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실제보다 아름답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이 억울하거나 아프게 남지 않고 따뜻하게 남아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지난 디제이들의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얘기하자니 무슨 슬픈 사연이라도 있는 것같이 느껴지지만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실제는 어땠는지 모르나 나에게 남아 있는 디제이들의 따뜻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보는 것뿐이다.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게 우리 일상이기 때문에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면 뭐라고 답할까. 그래도 그들은 또 고민하고 고민하겠지. 좀 더 새롭고, 뭐 좀 재밌는 걸 원하는 것 역시 그들의 일상이니까.

매력적이었던 존재가 뜨겁게 얽히고 나서는 어떻게 식어버리는지 몇 가지 경험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멀리 있어서, 어쩌면 영원히 닿을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인 것들을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일 아닐까. 볼 때마다
설레고, 언젠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다행히도 라디오에 도착하는 수많은 사연들은 ‘나는 오늘로 시작한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내 얘기,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애기, 누군가는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어린 시절의 일기 같은 솔직하고 따뜻한 얘기들, 그 수많은 얘기들을 떠올려보다가 지금, 다시 또생각났다. 나는 그래서, 라디오가 좋았다. 라디오가, 참 좋았다.

그런데 결국, 라디오는 가족이다. 그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지금까지 경험한 바 없는 것 같고, 없을 것 같고, 없는 게 분명하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모든 감정들, 라디오에는 분명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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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의 소재 중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건 날씨 얘기를 할 때다. 날씨 얘기를 뻔하고 흔하지 않게 쓰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소재로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정말 꼭 해야 할 날씨 얘기 같은 것도 있다. 태풍이 왔을 때,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을 때, 폭설이 내렸을 때, 너무 더울 때, 미세먼지가 심할 때, ‘날씨가 이러니 조심하시라‘는 얘기 대신 조금 더 특별하게 날씨 얘기를 전하기 위해 고민한다.

답 안 나오는 뻔한 위로보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더 큰 위로라 믿는다. 그날 얼굴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흘려준 눈물이 그녀에게 힘이 되었기를.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취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문자를 보내거나 어플에 접속한 사람들의 수는 집계되지만 그 숫자가 전부는 아니니까. 모든 경우를 모두 만족시키는 표현은 없다는 것도 안다. 실은 그래서 모든 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내 글이 디제이의 말로나갈 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화가 되면 안 되니까.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 중요하다. 여전히 세상의 많은일들은 숫자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취율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청취율이 잘 나와야만 내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 디제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매일 들어주는 사람들을 오래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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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라디오는 글이 더 중요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조금더 버라이어티를 추구하게 된 요즘 라디오의 경우, 명백하게 말해 의미심장한 방송의 오프닝이나 몇몇 에세이 코너들을 제외하고는 ‘글‘의 개념보다는 ‘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디제이가 할 말을 글로 써주는 거니까.
디제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디제이의 캐릭터가 정확할 때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가 할 법한 얘기들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쉬워지니까 말이다.

시작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 디제이의 인사가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일을 마무리하는 태도에서도 말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미 끝인사를 정하듯, 어떤 인연들의 끝을, 어떤 일의 끝맺음을 미리 준비해야 어떤 마지막 순간들을 조금은 단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그렇더라도 세상에 쉬운 마지막이란 건 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 되든 그 프로그램의 타깃이 되는 청취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사람 사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공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더 공감해 보려고 한다. 오히려 어떤 피디는 너무 많이 공감한다는 것이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런데 20년 라디오 작가 생활 중 유일하게 여전히 이해불가능한 일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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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2021년 신축년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연하장 요기 놓고 가여

┏━━━┓2021년
┃※☆※ ┃새해★
┗━━━┛
복많이 받으세요~

하나의책장 2020-12-31 15:24   좋아요 0 | URL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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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버스를 타고 갈 때 혹은 운전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라디오를 듣게 된다.

일부러 라디오를 챙겨 듣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TV를 보거나 유튜브 혹은 SNS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교통정보를 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라디오는 내게 있어서 '향수'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저자, 남 효민은 20년 경력의 라디오 작가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두 시의 데이트】, 【꿈꾸는 라디오】, 【푸른 밤】, 【오늘 아침】, 【오후의 발견】, 【펀펀 라디오】, 【FM 데이트】 등의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은 TBS의 순수 음악방송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와 MBC 캠페인 【잠깐만】에서 디제이와 사람들의 말을 쓴다.

그녀는 말한다. 가능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좋아하는 것들을 돌보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어쩌다 보니 매일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매일 글을 써요?"


