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혀
앤드루 윌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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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는지 초조하기만 했다. 몇 장 남지 않았는데 이정도로 끝마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았다. 노(老)작가는 비서의 잘못을 알아야 했고, 비서는 작가에게 나는 너의 전기를 출판하겠다고 말해서 작가의 분노를 건드려야 했으며, 또한 이야기의 끝에 비서는 응징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을 대체 어떻게 끝맺으려고 책장은 이토록 조금 남은걸까. 그러다가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오, 이 방법이 있었구나! 이럴 수도 있는거였구나.  



나는 가끔 자신의 잘못을 작게 포장하고 거기에 따른 상대의 처벌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내 작은 실수에 상대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반응하더라고, 너무하지 않아?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책 속의 남자가 그랬다.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서는 그것이 잘못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채로, 노작가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를 역겹고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내 잘못이 사소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심한거라는 건, 철저하게 자기 기준이다. 그러나 나는 책속의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를 꺼려했던 것이라 생각됐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는 '대체 내가 잘못한게 뭐야' 라고 수시로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의 잘못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는 무너지고 마니까.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그 잘못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도, 비난을 하는것도, 비난을 듣는것도, 비난을 듣는 것에서 귀를 돌려버리는 것도, 보고 싶지 않은것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 것도 그 모두다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다, 모두 내가 하는 일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책 같은' 혹은 '문학적인' 작품을 좋아한다. 『다빈치 코드』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그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내 기준에서는 책 보다는 영화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 『거짓말하는 혀』도 영화에 가깝다. 순간순간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롭다. 머릿속에 이탈리아의 골목과 영국의 시골이 떠오르고, 손에 무기를 쥐는 남자의 긴장도 고스란히 그려진다. 그러나 마지막 장, 그것만큼은 책에 가깝다. 책에서 최대치를 줬다.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분명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것이다. 마지막장면도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면 만큼은 책장을 넘겨오다가 글자로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을것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을 출퇴근하는 버스나 지하철안에서 만나지는 않는 쪽이 좋겠다. 내릴 역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라고 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엄청난 기대감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실망할까봐 쓰지 않는 쪽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뜻대로 세상을 사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이 세상에 별로 없다. 이 책속의 남자가 꿈꾸는 미래는 완벽했지만, 그건 단지 그가 꾸는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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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마지막 장면을 한번 느껴보고싶은걸요.
저는 어떤글을 쓰든지 끝맺음을 못해서 말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책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읽는것을 좋아해요.
소설을 읽노라면 항상 그렇게 되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책은 되게 어려워한답니다.
제가 지금 에세이 신간평가단에서 겪고있는 문제어요... 후후

다락방 2012-02-15 11:04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저도 당연히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책을 읽지요. 그 상황을 그려봐야 이해가 되니까요. 그런데 영화처럼 그려지는 건 좀 다른것 같아요. 책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로 그려지는게 아니라 영화처럼 그려진다면 감동이 좀 덜하다고 해야할까요? 저는 영화처럼 그려지는 책들은 감동이 덜하더라구요. 소이진님 말씀대로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책은 어려워요. 저도 그래요. 그럴 경우 책 읽기를 포기하기도 한답니다. ㅎㅎ

이 책은 재미있어요. 영화 같은 소설의 대표적인 예가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라면, 이 책은 거기에 조금 더 문학적인게 더해진 것 같아요. 마지막은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답니다. 훗

moonnight 2012-02-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어제 책 주문했는데!!!

좀 아까 네꼬님 서재에 갔다가 그림책 한 권 장바구니에 넣고 다락방님 서재에서 또 한 권 넣습니다. 아침부터 행복한 지름^^

저도 가끔 내가 너무 나 자신을 좋게 포장해서 보여주기에 급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들어요.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들 보면 화가 나면서도 나 역시 내 잘못보다 타인에게 받는 부당한(하다고 느껴지는) 대접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 씁쓸해요.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훌쩍. -_ㅠ

앗 울적한 댓글을 쓸 생각은 없었건만! +_+; (정신을 수습하고;;) 다락방님 발렌타인 데이 잘 보내셨나요? 저랑은 별 상관없는 날이지만;; 연인이 있으신 분들에겐 로맨틱한 날인 듯 하여 ^^* 좋은 하루 보내셔요!

다락방 2012-02-15 11:33   좋아요 0 | URL
무조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무조건 나는 잘못할 리가 없다 니가 나빴다 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많죠. 저는 고집도 세서...ㅠㅠ

발렌타인 데이는 뭐 별 거 없었어요. 저는 초콜렛을 준비한다거나 와인을 함께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일은 전혀 하지를 않아서 ㅎㅎㅎㅎㅎ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여자입니다, 저는. ㅋㅋ 대신에 하이킥 보면서(응?) 과하다, 하는 생각은 좀 했네요. 서지석 과하다, 저렇게까지 하는건 과하다, 하는 뭐 그런 느낌? 정성도 사랑도 너무 지나치면 도망가고 싶은 것 같아요.

아 배고파요. 빨리 점심 먹고 싶어요!! 히히.


