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안 마이클스 파워피트니스 30일 - 30일 동안 10kg까지 체중 감량 파워 피트니스 프로그램
질리언 마이클스 출연 / KBS 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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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한 남자와 데이트 중이었는데, 그 남자에게는 이미 애인(혹은 아내)이 있었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바, 우리는 불륜을 진행중인 사람들답게 외진 곳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다. 언덕위의 집이었는지, 산 속 별장이었는지, 어쨌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남자는 잠시 볼 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워 그 쓸쓸하고 적막한 집에는 나 혼자가 되었다. 그 때, 한 젊은 여자 배우가 내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꿈에서는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그녀는 내가 데이트 하던 남자의 여자이거나 혹은 처제이거나 암튼 그와 관계있는 여자였는데, 그래서 나를 처벌하기 위해 온 것. 그녀는 커다란 스태플러로 내 손과 발을 찍어댔고 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지만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내 비명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묵직한걸로-그녀의 다리였는지 망치였는지- 내 허벅지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 한 남자가 그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역시 꿈에서는 누구인지 알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고, 어쨌든 나를 구하기 위해 들어온 것인데 나는 이미 죽기 직전, 그녀는 나의 허벅지를 강타하고 나는 그녀가 나를 죽이는 범인임을 알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비명을 질러 그녀를 범인이라 칭하며 거친욕을 한다. 그 거친욕이 무엇인지는 내 이미지 관리상 말할 수 없고, 다만 수키가 자주 하는 욕임을 밝힌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면 별거 아닌 꿈인데, 새벽에 꿈을 꾸다 깼을때는 왜그렇게 무서운걸까. 나는 무서워하다가 진정시키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꿈을 꿨다. 

꿈에서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찾아왔다. 태풍이었는지 폭풍이었는지 홍수였는지 뭔지 모를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라졌고 집들도 사라졌다.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집 중에 우리집이 있었는데, 그래서 우리집에는 동네에 집잃고 부모 잃은 아이들 몇몇이 와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세상은 어두웠고 사람들이 갈 곳은 없었다. 그런참에 나의 친구인 여자사람1人과 남자사람1人이 연락을 취해왔다. 자신들은 더 나은 살 곳을 찾아 아주 먼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하룻밤만 우리집에서 재워줄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그러마고 했다. 나는 그 둘을 보는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갔지만, 방 하나에는 동네 아이들이, 방 하나에는 식구들이, 그리고 방 하나에는 나와 여자사람1人이 자야해서 남은 공간이 부엌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엌에 남자사람1인의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내 방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부엌에 그의 잠자리를 마련해둔게 신경쓰이는 거다. 그래서 다시 나가서 괜찮겠냐고 묻는데, 그는 초라한 속옷을 입고 일어서서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가 앞으로 먼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사실과, 그가 초라한 속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를 우리집 부엌에서 자게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내가 그를 향한 오랜 연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마음으로 애틋하게 그를 쳐다보다가 아련한 마음을 담아 그를 포옹했다. 그는 나를 마주 포옹하며 키스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의 키스를 받으며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키스를 끝내고 내 귀에 속삭였다. 

내가 오랫동안 꿔 온 꿈이 실현됐네요, 라고. 

내가 당신의 꿈이었다고? 당신은 나의 꿈이었는데? 나는 감격에 겨워 왈칵 울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친구 J 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그의 오랜 꿈이었대요, 라고. 그러나 그 문자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감격에 겨워있었던 상황. 그에게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고 싶었고, 그렇게 그의 옆에 나란히 눕고 싶었는데,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안의 아이들과 식구들과 여자사람1人 모두 내가 챙겨야 되는 상황. 나는 그 달콤함만을 간직하며 다시 사람들을 살피다가 잠을 깼다. 

 

『질리안 마이클스 파워피트니스 30일』에는 30일동안 10kg 을 감량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고, 그래서 나는 30일동안 한 뒤에 "놀라운 효과에요, 정말로 10kg 을 감량했어요!" 라는 구매자 40자평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제 단 하루를 했을 뿐인데 오바이트가 쏠리고 팔다리가 후달리고, 팔다리에 스태플러가 박히는 꿈을 꿨다. 단 하루만 했을 뿐인데 내 몸은 비명을 질렀고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맙소사. 이래가지고 30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30분도 채 안되는 시간을 따라했을 뿐인데 나는 마치 젖은 휴지처럼 널브려저 침대에 내팽개쳐진 기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루, 단 하루였을 뿐인데!!  

그러나 이 DVD를 재생시키고 본인의 뼈가 타는 고통을 감수하며 30일간 따라한다면, 감히 단 하루만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정말 10kg 감량은 찾아올 것 같다. 그녀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따라하기를 재촉하며 말한다. 

