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프랑스아 자콥, 이정희 옮김 / 궁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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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쟈콥이 이 책에서 다루고 싶어하는 것은 [생물학과 인간의 한계]이다.

그는 생물학적 지식의 적용이 가져온 수많은 재앙을 인정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생물학에 대한 지식의 추구만은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재앙은 잘못된 적용에 있는 것이지 지식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이 무지 안에 갇히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을 초래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얼마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역이 넓은지 깨달아가는 존재이다. 자신의 무지가 깨어질때 인간은 그 탐구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점점더 커져가는 그 엄청난 파괴력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쟈콥의 주장에서 우리의 생물학이라는 것이 무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깨닫는다. 과학을 통한 인간존재의 탐구... [과학이 인간의 존재를 대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런 생각은 언뜻 걸리버 여행기의 래가도 아카데미의 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은 인간의 존재를 대답할 수 없다는걸 너무나 잘 알던 시대의 비웃음거리가 이제는 우리의 연구 동기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지...혹 17세기에 데카르트에게서 시작되었던 지식에 대한 명료한 접근의 방법론이, 神부재의 시대에 목적론으로 뒤바뀌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생물학은 존재를 답하기 위함이 아닌 존재의 복지를 위한 것일 때 더 의미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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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자녀를 낳고 기르는 53가지 지혜
루스실로 / 삼진기획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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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권나 유럽에서의 유태인은 이렇게 드러내 놓고 쓰지는 않는다. 유태인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진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의 사람들에게 좀 무례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일본인 독자에게 쓴 유태인의 책이다). [너네 일본인의 잘못된 교육방법과는 달리 우리 유태인은 이런 식으로 아이를 기른다. 그래서 세계를 지배하고 노벨상도 많이 탄다. 자식이 노벨상 타거나 부자되게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해봐봐봐...] 뭐 그런 생각으로 쓴 책이다.

하지만, 그런 책의 기본적 무드(하등민족을 바라보는 고등민족의 감정. 사실 어느 유럽인이나 미국인들 겪으며 돌아설 때 항상 느끼는 거북살스런 느낌이다)에도 불구하고 건질건 있다. 첫째,  유태인의 현실적 세계관이다. 그들은 내세를 믿지 않는다(!) 정말이다. 내세를 가르치신 예수님이 일탈한 유태인이신 셈이다. 돈 쾌락 권력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사는 지혜를 그들은 소중한 것으로 전수한다. 예의나 체면? 여유가 있으면 해 볼 수도 있다. 둘째로  평생 공부하는 태도다. 스피노자도 그랬고, 프로이트, 아들러, 아인슈타인과 키신저 모두 끊임없이 나이 들어서도 왕성한 학문욕과 탐사욕구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요새 스타 중엔 90세가 넘은 피터 드러커도 그런 행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셋째, 뭉친다. 친구를 소중히 하고 피를 바쳐서라도 서로 지킨다. 유태인에게 동족(머리 두개인 한몸)과 친구는 그들의 중심에 놓인 코드이다. 그들은 늙어죽을 때까지 친구와 함께 한다.

세상의 주도권을 쥐려면 그들처럼 하면된다. 도덕적 현실주의(이 도덕이라는게...) 이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세상을 다 가지려 하는 마음이 옳은지는  인생관의 문제이니 더 할말은 없지만, 내세가 있는 사람에겐 잃을 것이 많은 선택이다. 세상을 얻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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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식의 위기 1 대우학술총서 구간 - 사회과학(번역) 28
폴 아자르 지음, 조한경 옮김 / 민음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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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아자르에게 있어 1680년에서 1715년간의 35년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근대의 분기점이자 현대정신의 폭발점인 프랑스혁명의 정신적 기초가 이 시대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 아자르가 배치한 인물은 바로 존 로크이다. 특별히 그의 학설이 정교하거나 깊이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아자르가 보기에는 균형감각이 있고, 접근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씌여져 널리 퍼진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은 유럽의식의 위기 4부 2권중 3,4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먼저 번역되어 1권이 되었고, 1,2부는 [유럽의식의 위기 II]로 출판되었다. 사실상의 본론인 3부 [즉 번역본1권]의 처음이 로크의 인간오성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며, 중간은 다시 그의 시민정부론에 대한 칭찬이, 끝은 자녀교육론에 대한 설명이 차지하는 걸 보면, 이 시대에 있어 로크를 얼마나 비중있는 존재로 아자르가 보는지 알 수 있다.

경험을 관념의 기초로 보며, 욕망을 의지의 원동력으로, 진리의 범위나 인간오성의 범위를 지극히 제한시키며, 결국 의견에 불과한 각 사람의 생각을 관용[똘레랑스]하자는 로크의 생각은 그 이후 범신론과 이신론의 기초가 되며 이성의 시대를 위한 길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크의 이런 영향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든 왜곡된 것이든, 계몽주의와 반기독교 정서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것이다.

로크의 저서에 대한 아자르의 견해와는 달리,  지금 읽는 그의 책은 그의 인간다움과 사람들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 인간 사이 다툼의 중재가 되고픈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로크 이후 안토니 콜린스나 존 톨랜드에 의한 기존질서에 대한 적대감, 샤프스베리의 은근한 반 파스칼 감정이 이런 로크의 견해를 이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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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
Donald J. Grout 지음, 세광음악 편집부 옮김 / 세광음악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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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의 변화와 그 양상을 시대순, 쟝르별로 서술한 책이다. 분량으로나(918페이지!) 사용되는 용어로나, 많은 노고를 필요로 하는 책이다. 수업의 교재로나 전공자에게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을지 모르나, 일반인으로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용어와 음악 작곡법 등이 넘어야하는 고비다. 

하지만, 이 책은 읽은 후 노고에 보답하는 책이다. 단순히 읽기 편한 책이 줄 수 없는 음악사의 본격적 이해와 음악 쪽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대화도 가능케 해주는 보기드문 미덕을 가졌다. 17,8세기 이성의 시대가 음악에 미친 영향뿐 아니라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 각 시대의 변화, 그리고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 등 각 나라의 다양한 상호영향도 자세히 보여주어 음악에 대한 이해를 한 수준 끌어올려준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그 바탕위에 한번 맘 먹고 정리해보려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다만 초반부 그리스, 로마부분은 전체 줄거리와는 조금 동떨어지는 편이니, 처음 읽을땐 좀 건너뛰고 읽는다면 다소 덜 지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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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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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과연 문학이나 사상으로 읽는 고전의 주인공들, 몽테뉴, 단테, 베이컨, 세르반테스 같은 이들이 그들 시대의 고민과 기쁨을 담아낼 당시, 어떤 그림을 보고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이런 동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떻게 [시대 정신]이 변화하며 미술의 고민들이 같이 변화하고, 각 나라의 세력과 관심이 일어나고 가라앉음에 따라 이런 흐름들이 나라 사이를 옮겨 가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도판들과 쉬운 설명은 부담없이 작품하나하나에 사랑과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두껍지만, 사실  600여페이지는 상당부분이 도판이고 글도 읽기쉽게 잘 씌여지고 또 잘 번역되어 읽기가 즐겁다.

책날개의 추천평에 나온 앤소리 곰리나 라일리 같은 미술가들은 그들의 15, 19살때 이 책이 주었던 기쁨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아이들도 입시공부가 아닌, 알고 싶어하는 마음과 감동으로 이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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