존스의 이 앨범을 울리게 놓아둔다면 어쩐지 조금 더, 그 시간이 즐거워지고 안정되게 느껴진다. 

어떻게 노라 존스는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평안을 주는 목소리를, 이렇게 완벽함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를, 이렇게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브랜디 칼라일의 음반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듣는 쪽이 훨씬 좋은 앨범이었다면, 노라 존스는 당연하게도 시디 플레이어에 걸어놓고 방안 가득 조용하게 울려 퍼지게 하는 쪽이 훨씬 좋은 그런 앨범이다. 

그녀는 악을 쓰지도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애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하다. 그 편안함은 내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그녀의 앨범을 듣는 동안은 이 시간이 완벽하다는 만족감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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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2-1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은 리뷰에요.

노라 존스 좋지요. Don't Know Why는 자주 들었어요.

제게는 에바 캐시디나 에릭 클랩튼의 몇몇 곡이 그래요. 아직 한국에서 저작권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곡으로는 Alexi Murdoch의 Orange Sky가 있네요.


다락방 2010-02-15 20:17   좋아요 0 | URL
노래 잘 들었어요, 말미잘님. 저는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로망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 영상 속에서 남자가 가만가만 기다란 손으로 기타 치는 걸 보자니 로망이란게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노래도 조곤조곤해요.

말미잘님, 혹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란 단편 소설을 알고 있나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인데요, 말미잘님의 며칠전 페이퍼 [아버지]에 비하면 그 단편소설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말미잘님의 페이퍼 [아버지]는 별찜해두고 수시로 들어와서 읽고 있어요. 외우고 싶어서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위워지진 않지만 말입니다. 다음 생에는 아이큐가 300쯤 되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외우고 싶은 건 다 외울 수 있게 말이죠.

뷰리풀말미잘 2010-02-15 21:00   좋아요 0 | URL
정말 기진맥진해서 집에 들어 오는 날 가끔 이 곡을 틀어놓고 눕는데요 그럼 뭔가 안도감이 확 느껴져요.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네,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에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없네요. 어느 단편집에 나오는 얘기었죠? 헉, 별찜은 무슨. 부끄럽게!

다락방 2010-02-15 21:03   좋아요 0 | URL
제 책장에서는 보니까 [그때 그여자는 나를 원했던걸까?] 라는 단편집에 실려있어요.

단편집 제목을 쓰다보니까 또, 단편집 제목 참 좋지 않나요? 그때 그여자는 나를 원했던걸까? 신해철 1집에선가 [아직도 날 원하나요]란 노래가 있었는데 이것도 제목이 참 좋고 말입니다.

... 2010-02-1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라존스는 어떻게 그런 목소리와 함께 어여쁜 미모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처음 노라존스가 데뷔했을때 정말 깜짝놀랐었어요.

다락방 2010-02-16 08:38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그런데 목소리도 정말 좋아요!! 옆에서 나직하게 노래 불러주면 참 행복할 것 같은 그런 목소리에요. 방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순간이 참 만족스러워요. 아 정말 예쁘기도 하지. 뮤비의 머리스타일조차 예쁘더군요. 흑 ㅜㅡ

비로그인 2010-02-1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고 있으신 음반만 바꾸어 적으면 딱 지금 이시간, 저의 느낌이 될 법한 마법같은 얘기네요^^
아,, 화장하는 것은 빼어야겠지만요~

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불로 동굴 만들어 놓고 자면 가끔 기분좋고 유쾌한 꿈이 나타나기도 하더라고요.

다락방 2010-02-18 08:25   좋아요 0 | URL
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엄청 좋은 사람을 엄청나게 생각하다가 잠들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더라고요. :)

레와 2010-02-1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앨범은 패쓰했는데, 이런이런..;; ㅎ

다락방 2010-02-19 18:00   좋아요 0 | URL
난 괜찮더라구요! :)
 
Hoobastank - For Never
후바스탱크 (Hoobastank)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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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The reason]같은 곡을 그들은 다시는 부르지 못하는 걸까, 아니 부르지 않는걸까? 