부상은 안돼요, DVD 를 지금 끄고 싶죠? 자 조금만 더해봐요, 이렇게 따라해봐요, 이 명품 복근을 여러분도 갖고 싶지 않나요? 여기까지 해왔잖아요 조금 더해요, 조심해요 부상은 정말 안돼요, 여러분이 지금 힘들다는 것 알아요, 장시간의 운동과 식이요법은 많이 힘들었죠? 전 여러분의 근육과 심장을 모두 운동시킬거에요.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했고, 그리고 그녀가 시키는대로 부지런히 한다면, 그녀가 보장하는 체중감량과 근육은 내게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이다. 이건 단 하루만 해봐도 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것은 나의 의지문제가 아니던가. 나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30일간 30분씩 온 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어가면서 밤이면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명품 복근을 만들것이냐, 편안하게 지내고 편안하게 자면서 뚱뚱하게 살아갈 것이냐. 일단, 지금은, 오늘은, 더이상 이 DVD 를 재생하기를 멈추려한다. 며칠 쉬어야 겠다. 그러니까 단 하루 하고 이러는 거, 맞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질리안 마이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의 의지는 언제나 나를 배반하기 때문에.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요가매트와 덤벨을 가지고 DVD를 재생시키는 순간, 내 근육들은 움직이고 땀방울은 온 몸으로 흘러 옷을 적신다. 그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정말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그러나 만만치 않다. 

부작용 1. 30분간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에 침대로 돌아가 책을 읽으려고 했더니 책장을 한장도 넘길 수가 없었다. 곧바로 잠이 쏟아졌다. 

부작용 2.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아..일어날 수가 없었어. orz 

부작용 3. 식욕이 대박, 밥맛이 꿀맛이다. 아침부터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김치왕만두 하나까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야 말았다(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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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2 10:02   좋아요 0 | URL
피트니스 DVD 리뷰 이렇게 잘 쓰는 사람 봤어요, 웬디양님? ㅋㅋㅋㅋㅋ한순간에 후다다다닥 ㅋㅋㅋㅋㅋ

2011-11-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11-11-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에. 푸훗.

다락방 2011-11-22 10:22   좋아요 0 | URL
쌍코피가 터질것 같아요, 하루님. ㅜㅜ

버벌 2011-11-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저 이거 사야할까봐요. 위에 댓글에 이미 락방님이 썼지만.. 휘트니스 비디오에 대해 이리 리뷰를 잘 쓰는 사람은 없을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전 그 리뷰에 넘어간,,,움 느껴볼까. 스태플러가 온 몸에 박히는 꿈을.

다락방 2011-11-22 14:27   좋아요 0 | URL
버벌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서 '꾸준히' 이 DVD 대로만 한다면 정말 몸짱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꾸준히' 해내기가 벅차다는 것. 흑흑.
와 전 지금도 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집에 가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무스탕 2011-11-2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걸 감수하고 별이 다섯개!
30일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다락방님의 다른 후기가 올라올지 기대해 볼게요 ^^

다락방 2011-11-22 14:28   좋아요 0 | URL
네. 이건 단 하루 했는데도 성능이 짱이거든요! 물론 몸무게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근육들이 다 깨어난 느낌이에요.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조금더 의욕적인 사람이라면 효과를 엄청 볼 것 같아요. 그러나 전 게으르고 게으른 여자사람. 흑흑.
크리스마스 즈음이라....전 연말이라 매일 고기와 술을 마시며 백키로 찍을것 같아요. 흑흑 ㅠㅠ

twoshot 2011-11-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 대박이네요..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땡스투와 추천을 한방씩 날리고 갑니다~~

다락방 2011-11-22 14:29   좋아요 0 | URL
잊지마세요, 투샷님. 자신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루만 해봐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근육들이 다 깨어났어요. ㅎㅎ
식욕은, 에, 뭐, 늘 그랬으니깐요. ( '')

레와 2011-11-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

다락방 2011-11-22 14:30   좋아요 0 | URL
난 참...애가 여러모로 짱이야. ㅋㅋㅋㅋㅋ

... 2011-11-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활용팁에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시고 경험이 있으신 분은 나탈리를 따라 하세요" 라고 나와 있어요. 다락방님이 나탈리를 따라 하신게 아닐까요? 아니타를 따라 해야 하는데? ( '')

다락방 2011-11-22 15:4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브론테님. 아니타를 따라했어요. 아니타를 따라하는 것도 완전 죽을듯한 고통을 동반해요. 흑흑.
(게다가 반복해서 질리안이 말해줘요.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고-이러면서 아니타에게 가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나탈리를 따라하라고-이러면서 나탈리에게 가요. 헷갈릴 수가 없어요. ㅠㅠ)

자하(紫霞) 2011-11-2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에 피트니스 DVD 보고 일주일에 3일 따라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살빼기를 소망하는 아는 동생에게 그걸 빌려줬더니 그날 밤 이런 문자가 오더군요.
진짜야? 이거 사람이 하는 거 맞아?라고...
아~복근 대박 부럽네요!

