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젯밤에는 <페미니즘의 이론과 비평>을 읽고 있었다. 참고하겠다고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을 페미니즘 책장에서 꺼내 옆에 두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이 책을 읽었는데,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어서 읽고 있다. 반납일이 이틀이나 지났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ㅜㅜ) <어슐러 K. 르 귄의 말>을 읽으면서 르 귄과 마거릿 애트우드 사이의 ‘SF 논쟁에 대해 알게 된 나는, 마침 집에 있던 이 책 속에 애트우드가 자신의 글이 SF라는 걸 인정하면서 두 사람 간의 대화를 썼던 에세이가 들어있나 찾아보았다. (알고 계시는 분, 저 좀 알려주세요^^) 제목을 보면서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글을 찾지 못했고, 대신 <우리는 어슐러 르 귄을 잃었다. 우리에게 그녀가 가장 필요할 때>를 보게 됐다. 그다음에는 <도리스 레싱>이라는 제목의 레싱에 관한 추모글을 읽었고, 글쓰기와 이메일 & 편지 쓰기, 그리고 레시피 박스에 관한 유쾌한 일기인 <글 쓰는 삶>을 읽었다. 그리고 이 글 <<시녀 이야기>를 회고하며>를 읽었다.

  


그때 우리 파티에 온 작가들 중에 35세의 젊은 여성이 있었는데,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며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녀는 전에도 심장마비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큰일날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거실에서 몰아냈고, 제가 911에 전화하는 동안 그레임은 여성과 함께 심호흡을 했습니다. 얼마 안 가 젊고 건장한 남성 구급대원 두 명이 응급처치 도구들을 가지고 도착했습니다. 몸들이 근육으로 터질 것 같더군요. (구급대원들은 근육질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쓰러진 사람들을 이리저리 나를 수 있어요.) 대원들은 우리를 방에서 내쫓고 응급처치에 착수했습니다. (381)

 


알라딘 서재의 글을 좀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터질듯한 근육질의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리실 거라 생각한다.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 그 사람 맞다. 근육질을 좋아하는 그 사람, 그 사람 딱 맞다.

 

 


<시녀 이야기>에 대한 회고,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 애트우드의 이 강의는 당대 페미니즘의 역사를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시녀 이야기』는 두 가지 사변적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을 제시합니다. (1) 만약 미합중국이 독재국가나 전제국이 된다면, 어떤 종류의 정부가 될 것인가? (2) 만약 여성의 자리는 가정인데 여성이 집을 나와 다람쥐처럼 사방을 돌아다닌다면, 그들을 다시 가정에 몰아넣고 거기 머물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388)

 



해답은 389쪽부터 쭉 이어진다. <시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찾아서 읽어보실 만한 좋은 글이라고 말씀드린다. 이 문단은 요즘 읽는 책과도 겹쳐 남겨 두어야지 싶다.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는 대학 교육을 받았음에도 너희의 진짜 학위는 미시즈(Mrs)라고 세뇌당했던 미국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젊은 여성들에게는 이런 '집안의 주인' 세뇌가 크게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후미진 곳에 살았고, 여전히 하늘을 나는 말괄량이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날개 아래 있었습니다. 거기다 우리에겐 『샤틀레인(Chatelaine)』이라는 여성 잡지가 있었죠. (384)

 



마지막 문단(398) 속의 책의 운명에 대한 애트우드의 의견은 정희진 선생님의 것과 아주 똑같아서 역시 대가들은 서로 통하는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대가들은 서로 통한다.  

 

 

애트우드의 소설은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미친 아담 3부작, 눈먼 암살자, 증언들,을 읽었으니, 8권을 읽었다. 전작을 결심했던 작가이니 마저 읽는다면 올해 읽자, 하는 마음이다. 살아계실 때 읽어야지, 하는 그런 마음.

 


존경하는 애트우드 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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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1-19 1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 님 <나는 왜 SF를 쓰는가>에 르 귄 님과의 문제의(?) 대화가 있습니다요!

단발머리 2023-01-19 13:02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존경하는 마음.... 정말 한결같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사모하였고, 현실세계에서 접한 후 흠모하는 마음 더욱 깊어졌사옵니다. 곧 다시 만나 뵈올날을 고대하며.................

건수하 2023-01-19 13:02   좋아요 4 | URL
앗 제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미 있네요 ^^

단발머리 2023-01-19 13:03   좋아요 3 | URL
수하님.... 존경하는 마음.... 정말 한결같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사모하였고, 현실세계에서 접한다면 흠모하는 마음 더욱 깊어질 것이옵니다. 곧 만나 뵈올날을 고대하며.................

다락방 2023-01-19 13:09   좋아요 3 | URL
와 이분들 왜이렇게 멋져요!! 대박!! 나도 책 사야겠다 ㅋㅌㅋㅋㅋㅋㅋㅋㅌㅋㅌ

잠자냥 2023-01-19 13:14   좋아요 3 | URL
언제나 책 살 핑계를 만드는 그대, 르 다락방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1-19 13:40   좋아요 3 | URL
좋은 책을 알게 되면 또 갖추어 두어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9 13:45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좀 과하다 생각하며 위를 보니... 복사 붙여넣기 신공을 쓰셨...
잠자냥님과 같은 말을 듣다니 그저 영광스러울 뿐.

저는 잠자냥님만큼 낯을 가리지 않습니다. 곧 만나뵙기를 고대합니다.. ㅎㅎ

라로 2023-01-19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요??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단발머리 2023-01-19 15:39   좋아요 1 | URL
그 책도 함 찾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라로님!!

라로 2023-01-19 16:43   좋아요 2 | URL
제가 착각했어요. 그 책에서 르 귄 여사가 그녀의 책에 대해서 쓰면서 애트우드 여사가 자기 글이 SF 라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쓰셨네요. ㅎㅎㅎ 죄송해요. 기억력이 없어서. 암튼 그래도 이 책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 보시길요.

단발머리 2023-01-19 18:5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그 책 안 읽어봐서요. 목차 살펴보고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봐야겠어요. 헤헤헤.