Kir 2012-02-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힘들기도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해요.
폭주할 때 브레이크로 작동할 무언가가 없으면 어쩌지 싶어서일까요?^^;

+) 맛있고 든든한 점심 드셨길 바랍니다~

다락방 2012-02-15 14: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Kircheis 님. 만약 세상이 내 뜻대로 된다면 세상을 살아 무엇하겠어요. 의미도 재미도 없겠지요. 물론 가끔은 너무나 원하는 것 한 두개쯤은 좀 내 마음대로 되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말예요. '닐 게이먼'의 [코랄린]이란 그림책에 보면, 마녀가 코랄린을 데려가려고 유혹하면서 니가 원하는 걸 다 해주겠다고 말하거든요. 그때 코랄린이 마녀에게 그래요. 내가 원하는게 다 이루어지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말이지요.

점심은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만원짜리 김치우동을 상무님께서 사주시는 바람에 먹었는데, 우동 면발을 싫어하는 제가 먹기에도 아주 쫄깃쫄깃하고 맛있었어요. 두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생각하니 다시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훗 :)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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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다.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데, 책이 내게 주는건 재미뿐만은 아니다. 책은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펼쳐 보여준다. 다른사람들의 삶을 엿볼수 있는것과 또 지식을 주는 것, 그것이 책이 주는 대표적인 것이라면, 나는 아주 당당하게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왔으나 미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 인데, 그래, 이 책이 그것을 했다. 때때로 아, 그래, 내가 말하려고 했던게 이거였어, 했던 것을 나는 책에서 만나곤 하는것이다. 아, 책은 정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나는 대부분의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 주는 이미지는 정의롭거나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의롭거나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입밖으로 내야할지 모르겠어서 단순히 그건 아닌것 같은데, 로 입장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삼성 불매운동에 대한것이 대표적인데, 주변에 삼성 불매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던 거다. 왜? 그게 정말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걸까? 삼성을 불매한다면, 삼성에서 일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뭐가 되지? 삼성을 불매하면서 원하는게 뭐지? 삼성이 망하는건가? 불매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걸까? 최선의 방법이라고? 그런데 왜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질 않는거지? 그러나 나는 삼성 불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불매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확신을 가진것처럼 보여서, 내가 불매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에. 불매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부자의 편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또한 누가 나에게 불매를 강요하는 것을 내가 못견디듯이, 내가 그들에게 불매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못견디는 것일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김어준이, 내가 확실히 말하지 못했던것을 아주 단호하게 말해준다. 아, 정말 나는 소름 돋았다니까. 감동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가 자기로부터 나오고 그 구현을 직원들과 함께 하잖아. 이건희 일가가 잘하는 건 그게 아니지. 그 일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건 자기 재산을 지키는거지. (웃음) 그런데 아까 이야기한, 이건희가 곧 삼성이라는 상징화가 워낙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이건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회적 불안을 유발하는 거야. 그러니까 삼성을 제대로 문제 삼으려면 삼성이란 기업의 상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할 게 아니라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이건희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삼성의 상징화 작업에 자신도 모르게 포섭되어 이건희를 비판해야 할 걸 삼성  제품을 비토하는 걸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삼성 물건 좋은 거 많아. 왜 기업의 정상적인 제품을 미워해. 물론 삼성 제품을 비판하는 게 상징적으로 이건희를 비판하는 거라 여길 수도 있어. 삼성 문제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들의 프레임에 넘어가는 거야. (p.165)


삼성과 다른 재벌들과의 차이는, 다른 재벌들은 법을 피해 가려고 한다면 삼성은 자신들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거야. 삼성은 이미 국가보다 강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p.166)


문제는 이건희 일가가 상속과 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국가 시스템을 자신들 사익을 위해 조작할 정도의 힘을 가져버렸다는 거야. 국가는 이익을 좇는 사조직이 아니잖아. 국가는 공동체를 위한 운영체제잖아. 이게 일개 가족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더구나 그 과정에서 그 가족은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익까지 뺏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자기들 아니면 니들 굶어 죽는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하지만 삼성이란 기업 집단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야 한다고. 그건 오로지 법으로만 할 수 있어. (p.169)


개인적으로는 내가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을 큰 목소리로 말해준 김어준이 고맙고, 더 크게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고맙다. 사실 나는 [나는 꼼수다]를 듣지는 않는다. 두 번 쯤 들어봤는데, 이상하게 불편한거다. 그게 정확히 어떤 불편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게 전혀 재미있질 않은거다. 이걸 사람들은 왜 재미있다고 하는걸까. 나는 도무지 모르겠는거다. 정말 이게 재미있나? 나는 불편한데? 그 불편함에 대한 정확한 대상을 찾을수가 없어서, 나는 이 책도 사두고는 한동안 읽지 않았다. 그 방송을 듣는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나를 불편하게 할까봐. 세상 모두가 좋다고 말해도 나는 불편할 수 있는거니까. 그런데 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말 그대로 재.미.있.다.