다락방 2011-11-22 15:47   좋아요 0 | URL
이걸 정말 따라만 한다면!!!!! 복근은 문제 없을듯한데 말입니다.
이건 사람이 하는건 맞긴 맞는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할 건 아닌것 같아요. 포기의 경지에 이르러서 저는 울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흑흑.

moonnight 2011-11-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답게 막 사고 싶게 만드시는 리뷰예요!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디 가서 하는 건 귀찮고, 집에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나, 의지박약인 저로서는 열심히 따라할런지 걱정 -_-;;;;;;;;

다락방 2011-11-23 15:38   좋아요 0 | URL
저도 의지박약이라 어제는 또 음식을 폭풍흡입하고 그냥 잤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지만 슬픈...기필코 또다시 따라하리라, 라는 마음은 먹고 있는데 그게 대체 언제가 될지. orz
아직도 등과 엉덩이의 근육이 울고 있어요. ㅜㅜ

sweetrain 2011-11-2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본 피트니스 비디오 리뷰 중에 최고에요!! 저도 갑자기 사고싶어지네요..
이거 샀다가 혹시 나중에 저도 몸에 스테이플러 박히는 꿈 꾸고 제 서재에서 울부짖을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평소에도 식욕이 엄청나 피자 한 판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데;;
식욕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걱정이에요..;

다락방 2011-11-23 15:39   좋아요 0 | URL
저도 식욕이 대박. 식욕은 억제가 안되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가 그다지 식욕을 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는거에요. 전 욕망이란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을 왜 억제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 '')
그래서 이 dvd 를 산건데, 어휴, 근육들이 놀라가지고 지금 어쩔줄을 모르네요. 그렇지만 열심히 한다면 정말로 몸의 라인과 근육의 움직임은 달라질것 같아요.

메르헨 2011-11-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다 뒤로하고...얼마전에 이소라디비디 3일하고 멈춤 상태에요. 땀을 비오듯 쏟으며 하다가
내가 이 방안에서 뭔 짓인가 싶더이다.ㅜㅜ그래도 운동은 해야해요.

다락방 2011-11-23 15: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니까 그게 뭐든 역시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헬쓰장을 다니든 조깅을 하든 이런 dvd 를 재생시켜서 따라하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사실 뭘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의지라는것이 제게는 통 없는가봐요. orz

이진 2011-11-2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지요...
저도 조혜련의 태보다이어트 DVD를 근 나흘동안 아주 열심히 하다가
한달넘게 뒹굴뒹굴의 끝을 보이고 있답니다...
살..살이 정말 ㅠㅠㅠ

다락방 2011-11-23 15:41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는 고통이죠. 이렇게 운동해서 땀흘리는 것도 고통이지만 먹을걸 참는 건 더 고통이잖아요. 그래서 전 애초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가한다해도 음식을 안먹는걸로는 아예 생각을 안해요. 먹는 기쁨은 제게 정말 엄청나기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ㅠㅠ
조혜련 태보다이어트 보고 따라하세요, 소이진님. 저도 질리안 마이클스를 다시 따라해볼랍니다. 불끈!

마노아 2011-11-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뉴스보면서 훌라후프 30분 돌렸어요. 아니타에 비하면 훌라후프는 그야말로 율동이에요. 전 그냥 율동이나 할까봐요..;;;

다락방 2011-11-23 15:42   좋아요 0 | URL
율동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보잖아요. 그런데 아니타 따라하다가 저는 지금 근육들이 우는통에 미칠지경. ㅎㅎ 그렇지만 오랜만에 근육들이 우는것도 사실 나쁜 기분은 아니에요. 몹시 피곤하지만 살짝 뿌듯하달까. 조만간 또다시 해볼거에요. 전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30일에 10kg 라면 60일엔 20kg 감량인가.......
 
김동률 - kimdongrYULE
김동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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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머리가 아주 길어지면 허리까지 닿게 되면 웨이브를 줄거야. 그리고 그 긴머리를 풀고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밤 비행기를 탈거야. 밤 비행기를 타고 당신이 있는 그 먼 나라에 가는거지. 당신 앞에 서서 당신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 당신은 아마도 놀라겠지. 어떻게 니가 여기에 있는거냐며.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신은 무얼하고 있을까? 땀을 흘리고 있을까? 당신이 말했던대로 당신은 목수가 되어있을까?

난 요즘 가끔 딴 세상에 있지
널 떠나보낸 그 날 이후로 멍하니
마냥 널 생각했어. 한참 그러다보면
짧았던 우리 기억에 나의 바람들이 더해져
막 뒤엉켜지지
 

오늘은 아주 많이 당신 생각을 했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여름과 그 큰 키로 햇빛을 막아주던 겨울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헤어졌던 그 여름에 대해서. 당신이 나를 만나러 두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슨 책을 읽고왔느냐고 물었지.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어. 나는 그 책을 훑어보았지. 

여기 이 밑줄은 당신이 그은거야?
아니. 누나가.
아, 그래? 나도 여기에 밑줄그었는데. 

그때 당신이 성급하게 "그 부분은 내가 그었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 그래서 나는 깔깔 웃었잖아.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
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
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 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 어리석은 내가 있지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이 아직도 내겐 생생해. 나는 사람이 사람을, 남자가 여자를, 내가 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 두려웠어. 무너질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무 뜨거워서 두려웠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지. 당신을 갖는건 내게 너무 벅찬일이라 오히려 당신을 놓는쪽이 더 편안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지금 또다시 당신이 내게와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난 아직 너와 함께 살고 있지
내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
지우려 애써 봐도 마구 덧칠해 봐도
더욱더 선명해져서 어느덧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는
또 죽어가는 나
 

종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 난 그저 내 눈 닿는 그 모든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랐던것 뿐이야.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비가 왔을 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은 내 우산속으로 들어왔잖아.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김동률의 Replay를 리플레이 했을뿐이야. 그러다보니 그저 당신생각이 났을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 

 