공쟝쟝 2023-01-19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년엔 노벨상 가실 수 있도록 💪💪💪

단발머리 2023-01-19 15:39   좋아요 3 | URL
힘 좀 보탭시다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19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님 애트우드님 찐팬이시군요. 많이 읽으셨어요! 저도 <증언들> 읽어야 하는데!
<타오르는 질문들>은 도서관 대출기한 내에 읽기에는 넘나 두꺼운 것..

단발머리 2023-01-19 16:30   좋아요 2 | URL
네… 이 책 넘나 두꺼운 것입니다. 묻지 않으셨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ㅋㅋㅋㅋ 시녀이야기 넘 좋지만 전 그레이스도 좋아하고요. 눈먼 암살자는 좀 어려웠어요. 한 권 고르라 하면 저는 미친 아담 시리즈 권하고 싶어요. 근데 3권이네요…. 하아….

건수하 2023-01-20 09:23   좋아요 2 | URL
저는 <눈 먼 암살자> 가 좀 어렵지만 제일 좋았고, <마녀의 씨>도 좋았어요 ^^

단발머리 2023-01-20 09:37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저는 미친 아담 시리즈요. 이제 결단의 시간이에요. 저에요, 수하님이에요? 🤔🤔🤔

건수하 2023-01-20 09:48   좋아요 2 | URL
음음. <미친 아담>도 좋았습니다... =ㅁ=
제가 <눈 먼 암살자> 가 더 좋았던 건 여성 서사가 좀더 많아서...

<증언들> 갖고 계시면 독서괭님 당장은 안 사실 (혹은 안 읽으실) 것 같은데요 ㅎㅎ

독서괭 2023-01-20 10:03   좋아요 2 | URL
둘다 아닙니다. 추천하신 책들 다 안 가지고 있으므로.. 전 책을 안 살 것이므로.. 내년에 고민해볼게요. -단호박괭

독서괭 2023-01-20 10:06   좋아요 2 | URL
이거 달고나서 수하님 댓글 봤네요.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3-01-20 10:09   좋아요 1 | URL
(털썩!) 이거 아닌데요. 제가 그리던 그림 이게 아니고….. 독서괭님이 ‘그럼 미친 아담 시리즈 책들은 많이 두꺼운가요?‘ 라고 물으시는건데…. 그럼 제가 아니에요… 이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20 10:12   좋아요 1 | URL
음 <미친 아담> 시리즈가 두껍지만. 엄청 잘 읽힙니다.

(이제 와서 소용없는 일인가…)

단발머리 2023-01-20 10:14   좋아요 1 | URL
아무 소용 없어요…. 저는 미친 아담파에요. 수하님 암살자파 ㅠㅠㅠㅠ 히잉 😔😔😔

독서괭 2023-01-20 10:15   좋아요 2 | URL
무슨 조폭 이름 같습니다. 미친아담파 암살자파.. ㅋㅋㅋㅋ

건수하 2023-01-20 11:38   좋아요 2 | URL
특히 암살자파요... ‘눈먼‘이 들어가면 갑자기 약해지는 느낌 ㅋㅋ

단발머리 2023-01-20 11:42   좋아요 1 | URL
아담파도 어마무시하잖아요. 우아... 아담파 ㅋㅋㅋㅋㅋ 근데 저는 미친 아담파라니까요. 무조건 이깁니다, 암살파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19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어떤 질문이든 하면 답이 자동으로 뜨는 알라딘 서재동네. 내가 답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자랑스러운지.... ^^
애트우드 여사의 책은 3권 읽었네요. 나머지 책들도 찾아봐야지하는데 또 저의 위태위태한 책탑이....ㅠ.ㅠ

단발머리 2023-01-20 11:41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충분히 자랑스러워 하셔도 돼요. 여기는 책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완성형! 알라딘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태위태한 책탑 사진 또 올려주세요. 너무나 탐스러웠습니다. (쓰윽) (침 닦는 소리)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고 나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던 문단은 여기다.

 


메리 셸리의 유명한 일기가 주로 자신과 퍼시 셸리의 독서 목록 일람표라는 사실이 그녀의 이례적인 과묵함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일화는 메리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이, 대다수 작가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적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빈번하게 감정적인 행위였음을 강조한다. 특히 메리 자신은 어머니를 전혀 몰랐고, 사랑하는 남자와 가출한 뒤 아버지가 자신을 명백하게 거부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메리가 자신을 정의하는 주요한 방식은 (그녀가 『프랑켄슈타인을 썼던 시기, 그리고 셸리와 함께한 초창기 때는 확실하게) 일차적으로는 독서, 그 다음으로는 쓰기였다. (417)

 


메리의 일기가 사실 독서 기록이었다는 것. 그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허락 받는 느낌이었다.

 

 


2020,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다. 모든 사람이, 모든 국가가 똑같은 상황, 똑같은 위기에 처했다. 열 나도, 토해도, 바람 불어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학교에 가야 했던, 개근상에 목숨 걸었던 기억이 있는 세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학교 가지 않는 날들이 오래 이어졌다. 아침, 점심, 저녁. 먹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 의 지난한 반복이 계속됐다. 2주마다 이어지는 온라인 수업 연장발표에 집 안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물론 내가 맡은 쪽이 비(울분과 슬픔과 원망의) 쪽이었다.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현재답답함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시작하는 마음은 언제나 화이팅이 넘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아침, 점심, 저녁의 식단표였다. 장보기(20), 크린토피아(2), 커피숍(3), 도서관(10)에 머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집콕. 남은 시간을 모두 집안일에 쓴 것은 아니지만 집 안에 (갇혀) 있을수 밖에 없는 매일이었다. 코로나가 얼추 수그러들면서 코로나 일기가 여러 권 출간되었다. 똑같은 시간을, 정확히는 더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밥을 짓고 밥을 먹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개인의 기록, 지극히 사적인 기록들이, 시대를 표현하는 한 면이 되었다.  

 

 


<알쓸신잡>의 후속편의 후속편인 <알쓸인잡>을 즐겨 본다. RM이 보고 싶어서 보는 건 아니고(RM을 좋아하기는 한다), 심채경 보고 싶어서 본다. 김영하도 같이 나와서 좋다.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심채경 씨가 중학교 때 썼던 일기 이야기를 했다. 데스노트와 같았던, 극한 감정과 미움의 발산 장소였던 일기가 있었기에 자신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받아서 법의학자 이호 씨가 이런 말을 하시는 거다. 나의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하는 거거든요. 희망 없인 일기를 쓰지 않아요.

