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특기가 살아날지 궁금해지는 10부작 드라마. 배양육을 생산하는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의 경호원으로 접근하게 된 퇴역장교 우채운(주지훈)이 대통령 테러 사건을 비롯해 윤자유의 목숨을 노리는 일련의 사건, 또 윤자유 주위 인물들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2. <비밀의 숲>2에서는 검경수사권을 둘러싼 양방의 논리가 이야기의 양념이 되었다면, <지배종>에서는 생명공학기술을 둘러싼 혜택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양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양념은 10부작 중 7~8부에서야 드디어 드러난다. 다소 양념이 늦게 처지는 바람에 초반의 밍숭맹숭한 맛을 잘 견뎌내야 본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배양육은 애피타이저 였을뿐, 본 요리는 배양장기라는 생명공학기술이었고,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룰 지가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이었던 것이다. 


3.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짧은 대사가 명연기에 입혀져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냈다. <지배종>에서는 한효주가 생명공학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보여준다. [모두가 혜택을 본다면 진화, 혼자서 차지한다면 변이]라는 것이다. 변이를 통해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말 자체는 어찌보면 모순적이라 보여지지만,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정말 기억에 남는 대사라 할 만하다.

물론 생명 연장에 대한 공학기술을 다루는 SF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기술의 혜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빈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제는 자주 다루는 내용이긴 하다. <지배종>의 윤자유는 BF가 내놓는 생명공학기술이 빈부의 차이 없이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연구자이자 사업가로서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생명공학기술이 아니라, 모든 이가 육체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기술을 돈벌이 또는 권력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세력과는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4. <지배종>에 나오는 BF는 배양육 뿐만 아니라 배양식량, 배양생선, 배양식물 등 모든 1차 생산물을 2차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다. 당연히 이로 인해 1차 생산에 종사하는 농부, 어부 등은 생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지금도 배양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생산과 도축 과정의 비도덕적  또는 비건강적 조건을 없앤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산업의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풀어가야 하는지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 앞에 닥친 AI도 이런 문제를 품고 있다. 


5. 드라마 <지배종>에서는 이런 갈등을 1차 생산자의 시위와 자살, 또는 무력봉기로 간략히 비쳐준다. 윤자유의 대척점에 있는 국무총리(이희준)는 이 갈등을 자신이 생명공학기술을 독점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생명연장의 기술이 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그리고 이 기술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앞으로 닥칠 명약관화한 문제다. 에너지 혁명으로 산업화, 기계화가 되어지면서 우리에게 닥쳤던 문제가 새로운 옷을 입고 또다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배종>은 테러와 살인을 일으키는 범인의 윤곽이 잡혀가는 재미와 함께 기술이 가져올 갈등에 대한 예고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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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4월 29일 살짝 비 16도~21도


매화나무의 매실은 크기를 더 키워가고 있다. 배나무도 수정이 잘 되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과나무는 이제 서서히 수정 중이다. 


블루베리는 듀크 품종엔 한창 꿀벌들이 몰려와 열 일을 하고 있다. 나비도 드문드문 보인다. 선라이즈는 벌써 수정이 이루어졌다. 




오미자도 꽃이 한창 피어나고, 향이 더 진해지고 있다. 마치 아까시꽃과 같은 진한 향이 풍겨, 문득 고개를 들어 집 뒤 언덕에 있는 아까시 나무를 쳐다보게 만든다. 하얀 아까시꽃이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향기가 나는지 헛갈려서다. 오미자꽃에 가까이 코를 대면 그 향의 주인공이 바로 오미자꽃이였음을 알게 된다. 지난해에는 손으로 셀 수 있을만큼의 꽃송이였던지라 그 향의 진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꽃송이들이 꽤 많아서 향도 깊게 느낄 수 있다. 꽃이 피는 속도가 달라서 그런지, 어떤 꽃송이들은 수정을 마치고 열매를 맺어 조금씩 키우는 것들도 보인다. 오미자도 블루베리처럼 그 수정의 속도가 다르고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는 일이라, 수확에 정성이 많이 깃들여야 하는, 즉 꽤 번거로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야흐로 수정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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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4월 27일 맑음 9도~28도


뽕나무잎을 따서 나물을 무쳐 먹은 경험이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일주일 새 다소 더 커버린 뽕나무잎을 잔뜩 땄다. 내친 김에 구기자잎도 땄다. 그런데 구기자잎은 뽕나무잎보다 따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게다가 벌써 병들고 벌레 피해를 입은 입들이 눈에 띈다. 또 잎이 난 지 조금 지나서 혹여 질기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그래서 바구니 한 소쿠리를 가득 채우지 못하고 한두끼 먹을 정도만 땄다. 




