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가혹한 철기시대 세계에서는 도덕률이 무자비했고, 질투 많은 신은 무정했으며, 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복수, 지배, 노예화, 집단학살, 강간이었다. 이 대목에서 일부 신도들은 주교가 침을 삼키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 P177

프라이업 * 달걀과 소시지, 베이컨, 토마토, 버섯을 기름에 지진 영국식 아침식사. - P183

레스토랑 안이 습하고 따뜻해서 톰은 재킷을 벗고 있었다. 그가 테이블 너머로 내 손을 잡았다. 촛불 불빛을 받아 그의 눈동자의 초록색이 더 짙어지고 창백한 피부가 건강한 갈색이 도는 분홍빛을 띠었다. 언제나처럼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고, 입술은 말을 하기보다는 내 말을 기다리느라,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서 긴장한 채 벌어져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이미 알딸딸하게 취한 나는 그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해적 같은 맞춤셔츠를 용서했다. 사랑은 꾸준한 속도로 커가는 게 아니라 파도처럼 휘몰아치고 번개처럼 날아오고 거칠게 도약하는 것이며, 이 경우도 그중 하나였다. - P355

나는 토니의 무덤가 풀밭에 앉아 그를 생각하고, 우리가 다정한 연인이었던 여름을 추억하고, 조국을 배신한 그를용서한다. 그 일은 선의에서 비롯된 잠깐의 어리석음이었고 실제로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 공기와 빛이 깨끗한 쿰링에에서는뭐든 해결될 수 있기에 그를 용서할 수 있다.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근처 나무꾼 오두막에서 나를 무척 좋아해주고 요리를 해주고 이끌어주는 나이든 남자와 함께 보낸 주말보다 내 삶이 더낫고 단순했던 적이 있었던가? (??????????!!!!!!!!!!!! 좋아서 인용한 거 아님.)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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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이업 * 달걀과 소시지, 베이컨, 토마토, 버섯을 기름에 지진 영국식 아침식사.- P183
이건 좋아서 인용한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12 13:00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뭐야 꼭 먹어야겠다 잊지 않아야지! 이런 마음으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찾아보고 있었어요. 너무 제 스타일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

잠자냥 2021-05-12 13:19   좋아요 0 | URL
곧 음식 사진 올라올 거 같으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5-12 13:23   좋아요 0 | URL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올해 안에 영국에서 인증했을텐데요.. 하아-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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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4-29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기 위에 그런 사람은 아닌데.... 아시잖아요, 아니라는 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 깊이 생각하는 사람.... 이 부분은 마음에 와닿아요. 사실은 자주 생각하거든요. 그냥 생각만요.
온 우주에, 이토록 넓은 우주에 과연 우리 뿐인가, 정말 우리 뿐인가...

다락방 2021-04-29 18:1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단발머리님.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새롭고 좋고 예뻐요. 그런데 무려 내친구 단발님이 그런 분이라니요! 🥰 저는 복받응 사람. 샤라라랑 💕
 

유행의 첨단을걷는 여성의 코르셋은 내부 장기에 평균 21파운드에 달하는 무게의 압력을 가했고, 극단적인 경우에 그 무게가 88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여기다 잘 차려입은 여성은 겨울에는 평균 37파운드의 외출복을 입었고, 그중 19파운드는 억지로 조인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더해 보라.) 꽉조이는 레이스가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호흡 곤란, 변비, 허약함, 극심한 소화불량 징후였다. 장기적 영향으로는 휘거나 부러진 갈비뼈, 간 이탈, 자궁 탈출증이 있었다. (어떤 경우는 코르셋의 압력 때문에 자궁이 점차적으로 압박을받아 질 밖으로 나오곤 했다.) - P165

여성이 남성 세계의 정반대여야 한다는 요구는 여성이 사실상 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남자가 바쁘면 여자는 게으르고, 남자가 거칠면 여자는 상냥하고, 남자가 강하면 여자는 약하고, 남자가 이성적이면 여자는 비이성적이다 등등. 여성성이 남성성의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필연적으로 죽어 가는 여성을 낭만화하고 일종의 가부장적 시간屍姦을 조장했다. 19세기에 이러한 경향은 명백해졌고 낭만적 정신의 이상理想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살고 있는 허약한 병자, 아픈 여성을 치켜세웠다. - P166

이 "난소 심리학"에 따르면 여성의 전체 인격은 난소에 의해 지시를 받으며, 과민성에서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비정상성도 일정 부분 난소질환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블리스는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난소의영향력은 여성의 교활함과 내숭에서 잘 드러난다."라고 부적절한 악의를 담아 덧붙였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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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4-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읽고 있다는 소식을 살포시 알려드려요. 쪽수는 2로 시작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굿모닝!!!

다락방 2021-04-21 12:4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저도 2로 시작하는 부분 읽고 있어요. 언제 다 읽나요? 저 빨리 읽고 요 네스뵈 읽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흑흑 ㅜㅜ

단발머리 2021-04-21 13:1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미안해요. 다시 보니 나 3 언저리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힘내서 열심히 읽어요! 🤗

다락방 2021-04-21 17:16   좋아요 1 | URL
뭐라고요? 3 이라고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왜이렇게 멀리 가셨어요!! 하하하하하ㅏ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
 

....

(작가 남정현의 단편 소설)〈분지>는 내용이 간단하지만 다른 반미 문학 전반의 골격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미군정 시기 남자 주인공이 어머니와 여동생이 미군에게 성폭력을 당하자 복수하기 위해 주한 미군의 부인을 성폭행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요지는 1) 국가주의에 기초한 한국과 미국의 이항 대립 논리, 2) 한국 사회의 모든 ‘악‘은 외세에서 기인한다는 외세 환원론, 3) 여성에 대한 폭력이 ‘외세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장이다. 이 세 가지는 지금도 한국 사회에 작동하는 구조이자 남성 중심적 문화의 핵심이며 분지의 현재성이다. 이후 <분지>는 한국 사회에서 ‘민중 문학‘, ‘실천 문학‘, ‘저항 문학‘, ‘민족 문학의 역사를정초했다는 평가와 격찬을 받았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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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 2021-04-1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메이징..🙄😒

다락방 2021-04-19 09:12   좋아요 0 | URL
저는 뒷목 잡았습니다... ㅎㅎ
 

"자기 여자를 바라보며, ‘당신이 없으면 난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는 남자는 이미 망가진 것이다." (204쪽, 어떡하지?) - P142

개인적인 사연이지만 나는 아직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원인이, 아버지와 남동생의 가사(家事)에 대한 완벽하고도 천재적인 게으름, 더러움, 무신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 P108

녹취록처럼 가해 남성의 행동을 상세히 묘사해도 문장들 사이가 연결(chain)되지 않고 ‘뭔가 말이 안 된다’. 그것은 남성들의 행동이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들을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They do because they can"). 단지 그뿐이다. 대신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이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 P103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내 식으로 바꾸면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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