 


 






이 말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던 건, 내가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비밀용일기는 후에 제출용일기가 필요 없어진 중학교, 고등학교 때를 지나 대학 때까지도 이어졌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도 일기를 계속 썼다. 주로 일상적인 일을 기록했는데, 당시의 생각, 고민, 걱정 그리고 기대가 담겨 있었다. (마무리는 항상 기도였다. 이 습관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기를 계속해 써왔던 내가, 일기를 끊었던때가 퇴사 직후였다.

 


큰애보다 5살 정도 어린아이를 가진 친구에게 말일기를 쓰라 가르쳐주었다.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말을 연습하는 아이들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말들을 잘 기록해 놓으라고 알려주었다. 모범생인 내 친구는 조언대로 따랐고, 지금도 가끔 네 덕분에 아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잘 남아있다면서 고마워한다.

 


하지만, 나는 정작. 정작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 아이가 너무 예뻤고 너무 귀했고 또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만족했고, 행복했지만,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 앞에는, 이 아이의 삶 앞에는 크고 신나고 놀라운 내일이, 미래가 펼쳐져 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이제, 끝났다고. 나한테 기대하는 다른 미래는 이제 없다고. 그때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결심이 잦은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기쓰기를 새로 다짐하게 되는 건, 알라딘의 존경하는 이웃 몰리님의 글 덕분이다. 몰리님의 글을 캡처해서 핸드폰에 넣어둔다. 꺼내서 한 번 더 읽고 다시 결심한다. (https://blog.aladin.co.kr/zauberberg/14236599)

 




 



 

그리고 이 책

















츠바이크는 이미 숱하게 쓰이고 읽히고 전해진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된 여러 사료를 폭넓게 조사한다. 중요한 기록은 일기와 편지이다. 츠바이크는 이렇게 쓴다. 

 


그뒤의 나날은 불멸의 문자로 세계사에 새겨져 있다. 단 한 권의 책만은 그렇지 않은데, 그것은 불행하게도 둔감하기 짝이 없는 루이16, 그가 썼던 일기장이다. 그 일기장의 7 11일의 대목에는 "아무 일도 없음. 네케르 씨 출발"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며, 국왕의 권력을 결정적으로 때려부순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이 일어났던 714일 역시 똑같은 비극적인 언어, "아무 일도 없음" 이라고만 적혀있다 ㅡ 즉 사냥도 하지 않고 사슴을 쏘아 잡은 일도 없었으므로 유달리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파리에서는 이날을 전혀 다른 날로 생각했다. 국민들은 그날을 자유 의식의 탄생일로서 축하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261)

 

 


이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루이 16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성격이 온화했다. 피난 가는 와중에도 식욕이 줄어들지 않았고, 먹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모욕당했을 때도 밤이면 숙면을 취했고,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겠다고 고집 부리는 일도 흔하지 않았다. 그가 쓴다. 아무 일도 없음.

 


평범한 시대에 살았더라면, 그는 좋은 농부, 좋은 귀족, 좋은 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끝까지 우유부단했기에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프랑스의 왕인 그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라는 대사건앞에서도 그는 쓴다. ‘아무 일도 없음’. 더 잘 볼 수 있는 위치에서도 그는 보지 못했다. 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판단의 몫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사냥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사냥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렇게 세 권의 다이어리를 준비했다. 알라딘의 피너츠는 독서 기록용이고, ***의 빨간 다이어리는 속마음 토크를 위한 일기용이다. 달인 선물로 받게 된 마티스 다이어리는 메모용으로 정했다(제일 마음에 든다). 그래서 다시 부르는 나의 노래는.

 



 



내 젊음의 빈 노트엔 무엇을 그려야 할까.

내 젊음의 빈 노트엔 무엇을 써야만 하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들 사랑의 이야기.

 

 


이 노래 모르시는 분은 유튜브에서 젊음의 노트검색 바랍니다. 생각보다 옛날 노래라 깜짝 놀라실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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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8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01-18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알쓸인잡 매주 봅니다. 본방보다는 다시보기로 거의 보지만... 출연진들이 하나 같이 마음에 들어요. 2020~2021년 많은 여성들이 집에서 집콕을 강제하며 보내야 했던 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묵직해집니다ㅜㅜ 저는 마티스 다이어리 책 인용구 노트로 쓰고, 피너츠는 간단하게 책 감상기를 적고 있어요. 일기는 마음의 해방구 같은 것이지요. 단발머리님에게 일기가 좋은 친구 사이로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젊음의 노트 입모양으로 읊조리고 있어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8 14:22   좋아요 1 | URL
알쓸인잡 팬이시라니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제 코로나는 지나갔지만 삶의 형식이 확 변한게 느껴져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고요.
거리의화가님 따라서 저도 마티스 다이어리, 인용구 노트로 쓰렵니다. 메모할 게 별로 없습니다, 저는 ㅋㅋㅋㅋ 보내주신 응원 감사합니다. 근데 제 생각보다.... 나이가 있으신데요? 이 노래를 아시다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1-18 14:49   좋아요 1 | URL
음... 원래 댄스를 좋아해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그런 노래를 많이 흥얼거렸던 것 같아요. 그 세대는 아닙니다!ㅋㅋㅋ

