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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9-20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것은 니들도 고생을 하보라는 변태심리가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기본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병역의 의무를 꼭 군대에 가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공익요원이나 대체복무 또는 병역세 부과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여성들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없었었지 않나요? 여성들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면서 여성으로서 누릴 수있는 이점(특권)에는 약삭 빠르면서도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페미니즘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7-09-20 11:52   좋아요 4 | URL
ㅎㅎ 이하라님 댓글 읽으니 ‘젠더 이슈로 논쟁이 벌어지면 그게 어떤 문제든 상관없이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 시사인 글의 도입부 생각나네요. 아까 글샘님도 리뷰에 댓글에서 언급하셨듯이, 서민 교수님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은 군대 얘기 페미니즘 책에서 저마다 다 하고 있어요. 저는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킬 의지나
마음이 지금 1도 없고요, 이하라님도 여기저기 군대 댓글 달고 다니시기 보다는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보시는 게 이하라님을 위해서도 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하라 2017-09-20 11:53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군대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제가 댓글을 단 원문은 읽어보신겁니까? 다들 군복무를 논점으로 삼고 있기에 댓글이 병역의 의무를 피해갈 수 없었을뿐입니다 그 보다 더 심한건 여성들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 맘충이라는 특정층의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남성들이 만들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억측과 피해의식이 요즘 여성들의 의식을 대변하는듯해 씁쓸합니다

다락방 2017-09-20 12: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하라님의 댓글이 참 씁쓸합니다....

syo 2017-09-20 12:15   좋아요 4 | URL
하하, 듣고 보니 며칠 전 스치듯 봤던 그 말도 안되는 댓글이 이하라님 작품이셨군요. ˝한국 남성의 내면에 모성이 신화처럼 아로새겨져 있어서˝ 맘충 같은 단어를 만들어낼수 없을거라는. 그 말씀이 근거가 된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자만, 이하라님 말씀대로 그 단어를 남자가 만든게 아니라고 쳐도, 이하라님이 말씀하신 그 ˝모성이라는 신화˝는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는 신성하지만, 이미.만들어져 있는 맘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만큼 신성하지는 않나봐요? 아니면,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남자들은 그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실건가요? 혐오표현을 직접 만들지 않았으면, 사용하는데도 면죄가 되나요? 아니면 여성이 만들었으니, 만든 여성을 먼저 단죄하기 전에는 남성을 탓하면 안되는건가요? 폭행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찾아내 벌하기 전까지는 폭행을 실제로 행한 사람을 벌할 수 없는 건가요? 실제로 입은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들에게 어째서 억측과 피해의식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십니까.

모성의 신화에 대해서 남자인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데요? 제 동의와 상관없이 심층심리는 그런 거고 단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 여성들 또한 이하라님께 이하라님의 의식은 국민의 기본의무를 말하지만 이하라님의 동의와 상관없이 ˝내면˝은 사실 니들도 고생을 해보라는 뜻이다- 라고 단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하라 2017-09-20 12:57   좋아요 2 | URL
모성에 대한 신화 때문에 남성 이 만들지 않았을것이다는 말은 제가 생각해도 억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남성이 만들었다는 딱 그만큼의 억측이겠죠 그리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걸 옹호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저나 제 주위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맘충이란 단어 자체를 안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병역의 의무를 대체할 방법들이 있으니 그런 논의라도 해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 니들도 고생해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성이 누려야할 권리는 페미니즘을 논하기전부터 당연히 누려야 마땅하지 이것이 사회적 사안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외치는 딱 그만큼만 자신들의 의무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했을뿐입니다 그런 생각이다보니 여성의 권리나 피해의식이 묻어나는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낳아주신 분도 여성이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도 여성이란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본다한더라도 일방적인 피해의식만을 두둔하지 못하기에 보시기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여성의 기본의무 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겠군요 딸이 태어나면 당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만큼이나 의무에 대해서도 깨어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그냥 제 가정에서나 말해야겠네요 제 댓글들이 많이 보기 거슬린다면 앞으로 여성문제가 담긴 글들에는 댓글을 달지않겠습니다