54페이지의 '뇌에 구김살이 없어' 라는 표현을 읽을 때는 지하철에서 혼자 소리내서 푸핫,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76페이지의 '해맑아, 해맑고 투명해' 에서는 어떤가. 아..나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80페이지의 '어찌나 수줍은 검찰인지' 에서는 진짜 빵터졌다. 아..검찰들 수줍구나..수줍은 검찰들이구나. 하하하하. 이런식이라면 나꼼수도 재미있겠구나. 그런데 왜 방송을 들었을때는 나는 이런식의 재미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와 닿았을까?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이 책을 쓰게 됐다는 김어준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내가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지 않았어도 무었을 말하는지 대부분 사람들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중간중간 김어준의 표현들이  빵터지게 웃게 만들어서 그 재미때문에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52페이지의 김어준의 복지에 대한 생각이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들었다.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가 없는거야. 나는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백 퍼센트 해석된다고 봐. (p.52)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기를 멈출수가 없는데, 그가 하는 말이 그릇된 말이 없다. 게다가 한번쯤 들어볼 만한 말들이며 때로는 내 생각을 대변한다. 또한 문재인의 책을 읽어보고 문재인을 좀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게도 만들었다. 이만하면 이 책은 책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리뷰를 쓰면서 별점을 클릭하는건 때때로 고민스러운데, 이 책은 기꺼이 넷 이었다가, 삼성 불매에 대한 그의 말에 깊은 공감과 또한 모두들 이 책을 읽고 복지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의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는 응원까지 별 하나에 담아 별 다섯개를 찍는다. 나는 이 책을 선물할 몇몇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줄 수 있다면 나 역시 기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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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2-02-0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아아~~~ 다락방님 ㅠㅠ 이런 리뷰라니 계속 미루고 미루고만 있었는데ㅠ
땡스투하고 ㅋㅋ 당장 지르러 가야겠어요ㅋ
어제 오늘 좀 우울해서 하루에 몇 번씩 카드 긁게 되네요.
흑;; 나 백순데 ㅠㅠ 담달 카드값어쩔;;; ㅋㅋㅋ

다락방 2012-02-10 14:36   좋아요 0 | URL
오늘 보니까 이 책의 땡투가 두 권 들어와 있던데...한 분은 핑키님이십니까? ㅎㅎ
이거 재미있어요, 핑키님. 전혀 어렵지 않게 팔랑팔랑 잘 넘어갈겁니다. 훗.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소비가 정말 해소에 도움이 되죠. 저도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 백화점에 가서 백화점 털고올 뻔한 적이 있어요. 털고 오고 싶었지만.....돈이.............orz

테레사 2012-02-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드뎌 이 책 읽으셨군요. 진짜진짜 통쾌하죠? 저 역시 참 통쾌하고 속 시원하고, 그러면서도 재밌는 정치책은 생전 처음이에요.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책들이 얼마나 많아요? 헌데 그런 책은 안 읽히잖아요. 전 정말이지 김어준씨가 우리와 동시대인이라서 다행이고 고맙고, 뭐 그래요.

다락방 2012-02-10 14: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책들은 안 읽히고 또 그럴까봐 아예 시도조차 안하게 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 책은 재미있더라구요. 게다가 이렇게 동의할 수 있는, 그러니까 제 생각과 같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막 더 신났어요! 저는 이제 [건투를 빈다]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히히.

기억의집 2012-02-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 리뷰 넘 재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불매하지만, 타인에게 절대로 강요하지 않아요. 혼자만 불매. 집에 삼성 제품 아예 없어요. 애아빠한테는 은근 불매를 강요하긴 하지만.

사실 저의 애아빠도 기업을 다니는데, 어떤 기업이 사회적으로 떳떳할 수 있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애아빠가 다니는 기업이 과연 삼성만큼 부도덕하진 않지만 사회에 기여를 하거나 공정하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어떤 기업이든지 불공정의 사슬에 매여있기에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특정한 기업에 대한 집단적인 불매운동은 또 한편으론 노동자의 살인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삼성은 부자이기에 나 혼자 불매하자. 나 혼자 불매한다고 꺼지지 않으니깐. 절대 강요하지 말자 이런 주의에요.

김어준은 사회에 품고 있었던 의문들을 아주 논리적으로 풀어주죠. 저도 짧게 리뷰 썼지만, 말빨이 쎈 거 보다 김어준은 논리적이어서 말빨이 센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읽고 나서 왠지 속시원해진 느낌.

검찰에 대한 글도 진짜 웃겼어요. 검찰이 고3 선도부장이라니~ ㅋㅋ

다락방 2012-02-10 14:54   좋아요 0 | URL
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떳떳하기만 한 기업이 어디 있을까 싶더라구요. 사회적으로 떳떳한 일을 한다해도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와 갈등을 갖고 있기도 할거구요. 말씀하신것처럼 특정한 기업에 대한 집단적인 불매운동은 단순히 그 기업의 정신에 반대한다고 하기엔 잔인하게 생각되어지기도 하구요, 그런데 불매가 아니라면 어떤식으로 그 기업에 반박할 수 있을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아주 좁지 않나 싶어요.

전 위에 리뷰에도 썼지만 아~ 뇌에 구김살이 없다는 표현 때문에 진짜 많이 웃었어요. 하하하하하

비로그인 2012-02-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이나 재밌는 백분토론을 시청한 느낌이네요 :)

다락방 2012-02-10 14:5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재미있어요, 수다쟁이님. 흣 :)

레와 2012-02-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문재인의 '운명' 읽어볼라고..^^

다락방 2012-02-10 14: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책 검색해봤는데 두꺼운것 같더라구요. 아, 소설이 아닌 책들은 좀 안두꺼웠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나는 또 보류...( '')

moonnight 2012-02-0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는 확실하죠.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

다락방 2012-02-10 14:5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대체적으로 거의 모든 의견에 동의했던 것 같아요. 오, 오, 오, 오 그렇군! 하면서 말이죠. 문나잇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치니 2012-02-0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이게 재미있었고 복지 문제에 대해 저런 의견에 동의한다면 비그포르스도 읽어 봐요 ~ 분명히 힘이 나실 거에요!