다락방 2023-01-18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매일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에 생각나면 일기 쓰는 일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가 재작년부터였나 뭔가 시들해졌어요. 거의 안쓰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제 삶에 이제 희망이 없어서 일까요.. 희망을 찾자, 희망을.
올려주신 몰리 님의 저 다이어리 사진 보니 너무 근사하네요. 저도 .. 영어로 쓰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올려주신 노래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손 번쩍!!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8 14:28   좋아요 1 | URL
저는 작년 일기장 살펴보니 빈 칸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리고 너무 힘든 날에는 안 썼더라구요. 중타(?)로 힘든 날 일기를 썼구요. 그럼 작년 한 해가 온통 힘들었나 그건 아니구요. 귀찮아서 안 쓴 날도 많았습니다. 찾아진 희망을 잘 부여잡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올해는 일기쓰기 잘 해보자구요. 영어로는 ㅋㅋㅋㅋㅋㅋ 전 반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이 노래 아실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18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망 없인 일기를 쓰지 않는다, 멋진 말입니다!!
저는 마티스 미니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성인된 이후 늘 일기쓰기는 작심삼일, 길어야 한달이었는데 작년 8월경부터 시작한 일기쓰기는 꾸준히 하고 있고 올해는 아직까지 가득 채우고 있네요^^
코로나 시절 갇혀 지내는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어휴. 저도 애들이랑 같이 코로나 걸려 격리되어 있다가 격리 해제 후 회사 나온 날 너무 기뻤답니다. ㅠㅠ 전 완전 집순인데, 혼자 있을 떄만 좋은 것 같아유..
아이가 한 말 기록하려고 해도 조금만 지나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바로바로 기록은 어려워서 저도 거의 없습니다. 동영상으로 남긴 것들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네요. 일기는 그냥, 나를 생각하며 쓰는 게 좋은 듯해요.
단발님의 일기 쓰기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3-01-19 18:58   좋아요 1 | URL
우아... 독서괭님 새벽기상에 미라클 모닝 게다가 일기쓰기에 알라딘까지.... 정말 멋지셔요!!!
아이들과 집에 갇혀 있는 기분은 뭐... 뭐라 말할 수가 없죠. 저도 법정으로 보장된 육아휴가 반납하고 출근하시는 분들 이야기 들은 적 있구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그냥 저만 생각하며 일기쓰기 해볼게요. (근데 자신은 좀 없.......)

건수하 2023-01-18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에서 검사를 안 한 이후 오빠가 자꾸 일기 훔쳐봐서 안 썼는데요...
블로그에 매일매일 끄적거리다보니 위안이 되어서

올해부턴 미니 다이어리, 마티스 아니고 고양이 다이어리에 일기를 써야지! 했는데
18일 중 3일인가 쓴 것 같아요 하하하...
눈에 띄는 곳에다가 둬야겠어요.

그런데 이 미니 다이어리 쓰기가 좀 불편하더라고요... 두꺼워서 손이 바깥으로 빠지는데 불안정해요... ㅠㅠ

코로나 시절이 저에게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답니다.

단발머리 2023-01-19 19:01   좋아요 1 | URL
18일 중 3일 쓰셨다고 하니 이..... 동질감 도대체 어쩔 것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쓸 거 없는 날에는 루이 16세처럼 아무 일도 없음, 이라고 쓰려고 합니다. 미니 다이어리, 저는 아직 많이 사용 안 해서 모르겠는데, 그런 애로사항이 있군요. 역시 한 가지 좋으면 한 가지가 부족하고요 ㅋㅋ

수하님의 코로나는 페미니즘과 연결되는군요. 다음에 그 이야기도 우리 ..... 나눠봐요!!

은오 2023-01-18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기, 쓰면 좋을 것 같고 시간이 흐른 뒤에 읽으면 너무나 재밌을 것 같지만...초등학교 때 개학식 전날 방학일기 30일치를 몰아서 쓴 기억이 마지막입니다...
단발님이 일기를 오랜기간 쓰셨어서 글을 잘쓰시나 싶기도 하고요. 일기 쓰는 분들 너무 멋집니다!!
그리고 단발님이 rm을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접수했습니다. 심채경과 김영하를 뒤에 언급하셨지만 rm이 먼저 튀어나오신걸 보면 rm이 본심이신 것 같은데
아무튼 rm을 좋아하신다고하니 rm을 닮아보도록(?)아니 근데 rm 못생겼는데, 하... 닮아보도록 하진 않고 아무튼 알고 있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1-19 19:04   좋아요 0 | URL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비밀일기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애가 2교시 끝나고 내 자리로 와서는..... 막 이런 거 적혀 있어요. 부끄럽네요 ㅋㅋㅋㅋㅋㅋ이사 꽤 다녔는데 아직 잘 있단 말입니다. 걱정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잘 숨겨야 할텐데요.

그리고... 제가 rm 좋아하는 거 자체는 사실이지만 심채경씨 너무 좋아하고요. 김영하씨도 ㅋㅋㅋㅋ 김상욱 박사는 강의도 들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달의 당선작 아시지요? 저는 김영하씨 책으로 리뷰만 쓰면 이달의 당선작이 되서요. 김영하씨에 대한 호감이 아주 깊습니다. 하하하.

바람돌이 2023-01-18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아 알아요 저 노래. 유미리씨의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부르짖던 노래.... ㅎㅎ
저는 세상에서 일기쓰기가 제일 어려운거 같던데요. 매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게 참 쉽지 않잖아요. 단발머리님의 올해 일기쓰기 응원 기원 팍팍!!!! 그런데 이렇게 일기를 쓰고 쓰려고 노력하고 이런 분들 글도 잘쓰는건 진리인듯요. ^^
알쓸인잡은 저도 좋아하는데 저 말 기억나요. 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요.
그러면서 나는 왜 일기를 안쓰지? 아 그냥 내가 사는게 너무 편했구나 뭐 그런 생각도 했달까요. ㅎㅎ

단발머리 2023-01-19 19:07   좋아요 1 | URL
아, 알아주시는 바람돌이님! 가수 이름까지 딩동댕!!
일기쓰기 응원을 제가 모조리 싹싹 긁어담아 제 일기장에 묶어두겠습니다. 꾸준히 일기쓰는 단발머리로 돌아올게요 ㅋㅋㅋㅋㅋ

알쓸신잡이 저는 좋았는데요. 그래도 알쓸범잡 보다는 알쓸인잡이 낫고요. 약간... 준비한 대본 읽는 느낌이 아쉽습니다. 그냥 대본 없이 팍팍 던지는게 전 좋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8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모든 좋음은 맥락적입니나.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자신을 알고 세계를 알고 자신과 관계된 타인들을 알아야 합니다. 타고난 성향이, 지위가, 외모나 재력이 쉴드를 쳐주는 것도 어느 순간까지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좋은 사람에게는 공부가 꼭 필요한 이유겠지요. 저는 현시점에서 그걸 알고 가장 잘 다루는 사람들(?)이 일부 극 소수의 여성연예인이라는 생각이 좀 들때가 있어요. 어쨌든 루이16세의 비극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비극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두가 너무 자유로워져버린. 자신을 공부해야만 하는.