syo 2017-09-20 13:13   좋아요 1 | URL
여성의 복무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하라님의 의견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선행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댓글이 달린 글에 충분히 드러나 있는)을 등한시한 채 지금 당장 복무해라 그게 의무다, 아니면 지금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는데, 그것이 이하라님께 표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나댄 부분도, 부당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댓글을 달거나 말거나 하시는 것은 이하라님의 자유입니다. 제게 꼴보기 싫으니 앞으로 댓글을 달지 마라는 말씀을 드릴 권리가 어딨겠습니까. 그저 의견이 충돌한 것이고, 이 충돌이 이하라님과 저 사이에 의미있는 합의점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해진 것뿐이지요. 알라딘에서는 항상 그렇더라구요. 그걸 다른 분들은 가 아시니까 다들 마음 좋게 하하하 하고 싸움이 안 되는 댓글 달고 마는데, 어디나 syo같은 희한한 놈이 하나씩 있습니다. 에이, 재수 없었네, 하고 덮어버리시길 권합니다. 제 댓글들이 보기 거슬리신다면 제가 앞으로 이하라님의 댓글에 댓글을 달지 않겠습니다^^

이하라 2017-09-20 13:2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syo님 말씀대로 의견충돌이지요 전혀 거슬리지않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뵈어요^^

雨香 2017-09-2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보상심리, 피해의식이 이성을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 실상 군대내에서도 국방의 의무 보다는 잡일, 갑질피해, 위계에 의한 폭력(육체적 폭력은 아니더라도)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제대로 된 군대,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한 군대라면 피해의식이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국군 출신과 카투사 출신과의 군대에 대한 기억과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은 거의 정반대니까요.

근본적으로는 40여년이 넘게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쓰고, 지금은 30배나 넘는 국방비를 쓰는데, 아직도 징병제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가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만들어진 허상도 벗어나야 할 착각중에 하나고요.

(어제 배달된 시사인 챙겼는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7-09-20 14:01   좋아요 4 | URL
네, 저 역시 군대에 대해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군대내의 인권 감수성과 또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저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말하는데, 그걸 개선할 논의보다 여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걸 논하다니, 대체 어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궁극적인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모병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모병제 역시도 합리적인 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저로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답을 아직은 모르겠더라고요. 처우를 개선하고 모병제로 바뀌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군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고요. 군대라는 게 본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이 지낼만한 곳이라면, 그리고 모병제라면, 그때는 가고 싶은 사람이 가서 하고자 했던 바를 할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군대라는 곳의 환경과 제도의 개선인데, 아주 많은 남자들이 ‘페미니즘 주장할거면 여자도 군대가!!‘만 부르짖고 있네요.

다락방 2017-09-20 14:08   좋아요 2 | URL
아, 우향님.
위의 글은 어제 배달된 시사인이 아니라 지난주에 배달된 시사인에 있습니다.
지난 주에 배달된 걸 제가 오늘 뜯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다하다 시사인도 밀리는 1人)

雨香 2017-09-20 14:35   좋아요 0 | URL
아.. 네 ^^ 저 표지 이군요. 저는 뜯기만 한 것 같습니다. ㅋㅋ

2017-09-2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bula 2017-09-25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갈IN다운 글이네요
구독햇던돈으로 치킨한마리 더사먹을걸
남자가 바라는게 여성징병이 아니라 돌봄과 성적서비스를 제공하는 2등시민으로 남길 바란다?
아주 대단한 ‘문화평론가‘께서 헛소리를 해도 그럴싸하게 해놔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뻔했네요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생각할 때 무례함과 독재는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는 레닌이 자신의 정치적 유서를 구술시키고 후계자가 될 만한 사람을 고를 때, 스탈린의 큰 결점을 ‘무례함‘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서 ‘독재자‘로 감탄스럽게 묘사되는 지휘자들이 보기 싫었다. 최선을 다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독재자들, 지휘봉을 잡은 황제들은 그런 표현을 즐겼다-마치 오케시트라를 채찍질하고 멸시하고 굴욕을 주어야만 그들이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듯이. (p.120-121)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인민이고, 누가 그들을
정의하는가? 그는 항상 자신의 예술이 반귀족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그가 부르주아 코즈모폴리턴 엘리트 층을 위해 작곡을 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를 비난하는 자들이 그에게 바라듯, 교대 근무에 지쳐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필요한 도네츠 광부들을 위해 작곡을 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작곡을 했고, 누구를 위해서도 작곡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출신과 무관하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가장 잘 즐겨주는 이들을 위해서 작곡을 했다. 들을 수 있는 귀들을 위해 작곡을 했다. 그래서 그는 예술의 참된 정의는 편재하는 것이며, 예술의 거짓된 정의는 어느 한 특정 기능에 부여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p.135-136)