다락방 2012-02-10 14:56   좋아요 0 | URL
치니님 댓글 읽고 비그포르스 검색해봤는데, 어휴, 이거 너무 어렵게 생겨서 저는 읽을 엄두가 안나요. orz
제가 읽을 수 없는 종류의 책일 것 같아요.

Kir 2012-02-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다락방님도 읽으셨군요! 마침 바로 옆에 이 책이 있는 터라 리뷰가 더 반갑습니다^^

다락방 2012-02-10 15:23   좋아요 0 | URL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읽은건데 오, 재밌었어요. [달려라, 정봉주]보다는 이 책이 더 재미있더군요. ㅎㅎ

마늘빵 2012-02-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랑 많이 다르게 느끼셨네요. ^^ 전 김어준의 저 부분이 젤 잘못 짚은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삼성. -_- 동의할 수 있는 의견, 없는 의견 둘 다 있지만 재미는 있는 책이에요. 나꼼수를 꼭 닮은.

다락방 2012-02-10 15:24   좋아요 0 | URL
저기 위에 문나잇님도 말씀하셨듯이, 네, 물론 모든것에 동의할 수는 없겠죠.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거에요. 저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말예요. 저는 특히 인용한 삼성에 대한 부분과 박근혜에 대한 부분에 많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달사르 2012-02-1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였는데 김어준 입에서 나오면 빛이 반짝반짝하는 거 같애요. 저는 '깔대기'라는 표현이 매번 나와도 못 알아먹다가요. 최근에서야 이해했다니까요. 거의 외국어를 이해못하고 계속 듣다보면 어느날 저절로 이해되듯이 말에요. 그정도로 김어준 말은 팍팍 꽂히는 거 같애요. 뇌에 구김살이 없어. 완전 대박. ㅎ

저도 김어준이 삼성에 대해서 한 말과 박근혜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김어준은 일반 대중의 정서 부분에 대한 탁월한 분석, 본능적인 분석을 하는 듯해서요.

다락방 2012-02-14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나꼼수를 안들어서 그런지 깔대기란 표현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냥 추측추측 ㅎㅎ 저 진짜 뇌에 구김살에 없다는 표현 읽다가 지하철에서 혼자 소리내서 웃었다니깐요. 아마 그날 지하철에서 저 본 사람들중에 이 책 산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왜 미친년처럼 웃지, 저책 재미있나?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대다수가 말하는 선' 혹은 '대다수가 말하는 정의'를 좀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가 '선' 이나 '정의' 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확신을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왜 저사람은 저렇게 생각하지? 하는 의문도 함께요. 그런면에서 김어준은 다수를 파악하고 자신의 확신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히히.

버벌 2012-02-12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셔서. 전 재미있게 읽지를 못했어요. 재미없다라기 보다. 손에 잡고 끝까지 읽기는 힘들더라구요. 늘 같은 말만 반복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김어준은 팬입니다만 그는 글보다 목소리로 만나는게 아직은 더 좋은것 같아요. 막 욕하는 것 들어요 ㅎㅎㅎㅎ

부럽기도 해요.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딱딱 자리를 맞게 찾아가는 걸 보면서요.

다락방 2012-02-14 09:57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김어준을 몰라요. 딴지일보도 나꼼수도 한번도 그를 접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나꼼수도 두 번인가 듣다가 말아가지고 ㅎㅎㅎ [닥치고 정치]가 그를 처음 만난 책인건데,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한참 후에요. 지금은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그에게 먼저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거든요. ㅎㅎㅎㅎㅎ

테레사 2012-02-1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친절한 안내 너무 감사드리고요, 전 문준태님의 시집을 선택했어요.정말 감사드려요^^. 다락방님은, 정말이지...참....^^

다락방 2012-02-14 09:58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참 뭐요? 예뻐요? 히히히히히

문태준을 선택하셨군요, 네,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지.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
루이스 월퍼트 지음, 김민영 옮김 / 알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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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나는, 이 책을 읽기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것 같다. 나는 늙어가는 것과(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려고 표지를 넘겼을 때는 그 두려움이 또 한번 강하게 찾아왔다. 괜찮아, 이 책을 읽으면 나아질거야, 그럴거야. 그래, 이 책을 읽으니 나는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거라는 생각을 조금쯤은 하게됐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과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변화 아닌가. 생활 태도를 바꾸고도 싶어졌다. 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다음날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조절하는게 필요할 것 같다고 내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유용했고, 나는 이런 류의 책을 한권쯤 더 읽어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떤식으로든 내게 도움을 줄 것 같아서. 나같은 사람에게는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간혹 눈에 띄는 오타쯤은 무시하려고 했다. 오타를 표시하고 그것을 지적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부분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오타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교정을 보지 않은 책 같다. 끝으로 갈수록 그건 심해져서 급기야는 내용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만다. 하아. 신경질이 난 나머지 오타가 나올때마다 포스트잇을 붙였더니 그 어떤 밑줄 그었던 책보다 더 많은 포스트잇을 사용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다 뗄거지만. 자, 교정보지 않은 것 같은 이 책의 오타를 내가 표시한 데부터 다 적도록 하겠다.