단발머리 2023-01-19 19:08   좋아요 2 | URL
그걸 아는 사람들....일부 극소수의 여성연예인,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똑똑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수 보다는 특히 배우라면요.

모든 좋음은 맥락적입니다. 에 밑줄! 쫙!
 



 















간만에 외출을 했다. 장보기와 교회 이외에는 외출하지 않은 게 한 달이 넘었다. 핸드폰 앱 달력에는 모두 병원 예약뿐이다. 피부과와 정기 검진 이런 종류여서 걱정되는 병원행은 아니다. 엄마나 아이, 모두 혼자 갈 수 있을 터이나, 그렇게 보내기는 내 맘이 그러하니 굳이 같이 간다. 집보다 집 밖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병원행도 즐거운 외출이다. 외출하면서 들고나온 책은 <어슐러 K. 르 귄의 말>이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추구하는 나로서는 이 아름다운 책을 들고 나가기 정말 싫었지만, 집에서는 아무래도 두꺼운 책을 읽게 되니 고이 모셔만 놓으면 언제 읽게 될지 몰라 북커버를 입혀서 들고나왔다. (고이 모셔 놓은 모습)

 


 


제임스 조이스는 거의 나오자마자 정전에 올랐다. 버지니아 울프는 정전에서 배제되거나 마지못해 받아들여졌으며 그러고도 수십 년간 의구심을 샀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서술 기법과 장치를 갖춘 『등대로』가 기념비적으로 막다른 길인 『율리시스』 보다 후대의 소설 쓰기에 미친 영향이 훨씬 크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침묵, 유배, 교묘함'을 선택하고 은둔 생활을 한 제임스 조이스는 스스로의 글과 경력 외에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나라에서 지적, 성적, 정치적으로 활발한 사람들이 이루는 비범한 집단으로 꽉 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내내 다른 작가들을 읽고, 서평을 쓰고, 출간했다. 제임스 조이스가 연약한 쪽이고, 버지니아 울프가 굳센 쪽이다. 조이스가 컬트의 대상이고 우연이며, 울프는 20세기 소설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풍부한 영향을 미쳤다. (114)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고전이 서구 유럽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의 기록이라는 걸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겠으나, 여전히 남성의 언어가 여성의 언어보다 더 인간적인것으로 여겨지는 현실. 여성의 업적이란 건 우연이고 컬트이며 남성의 업적은 길이길이 남아 문학사의 한 줄기 빛으로, 라는 이런 해석. 우리만이 아니라 유럽도, 미국도 그러하다는 사실이 참 아쉽기는 하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여기.

 


애트우드가 자기 작품이 SF가 아니라고 하는 건, SF를 무척 좁게 정의해서예요. 애트우드가 생각하는 SF는 사실 판타지에 가까워요.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과 지구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다룬다는 거죠. 미안해요, 매기. 하지만 그건 SF의 정의가 아니에요. 많은 SF는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답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반으로 추론할 때도 많은데, 사실 그게 애트우드의 SF가 하는 일이죠. 지구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 특히 정치적인 방식을 가져다가 그걸 기반으로 추정한 미래를 그리면서 끔찍한 가정, "세상에, 이렇게 되고 말 거야"를 보여주는 거예요. 하지만 사실 그건 오래된 SF 기법이에요. 왜 자기 작품이 SF라고 불리기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123)

 


진짜 이 부분 읽는데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마거릿 애트우드가 있다. 여기, 어슐러 K. 르 귄이 있다. 애트우드의 책 <홍수의 해>에 대해 르 귄이 리뷰를 썼다. 애트우드가 답한다. 아닌데요? 내가 쓰는 거, 내 작품은 SF 아닌데요? (여기서 한 번 웃어 주시고) 르 귄이 말한다. “미안해요, 매기. 하지만 그건(당신이 말하는 건) SF의 정의가 아니에요.”


 

SF의 정의를 좁게 봐서 그래요. 당신이 쓰는 거, 그거 SF에요. , 이런 대화를 나누는 대가들을 보시라.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두 번은 받았음 직한 이 대가들의 소박한 대화. 나중에 애트우드는 스스로가 SF를 쓴다는 점을 시인했고, 르 귄과 이 문제를 두고 주고받은 대화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124)

 


여기에서 두 사람의 신뢰를 본다. 내가 너보다 더 낫다거나 혹은 네가 감히 나한테? 의 삐뚤어진 마음 없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이. 이건 이거야. ? 아닌데요? 그거, 그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건 그거가 맞아요. 그래요? , 그런 거 같네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데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당연히 끈끈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을 테다. 한참을 웃었고, 포근해진 마음에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내 기억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자기주장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서 쉬운 일이기는 한데, 앞으로 나도 그래야지, 다짐하게 된다. 나도 그래야지. 나도 후퇴를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 마지막까지 우기는 사람 말고, 뒤로한 걸음 물러서는 사람. 양보하는 거 아니고, 후퇴. 봐주는 거 아니고, 인정. 이렇게 말이다.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는 너무 좋다. 많이 읽은 줄 알았는데, 겨우 두 권 읽었다. 앞으로 읽고 싶은 책 중에 골라 보자면 이렇게 세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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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1-17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던 책에서 존경받는 사람은 누군가를 존경했던 사람이란 대목이 있었어요. 단발머리님이 그 증거네요. 애트우드와 르귄의 대화에 저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기운으로 오늘 하루도 으쌰으쌰😆

단발머리 2023-01-17 13:43   좋아요 2 | URL
르 귄이 세상을 떠나고 애트우드가 썼던 글 제목이 ‘우리는 어슐러 르 귄을 잃었다, 우리에게 그녀가 가장 필요할 때‘ 더라구요. 존경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기쁨과 먼저 보내는 아픔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미미님 댓글에 오히려 제가 힘이 나네요. 우리 열심히 오늘 하루 살아보자구요!! 뽜야!!

다락방 2023-01-17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르 귄님 너무 대호감 되어서 르 귄 님 책을 천천히 다 읽어볼까 합니다!