술 취한채로 남동생과 함께 들었을 때는 이 앨범은 더 리즌을 까부수겠구나, 생각했는데 맨정신에 들어보니 뭐 맘에 드는게 없다. [so close so far]는 그나마 괜찮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더 리즌 같은 감동을 주려면 멀었고, 후바스탱크의 이 앨범에 실린 모든 곡들은 전자사운드만 요란해 보이스를 씹어 먹는다. 요란한 사운드 속에 숨겨진 보이스를 듣는 건 유쾌하지도 않고 이들이 하려고 하는게 락인지 메탈인지도 모르겠다. 

국내 밴드중 'MOT'의 노래들이 반주에 보이스가 숨겨져 있었는데, 그들의 곡은 몽환적이고 시적이며 매혹적이었던데 반해, 이번 후바스탱크의 앨범은 그저 시끄럽다. 남동생에게 『야. 후바스탱크 앨범 별로네. 반주에 보이스가 씹혔어.』그러자 남동생은 『리듬을 느껴봐』이런 답을 보내왔다. 뭐, 느낄 리듬이 없던데? 

앨범 전체를 다 듣기에는 시끄러워진다. 시끄러울래면 스트레스 풀게끔 좋든가, 이건 뭐 이도저도 아니다. 몇 곡 듣고 이내 꺼버리게 된다. 에잇, 무겁게 시디플레이어 들고 왔드만. 

두번째 트랙의 I'm sorry~ 하는 부분이 좋아서, so close so far의 단순한 음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별을 2.2개 주고 싶은데, 에라, 세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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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혹시 TRAVIS는 어때요?

다락방 2010-02-08 17:58   좋아요 0 | URL
안들어봤습니다!!

저 그냥 노라 존스 담아놨습니다. 6개월후에 구매하기로 했지만 뭐..내가 원래 이런거 지키는 애였어? 이러면서 노라 존스 씨디랑, 매직 토이숍이랑....하아- 한숨만 나와요.
이놈의 회사, 불 질러 버리고 싶어요. 방화범이 되느냐 마느냐...방화범 되면 내 인생은 누가 책임지느냐......불 질러 버리고 무인도로 도망가 버릴까 봐요. 가서 옥수수나 키우든가 해야지.

(이게 대체 무슨 댓글인가요? TRAVIS 들어봤냐는 물음에..orz)

마늘빵 2010-02-08 19:38   좋아요 0 | URL
오, 나 트래비스 좋아해요. 아주 사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요. 라디오헤드가 활동이 뜸한 사이 트래비스가 내 맘 속에 비집고 들어왔어요. 안 들은지 좀 됐지만.

다락방 2010-02-08 22:50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트래비스가 좋아요, Jude님이 좋아요?

난 쫄면 보다는 아프락사스님이 조금 더 좋긴 해요.

turnleft 2010-02-09 03:20   좋아요 0 | URL
앞으로 아프님 호칭은 "쫄면보다 아름다운 아프님" 으로..

다락방 2010-02-09 08:11   좋아요 0 | URL
좋아요, TurnLeft님.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쫄면보다 아름답기도 힘들거든요. 흣 :)

... 2010-02-09 13: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쫄면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식당아주머니들이 머리가 아플정도로 백설탕가루 콱콱 뿌려넣지만 않으면 더 아름다울텐데 말이죠.

다락방 2010-02-09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쫄면보다는 냉면을 훨씬 더 좋아라 하긴 합니다만. 흣 :)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냉면>아프락사스님>쫄면 ?

마늘빵 2010-02-09 13:35   좋아요 0 | URL
흥, 내가 냉면보다 못하단 거에욧?!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ㅠ 하긴 나도 회냉면이 젤 좋아요.

다락방 2010-02-09 13:37   좋아요 0 | URL
음..아프락사스님이 냉면보다 못하다는게 아니라..음...냉면이 아프락사스님보다 좀 더 좋다는거에요. =3=3=3=3

우리 나중에 삼겹살도 먹고 소주도 마시고 냉면도 먹고 같이 배두들겨요. 히히

... 2010-02-09 13:41   좋아요 0 | URL
회냉, 비냉보다 좋은 사람 찾기 정말 힘들어요...

다락방 2010-02-09 13:42   좋아요 0 | URL
저는 오이지나 순대국보다 좋은 사람 찾기도 힘들던데요.
게다가 대부분의 남자들은 심지어 소주보다도 못해요. 웬만한 남자보다는 소주가 낫죠.