뽕나무잎으로 나물을 무쳐봤더니 지난주보다 다소 질긴 감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먹을만 하다. 다음주 쯤 되면 나물로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구기자잎 나물도 다행히 아직까지는 먹을만하다. 구기자잎도 뽕나무잎처럼 향이 강하지 않아 나물로 먹기 괜찮다. 


뽕나무잎과 구기자잎을 데친 물을 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데친 물을 활용해서 청국장 찌개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건강 메뉴다.ㅋ 



봄이 주는 선물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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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4월 26일 맑음 8도~26도


농약사에는 가지 각종의 모종이 얼른 흙으로 옮겨 달라고 아우성 치고 있다. 모종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쇼핑을 하기 전 쇼핑 목록을 적어야 충동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듯이 모종도 마찬가지이다. 꼭 필요한 모종을 생각해 놓지 않으면, 이것도 심어보고 저것도 심어보고 싶은 마음에 필요 이상의 모종을 구입하게 된다. 


오늘도 역시나 그랬다. 일반고추와 아삭이 고추 몇 개를 심으려다, '제철 과일을 먹어야지'라는 욕심에 참외와 수박 모종을 3개씩 추가로 구입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박, 참외, 일반고추, 아삭이 고추 모종이다. 


참외와 수박은 키우는 방법이 살짝 복잡하다.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 애정을 갖고 정성을 쏟을만큼의 시간이 허락될지 모르겠다. 몇 년전에도 수박과 참외를 키워본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고, 설령 키웠다고 해도 벌레들이 다 먹어치운 바람에 입으로 가져간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도전해봤다. 경사면 가까운 쪽으로 고추를 심고 안쪽으로 참외를 심었다. 수박은 넝쿨이 엄청 많이 자라기에 따로 떨어진 곳에 심었다.



수박 모종 중 하나는 퇴비 더미 위에다 심었다. 양분 부족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해서, 아주 아주 크게 키워볼 심산이다. ^^ 최소 6키로 이상을 키워봐야 하지 않겠는가?ㅋ 수박과 참외는 모종 1개 값이 700원. 수박 1개에 대략 2만원을 예상한다면, 제대로 키운다면 얼마나 남는 장사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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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4월 25일 맑음 9도~22도


토종오이 종자 4개를 심었던 것 중 하나가 싹을 내밀었다. 다른 3개는 늦는 것인지, 발아를 하지 못하는 것인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무선동력분무기가 도착했다.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이 조립을 끝내고 해 질 녘 정향추출물로 만들어진 친환경충해 방제약을 물에 희석해서 매화나무에 뿌렸다. 



원래 5미터 호수에 10미터 호수를 늘려서 작동시켜 보았는데, 물을 빨아들여 뿌리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조금 남은 물을 잘 빨아들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일정하게 빨아들이지 못하고 중간 중간 약해지는 것도 다소 불만이긴 하다. 하지만 기존의 무선농약기를 뿌리는 것보다 서너배는 시간이 절약되고 힘도 좋아 키가 닿지 않는 높은 곳 까지도 골고루 뿌릴 수 있다는 점은 좋다. 



3시간 충전에 4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나무 한 그루당 5분 정도면 넉넉하게 뿌릴 수 있는 듯하다. 대략 한 그루당 1리터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 것 같다. 씨살이좀벌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방비 상태로 놔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로를 삼는다. 


매화나무에 약을 뿌리면서 남은 희석액은 산수유 나무와 보리수, 대추나무에도 뿌렸다. 그리고 다시 약을 희석해서 이번엔 배나무에도 뿌려 보았다. 수정이 다 된 상태인데다, 배나무줄기벌 피해가 있어서 약을 뿌려도 무난할 듯 싶었다. 


사과나무에도 뿌려볼까 생각하다 관두었다. 아직 수정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혹여 벌이 피해를 입을까서다. 수정이 다 되면 사과나무에도 듬뿍 약을 쳐 볼 생각이다. 과연 익을 때까지 올해는 한 개라도 따 먹을 수 있을지.... 아무튼 올해는 살짝 부지런을 떨어서 사과와 배를 서너개라도 따 먹는 것이 목표다. 동력분무기의 물살이 세서 그냥 맨물로라도 뿌려대면 벌레 등이 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기술이 또는 도구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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