Replay는 리플레이 해서 들을만큼 상념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그래도 김동률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내기에 이 앨범은 많이 실망스럽다. 나는 내가 앨범을 샀을 때 타이틀곡이 아닌 숨겨진 노래 두어곡 쯤이 매우 만족스런 노래이기를 바란다. 전부가 좋기는 어렵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한, 두곡쯤은 숨겨진 명곡이로구나, 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김동률의 이 앨범은 하아- 타이틀곡만 좋다. 세상에. 김동률이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나는 김동률을 그리고 김동률의 보이스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동률이란 이름이 가진 가치와 기대가 있잖아. 어떻게 앨범에서 단 한곡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거니, 김동률이.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만든 노래들도 도무지 좋지가 않아. 김윤아의 블루 크리스마스가,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오래된 곡들보다 더 나은곡을 만드는게 김동률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핑클의 화이트가 듣고 싶어지더라니까. 

그렇지만 Replay가 좋아서, 그 한곡이 반복재생이 가능한 곡이라서, 그래서 내가 기꺼이 시디를 결제했다. 그 곡만큼은 어느 순간, 방안에 울려퍼지게 해놓고 싶어서. 술 한잔 하며 창밖을 보며 그렇게 듣고 싶은 곡이라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예쁘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과거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 순간을 돌아보는데 노래만큼 좋은 친구가 없으니까. Replay는 그렇게 해주는 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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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스타뎀 2011-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도 오고 노래도 그렇고

오늘은 그리움에 쩔어 있어요.

딴생각말고.^^

다락방 2011-11-18 12:46   좋아요 0 | URL
비가 멎었습니다. 신나요! ㅎㅎ

마노아 2011-11-1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리뷰가 음반보다 더 좋으면 안 되는 건데...
나도 일단 타이틀곡만 박혔고 다른 곡들은 아직이에요.
어제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한 번만 들어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됐어요.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인데 수업 말미에 아이들에게도 좀 들려줄까 생각중이에요.
저는 김동률의 낮고 넓고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 2011-11-18 12:47   좋아요 0 | URL
김동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거에요. 김동률의 감성도 그렇구요. 그런데 전 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성가대 스러워서(;;) 매력적이질 못하더라구요.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좋아요, 마노아님!! >.<

blanca 2011-1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별로군요--;; 이런 솔직한 리뷰가 좋아요. 시행착오를 줄여주잖아요. 김동률은 이런 비오는날 들으면 제격인데.정말 너무 달콤하고 아름다운 음반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락방 2011-11-18 12:02   좋아요 0 | URL

무스탕 2011-11-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듣고 있어요. 음색이 오늘 날씨랑 맞아서 BGM으로 깔아 놓으면 가사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목소리랑 노래로 만족하고 있지요. 게다가 지금은 성시경이 눈을 지긋이 감고 호소하고 있네요. 나를 사랑한다고. 까아~~ >.<

다락방 2011-11-18 12:01   좋아요 0 | URL
어머. 성시경이 사랑한다고 ㅋㅋㅋㅋㅋ 전 성시경이 저 사랑해도 눈썹하나 까딱 안 할 여자. 왜냐하면 성시경은 저에게 아웃오브안중 ㅋㅋㅋㅋㅋ
무스탕님, 식사 하시고 커피 한잔 들고 그리고 리플레이를 들어보세요. 첫사랑...생각이 나실지도. ( '')

2011-11-1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의 음악, 그리고 전람회의 음악에 흐르던 그 전반적인 결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에요.
뭐, 나도 스무살의 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쉽긔. 에효효. ㅋㅋ

다락방 2011-11-18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뭐야, 더 할수 있을것 같은데 왜 이것밖에 못했어, 하는 마음도 좀 생기고.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밤비행기와 함께라면 진짜 최고의 노래일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2011-11-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1-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건 사야 해! 나잖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5 16:20   좋아요 0 | URL
아니 쥬드님, 왜이렇게 흥분을! ㅎㅎㅎㅎㅎ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모든 당신들을 위하여
강수돌 외 지음 / 샨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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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일단 결혼하기로 결심한 뒤에 예식장을 예약하고 예물을 맞추고 하는 예식전의 준비과정도 한숨이 나오고, 결혼식에서 여러사람들을 모아놓고 나는 이 사람과 한 평생을 살기로 맹세하겠다, 고 내뱉는것도 부담 작렬한다. 웨딩사진은 어떤가, 그 오글거림.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게는 시댁 식구라는 어마어마한 집단이 생긴다. 내가 갖기를 한순간도 원하지 않았던 구성원들. 나는 이제 그들을 내 식구인듯 살갑게 챙겨야 하는걸까. 게다가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된다면,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일년에 몇번 찾아오지 않는 달콤한 명절의 긴 연휴를 시댁에 가서 전부치다가 끝낼 판이다. 그 시간에 나는 세수를 미룬채로 늘어져 잘 수도 있고 다른곳으로 여행갈 수도 있을텐데. 게다가 아이를 낳는것은 어떠한가, 그 아이를 내가 이 땅에서 키워 간다는 것. 내가 아이를 '너무' 사랑하거나 혹은 '덜' 사랑하는 것 사이의 그 거리를 잘 조율해낼 수 있을까. 그 아이가 괜찮은 어른이 되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 이 모든것들이 암담하다. 나는 결혼하기 전의 나와 결혼하고 난 후의 내가 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결혼전에 즐겼던 것을 결혼 후에도 즐기고 싶다. 그러나 이 땅에서 결혼이란 의식을 치루고 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목수정'의 글은 한줄 한줄 내 의견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할 때, 주례가 신랑과 신부에게 묻는 한 가지는 죽기 전까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할 것인가이다. 사랑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건만, 순간 이는 의지의 문제로 환치된다. 미래에 자신이 갖게 될 감정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알기에, 감정의 문제를 의지와 신의의 문제로 환치시켜 만인 앞에 선서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증인을 서게 함으로써, 이는 도덕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목수정, p.27) 