노인 차별이란 용어는 노인을 편견을 갖고 대하는 태도, 노년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노인을 차별하는 행동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p.141) 


노년의 근로 활동은 노년층에게 건강과 만족감을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p.142) (이 부분좀 어떻게 고쳐봐 주세요)


의자들은 나이 많은 환자가 설명하는 증세나 증상을 노환으로 치부하고 묵살하는 경우가 있다. (p.147)  (의사들이요, 의사들. 의자들이 설명할 리 없잖아요 orz)


언제까지 고령자들이 움추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p.148)


블랙커피가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었으나 (p.165)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어도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p.165) (인간적으로 하나 뺍시다.)


한 수도원에서 장수한 수녀들 뇌를 연구했더니 정신적 활동이 수명 연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166)


그들은 하나님이 심판의 날에 자신들이 아프리카의 시온산이라는 곳에 가면 영원히 자유로운 삶을 누릴 것이라고 믿는다. (p.166) (주어가 두개 orz)


그러나 아직 임상실험이 진행되지는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인류의 수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게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p.168) (늘릴 수 있는 사람들과 신중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주체가 다릅니다.)


스트럴드브럭은 30세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기력이 떨어지고 노화가 시작한다. (p.169) (시작'되는' 거겠죠.)


장례식을 볼 때마다, 자신들은 절대 가지도 못하는 곳인 휴식의 은신처로 사람들에 대해 탄식하며 슬퍼한다. (p.170) (이건 대체 무슨말인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소리를 높혔다. (p.177)


얼마 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지에서는 고령 인구를 (p.178)


배우자가 더이상 고통 받지 않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다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p.186) (고통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인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 위해서는 (p.192)


이제 정부와 국민은 힘 합쳐서 직장을 은퇴하고 노년이 된 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p.194) (힘'은' 합쳤다면 다른건 뭘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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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1-2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거슬렸겠어요 ㅋ

다락방 2012-01-26 09:07   좋아요 0 | URL
나중엔 던질뻔 했어요. 아 짜증나..

turnleft 2012-01-2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또 일일히 적어 놓은 다락방님도 대단해욧!! ㅋㅋ

다락방 2012-01-26 09:14   좋아요 0 | URL
아, 이런건 좀 이 책 만든 사람들이 봐야될 것 같아서요. 이렇게 리뷰로 쓰면 보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저 막 흥분해서 적었어요. 화가나서... ㅎㅎ

굿바이 2012-01-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다 참고 읽으셨군요 ^^
아참 저는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와 로랑 그라프의 <행복한 나날>이 좋았어요.
노화와 죽음에 관한 다정다감한(?)에세이와 소설이었거든요. 읽고 나면 아주 싸-해 져요.

다락방 2012-01-26 12:52   좋아요 0 | URL
저게 다 끝부분이었어요, 굿바이님. 처음에 저런식이었다면 저 역시도 읽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리뷰들을 보니 평들이 다 좋더라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있는 것들인가봐요. 하아-
추천해주신 책은 방금 검색해보고 두권 다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므흣. 굿바이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책 추천을 받는 순간, 아, 역시! 했답니다. 고맙습니다. 흣 :)

레와 2012-01-2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뭐야, .. ㅡ.ㅡㅋ

다락방 2012-01-26 13:5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이에요. -_-

비로그인 2012-01-2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교정 아르바이트 하셔도 손색을(ㅎㅎ) 없을 다락방님!
저도 위에 굿바이님이 추천해주신 책 보관함에 넣었어요 :)
위에 두 단락을 읽으면서 달리는 기차의 여행객을 상상했네요.
중도하차하는 여행객과 종점까지 가는 여행객...

다락방 2012-01-26 15:57   좋아요 0 | URL
교정 아르바이트라뇨, 당치도 않아요.(제가 쓴 글도 비문 투성이에요 ㅎㅎ)

그런데 수다쟁이님 요즘 왜 잘 안와요? 자주자주 나타나서 글도 좀 많이많이 써주고 그래요. 응?

blanca 2012-01-2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이 책 있는데 왜 저는 하나도 몰랐을까요? --;; 요즘 저는 제가 무얼 하려고 했다가 잊고 고유명사도 잘 안 떠오르고 그런 상태입니다. 다락방님의 이런 명료함이 저는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2-01-27 10:5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도 그런 경우 많아요. 어떤책은 이렇게 확 눈에띄고 짜증이 나지만, 어떤책은 문제없이 읽히더라구요. 문제가 없어 보이는거죠. [인어의 노래]같은 경우에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친구 한명이 읽을 수 없을정도로 번역이 엉망이라고 했구요, 제 남동생은 엊그제 몇장 읽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고 읽다가 포기하더라구요. 줌파 라히리의 소설들 경우에도 읽기 힘든 문장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완전 좋게 읽고. ㅎㅎ

이 책은 막판에 너무 심하게 막나갔어요. -_-;;

비로그인 2012-01-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면 제목에 오자가 섞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해야겠네요^^

다락방 2012-01-27 10:51   좋아요 0 | URL
후와님, 빨간펜 들고 교정보고 싶었지만 재빨리 팔기 위해서 낙서는 하지 않았어요. 어휴..이건 누구한테 선물할수도 없잖아요. orz

2012-01-27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7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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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윤리과목의 교과서가 이랬다면 혹은 윤리교사들이 이렇게 가르쳐줬다면 나는 그 과목에 더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고 또 더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를 읽으면서는 그때보다 더한 원망이 생겨났다. 왜 내가 배웠던 역사는 그토록 지루하기만 했던가. 왜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지?