... 2010-02-09 13:44   좋아요 0 | URL
저는 소주는 한가지 맛이라 (응? 무슨말임?) 다양한 맛을 가진 맥주가 더 좋은데..
다락방님이 즐기시는 소주메이커는요?

다락방 2010-02-09 13:50   좋아요 0 | URL
저는 맥주가 정말 맛있어서 좋아하는데 말이죠(그렇다고 맥주맛을 구분할 수 있는건 아님) 너무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져서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에요. 한번 갔다오기 시작하면 정말 어휴..

소주는 사실 요즘같아서는 처음처럼이 더 좋기는 한데, 뭔가 의리상(?) 참이슬을 마시고 있습니다. 스무살때부터 마시던게 진로라...어쩐지 진로로 계속 가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에, 뭐 그런겁니다.

... 2010-02-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oobastank 앨범 별루인가 보죠? 정말 왜 The Reason 하나만 그렇게 부르고 나머지는 저런데요. 처음 Hoobastank 나왔을때, 간혹 듣던 라디오채널에서 the reason만 하루에 한번씩 내보내 주었던게 다른 곡은 별루여서 그랬나 봐요....

노라 존스도 Don't know why만 한게 없어요... 사시려는게 The Fall 앨범이라면 기대를 좀 줄이고 구매하시라는, 제가 받은 조언을 다락방님께도 전달합니다.

다락방 2010-02-09 13:21   좋아요 0 | URL
아 놔. 브론테님은 왜 이제야 나타나셔서 이런 말씀을 -_-
저는 이미 아침에 노라 존스 앨범을 그것도 The Fall을 주문한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Don't know why 는 영 벌로였어요. 전 이상하게 그 노래가 싫더라구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앨범의 곡들은 좋았는데 말여요. 노라 존스 앨범은 제가 주문하였으니 들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흐흣.

2010-02-0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9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0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음악듣는 것 보면 정말 30대 후반 독거미 여인 같아요. 아니면 50대 초반 중년 남성이거나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

다락방 2010-02-09 18:07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전 Jude님의 음악 취향은 20대의 교양있는 꽃청년 같은데요!
:)

비로그인 2010-02-10 17:01   좋아요 0 | URL
어므낫 어므낫! 꽃청년 꽃청년!!!!!!!!!!!!!!!!!!!!!!!!!!!!!!!!!!!!!!!!!!!!!!!!!!!!!(너무 기뻐 거품 물고 쓰러짐)

다락방 2010-02-10 17:10   좋아요 0 | URL
아~ 나는 Jude님 댓글 보니까 막 너무 반갑고 좋아서 울고 싶어요. 붙잡고 막 수다 떨고 싶고 그래요. 히잉 ㅠㅠ

2010-02-10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issot visodate 2012-02-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라 존스 앨범은 제가 주문하였으니 들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흐흣. http://www.worldofwatch.org/Tissot-PR-100-Ladies-Silver-Automatic-Classic-Watch-p-357.html
 
[수입] Brandi Carlile - The Story
브란디 칼라일 노래 / Columbia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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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이미지가 없다 -.-) 

그녀의 앨범을 첫번째 트랙부터 차례대로 듣고 있노라면, 그녀가 얼마나 편안하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내 앨범이 많이 팔려야해, 라든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다 따라불렀으면 좋겠어, 라든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획기적이고 특별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 라는 고민 같은건 해보지 않았을 법한 음악을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하는 음악은 그저 나는 지금 노래를 부르고 싶어, 정도의 느낌을 준다. 그건 노래에도 실려있어서 그녀가 노래를 불러내는게, 그러니까 때로는 나직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깥으로 뿜어내는 게, 앨범을 듣고 있는 내게 너무나 편안하게 다가온다. 테크니컬한 음악이라는 생각도, 기계음이 섞여 있다는 생각도 그녀의 앨범을 들으면서는 할 수가 없다. 그녀는 그저 편안하고 전통적인 음악, 애초에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이라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음악을 하고 있다.   

그녀가 편안하게 하는 음악, 그녀가 사랑하는 음악은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서, 'This is my song'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4번트랙의 전주쯤에선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기 전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을것만 같다. 그녀는 미소 짓고 있겠지. 그리고 까딱까딱 리듬을 타고 있을거야.