 

 
   

 

   
 

각자에게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그를, 그녀를 잃는 것이 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면, 처음부터 당신들은 잘못 만난 것이다. 서로가 언제든지 날개를 달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언제든지 서로를 다시 찾아 서로의 목덜미를 더듬으며 위안을 나누는 사이여야 한다. (목수정,pp.35-36) 

 
   

 

물론, 대부분의 성인남녀들이 결혼을 선택하고 그것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거기에는 부정적인 것 보다 더 큰 긍정적인 것들이 자리하고 있을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삶을 꾸리기로 결정했다면, 그 삶은, 물론 내 예상대로 전개된다는 전제하에, 안정적이고 편안할 것이고 든든할 것이다. 결혼후에 어떤 삶을 살수 있는지 애인이 달콤하게 속삭이면 흔들리는게 사실이다. 형광등을 갈아주고 맥주캔의 뚜껑을 따주고 살림을 도맡아 해 줄, 내가 아닌 타인이 나와 한 공간에 머무른다는게 어찌 장점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다정하게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수도 있을것이다. 악몽에 뒤척이다가 든든하게 나를 안아주는 팔을 느끼며 식은땀을 닦아낼 수도 있을 것이고, 천둥번개가 치는 날 또 몸이 몹시도 아픈 날, 옆에서 손을 잡아줄 이가 있다는 것은 포기할 수 없으리만큼 유혹적이지 않은가. 물론, 나도 그에게 많은 것들을 해줄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커피를 내려준다든가..........음............커피를 내려주는 것 같은것 말이다. 

 

그러나 로맨스는? 로맨스는 결혼과 동시에 끝나는게 아닐까? 물론 남편 될 사람과 몇년간 설레임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내 삶에 로맨스가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이 잿빛이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내가 '이미 결혼했다'는 이유로 그를 거부해야 할 것인가, 또 더이상 아무도 나를 여자로서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결혼을 핑계 삼을지도 모르잖은가. 이게 다 내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야. 그런점에서 이 책의 임혜지 편은 결혼해도 되는 이유를 너무나 공감되게 한줄로 표현해준다. 

   
  나는 이혼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혜지,p.78)    
   

저 문장을 읽는 순간 결혼이라는 제도에 한줄기 구원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이혼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산다는게 아니라 '굳이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이걸 버텨내며 내 자존감을 죽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혼은, 어쩌면 결혼이란 제도를 선택해서 불행해질지도 모를 나를 위한 개런티 같은 것.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에는 결혼대신 비혼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중에는 결혼을 원하지만 아직 상대를 못만난 경우도 있고, 연애상대는 있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혼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중 대부분의 여성들은 내가 가진 부담감이나 부정적인 면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은 나 혼자뿐인게 아니었다. 

   
 

고학력 여성군의 독신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도 우리 사회 결혼 제도의 모순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함께 사는 안정감은 누리고 싶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주는 부담감을 갖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이것은 분명 지금 같은 방식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의식 또한 그 변화와 제도, 풍습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진희, p.121-122) 

 
   

이 땅에서, 여자로서, 지금 결혼하게 된다면, 누릴수 있는 것보다 잃게 될 것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선뜻 결혼에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혼하기 전에 물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이 책의 의도는 참신했지만,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나의 결혼이나 비혼에 대해 결심이 바뀌거나 생각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의 몇몇이 쓴 글은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하고(서재를 이혼시키자는 서윤영의 글은 나 역시도 서재를 이혼시키는 쪽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게했다), 또 내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확신하게 되기도 했지만, 또 몇몇의 글은 너무나 뻔한 조언성의 글들이라 읽기에 지루했다. 이미 결혼했고 그다지 행복하진 못하지만 행복하다고 부르짖으며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대부분의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혹은 친척들의 잔소리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기전에도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연애의 상대를 선택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결혼이나 비혼으로 갈 삶을 선택하는 것도. 그 모두가 오로지 내가 선택할 몫이다. 그 선택에 있어서 나는 나만 생각할 것이고, 나를 중심에 둘 것이며, 나의 행복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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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페이퍼에서 보고 하루키책이랑 함께 주문했더니 아직 올려면 멀었는데 이를 어쩌죠. 다락님 리뷰 읽으니 이미 책 다 읽은 느낌. ^^;
맞아요.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 그리고 선택을 했다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억울해 하지도 말아야 하고요. 제 주변의 몇몇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결혼은 안 할 거다. 달밤 너처럼 속 편하게 혼자 살 거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요. 듣기 불편해요. 무엇보다 본인들의 아이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말 아닌가 싶어요. 그들의 존재까지도 후회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다락방 2011-11-10 12:4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제 개인적으로 이 책은 꼭 읽어볼만한 책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데 읽어보면 좋을것 같기는 해요. 막연하게 결혼에 대해 짐작했던 것이 음, 확연히 눈에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결혼은 환상이 아니고, 환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후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나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이기도 해요. 그래, 내가 원하는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것은 상대가 누구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고요. 물론 리뷰에 쓴것처럼 지루한 글도 있어요. -_-

2011-11-1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0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1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빌려줘요 다락방님!! ㅋㅋ

다락방 2011-11-10 13:39   좋아요 0 | URL
네, 빌려줄게요! 웬디양님은 임영신의 글을 좋아할까? 여기 임영신의 글도 있거든요.