뭐든 외우는 건 잘하지 못하는 내가-암기과목은 다들 형편없는 점수였다- 국사나 세계사란 과목에서 멍청한 점수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목들은 외워야 하는 것들에 불과했다. 단순한 사실들의 연대순 나열과 혹은 지리적 위치 따위는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런데 이십대 후반, 역사를 전공했던 친구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버스안에서 들려주었을 때는 그토록 지루하고 재미없게만 생각했던 국사가 엄청 재미있는거다. 왜 선생님들은 내 친구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때 선생님들도 재미있게 가르쳐줬지만 내가 그것을 단순히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견을 덧씌운걸까?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버스안에서 내 친구가 들려주었던 역사처럼,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다, 라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때 거기서 그들에게 그런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건, 어떤 원인들 때문이고, 그것들은 이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등의 '사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나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귀를 기울이다가 역사속에서 그들이 당한 핍박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어떤식의 증거로 기록되어 있는지도 알게 됐다.

이 책 속에서 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주인공은 '페테루'인데, 이 소년은 그 역사들의 곳곳에 숨쉬면서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들려준다. 처음, 자신의 평화로운 마을을 침략하고 노예로 생활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잃은 페테루에게 친구는 도망치라고 말한다. 여기가 아닌 분명 더 넓은 세상, 살기 좋은 곳이 있을것이고 늘 더 큰 세상을 기대해왔던만큼 그곳으로 가보라고, 여기에 갇혀있지 말라고.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페테루는 눈앞에서 본다. 그의 눈에 이것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채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답을 그는 얻고 싶다. 그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함무라비 법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말이야, 조그 더 복잡한 법의 체계가 필요했던 이유는 사회가 복잡해져서만은 아닌 것 같아. 어쩌면 법으로 만들어서라도 지키게 해야 했던 뭔가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런 규칙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일테면 국가니 법이니 학교니 이런 것들이 필요 없던 시절에는 너무나 단순하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공평성을 굳이 무너뜨려야 했다든가 …… (p.54)

 

 

 

 

페테루는 그렇게 현인들로 가득찬 그리스로 간다. 거기에서 페테루는 '철학을 말하는 삶'을 사는 자들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다.

 

누군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면 그 대단하다는 그리스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위대한 고대 문명을 쌓아올린 그리스인들이라고들 하지만 신전 한귀퉁이의 돌 하나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옮긴 적이 없었어. (p.106)

 

 

유월절이란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대체 뭘 뜻하는건지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월절에 대해 나는 처음으로 알게됐는데, 여기서 잠깐 이 책과는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위의 부분을 읽다가 나는 '버트런트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떠올리고 말았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을 믿는 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그들을 벌을 준다는게, 그 벌이 그들의 첫째 아들을 죽인다는 게, 그게 과연 '신'이 할만한 일일까? 나를 괴롭히는 자에게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복수하다니, 인간과 다른게 뭐지?  버트런트 러셀을 읽었으니 'C.S. 루이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싶어서 『순전한 기독교』도 사두었는데, 아, 나는 어쩐지 러셀쪽으로 마음이 기울고야 만다.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에서는 '역사는 힘있는 자의 기술'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동안의 역사가 힘 있는 자의 기술임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역사를 가르치려는 사람들 역시도 힘 있는 자들쪽에 서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역사에 대해 어느 한쪽면만을 봤던게 아닐까. 모두에게 영웅인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소수에게 영웅은 다수에게 적일수도 있었을 것이고 다수의 영웅은 소수에게 악마일 수도 있었을 것인데, 영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야 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바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씩 처음부터 배워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 웬만해선 바로 중고샵에 팔아버리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 그러면 안되겠다.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가끔씩 들추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됐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는 언젠가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다시 펼쳐 보아야지. 조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읽히고 싶은데 그때 이 책이 절판될까 두려워서 나는 이 책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제부에게 선물로 보냈다. 역사를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도 한 권 더 사두었다.

 

나는 역사에 대해서라면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라 이 책에 설사 어떤 오류가 있다한들 잡아낼 수 없겠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처음부터 말해주는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하면 회사에서 그래, 그럼 그 책 다 읽을 때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 읽고 싶어서 업무에 집중이 안되잖아.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의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나에게는 '쉽게' 말하여 주는 역사책이 절실했다. 한국사에 대해서도 이 시리즈로 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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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품절과 일요일 밤
    from 마지막 키스 2012-01-15 22:10 
    『피터 히스토리아 2』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다루어진다. 특히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세상의 어린 노동자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되어 졌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어린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영국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 공장들은 점점 사라졌어. 만약 지금도 유럽에 그런 공장이 남아
 
 
마늘빵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다 내 탓이야, 그런 거야. 엉엉.

다락방 2012-01-13 08:38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빵꾸똥꾸! 똑바로 해욧!!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2-01-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는 박시백이 있어요! 조선사뿐이지만, 조선사라도 얼마나 자세히, 재밌게, 의미있게 말해주는지요. 어제 만난 두 언니는 중국어 관광 가이드를 준비하는데 한국사 준비를 해야 해서 역시나 박시백을 추천해 주었어요. 공부로도 재미로도 박시백 최고! 나도 곧 이 책을 읽게 될 거예요. 아, 기대되어라.(>_<)

다락방 2012-01-13 09:09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방금 박시백 검색해봤는데 일전에 마노아님 서재에서 봤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로군요. 오, 근데 이건 엄청 기네요. 흐음.
제가 읽은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는 청소년용이고 또 만화라서 아주 쉽게 읽히거든요. 저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딱이더라구요. 산업혁명(이건 2권에 나와요) 읽다가는 갑자기 전태일도 생각나면서 뭉클. 아, 정말 좋았어요.