이 음악을 들으면서 출근하는 버스안에서(그렇다, 나는 핸드백 속에 씨디플레이어를 넣어가지고 이걸 들으면서 출근한거다!), 나는 문득, 아 이 앨범은 여행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퍽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비행기 안이어도 나쁠 건 없고 버스여도 좋다.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려는, 여기에서 저 멀리로 이동하려는 그들이 기차안에서 이 앨범을 듣게 된다면 즐거움과 사색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도보여행 중 듣게 된다면, 아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단순히 여행할때에만 적절한 음악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일랜드에 글렌 한사드가 있다면, 내 방안에는 브랜디 칼라일이 있다. 몸서리처지게 만족스런 일이다. 

 

알라딘은 바보다. 이 앨범이 없다. 만약 재고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몇장쯤은 거뜬히 사주었을텐데.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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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해요를 무한반복. 저는 소리에 대해서는 몇마디 말로까지는 표현을 해도, 이렇게 글로 감히 써본 적이 없거니와 앞으로도 못할 것 같은데 이런 글을 쓰시는 다락방 님이 참 신기해요.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하는 이를 볼 때의 그런 신기함. 글렌 한사드라, 원스의 그 님이시로군요.

원스, 를 저 한국말로 무어라고 옮겨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어요. 한 번, 한 번만, 한 번도. 한 번만이라고 하려면 only once라고 했어야 했겠지만 그저 원스라니, 이건 twice보다도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실은 once인지라 마음 속의 이 상태를 그저 즐기고만 있어요. 요사이 몇 번 말했지만 제가 가장 못견뎌 하는 제 마음 상태는 잔잔한 호수거든요. 풍랑이 일거나 비가 내리고, 돌멩이가 던져져서 파르르 떨리는 그 상태의 마음을 저는 가장 좋아해요. 그리고, 이런 글의 끝맺음은 언제나 같지요. 당신은 어떠십니까?

다락방 2009-12-24 00:41   좋아요 0 | URL
아, Jude님. 저는 언제나 잔잔한 호수이기를 원해요. 풍랑이 일거나 비가 내리고 돌멩이가 던져지면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이죠. 제 마음이 언제나 잔잔한 호수이기를 원하건만, 실상 잔잔한 호수인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주 자주, 제 성격이 싫답니다.

제 음반 리뷰는 사실 뭐, 리뷰랄 것도 없어요. 그저 음악 듣다 생각나거나 느껴진 것, 그것들을 쓴게 다인걸요.

보고싶어요.

비로그인 2009-12-24 08:03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집중해 볼까 하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일 아님 노는 일임) 저 포기할까 봐요. 호수가 쭉쭉쭉 기울어져서 물이 마른 것 같아요.

다락방 2009-12-24 08:23   좋아요 0 | URL
앗 뭘까요? 흐음..
어제는 늦게 들어가서 잘 잤어요?

비로그인 2009-12-24 08:41   좋아요 0 | URL
에헤헤 잠이야 잘 잤지요. 저 요즘 슬쩍 우디 알랜처럼 좀 오락가락해요 ㅎㅎㅎ

마늘빵 2009-12-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이 음악 완전 좋아요. 더 스토리가 특히. 라이브로 보고 싶다.

다락방 2009-12-24 00:42   좋아요 0 | URL
나 선물할라고 이거 오늘 몇개 더 주문했어요. 알라딘은 대박 고객 놓쳤어요. ㅎㅎ

기억의집 2009-12-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방이 얼마나 크길래! 시디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닌단 말이에요?! 진짜! mp3에 비하면 돌하나를 가지고 다니는 건데.... 14년전에 나 또한 시디플레이어 가지고 다녔다우, 그래서 시디플레이어가 아직도 있는지 궁금했어요.^^
브랜디 칼라일 음악 들어보고 싶네요. 알라딘, 바보탱이라는 것에 동의해요.

원스, 영화 전 못 봤는데, 예스에 행복한 왕자님이라고 있어요. 재밌는 분인데, 이 분이 원스를 하도 혹평(지금까지 이런 궁상맞은 영화 첨본다고)해서 볼 생각이 싸악~ 달아놨는데,,,,,,,,, 노래는 함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09-12-24 00:43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무거워요 무거워요.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나 몰라요. 그렇지만 노래가 너무 좋아서 다 용서하기로 했어요. 헤헷.