2011-11-1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0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1-11-1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내가 임혜지, 목수정 얘기했는데... 이 글 보기 전이었다구요!
다락방 찌찌뽕~

그리고 커피 내려주는게 얼마나 '큰 일' 인데요. 무려 커피를 내려주는거라구요^^

다락방 2011-11-11 09:29   좋아요 0 | URL
난 아치가 내 글 읽고 얘기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다니. 진짜 완전 찌찌뽕이다. 임영신은 안궁금해요? 아치는 임영신 좋아하잖아.

Arch 2011-11-11 14:43   좋아요 0 | URL
임영신? 페이퍼를 쓰는 임영신.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어디서 봤대요~ 다락방

다락방 2011-11-11 15:49   좋아요 0 | URL
아, 아치가 일전에 [희망을 여행하라]되게 좋게 보고 페이퍼 쓴것 같아서요. 그래서 ㅎㅎ

Arch 2011-11-16 09:28   좋아요 0 | URL
멍충이, 멍충이
임영신! 맞아요. 임영신씨 글 좋아해요.
왜 난 이분을 월간 페이퍼 쓰는 분 이름이랑 헷갈렸지. 황경신인가. 늙었나봐...
다락방은 이런걸 어떻게 다 기억한대요. 나도 까먹었는데^^

어제 다락방에게 엽서 보내려고 엽서를 고르는데 헐, 된장. 유치한 그림 밖에 없더라구요. 다음에 꼭 보낼게요. 더 추워지기 전에.

다락방 2011-11-16 09:29   좋아요 0 | URL
이런거 기억하는 건 일도 아니죠, 뭐. 훗.
제 기억력은 가끔 천재적일 때가 있다구요!! ㅎㅎㅎㅎㅎ

Arch 2011-11-16 17:29   좋아요 0 | URL
진짜진짜 다락방은 똑똑한 여자~

2011-11-10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1-11-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이 책 읽었군요! 기대보다는 부족한데 나름 뭐 그냥 무슨 생각들을 하나 읽을만한.

다락방 2011-11-11 09:55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는 건 좋을것 같아요. 그런데 뭐 딱히 재미는 없더라구요. ㅎㅎ

2011-11-11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1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11-11-1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과는 먼 인생이라 생각해서.ㅋㅋ;;;

다락방 2011-11-14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도. ㅋㅋ
 
엘리자베스타운 - Elizabethtow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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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과 죽음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사람들도 운명의 한 부분일 것이다. 그 운명이란 것은 순간의 우연들로 이루어진 것인데,  우리는 지하철 한대를 놓쳤기 때문에, 우연히 그 길에 우산 없이 서 있었기 때문에, 전력질주 하여 그 버스를 탔기 때문에, 살아 있거나 살아가고 있는것일런지도 모른다.  

남자도 죽으려고 했다. 커다란 실패에 맞닥뜨리고 나서 더이상 살 의미를 찾지 못했으니까. 푹 꺼져버리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죽으려던 그 찰나에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런데 그 핸드폰은 남자가 받을때까지 울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조금 미룬다. 전화를 받고 나서,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이런식으로 미루는 과정에서 그는 여자를 만난다. 

그 여자는 거기에 우연히 있었다. 그가 탄 비행기에. 승객이라곤 단지 그 하나뿐인 비행기. 그녀는 그를 일등석으로 앉게 해주고, 피곤해하는 그의 옆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그가 누군가와의 통화가 절실했을 그 시점에 그의 전화에 응답해주는 건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어제 대신 다른 날들이 하루씩 펼쳐진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사랑했던 친척들을 만나고 그리고 그녀와 통화를 하고 또 해돋이를 본다. 그녀가 지시하는대로 여행도 하고. 그리고 그 여행의 끝,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건,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그녀를 선택한것이고, 그녀를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기를 선택한 것이고, 아버지의 장례식을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전화를 받기를 선택한 것이다.  