마노아님, 그런데 꼬꼬면 택배는 도착했나요? 안그래도 문자 넣을 참이었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뭐하는겁니까!

레와 2012-01-13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박시백님 정보도 감사해요.^^

마노아 2012-01-14 13:56   좋아요 0 | URL
아앗, 도착했다는 말을 제가 한 줄 알았어요. 이런, 화요일에 도착했어요. 엄청 빨리 왔죠!
다락방님 주소까지 직접 출력해서 붙여가지고, 아 역시 꼼꼼해, 섬세해~ 막 이러면서 박스 열었어요.^^ㅎㅎ
요새 새벽 예배를 가려다가, 너무 추워서 우리집 교회에서 일찌감치 성경책 좀 보고 기도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요새 쪼끔 일찍 일어난답니다. 신기한게, 전 보다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 거라서 수면 시간은 줄었는데 몸이 더 개운해요. 역시 일찍 자는 게 미인이 되는 길!(응?)

다락방 2012-01-15 22: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저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열 네시간을 잤거든요. 물론 전날밤에 잠을 못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열 네시간을 잤더니 오늘 아침에 피부가 뽀쇼쇼숑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 보약입니다. 잠이 미인을 만들어줘요. 사실입니다. 으하하하

꽃핑키 2012-01-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앗!!!! 이 책 완전 멋있는데요!!!! ~_~♡
저도 역사가 부족한 인간이라 ㅠㅠ
예전에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한국사도 샀는데 막상 읽으려니. 어렵더라구요.
눈에 안 들어와서 몇 페이지 읽고 처박아두었는데;;
이 책이라면 저도 잘 읽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ㅋㅋ불끈!! ㅋㅋ

다락방 2012-01-13 13:11   좋아요 0 | URL
저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전무한 상태에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니까 재미도 있고 흥미도 생기더라구요. 핑키님, 이 책 읽으셔도 좋을것 같아요. 전 어제 2권 읽다가(아마도 2권이 완결인것 같아요) 지하철안에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휴..

불끈!

레와 2012-01-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미키님이 그리워지는 페이퍼에요.

그리고 이책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다락방 2012-01-13 13: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저는 이 책이 무척 좋았어요. 막연하게 알았던 걸 조금 더 알게되거나 몰랐던걸 알게되거나 하는것도 있지만 한쪽으로만 알았던걸 다른쪽도 알게됐구요. 그것들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레와님도 좋아할것 같아요. :)

버벌 2012-01-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우리 제부에게도 보낼까봐요. 동생부부는 아직 임신도 안했지만.... ㅡㅡ;;;;

다락방 2012-01-15 22: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건 제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니까요, 버벌님. 괜춘해요. ㅋㅋㅋㅋㅋ

가넷 2012-01-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는 책의 리뷰를 봐서, 나중에 한번 봐야지 했는데, 어제 대출실 근무하면서 대출반납업무 보다가 마침 들어 왔길래 책 대출했네요.ㅋㅋ

다락방 2012-01-16 15: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가넷님의 경우 역사서적을 많이 보시고 이미 알고 있는게 많으셔서 저처럼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가넷님이 보시기엔 지나치게 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하핫.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가넷님!

은방울 2012-07-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피터 히스토리아를 출판한 교육공동체 나다는 인문학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오던 단체랍니다. 이번 7월 30일 부터 단행본이 나오고 처음으로 피터 히스토리아를 교재로 하는 10강의 서양사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피터를 재밌게 읽고나서 더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으셨거나, 청소년을 위한 역사수업이 늘 연도를 외우고 옛날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신다면, 이번 교육공동체 나다 여름특강에 오셔서 피터히스토리아와 함께 서양사를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주변에 홍보도 살짝 부탁드려볼께요 :)
자세한 설명은 http://nada.jinbo.net 나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lorine 2012-12-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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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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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말하면서 폭력을 미화시키는 작품들도 있지만 한창훈의 『꽃의 나라』는 폭력을 말함으로써 폭력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점이 몹시도 고마웠고 그리고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때리고 맞는것이 일상인 삶을 그려내는데, 그 안에서 내가 보는건 대체 이것을 어떻게 멈추게 한단말인가, 하는거라니!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 소설을 쓸 때, 그 사실에 빚지고 있는 소설들은 소설 자체의 중심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한창훈은 달랐다. 한창훈은 일단 그 역사적 사실에서 멀리 떨어졌던 인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창훈이 태어나기 오래전의 일이 아닐뿐더러 한창훈이 살고있는 곳과는 동떨어진 먼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그 일들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이 도시에 들어와서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하는 그 일들을. 여자들의 옷을 벗기고 노인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도시 이곳저곳을 파괴하는 일들을 그는, 중심을 잡고 묘사한다. 나는 그 일들을 읽어내려가며 지하철안에서 몇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한창훈은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을 그려내면서, 그는 여전히 중심을 잡는다. 한창훈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게 아닐까. 


