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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식의 위기 1 ㅣ 대우학술총서 구간 - 사회과학(번역) 28
폴 아자르 지음, 조한경 옮김 / 민음사 / 1990년 3월
평점 :
품절
폴 아자르에게 있어 1680년에서 1715년간의 35년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근대의 분기점이자 현대정신의 폭발점인 프랑스혁명의 정신적 기초가 이 시대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 아자르가 배치한 인물은 바로 존 로크이다. 특별히 그의 학설이 정교하거나 깊이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아자르가 보기에는 균형감각이 있고, 접근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씌여져 널리 퍼진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은 유럽의식의 위기 4부 2권중 3,4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먼저 번역되어 1권이 되었고, 1,2부는 [유럽의식의 위기 II]로 출판되었다. 사실상의 본론인 3부 [즉 번역본1권]의 처음이 로크의 인간오성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며, 중간은 다시 그의 시민정부론에 대한 칭찬이, 끝은 자녀교육론에 대한 설명이 차지하는 걸 보면, 이 시대에 있어 로크를 얼마나 비중있는 존재로 아자르가 보는지 알 수 있다.
경험을 관념의 기초로 보며, 욕망을 의지의 원동력으로, 진리의 범위나 인간오성의 범위를 지극히 제한시키며, 결국 의견에 불과한 각 사람의 생각을 관용[똘레랑스]하자는 로크의 생각은 그 이후 범신론과 이신론의 기초가 되며 이성의 시대를 위한 길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크의 이런 영향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든 왜곡된 것이든, 계몽주의와 반기독교 정서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것이다.
로크의 저서에 대한 아자르의 견해와는 달리, 지금 읽는 그의 책은 그의 인간다움과 사람들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 인간 사이 다툼의 중재가 되고픈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로크 이후 안토니 콜린스나 존 톨랜드에 의한 기존질서에 대한 적대감, 샤프스베리의 은근한 반 파스칼 감정이 이런 로크의 견해를 이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