모스크바 밖에 있는 별장에 가면 제일 먼저 우편이 믿을 만한지 확인해보려고 자기 앞으로 엽서부터 보냈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살짝 도를 넘을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넓은 세상이 통제 불가능하게 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만이라도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 그 영역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p.199-200)

1936:1948:1960. 그들은 12년마다 그를 찾아왔다. 물론 매번 윤년이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표현에 불과했으나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더 흔한 경우는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도 겁쟁이로 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사람의 생각은 도끼날에 반으로 쪼개진다. 차라리 산산시 쪼개져서 조각들이-그가-한때는 딱 들어맞았음을 헛되이 기억하려 애쓰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p.223)

그의 친구 슬라바 로스트로포비치는 예술적 재능이 위대할수록 박해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맞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슬라바에게는 확실히 맞았다. 그는 어떤 경우건 낙관적인 성향을 잃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더 젊고, 예전 시대가 어땠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또는 영혼이, 신경이 박살 났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신경이 망가지면 바이올린 줄을 갈듯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다. 영혼 속 깊숙이 뭔가가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은-뭘까?-어떤 전략적인 교활함, 세상물정 모르는 예술가인 척할 수 있는 능력,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의 음악과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결심뿐이었다. 그는 드디어 이렇게 생각했다-생기와 결의가 다 빠져나가버려서 기분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기분으로-어쩌면 이게 오늘 치러야 할 대가인지도 모른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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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506호 : 2017.05.27
시사IN 편집부 지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밀렸다 읽는 시사인에서 이런 걸 보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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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6-09 09:22   좋아요 0 | URL
저는 시사인을 받으면 뒤에서부터 읽거든요. 그래서 이 페이지를 먼저 읽는 편이에요. 이번 글은 특히나 좋았어요.

나비종 2017-06-1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며칠동안 고민고민하다가 갔던 산부인과 의사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감기 걸리면 콧물이 나듯 이건 그저 질에 걸리는 감기일 뿐이라고요. 대수롭지 않은 거라는 말에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글이 참 좋네요. 무지가 자아내는 공포를 훅 날려버리는 통쾌함이 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7-06-11 12: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다가 너무 좋아서 같이 읽자고 가져왔어요. 저 역시 질염으로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기도 했었는데, 그냥 나타났다가 자연치유 되기도 한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산부인과 가는 것도 처음엔 겁났었는데, 이제는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고민없이 가자고 생각하고 있고요. 여전히 산부인과에 가는 건 참 어렵지만, 다른 병원 가듯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조카들이 왔다. 제 삼촌과 베개 싸움을 실컷 하더니, 이모 방으로 들어와서는 두 녀석 다 이모 옆에 눕고 싶다고 한다. 나는 타올로 두 녀석의 베개를 만들어 주고는 아이들의 요청대로 음악을 틀어 주었다. 누워서 자겠다는 녀석들은 갑자기 일어나서는 저마다 내 책장 앞으로 가 그림책을 꺼내들고 온다. 그리고는 이모 책 읽어줘, 하며 책을 내민다. 큰 녀석이 골라온 책을 읽으면 작은 녀석이 이제 자기가 고른 걸 읽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조카들에게 읽어준 책들은 아래 네 권이다.

















 [천하장사 옹기장수]를 읽을 때는 '이모 소변이 뭐야?' 하고 묻는다. '응 오줌이야. 오줌을 소변이라고 해. 똥은 대변이라고 해' 라고 말해주었다. [에밀리]를 읽을 때는 '흰옷'이라는 부분에서 '어디어디, 그림 잘 볼래, 흰옷인가' 하며 그림을 열중해 보았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나서는, 이모는 어디가 제일 좋아? 묻는다. 나는,



나는 기다립니다. "미안해" 라는 한마디를...



