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허물 하나
터진 껍질처럼 나무에 붙어 있다.
여름 신록 싱그런 혀들 사방에서 날아와
몸 못 견디게 간질일 때
누군들 터지고 싶지 않았을까?
허물 벗는 꿈 꾸지 않았을까?
허물 벗기 직전 매미의 몸
어떤 혀, 어떤 살아있다는 간절한 느낌이
못 견디게 간질였을까?
이윽고 몸 안과 밖 가르던 막 찢어지고
드디어 허공 속으로 탈각
간지럼 제대로 탔는가는
집이나 직장 혹은 주점 옷걸이 어디엔가
걸려 있는 제 허물 있는가 살펴보면 알 수 있으리.
한 차례 온몸으로
대허하고 소통했다는 감각이.
아 이 빈자리!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누구'가
의자 하나 달랑 남기고 사라지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그 '누구'와 무척 가깝지 않았어요? 물을 때
느낌만 철렁 남는 자리.
목구멍에 잠시나마 머물게 할 무엇이 나타나지 않는....
나름대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공터만 있는....
일고 지는 바람따라 청매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
바람이 바뀌면
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
흙담으로 쏠리기도 했다.
'꽃 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
꽃잎을 어깨로 맞고 있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다.
'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
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
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
'노래하며 질 수도....'
'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
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
'음, 후렴이 아닌데!'
문을 닫고 방안에 하릴없이 앉았으니
한가하고 여유로워 마음마저 조용하다
간간히 까치가 날아가며 세상 소식 전하지만
옳고 그름의 일 쉬어두고 바닥에 눕는구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받고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책 한 권을 집어드네
읽다가 졸리우면 자고 깨면 다시 읽으니
진리의 뜻 마음에 품고 해지는 걸 맞는도다
왠지 낙조가 보고 싶어
차를 몰아 서해로 가는 길에
서해대교 높은 아치에 걸렸던 해가
지금 대교의 구조물 안에 들어 있다.
지글지글 끓는 해를 담은 대교에서
나는 그를 향해 달린다.
아! 어쩌랴
해가 사각쟁반에서 벗어나
떨어진다.
그런데 바다보다도 먼저
구름이 삼킨다.
아 아!
쟁반속에 든 해를
한 번 더 보았어야 하는데...
1월 6일 서해대교에서 일몰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