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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영화제목 외우기가 이다지도 힘든가?

아타나주아-빠른 사나이란 뜻의 이 사나이는 빙판을 벌거벗고 뛴다.

카메라는 이 사나이를 줄기차게 쫓아가고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검열을 통과해 모자이크도 컷팅도 없이

온전하게 우리의 시선에 와 박힌다.

그것은 결코 야하다는 성적 상상력을 주기보단

원시적 생명력을 느끼게 만든다.

원수, 사랑, 질투, 복수, 용서 등등

신화나 전설 민담 등에서 익히 들어온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새하얀 설원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국적인 느낌의 북극.

그곳에서도 생명의 박동은 힘차게 뛰고 있음을.

인자하지 못한 자연(도덕경의 한 구절)이 있기에

생명은 그다지도 위대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역경은 결코 우리를 제압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의 품 속에 살기 위해 인자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았을때 자연은 생명마저도 용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용서란 바로 이 인자함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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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 스키장이 있는 발왕산.

원시림과 주목, 눈꽃이 아름다운 산.

겨울연가 속 풍경을 오롯이 담은 산.

자 오르자. 그 아름다움을 눈속에 담아오자.

그러나 길은 끊겨 있었다.

이런 사잇골로 가는 길은 끊겨 있었다.

끊긴 곳에 슬로프의 인공눈이 덮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아 곧은골을 찾았어야 했는데.

할 수 없다. 슬로프를 거슬러 오르는 수밖에

혼란스럽다.

스키의 재미를 위해 그렇게도 아름다운 나무를 베어내야만 했을까

문명의 편리와 쾌락은 그렇게 자연에 스며들고 있었다.

누군가 찾지 않았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내 몸은 자연인가 문명인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명은 그렇게 나를 둘러싸고 있을터.

그것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끝없이 눈떠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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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같은 사람

항상 그자리에 서 있으며 질투하지 않는다.

넉넉히 품어주고 변하지 않는 것.

그렇기에 산은 산이고 사람은 사람일뿐.

산같은 사람을 찾지 마라.

그냥 그렇게 서 있는 산을 찾으라.

 

하지만 사람은 항상 그 이상을 원한다.

그리고 사랑은 그 이상을 이상하게도 이루어주는듯하다.

신기루마냥...

산을 좋아하는 남자, 그남자를 사랑하기에 산을 오르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기에 산을 찾는 또 다른 남자.

그들의 인연은 산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결국 그곳에 묻어두고 떠나야만 할 것이 있다. 산은 그렇게 서 있지만 결코 인자하지는 않다.

 

알래스카의 아시아크

이승에서 못보는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는 옆모습이 아름다운 산.

결국  주인공들은 죽음을 통해 사랑을 이루는가

아니면 산의 마력이 이들을 영혼으로 만나게 한 것인가

 

산보다 큰 사랑을 만나 그곳을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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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올라가는 길엔 주목군락지가 있다.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는 나무.

눈보라 속에서 마치 꽃을 피우듯이 서 있다.

눈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 나무는 벌거벗고 있었다.

벌거벗은 나무,

죽어서 1000년은 그렇게 서 있는 것이다.

 


바람이 거세다.

온 몸이 날아갈듯 하다. 그냥 날아버리고 싶다. 팔을 힘껏 벌리고

걸음이 빨라진다.

올라서야 한다. 기어코.

비로봉이 기다린다.

도착했다. 바람을 피할 곳을 찾는다.

정상이란 그렇게 바람이 부는 곳이다.

그곳에 계속 서 있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결국 내려와야만 하는 곳.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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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도로위 나무 그림자는 심하게 흔들린다.

바람이 그리 심하게 불지 않는데 왜 그것은 그렇게도 거친 몸짓을 하는가

하늘을 쳐다본다.

가로등 옆 나뭇잎은 바싹 붙어있다.

조그만 움직임에도 그들 사이가 너무 가까운 탓에 그리도 크게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가깝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사소함마저도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고슴도치의 사랑마냥 우리는 그렇게 거리를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때론 우린 그렇게 휘청거리고 싶어하지 않은가? 마치 술에 취한듯이, 술에 취하고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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