단발머리 2023-01-17 13:44   좋아요 1 | URL
참 좋은 계획이십니다. 저는 <어스시> 시리즈 1권에서 두 권 엎어진 사람이라서 ㅋㅋㅋㅋㅋ 자신 없습니다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기는 해요. 우리, 르 귄 읽어야 되는 사람이잖아요. 허허허.

잠자냥 2023-01-17 13: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랑 르 귄 님 대화 저랑 다부장님 대화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7 13:49   좋아요 3 | URL
신뢰와 애정이 바탕이 된 티키타카의 정점이죠. 애트우드 vs 르 귄 버전 보다 잠자냥님 vs 다락방님 버전이 5배 재미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1-17 13:47   좋아요 5 | URL
아니 ㅋㅋㅋ 내가 아무리 자뻑 대마왕 이라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르 귄과 애트우드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7 13:50   좋아요 3 | URL
이미 자뻑 대마왕 우리 다 알잖아요 ㅋㅋㅋㅋㅋㅋ쓰는 김에 쫌만 더 쓰세요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17 14:06   좋아요 3 | URL
알고 보니 잠자냥 다락방보다 자뻑 100배 심한 것으로 알려져......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7 14:16   좋아요 5 | URL
여러분!!!!! 잠자일보 2호의 표제 나왔습니다.

<<충격 속보 >>

잠자냥, 자뻑 대마왕 다락방보다 자뻑 100배 심한 것으로 밝혀져 ....

육고 미모 속에 감춰진 잠자냥의 민낯 (정해진 부수만 발행하는 관계로 서둘러 결제 바랍니다. 늦으면 놓쳐요!!)


잠자냥 2023-01-17 15:54   좋아요 3 | URL
르 다부장! 공감이 벌써 3개나 달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1-17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책 상할까봐 북커버 입혀 나가시는 모습에 반하고 갑니다. 저도 그래요.

유수 2023-01-17 15:17   좋아요 2 | URL
거리감 느껴서 좋아요 누르고 가요.

은오 2023-01-17 15:20   좋아요 2 | URL
단발님 유수님 선점 포기하셔야겠는데요? 우리같은 책손상 혐오파는 책 막 다루는 사람 힘들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하 유수님...

유수 2023-01-17 15:21   좋아요 2 | URL
막 안다뤄여. 성인 adhd일 뿐이야.

은오 2023-01-17 15:27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거리감 다시 좁히겠습니다.

유수 2023-01-17 15:36   좋아요 2 | URL
아니 그런데 거리감은 제것.. 제가 차후에 좁힐게요♥️

단발머리 2023-01-17 20:05   좋아요 3 | URL
은오님 / 제가 북커버에 좀 약해요. 책 아끼는거에 집착하는 편이라... 앞으로 좀 두고 볼게요 ㅎㅎㅎ

유수님 / 거리감 조절 잘하시기 바래요. 은오님 훅 들어오는 스타일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1-17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왓챠 보다가 한석규가 김서형에게 그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정~˝ 을 두 번이나 말하던데 오늘 단발님 글 인정 대목에서 순간 한석규가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는데 르 귄 님과 에트우드 님도 대화가 그렇게 읽히네요.
아....집에 르 귄 님 책 있는데 읽고 싶다!!!
하지만 좀 참을랍니다. 읽던 책들 마저 읽고~^^;;;;
아 언제 다 읽지?ㅜㅜ

단발머리 2023-01-17 21:37   좋아요 2 | URL
저는 두 대가의 이런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좋더라구요. 아니야, 그거 아니야... 막 이러면서 말리는 모습? ㅋㅋㅋㅋ
저도 이제 여성주의 책 얼른 읽어야해서요. 언제 다 읽을까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18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 시리즈 아직 한권도 못 읽었는데, 좋아보여요. 애트우드랑 르귄이라니.. 여기 우리 북플의 애트우드랑 르귄 사이 댓글대화의 고급버전입니까? ㅋㅋㅋ 이 두분도 공식 인터뷰 진행하시면 고급지게 투닥거리실 거예요. 그쵸?

단발머리 2023-01-19 19:10   좋아요 1 | URL
이 두 분도 공식 인터뷰 하셔야지요. 알라딘 TV로 생중계해야 할 텐데요. 댓글로도 이렇게 불꽃 튀는데 실제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급의 정점이지요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18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후퇴가 좋은 후퇴군요. 르 귄과 애트우드의 대화 너무 좋네요.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배워야지....
아 오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 신청했다가 SF, 로맨스, 무협은 구입을 지양한다는 거절문자를 받고 제가 얼마나 빡이 쳤는지..... 이건 후퇴하면 안돼 하면서 막 세게 말하고 싶었는데 뭐 모를수도 있지 하면서 정중하게 다시 재검토를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렘은 세계적인 거장이고, 렘의 책이 안된다면 도서관에 있는 테드 창이나 켄 리우 옥타비아 버틀러 책들 다 빼야 한다고요. ㅎㅎ 이렇게 후퇴를 하는거 배워야 한다 해놓고 역시 못하는 것도 참 ..... 병인듯합니다. 앞으로 잘해야지..... ㅠ.ㅠ

잠자냥 2023-01-18 23:06   좋아요 3 | URL
엥?! 렘이 거절당했다고요?!?! 세상에나.

바람돌이 2023-01-18 23:3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ㅠㅠ 우리 사서님 편견이 너무 심하셔... ㅠㅠ

단발머리 2023-01-19 19:12   좋아요 2 | URL
스타니스와프 렘은 저는 처음 듣는 작가에요. 그쪽으로 세계적인 거장이군요. 장르 작가를 대하는 이 좁은 시야 ㅠㅠㅠ
사서님 안타까워서 어째요. 저희 도서관 사서님도 함 시험해 보고 싶어지네요. 저도 신청해 볼래요!!

그레이스 2023-01-20 11:44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댓글 읽고 저도 신청해볼까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습니다 .^^
한 2년 동안 수서담당 선생님 자문을 해 봤는데, 힘드시더라구요, 원칙이 없으면 민원이 많대요 ㅠ
저건 되는데, 이건 왜 안되냐 하고...;;
막상 사서분들은 넘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으신 듯요.