원스는 전 참 좋았어요. 극장에서 보는 내내,그리고 보고 나서도 그 잔잔함이 오래 기억되는 그런 영화였답니다. 음, 잘은 모르지만, 기억의집님께도 괜찮은 영화가 될 것 같은데요! 영화를 보고 나면 음악도 훨씬 더 좋게 느껴질테고 말입니다. :)

메르헨 2009-12-2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무한반복적으로....궁금해요 궁금해요..하핫...^^

다락방 2009-12-24 00:44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제가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영상 올려놓은것 있으니 그것 보시구요, 아니면 유튜브에서 한번 찾아 보세요. 라이브에서 빛을 발하는 여성입니다. 정말로 감칠맛 나는 보이스를 가진 그런 가수에요!

2009-12-24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9-12-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저도 궁금해요. +_+;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으면 음악이 귀에 솔솔 들려오는 것 같아요. ^^
근데, 저는 리뷰 읽기 시작하면서 브랜디 칼라일 노래... 뭐, 칼라일!!! +_+;;; 이랬답니다. 흐흐. 중증이에요. ㅠ_ㅠ;

다락방 2009-12-25 13: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녜요, 문나잇님, 저도 칼라일..칼라일..이랬는걸요. 게다가 저는 뉴문에서는 칼라일을 제일 맘에 들어했던 터라.. 쿨럭.

헤헷, 문나잇님, 이 앨범은 정말 문나잇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알라딘엔 없고 '뮤직랜드'싸이트에 가면 음반구매 대행해줄 거에요. ㅎㅎ(혹시 듣고 싶으실까봐 알려드린거임)

문나잇님, 이렇게 뵙게되니 정말 좋은데요! 메리 크리스마스!:)
 
이은미 미니앨범 - 소리 위를 걷다
이은미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것 하나도 완벽한 선택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나의 선택을 하면서 얻는게 있다면 반드시 잃는것도 있는 법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지는 않지만 타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는 종종 움직인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본다. 내가 번 돈으로 술을 마시고 책을 사는데에 있어서 그다지 거리낌이 없다. 이제는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술 마시자고 청할 친구가 있고 또 내게 청해주는 친구도 있다. 이 모든것들이 자유로운건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럴때 가끔 나는 결혼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은미가 이 앨범에서 『결혼안하길 잘했지』라고 노래한다. 와우-  이렇게 좋은 노래가, 이렇게 멋진 노래가 타이틀이라니, 대체 뒤에는 어떤 곡들이 나오는걸까? (물론 나는 생수페트병의 뚜껑이 잘 안열릴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만약에 결혼을 했다면
이럴때 누구랑 술 한잔 할까?
이렇게 서로를 다 아는 우리 우정이
그게 사랑보다 많이 좋을지 몰라

처음 이별이란걸 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 내가 이별을 했구나 라는걸 그와 헤어진지 3일째 되는날 실감했다. 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잊고 편히 살 수 있나요'라고 차은주가 노래하는 걸 듣고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나는 그 당시에 사랑이란 걸(혹은 사랑이라 믿었던 걸) 제법 열렬하게 했고, 또 그것이 그다지 열정적인게 아니라 해도 하루아침에 그 이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잊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린 오늘 이별했지,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헤어진다'는 건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꽤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는 것을 이은미는 『헤어지는중입니다』로 노래해준다. 

사랑했던 기억을 그리고 이별했던 기억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올려진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그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같이 들었던 노래가 나온다거나, 길에서 파는 오징어 튀김을 먹는다거나 할때, 그럴때 생각나기도 하고 햇살이 뜨겁거나 눈이 내려도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이은미가 『오래된 기억』으로 노래해준다. 

이 앨범안에는 단지 다섯곡의 노래가 실려있을 뿐인데, 맙소사, 내가 말하고 싶은걸 내가 느끼는 걸 다 들려준다. 안다. 가사가 좋다고 그 노래가 반드시 좋은 법은 없다는 걸. 그런데 이은미는 아주 멋진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이 모든것들을 노래하니 노래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불러주니 이 가사들이 귀에 들어올 수 있었다.『결혼안하길 잘했지』는 국악과의 퓨전음악인걸까? 새로우면서도 귀에 착착 감긴다. 『오래된 기억』은 또 전주가 끝내준다. 계속 노래하던 가수가 여전히 노래한다는 사실은 꽤 기분이 좋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벨소리와 컬러링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요즘같은 때에 여전히 CD를 내주고 여전히 노래 다운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기까지 하다. 앞으로도 그녀를 믿어도 좋겠지.  