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다고 말을 하지만, 그러나 소설이 내게 주는것은 비단 재미뿐만은 아니다. 나는 그 안에서 정의를 보고 불의를 본다. 행복을 보고 불행을 본다. 고통과 상처를 보고 치유와 위안을 본다. 그 속에는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내가 이미 알고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것일때가 많다. 그것들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간다.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감정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일들을 나는 소설속에서 보며, 느끼며, 알게된다. 나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으면서, 그 사람들을 만난것도 아니면서 그들중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울거나 웃는다. 바로 그때, 소설속의 그 일들은 '나의 일'이 된다. '나의 경험'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내가 가진 단편적인 지식들에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이제는 더할 수 있게 됐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는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총기난사가 벌어지기 전에 구스 반 산트가 보여주는 건, 그 학교 학생들의 일상이다.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그는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아니, 그들의 삶은 저마다에게는 특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무차별 죽음을 당한다. 그런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창훈의 이 소설도 처음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때리고 맞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시절, 그것은 정말로 '리얼'한 일상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한창훈은 초반기에 그러면서도 그들이 웃고 사는 삶을 드러내준다. 나는 이 책을 펼치고 나서 몇번이고 피식거렸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난 너에게 시집간대."

"왜?"

"오줌 누고 있는 니 고추를 봤다고 말했거든."

"근데 나도 네 것을 봐야 결혼하는 것 아니야?"

진숙이가 대답했다.

"내 것은 저 속에 있어서 잘 안보여."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인호는 책상을 때리며 웃었다. (P.51)


초등학교 삼학년 아이들의 대화였다. 게다가 이런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게 될까, 하는 것을 평화롭게 상상하고 있기도 했다.


'방이씀'은 교회 옆 전봇대에서 붙어 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종착지는 골목과 공터 너머 오래된 스레이트집이었다. 주인은 늙은 할머니였다. 그녀는 마루에 앉아 마늘장아찌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P.10)


나도 늙은 할머니가 되면 깍두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 혼자 홀짝이고 있게될까? 그때는 그리 많은 안주가 필요하진 않겠지? 나는 혼자 마시게 될까? 아니면 늘 함께 소주를 마셔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그 때 그 시절, 그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주인공인 소년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성욕과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소년이었고, 맞는게 지겹다고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고 오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생물 교사를 좋아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되풀이되는 교사와 선배의 폭행속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p.55)


그들 모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래서 자신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아군' 이라는 사실에 크게 당황한다. 왜 맞아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총을 맞고 쓰러져야 하는지, 왜 옷이 벗겨진채로 뒹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 역시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 속의 생물선생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나도 내 선생님에게 여쭤보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침을 삼켰다.

"그분도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래스카의 개 이야기를 하셨다."

"알래스카 개라뇨?"

"썰매 끄는 개 말이다."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에스키모들이 썰매에 개를 묶을 때,"

생물교사는 잠깐 동안 말을 끊고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이다가 다시 이었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그사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형체만 실루엣처럼 보였다. 이러고 있자니 그는 교실에서 보았던 생물교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그 사람은 참으로 낯설게 보였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

"에스키모들은 어느 때 어떤 공포심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거지."

"그러면 우리가 그 개라는 말인가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좀 되었다."

"‥‥‥"

"사람들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령관 있지?"

"예, 들었어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짓이라는 거야."

"‥‥‥"

"그 사령관은 그게 필요한 거야.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pp.203-204)


나는 창피하게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와 혼란의 장소에 있지 않아서, 그것들을 내가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내가 군인들의 발에 짓밟히고 내 가족들이 총에 맞아 쓰러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바로 거기에 내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웠다. 나는 우리나라 언어로 쓰여진,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어렵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껴야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스포일러, 이렇게 끝난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p.272)


흐느껴 울지 못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보다 더 가슴 아픈건 채 반페이지도 되지 않는 '작가의 말'이다. 그가 하는말이 너무나 절절해서, 나는 내가 여태 읽어온 '작가의 말'중 가장 슬픈 작가의 말로 이 책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작가'가 해야 할 일과 '소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충실하게 해냈다는 것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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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2-01-0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감해요!
전 이 책을 너무 떨며(!) 읽었는데...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정의와 불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상처' '치유와 위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말이죠.
말죽거리 잔혹사니, 예전에 나온 그곳의 이야기와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말아 무척 안타까웠답니다.
학교 폭력? 울겨먹기? 또 광주? 그건 아닌데...비유가 웃기지만 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건지 안타까워요(-.-)

다락방 2012-01-04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소설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리뷰에도 밝혔듯이 한창훈이 꽤 중심을 잘 잡고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교 폭력', '또 광주' 인건,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이 소설은 읽어두는것이 좋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초반에 소년이 성장할 가능성과 일상을 배치해두고 뒷부분에 광주사태를 넣어둠으로써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식으로 작용했는가도 잘 보여주었고요. 전 좋았습니다, 리더수님. :)

moonnight 2012-01-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거 자제하려고 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이에요. (라며 떠넘기기;;;)
한창훈 작가는 다락님 덕분에 알게 되었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 2012-01-05 14:1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이 책 읽으시다가 후반부에 폭풍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 물론 초반부에는 엄청 웃으실거구요.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손에 쥐면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입니다. 물론 내용까지 팔랑거리는 건 결코 아니구요.
헤헷 :)

버벌 2012-01-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 생활비가 없어요. 책.... 사고싶다.

다락방 2012-01-09 18:26   좋아요 0 | URL
카드가 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