사실 방송 원고는 작가의 글이지만 디제이의 말이기도 하다. 디제이의 말이지만 작가의 글이기도 하다. 글이지만 말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말을 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매일 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매일 말을 하니까.

…… 그래서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우리 디제이가 오늘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를 생각한다.


라디오 작가를 하면서, 저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매일매일이 다르기에, 라디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 또한 하루하루 색다르다.

쉼 없이, 매일 듣는 라디오이기에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인지 모두가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라디오


하루 24시간 중에,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이 고작 37분.

그런데 라디오 프로그램은 최소한 1시간, 대부분은 2시간이다.

……

진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실은 더 다정하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거다. 그러니 라디오 애청자들을 '가족'이라 부르는 건 전혀 무리가 없는 일이지 않을까.


유튜브를 보면, 어느 정도의 구독자가 쌓이면 유튜버들은 구독자들의 애칭을 곧바로 정하곤 한다.

라디오는 어떨까?

라디오는 청취자들에게 '가족'이란 호칭을 사용한다.

앞서 책 속 내용을 언급했듯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함께 공감하고 웃고 슬퍼한다.

즉, 라디오는 청취자들과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교감하고 소통한다.

그래서인지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에게 '가족'이란 애칭을 정한 것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라디오는 정보 전달, 그 이상으로 우리네 삶을 전달하기도 한다.

사연을 듣다 보면 오롯이 공감되어 같이 웃기도 하고 같이 슬퍼하기도 한다.

글 초입에 라디오는 내게 있어서 '향수'라고 말하였는데 라디오를 듣거나 떠올리기만 해도 예전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을 끝마치고 혹은 학교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거의 라디오와 함께였다.

학원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면 항상 기사님께서 트시는 라디오가 똑같은 채널이다보니 삼십 분은 꼬박 들을 수밖에 없었고 학교 수업 마치고 버스 타는 길에도 버스에서 나오는 라디오가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다.

아, 라디오에 사연을 두어번 보냈었는데 실제 선정되어 사연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나는 연상을 잘하는 타입인 것 같다.

어떤 노래를 들으며 그 길을 걸어갔을 때, 이후 그 노래를 들을 때면 그 길이 생각나는 것 같이 나는 특히 '소리'와 관련된 연상을 잘하는 타입인 것 같다.

청각에 예민한 것이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는데 라디오도 마찬가지이다.

참 신기한 것이 어떤 곳을 지나갈 때면 그 때 당시 들었던 라디오 사연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렇듯, 라디오는 내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수같은 존재이다.


이 서평도 쓴 지 꽤 되었는데 다듬을 게 특별히 없는 것 같아 그대로 올려본다.

요새는 라디오를 많이 듣지는 않지만 들어야 할 때가 생기면 자연스레 KBS 클래식 FM만 듣는다.

이제는 각자 취향을 존중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할 수 있지만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요를 거의 듣지 않는다.

팝과 클래식만 듣는다고 하면 좀 안 좋게 보이는 것 같아서 잘 말하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팝과 클래식만 주로 들었다.

클래식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듣다 버릇하다 보니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라 자주 듣는다.

팝도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집에 있는 CD들이 대부분 팝 위주라 그 때부터 들었던 것이 너무 익숙해 지금 내 플레이 리스트의 8할은 무조건 팝송이다.

내가 워낙 팝송만 듣다보니 막내동생도 자연스레 팝송을 듣게 되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들어서인지 지금도 굉장히 즐겨 듣는다. (이게 다른 말로 습관의 무서움이기도 하다;)

사실, 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워낙 빠르게 시대가 급변하다 보니 존재했던 것들 중에서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말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들이 사진 한 장으로만 남겨진 추억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도 그 중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라디오'이다.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문득 오늘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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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7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저도 케이방송 클래식 청취자 1人 주말에 특집으로 해주는것도 좋고 연주자들 나와서 곡 설명하는것도 좋고 오페라 뮤지컬 유명한 부분 배우들 즉석실황하는것도 좋고요 너튜브가 찾아주는것보다 이렇게 아날로그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지난 방송까지 챙겨들어요.^.^

하나의책장 2020-12-28 22:44   좋아요 1 | URL
우와, scott님도요? 전 자주는 아니어도 간간히 듣고 있어요. 뭔가 scott님과 공통분모가 꽤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굿밤되세요🌠
 
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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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초가 타들어가고 있다.

작은 불꽃이 서두르라고 나를 향해 손짓한다. 나는 싸늘한 철제 서랍 안에 누운 블랙 아이드 수잔을 생각한다. 문지르고 또 문지르지만 아무리 샤워를 해도 그 냄새는 씻겨나가지 않는다.