오랜만에 아주 보석같은 앨범을 만났다. 나는 이은미의 앨범을 플레이어에 재생하기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좋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뚝심있는 가수 이은미를 몰라봤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 듣는 이은미의 노래들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있을까! 정말이지 아주 근사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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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1-0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들어서 더 좋을 앨범 같아 보여요. 저도 꼭 들어보겠어요. 다락방님이 느끼신 그 벅찬 감동을 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무려 보석같은 앨범을요.^^

다락방 2009-11-05 09:23   좋아요 0 | URL
앨범에 노래가 많이 실리는게 장땡은 아니잖아요. 그래놓고 딸랑 한 곡 좋으면 너무 속상한데, 이은미의 이 앨범에 실린 다섯곡은 다 좋아요. 두곡은 들을만하고 세곡은 아주 좋아요. 이은미의 보이스는 정말 가을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

... 2009-11-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이제 책 사지 말아요"를 부르짖으시더니, 이젠 앨범을...
이상한게요, 저도 예전에는 인터넷 서점에선 책만 샀거든요, 근데 요즘은 막 다른 카테고리까지 기웃거려요... 아이참. 이 페이퍼를 보니 이은미의 뚝심까지 또 알고 싶어지쟎아요...

다락방 2009-11-05 09:24   좋아요 0 | URL
이은미의 가창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딱히 그 가수를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았거든요. 지금도 가수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한건 아닌데 이 앨범의 실린 노래들이 참 좋아요. 아주 첫곡부터 반했어요. 제목을 봐요, 『결혼 안하길 잘했지』라니! 아,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카스피 2009-11-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 안산지가 오래되서 그런데 원래 한 10곡이상 들어가지 않나요?

다락방 2009-11-05 09:37   좋아요 0 | URL
이 앨범은 저위에도 써있듯이 '미니앨범'이에요. 그래서 다섯곡이 노래, 네곡은 MR로 들어가 있습니다.

메르헨 2009-11-0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이은미 최고지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요.^^
저는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필이...왔어요...ㅎㅎ

다락방 2009-11-05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결혼안하길 잘했지]에 필이 왔어요 ㅎㅎ

레와 2009-11-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 교주님의 노래만큼 아주아주아주 근사한 리뷰예요!
나 또 다락방한테 반했음! +_+

다락방 2009-11-05 13:29   좋아요 0 | URL
자꾸 반하지 마요! ㅎㅎ 그러다 나한테 시집올라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09-11-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미의 지인이 경영하는 술집에 얼마전 갔더랬는데, 다락방님과 레와 님이 떠올랐어요. 셋이 같이 앉아있어도 좋을 것 같은 작은 술집이요.

다락방 2009-11-05 18:13   좋아요 0 | URL
아! Jude님하고 술 마시고 싶어요!!

레와 2009-11-09 13:13   좋아요 0 | URL
갑시닷!! 당장 가자구요!!

다락방 2009-11-09 14:31   좋아요 0 | URL
얼쑤~♪

비로그인 2009-11-11 14:40   좋아요 0 | URL
가요 가~ 뭐가 아쉬워 못갑니까~헤헷

가넷 2009-11-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언니만 보면 무섭습니다. 노래가 좋고, 안좋고를 떠나서...--;;;;

다락방 2009-11-05 21:41   좋아요 0 | URL
하하. 어떤건지 알 것 같아요, 가넷님.

습관 2009-11-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다락방님의 이 리뷰를 읽고 mp3을 다운받아서 듣다가..

곧 결혼을 앞 둔 친구에게 메신저로"결혼안하길 잘했지"를 선물했어요.

저, 잘 한 거겠죠?? ^^

다락방 2009-11-06 09: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잘하셨어요, 습관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넷 2009-11-07 13:08   좋아요 0 | URL


물 마시다 뿜었습니다...ㅎㅎ;;;;

다락방 2009-11-08 00:09   좋아요 0 | URL
가넷님. 뿜어낸 물 잘 닦으셨죠? ㅎㅎ

머큐리 2009-11-0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가요계의 보물이죠...이은미...너무 좋아해서리..ㅎㅎ

다락방 2009-11-08 00:10   좋아요 0 | URL
오왕- 머큐리님도 이은미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이은미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앨범은 정말 좋더군요!!