이라고 쓰여진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며, 이모는 여기가 제일 좋아, 말했다. 조카는 왜? 라고 묻더라. 그림에는 빨간 끈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 마구 엉켜 있었다. 나는 그 그림을 가리키며, 이 둘 사이에 이렇게 끈이 꼬여있잖아, 이걸 풀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미안해 라는 말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이 페이지가 이모는 제일 좋아, 하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플까봐]를 읽을 때는, 내가,


울었다.



이미 읽었던 책이고 리뷰도 썼던 책인데, 예전에 읽을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와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 이거 뭐지, 왜 한 장 한 장 죄다 슬픈거지. 나는 약간 울고는,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에,



이모는 이 책 너무 슬퍼, 얘기했다.



책을 읽어주는 사이, 큰 조카가 갑자기 자신의 두 팔로 나를 끌어안으면서, 



"이모랑 헤어지기 싫어"



라고 말했다. 나는 조카에게 



"헤어지지 않으면 되지" 라고 말해주었다.




조카들을 보내고는 내 방에 들어와서 다시 가만, [마음이 아플까봐]를 읽었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기분으로, 녹음해 보았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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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어려운 이야기네요. 어렵게 들어서이겠지요.
내가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 다른이가 꺼내주어요. 어린 아이가.

다락방님 울음이 내일의 웃음이 되기를...
잘 들었습니다. 굿나잇 될 것 같아요 덕분에.

다락방 2017-06-07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읽으면서 저 어린아이는 어디서 나온걸까, 왜 어린아이가 등장한걸까 싶었어요. 그 부분이 잘 이해가 안돼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잃고 딸을 얻은 건가...이 부분은 이해가 안되는데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빈의자를 볼 때 어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 후에 아이가 마음을 병 속에 넣을 때 말예요.

굿나잇 되셨어요, 나인님?

moonnight 2017-06-0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도 아름다우신 다락방님^^ 마음이 아플까봐 너무 슬프죠ㅠㅠ 저도 조카들 읽어주며 눈물나서 혼났던 기억 있어요ㅠㅠ 너무 좋지만 너무 슬픈 책ㅠㅠ

다락방 2017-06-07 08:15   좋아요 0 | URL
마음을 빈 병에 넣고 살아가는 거, 그래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아름다운 시선을 잃어버린 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꺼내려고 해도 이제 방법을 모르겠는... ㅠㅠ 할아버지의 빈의자도 너무나 쓸쓸하죠 ㅠㅠㅠㅠㅠ 이거 이렇게 슬펐었나, 몇 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ㅠㅠㅠ

보슬비 2017-06-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조카들은 상냥해요. 울 조카들에게 볼수없는 풍경이예요. 부럽사옵니다~~^^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도 않아요. 오자마자 제 방 뒤져가면서 뭐 가져갈 거 없나? 막 이래요 ㅠㅠㅠㅠ 이번에는 매니큐어 발라달라고 난리난리 쳐서 두 녀석 모두에게 매니큐어 발라줬어요. 얘네들 오면 제가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하하하

비연 2017-06-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넘 예쁘세요~
이 책 몰랐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왠지.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요! ㅎㅎ

이 책 저 예전에 분명히 읽은 책인데도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뭔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온 느낌이에요. 휴...

Forgettable. 2017-06-0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점심을 먹으며 들었는데 배부르네요.. 하하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그건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걀부인 2017-06-0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찬 바람이 불면..노래까정 듣고 잡니다요. ^^

다락방 2017-06-07 10:23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나잇이요, 달걀부인님!
:)

clavis 2017-06-0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운서 같으시네요^^
도대체 못하는게 뭐래요?♡♡♡♡♡♡♡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다락방 2017-06-09 09:21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칭찬이라니! 클래비스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안단테 2017-06-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늘 눈팅만 하다가 첨으로 댓글 달아봐요. 목소리가 넘 좋으셔요...!

다락방 2017-06-09 19:36   좋아요 0 | URL
어머! 처음으로 다는 댓글을 이리도 아름답게 달아주시네요. 히힛. 고맙습니다!!!!!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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