이 책 넘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3-01-21 17:12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 저는 오늘 저희 동네 두 곳 도서관 홈피 들어가봤는데 희망도서 신청기간이 아직 안 되었더라구요. 저희 동네는 11월쯤 희망도서 신청 마감하고 연초에 다시 시작하는데 아직 준비중인 모양입니다.
구입 여부 판단하시는 사서님들도 애로사랑 많으시네요. 그래도 함 신청해보려구요^^
 


















<연애 빠진 로맨스>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대화 vs 섹스장면이겠지만 내가 꽂힌 건 다른 장면이다. 연애도 섹스도 안 되는 상황을 한탄하던 함자영 (전종서 분)섹스 이슈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술에 취한 채로 남사친에게 말이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야.

너 지금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뭔지 알아?

2, 30대들의 해소되지 않은 성욕이 골칫거리 1위라 이거야.

이게 무슨 뜻일까?  

영어 잘해도 소용없다 이거지.

 


이 영화를 어느 아침에 봤다. 그 시간만 혼자일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안방 침대에서 누워봤는데 빵! 터졌다. 막 웃고 싶었는데 혼자여서 그 즐거움과 기쁨을 맘껏 누릴 수가 없었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 그게 바로 해소되지 않은 성욕의 문제다. 다른 말로 하면 여전히 영어 식민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해소되지 않은 성욕의 문제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크게 영어가 골칫거리라는 뜻일 테다.

 



작년에 연말 페이퍼를 정리할까 말까 하면서 읽었던 영어원서를 살펴봤다. 알라딘 서재 이웃님들은 모두 태평양처럼 드넓은 마음의 소유자이시기에, ‘못해도 잘했다칭찬해 주시는 분들이시기에, 올해도 무념무상 사대주의의 정점 원서 책탑을 찍어보려 했다.

 


2022, 최고의 원서를 고르자면 이렇게 3권을 고를 수 있겠다. 로맨스의 새 시대를 열어주었던 <Love Hypothesis>, 레드의 강렬함을 보부아르와 함께 <How to be You>, 그리고 쎈언니의 정석 필리스 체슬러의 <An American Bride in Kabul>.

 




 












역시 최고의 한 권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 윌리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너무 로맨스였던 것이다. 너무 로맨스다. 아래의 글에서 섹스 무용론을 펼쳤던 내가 진정 이 책들을 읽었던 것이냐. 믿을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나의 과거를, 나의 읽기를.

 

 











그럼 내게는 로맨스 소설만 있는 것이냐. 그건 아니다. 네이버의 블로그에는 사 놓고 안 읽은 영어책이라는 비공개 폴더가 있다. (저도 비밀이란 게 있는 사람입니다) 50번째 책이 <The Right to Sex>이고, 51번째 책이 친구가 보내준 <Josh & Hazel’s Guide to Not Dating>이다. (읽은 책들도 있으니 사 놓고 안 읽은 책들 35권 정도인 것 같다) 내게도 근사하고 멋지고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읽기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유달리 매서웠던 올겨울의 바람처럼 내 마음을 스쳐 간다.

 


 

이런 말 하는 게 부끄럽기는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영어로 글을 써서 먹고살았다. 너무 비장해 보이니 직장인 모드로 바꿔 말하자면, 내가 출근해서 하는 일의 65퍼센트가 영어 문서를 읽고 영어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읽고 해석하고 정해진 폼에 맞춰 글을 쓰는 일이어서 루틴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회사에 들어와서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말하는 선배가 있었다. 나는 그 마법을 체험하기 전에 퇴사를 했고. 그다음은 모두 슬픈 이야기.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아직도 모르겠다. 여전히 어휘냐 구조냐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답을 몰라서라기보다는 답의 실행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가진 원서들은 모두 촬영용이고 데코용이고 장식용이니.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래서 청춘이다. 아파서 청춘이다.

 

 



어제부터 <The Right to Sex>를 읽는다. 30쪽 넘기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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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1-15 2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안 읽는 책이 아니라 ‘아직 안 읽은‘ 책이라고 우기렵니다. 우리집에도 그런 책들이 아휴 수도 없이 쌓여서리 ....

잠자냥 2023-01-15 22:46   좋아요 2 | URL
저도….;;;;

단발머리 2023-01-15 22: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여기서 이렇게 고백하시고 ㅋㅋㅋㅋㅋ 네, 저도 ㅋㅋㅋㅋ ‘아직’을 넣어야 합니다.

건수하 2023-01-16 08:43   좋아요 0 | URL
원서는 아니지만 저도 그런 책 매우 많.. (원서도 몇 권 있구요 ㅎㅎ)

은오 2023-01-15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영어로 글써서 먹고살았다고하시고 원서읽으시는거 너무멋져서힘들어여ㅜ

잠자냥 2023-01-15 23:24   좋아요 4 | URL
이 사람 10인과 폴리아모리 가능하다…

은오 2023-01-15 23:25   좋아요 2 | URL
결혼신청은 변자냥님한테만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1-15 23:25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을 젤 좋아하는 거 같애요. 쟝님 다음으로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3:36   좋아요 3 | URL
은오님 저는 거절에 서투르니까 청혼하지마요. 물론 비혼주의긴 한데요…

단발머리 2023-01-15 23:40   좋아요 3 | URL
사랑이 넘치네요 진짜 ❤️🧡💛💚💙💜

은오 2023-01-16 00:32   좋아요 3 | URL
단발님/ 쟝님은 제 운명의 상대구여... 변자냥님은 자꾸 튕기니까 더 들이대고 싶은 사람... 여기 너무 좋은사람들 많아서 괴로워요 ㅜㅜ 단발님도 제 질척임 대상에 추가되셨으니 마음의준비를 하시길바랍니다

쟝님/ 아니 이 선거절은 뭐죠? 정말 섭섭하네요 ㅡㅡ

책읽는나무 2023-01-16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맛난 것들을 먹으며 읽는 로맨스 원서는 더 달달했을 듯 합니다!!ㅋㅋㅋ
영어로 글 써서 먹고 살았다!
어쩐지..뭔가 달라보였었어요.
그러니까 단발머리님은 단발머리님이 아니신 거죠?
암튼 저도 하트 더 추가되었습니다.
하트 남발하게 만들어 버리는 주인공이시군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7 12:2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읽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먹기 위해서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발머리이며 단발머리는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별명은 사자머리, 폭탄머리 등등입니다.
하트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하트 잘 모아놓을게요.