켄터키주에 가서 한 이주일쯤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미국이란 나라의 작은 지역이 퍽 아름답게 그려진다. 게다가 남자가 42시간 여행하는 그 길은 어떻고. 장례식 장면은 나를 뭉클하게 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추도하는 과정에서 그토록 사랑이 넘치고 행복할 수 있는걸까. 내가 참석하는 장례식이 그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나는 새삼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커스틴 던스트를 사랑스럽다고 말하는데, 오, 나는 전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이 영화속의 커스틴 던스트의 캐릭터에 대해 좀 짜증이 나서,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친구하고 끼리끼리 사랑하는구나 싶어졌다. 남자를 위해 준비한 정성스런 여행지도와 메모들 그리고 시디들. 그건 분명 정성 가득한 것이었지만, 나라면 그 모든 시디를 재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거기에서 여자가 지시하는 술집에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라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여행의 끝에 내가 만나게 될 것은 이 영화속에서의 남자가 만난 것과는 다른 것이었겠지. 그러나 이 남자는 여자의 메모대로, 여자의 지시대로 충실히 따른다. 그리고 거기엔 '다른 끝' 이 있었고. 만약 그가 아니라 나였다면 나는 또 그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테니 다른 결말을 맺었겠지. 나는 그 여자의 '정성'을 보는 대신, '집요함'이 느껴져서 그녀와는 사랑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 거라니까. 게다가 그녀와 그는 어찌나 잘 통하는지. 밤이 새도록 충전해가면서 핸드폰 통화를 한다. 맙소사. 나는 한시간만 지나도 전화기 뜨거워졌으니 끊자고 말했을거다. 그랬다면 해돋이를 못봤을 것이고, 그 새벽에 함께 나란히 앉는 일은 없었겠지. 그래서 역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등 돌릴 사람은 등 돌리게 되는게 아닐까. 그건 상대의 탓도 내 탓도 아닌, 상대와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결말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살아주기를,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오래 살아주기를, 기본적으로는 '살아서 버텨내 주기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다시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 남자가 전화를 받게끔 그토록 집요하게 전화를 울려준건 그를 사랑하는 그의 여동생이었고, 그리고 그 전화를 그녀가 집요하게 해야만 했던건, 그들이 사랑하는 그들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니까.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고 먼 곳에 사는 여동생이, 그리고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될 비행기의 승무원이, 남자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물론,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우연이 고마워 나는 이 영화가 조금, 좋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본능적으로 그러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삶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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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 같아요. 정성이 아닌 집요함을요. -_-;;;;;; 커스틴 던스트 예쁘다고들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1-11-08 17:25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정성이 들어가니까 그게 '나를 이만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이런걸 어떻게 무시해' 정도가 되니까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더라구요. 선한 의도였으나 속박이 된달까;;
그러나 감동받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성어린 부분이긴 했어요. 아...제 영혼이 너무 자유로운게 문제인가봐요. 흑흑

부리 2011-11-0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커스틴 던스트는 결단코 제 타입이 아닙니다.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을 때 "쟤는 주인공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주인공이더라구요. 대체 뭐가 이쁘다는 건지! 그전에 치어리더영화에서도 던스트 빼고 다 이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줄기차게 나오는군요. 제 눈이 이상한 건가요. 다락방님이 짜증난다는 건 물론 캐릭터에 국한한 거겠죠?

yamoo 2011-11-08 21:59   좋아요 0 | URL
어쩜 저하구 그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까요!! ㅎㅎ 완전 동감이에요~~^^

다락방 2011-11-09 09:57   좋아요 0 | URL
이 영화속 캐릭터에 짜증이났다는 말이었는데요, 부리님. 그렇지만 저도 커스틴 던스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커스틴 던스트..목소리가 좀..제 귀에 엥엥대는 것처럼 들려서..별로 안좋아해요. 하핫;;
음..그래서 영화속 캐릭터로도 짜증난걸까요?
 
레스트리스 - Restles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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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죽음이 두려웠다. 사후세계에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는 둘째문제고, 내가 이 세상을 등진다는 것, 이 세상에 더이상 내가 살아 숨쉬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이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늙어가는지를 지켜볼 수 없고 또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일들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두려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그 모든 연인들. 그들이 죽으면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물론 그들이 죽었다고 해서 내가 같이 죽지는 않겠지만, 나는 아마도 지옥같은 고통을 경험하겠지. 상실감에 몸부림치겠지. 나는 간혹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상상해보다가는 이내 끔찍하게 느끼고 그래서 우울에 빠지곤 한다. 특히 몇몇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면 나는 곧바로 무너져내릴 것 같다. 그 순간이 온다면 다시 제대로 숨쉬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또한 누군가의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는 한없이 안타깝다. 당신들은 그 시간을 대체 어떻게 견디느냐고,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겠느냐고 묻고 싶지만 그 말들은 차마 묻지 못한다. 다만 남아있는 자로서의 슬픔에 아주 작은 위로만 표현할 수 있달까. 그러나 그조차도 나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죽음은, 내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나는 나의 죽음 앞에 그리고 타인의 죽음 앞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한없이 작아진다. 죽음은, 이 세상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걸 알면서도 가급적이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은 그것을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죽음 앞에 우리가 울면서 통곡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밝게 얘기해준다. 죽음은 그저 끝인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해왔던 내게 그게 그런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채 어른이 되지도 못한 소년과 소녀가 죽음에 맞닥뜨린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그들이, 그러나 한명의 죽음앞에 다른 한명이 "네 장례식은 내가 치를게" 라고 말한다. 맙소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그저 무너져내릴 뿐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당신을 보내는 의식을 내가 해주겠다고 말한다니. 이 영화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가슴속을 꽉 채워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소녀는 얘기한다. 내 장례식엔 치즈버거와 밀크쉐이크를 차려달라고.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잔인한 현실앞에 즐거울 수 있다고? 정말? 그게 가능해?  