순오기 2009-11-0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은미는 울남편이 팬이라지요.ㅋㅋ

다락방 2009-11-09 08:45   좋아요 0 | URL
이은미는 고정팬이 많지요. 저 위에 레와님도 광팬 :)
 
Mika - The Boy Who Knew Too Much [2CD Deluxe Edition 디지팩]
미카 (Mik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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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두근두근 했더랬다. 미카의 두번째 앨범이 첫번째 앨범만큼 좋질 않다면, 그러면 어쩌지? 그래서 사놓고 포장도 못 뜯고 있었다. 좀 바보같군.  

언젠가 나는 미카가 5옥타브까지 가능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또 어떤 사람들은 7옥타브까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 소문들이 무성한 가운데 미카는 3옥타브반쯤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갑자기 뜬금없이 몇옥타브다, 하는 얘기를 하는가 하면,  

미카의 2집은 여전히 좋다. 여전히 좋고, 여전히 발랄하다. 그러나 그것이 높고 가볍고 쾌할한 발랄함이 아니라 조금 더 무겁게 발랄해진 것이다. 묵직한 발랄함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것 같다. 그러니까 미카의 1집이 7옥타브쯤의 발랄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2집 앨범은 5옥타브쯤의 발랄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 정말 기막힌 표현 아닌가!(잠시 스스로 감동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의 미카는 내가 1집을 듣고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를 섞어 내고 있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는 피아노가 함께 하고, 다른 목소리들이 또 함께한다. 고음 처리에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소위 말해 삑사리를 낼까봐 불안하지 않은 목소리를 그는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 하나만을 들려주기 위한 거들먹거림이 전혀 없다. 그는 좀 더 나은 노래, 좀 더 나음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것들의 소리도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지독하게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1집보다 다른 목소리들이 많아 졌고, 1집보다 피아노의 비중이 강해진 것 같다. 물론 살짝 아쉬운 것은 1집보다 현악기와는 멀어진 것 같다는 것이다. 1집에서의 그는 현악기와도 썩 잘 어울렸는데. 바이올린인지 첼로인지도 모르는채로 나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하는 현악기 소리를 퍽 좋아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CD를 재생시키면 처음부터 음악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구질구질한 전주가 없다. 어쩐지 신경질이 나서 모든걸 집어 던지고 싶은 바로 어제, 이 CD를 처음 재생시켜 보았다. 만약 구질구질한 전주가 흘렀다면 나는 오디오의 리모컨을 벽에다 던져서 부셔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로 툭, 하고 음악이 튀어나왔다. 고마웠다. 신경질 같은건 송골매에게 던져버리자. 1번, 2번, 3번 트랙 모두모두 맘에 든다. 아윽, 정말로 좋구나!  

아직 나는 이 앨범에서의 패이버릿을 발견하진 못했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노래 하나가 특별히 더 좋아지겠지. 어쩌면 아닐수도 있고. 뭐 아무려면 어떤가, 두번째 앨범까지 괜찮은 가수를 만났는데. 그렇다면 그의 세번째, 네번째 앨범도 거침없이 사들일 수 있는거잖아. 요즘 그런 가수가 어딨어. 1집에서의 그를 사랑했다면, 2집에서의 그에게는 무한한 신뢰가 생긴다. 믿을 수 있는 가수가 생긴다는 것,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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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9-10-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집, 제일 마지막에 이 음반이 끝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트랙이 끝났는데 왜 계속 돌아가지..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나오던 음악을 기억해요!
그 곡을 들을때마다, 미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떻게 해서든 꼭 할 것 같은 고집있는 뮤지션이란 믿음이 있어요.


아, 2집도 완전 기대중! ^^

다락방 2009-10-09 16:12   좋아요 0 | URL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데 듣기에도 좋은 곡이라면, 와,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히힛 :)

네꼬 2009-10-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나 며칠 전에 다락님한테 문자 보내려고 했어요. "나한테 미카를 알려줘서 고마워요!"라고. 그런데 2집도 좋단 말이지! 땡스투예요!

다락방 2009-10-13 11:00   좋아요 0 | URL
특히 1번곡은 막 좋아요. We are golden! 이러면서 막 외치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