행복하렴.

소원을 빌어봐.

나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집중한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다시 집에서 안정을 찾길 바란다.

예전의 테시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제발 기억나지 않게 해 주세요.

나는 눈을 감고 촛불을 불어 끈다.


저자, 줄리아 히벌린은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국제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이다.

심리 스릴러를 다룬 두 권의 책은 15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디트로이트 뉴스, 댈러스모닝 뉴스에서 일하며 언론상을 수상한 기자이기도 하다.



추리와 스릴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블랙 아이드 수잔』.

블랙 아이드 수잔은 꽃의 이름으로 한 여자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열 여섯살의 테사는 신원미상의 유골들과 함께 묻힌 채 발견된다.

그녀는 생각나질 않았다. 언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말이다.

테사가 발견된 공동묘지에 있던 온통 '블랙 아이드 수잔 꽃'이 있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블랙 아이드 수잔 네 명 중 운이 좋았던 단 한 명이 바로 테사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희생자만 존재하는, 범인 없는 미제 사건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 테사의 증언으로 살인범을 사형수로 체포할 수 있었다.

십칠년 후, 그녀는 십대 딸을 둔 한 주부가 되었다.

완벽하게 잊을 순 없는,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십칠 년전 자신의 증언으로 텍사스 사형수 감옥에 무고한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

그렇다. 그녀의 증언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 밖에 누군가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십칠 년전, 희생자들과 발견되었던 그 공동묘지에 심어져 있던 그 꽃이.

테사는 법과학자, 사형수 전문 변호사와 함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기꺼이 돕고 싶지만, 어느 정도만.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일깨웠다. 내게는 보호해야 할 십 대 아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의 나 자신, 하나는 그 보라색 방에서 잠자는 아이.


1995년 그 날과 현재를 넘나들며 내용은 빠르게 전개된다.

읽으면서도 CSI, SVU와 같은 범죄수사물들의 에피소들이 자연스레 연상되어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까지 잡을 수 있었다.

(사실 범인을 언급하면 완벽하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할 순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읽다보면 후반부쯤 가서는 대략 범인이 누군지 확신이 든다.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여기에서의 핵심은 살해당한 피해자들과 살아남은 피해자인 테사 그리고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된 테렐에게 맞추면 될 것 같다.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테렐은 졸지에 사형수가 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자연스레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올랐다.

경찰들의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거짓자백을 하게 된 윤성여님도 피해자들 중 한 분이라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범인은 이춘재라는 것을 진즉 알 수 있었던 부분인데, 그마저도 부정하려고 했던 당시 경, 검을 보면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다리가 불편했던 윤성여님이 담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해자가 되었다는 것이 이미 말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더 화나게 만든 것은 실종된 김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숨겼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맡았던 이들은 모두 하늘의 벌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이 할 짓인가? 그들도 결국은 이춘재와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족속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성범죄, 폭행 나아가 살인까지 이러한 범죄에 연루된 피해자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았다 해도 그 기억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것이기에 언제나 자신을 옥죄어올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주인공도 읽다보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법은 누구나 혀를 찰 정도로 범죄자에게 매우 약하다.

죄를 지었으면 그 죄에 맞게 응당 벌을 받는 것이 사실인데 말같지도 않은 '심신미약'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수위가 약해지거나 아예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는 일부러 범죄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는데 그리고 인권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부여된 권리인데 사실상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인권을 부여하면서까지 감싸안는 이들 또한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 싶다.

오히려 법을 비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감싸안는 대한민국이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일까?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사망사고가 잦은 요즘,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한마디에 심신미약으로 규정짓고 그들을 감싸안는 법이 과연 옳은 것일까?

더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법이 더 탄탄해야 한다. 가해자를 감싸안는 법이 아닌 피해자는 감싸안는 법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근래 N번방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질렀으면 관련된 이들 모두를 단상에라도 앉혀놓고 스크린을 통해 이 사람이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 맞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또한 읽은 지 꽤 되었고 서평도 진즉 썼는데 이제야 올려본다.

우리나라의 법은 할말하않이다. 워낙 부실하고 가해자에게도 인권을 부여하면서까지 보호하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를 때가 많다.

특히, N번방 사건만 봐도 그렇다. 누가 봐도 미국으로 송환시키는 것이 맞는데 그것은 고사하고 풀어주기까지 했으니.

이쯤되면 일부 판사들도 음흉하고 어두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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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5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신가요.
성탄의 기쁨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메리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0-12-27 00:0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