 

그래, 가능하다. 우마 써먼이 주연한 영화 『프라임 러브』에서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 웃어주었던 것이 가능했듯이, 그것이 가장 완벽하고 소중했듯이, 이 영화에서도 미소는 가장 완벽한 순간을 선사한다. 이제 내 옆에 없는 사람 때문에 상실감으로 휘청이는 다리를 어쩔 줄 모르는 사람 대신, 이 영화에는 떠나간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사람이 있다. 굵은 눈물방울과 통곡대신 추억을 떠올리는 눈빛이 있다. 아, 이 영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고 있다. 완벽하게 미소짓는 바로 그 순간이 이 영화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어준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는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미소 짓도록 노력해볼게. 당신하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때 우리가 어떻게 웃었는지를 기억하면서. 그러다보면 당신을 보내는 일이 그렇게 견디기 힘든 일만은 아닐거야. 나는 잘 버텨낼 수 있을거야. 

 

구스 반 산트, 그가 또 해냈다. 그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영화의 감독 취향이란 것도 없으면서 오래전부터 그만을, 구스 반 산트만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이 아주 뿌듯하다. 내가 그를 오래전부터 알아봤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안목에 감탄했다. 나는 사람을 아주 제대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보여주는 그런 감독을 좋아하고 있는거다. 이 얼마나 기특한가. 

나는 앞으로도 구스 반 산트 말고는 다른 감독을 좋아할 자신이 없다. 물론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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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30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주, 서양인들의 장례식 풍경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요. 장례식에서 곡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동묘지도 마을 한가운데 있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죽음에 대한 개념자체가 다른 데에서 오는 풍경들이 아닐까 싶어요. 아, 이 영화 정말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1-10-30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서양인들의 장례식 장면을 영화에서 접하고 나면 꽤 흥미롭더라구요. 그 장례식을 볼 때면 장례식용 옷으로 예쁜 까만옷을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구스 반 산트는 [엘리펀트]에서,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마레 지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펼쳤죠. 조만간 페이퍼로 다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는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요. 바로 지금 이야기를 해라, 사랑하는 사람에겐 편지를 써라, 하고 말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제대로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거라고도 얘기해요.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소년을 통해 보여주거든요. 아, 정말 너무 좋아요. 브론테님, 구스 반 산트는 최고에요. 이 영화는 꼭 보세요, 브론테님.

전 [슬픈 짐승]을 좀 보다 잘까 싶었는데 와인을 머그잔에다 두잔 따라 마셨더니 취해가지고 책을 못읽을 것 같아요. ㅎㅎ

치니 2011-10-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막 보고 왔어요. 그래서 이토록 짙은 사랑 고백이 너무나 공감돼요. 아 - 게다가 그 음악들은 또 어쩐대요? 심지어 자신이 작곡한 곡들도 있던데. 난 무조건 오에스티를 사야겠어 라는 생각만 열 번 넘게 하면서, 영화가 끝나지 말기를 부질없이 바라면서 봤어요.

다락방 2011-11-01 09:08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 치니님 리뷰 봤는데요, 오, 이 영화 누가 지루하다고 하던가요? 전 완전 하나도 안지루하던데. 처음부터 완전 좋다 완전 좋다 이러면서 봤어요. 최고 최고 ㅠㅠ 저도 그게 무슨 음악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영화 OST 사야겠다 막 그 생각 했거든요. 그런데 무슨 노래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구스 반 산트는 진짜 짱이에요. 아우, 갑자기 마레지구 다시 보고 싶어요.

레와 2011-10-3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죠. 완전 좋죠!
우울하고 슬픈이야기를 처연하지 않게, 그래서 다가올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걸 알려줬어요. 언젠가 죽음으로 나의 온 세포가 두려움에떨때 이 영화를 다시 볼거에요.

다락방 2011-11-01 09:09   좋아요 0 | URL
짱 좋아요! 막 [마레지구] 생각도 나고.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는데, 그게 저한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오더라구요. 그점에 감독의 힘이 대단하다 싶었어요. 전 고집이 세사 제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혹은 편견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구스 반 산트는 아주 자연스럽게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과 두려움을 물리쳐줬어요. 정말 좋았어요, 정말.

dreamout 2011-10-3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스 반 산트. 멋스런 이름이네요!

다락방 2011-11-01 09:10   좋아요 0 | URL
그가 만든 영화는 그의 이름 만큼이나 멋지답니다!

moonnight 2011-10-3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이런 영화도 찍었나요!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_-;;;;;;;

저는, 죽는다는 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게 두렵지는 않은 거 같아요. 오히려 죽은 후에는 장례도 제사도 없었으면 하고 그냥 잊혀졌으면 해요. 그러나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까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까봐 두려운 마음은 있어요. 잘 죽는 건 확실히 큰 복인데, 여러 사람 폐 끼치지 말고 쉽게 죽고 싶다. 또는 어떤 경우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지요.

이 영화, 다락방님의 리뷰만으로도 꼭 보고 싶어요. 저도 구스 반 산트 감독 좋아해요. ^^

다락방 2011-11-01 09: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한테도 얘기도 안하고 찍었더라구요, 글쎄. 아니, 구스 반 산트가 제게 이럴 수 있는겁니까? 네? 제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문나잇님, 문나잇님은 저랑 죽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문나잇님도 이 영화를 보면 조금쯤 안도하고 조금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