건수하 2023-01-16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영어랑 정말 친한 분이셨군요. 역시 멋져...

단발머리 2023-01-16 08:57   좋아요 2 | URL
저 영어랑 친한 사람인데 ㅋㅋㅋㅋㅋ 영어가 절 안 좋아해요 ㅋㅋㅋㅋㅋ 나의 끈질긴 짝사랑 💕💕💕

다락방 2023-01-1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섹스할 권리 영어 단어들이 너무 읽기 싫게 생겼어요 ㅠㅠ 저는 어쩔 수 없이 튕겨져 나와요. 이런 저는 도대체 언제쯤 영어랑 친해질까요? 단발머리 님의 매일 30쪽 응원하면서, 저도 잭 리처.. 작년 초에 시도했다 포기한 거 다시 도전해볼까 싶어지는데,
이제 도전 같은거 그만하고 눕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3-01-17 23:2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저도 그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간도 좁고 글씨도 작아서요(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근데 다락방님! 제가 다락방님 너무 좋아하지만 이러시는 건 좀 곤란해요. 제가 언제 ㅋㅋㅋㅋ 매일 30쪽이라고 그랬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 좀 봐주세요. 30쪽이 목표라고 했죠? 30쪽까지는 읽겠다,가 제 목표에요. 어떻게 이 책을 매일!!! 30쪽씩 읽을 수 있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1-16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30쪽 읽기 힘들죠ㅠㅠ 저는 하루 한 챕터 많으면 두 챕터 이상... 그래서 안느나요~
단발머리님 화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3-01-17 12:24   좋아요 1 | URL
저는 말이죠. 이 책은 30쪽까지 읽기가 목표였구요. 어제는 번역본에서 중요하다고 표시해 둔 부분을 찾아서 밑줄 그어 놓았는데요.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리더라구요. 휴우 ㅠㅠㅠㅠㅠㅠㅠ 거리의 화가님, 저 화이팅 좀 많이 좀 주세요 ㅎㅎㅎㅎ
 




 













두 번째 문단은 강렬하다. 옮겨 적고 싶은 마음과 영어로도 읽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명문이다.

 


페미니즘은 여성 자신이 성 계급 sex class의 일원임을, 다시 말해 혹은 섹스라는 것 – 인간 문명세계의 토대가 되는 자연적이고 전()정치적이며 객관적인 물질적 기반 –을 근거로 했을 때 사회적 지위가 열등한 사람들로 구성된 계급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8)

 

 

여성의 위치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성의 변증법』과 가장 가까워 보인다.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새로운 페미니즘은 사회적 평등을 위한 진지한 정치운동의 단순한 부활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혁명의  번째 물결이다 목적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견고한 계급-카스트 제도를 뒤집어 엎는 것이다. 그것은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성에 기초한 계급제도를 부당하게 정당화하고 외면적으로도 영구화하면서 수천  동안 굳어져 내려온 제도이다. (『성의 변증법』, 31


 

여성이라는 조건이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견고한 구별의 요소,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페미니즘 논의의 확장 혹은 변형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은 이러한 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주체도 타자도 아니며, 이분법적 대립 경제에서 나오는 차이이고, 남성적인 것을 자기 독백의 산물로 만들려는 책략 그 자체이다. (『젠더 트러블』, 118)
















조현준은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에서 버틀러의 핵심 주장을 이렇게 요약했다(63).



1) 여성/남성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으며 2) 여성성/남성성의 내적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3) 동성애/이성애의 확고한 이분법은 가능하지 않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면 도나 해러웨이를 만나게 된다.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젠더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 있다는 『해러웨이 선언문』(84)을 말이다. 기존의 인간 중심적 위계가 혁파된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이 세계를 파악한다면 인간과 인간, 유기체와 기계, 인간과 동물간의 차이가 우리의 생각만큼크지 않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구별과 구분의 통념, 고정관념, 강박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페미니즘의 논의가 여기까지, 그러니까 해러웨이까지(혹은 그 너머로) 도달한 현재 시점에서, 아미아 스리니바산의 주장은 명료하고 산뜻하다. 페미니즘과 섹스가 함께 논의될 때의 난해함과 복잡함을 명쾌하고 시원하게 풀어나간다. 인도계 1984년생, 예일대학교 철학과를 수석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교 최연소, 최초의 여성, 유색인 치첼리 석좌교수다.



 





 


책은 여섯 개의 에세이로 묶여져 있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세 번째 꼭지 <섹스할 권리>에서 저자는 엘리엇 로저의 사례를 든다. 로저는 한집에 살던 친구 2명과 이들의 친구 1명을 살해하고, 인근의 여학생 사교 클럽 알파 파이Alpha Phi’ 회관으로 차를 몰고 가서 밖에 있는 여성 세 명에게 총을 쏘았다. 다시 아일라비스타 지역을 차를 타고 달리며 닥치는 대로 총질해 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저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했으며, 경찰이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성공한 영국인 영화제작자의 아들이었으며 잉글랜드와 로스앤젤레스에서 특권을 가진 채 성장했던 로저는 키가 작고 운동신경이 없으며 수줍음이 많고 필사적으로 멋져 보이려 애쓰던 소년이었다. 백인과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혈통이 반씩 섞여 있던 로저는 자신이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자신을 거절한 잔혹한 여성들과 동급생들 때문이라고 여겼다. 예쁜 여자 아이가 자신을 거절하며 밀었을 때, 열등하고 못생긴 흑인 남자애가 백인 여자애와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로저는 분노했다. 본인이 세상을 다스리고 섹스가 불법인 정치 질서에 대한 환상을 꿈꾸며 모든 여성을 전염병처럼 격리해야 한다고 쓰기도(135) 했다. 그를 사물함 쪽으로 밀어붙이며 멍청이라 부르고 동정이라고 놀리며 괴롭힌 존재들은 주로 남자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섹스를 박탈한 것은 여자 아이들이었고, 그는 자신에게서 그 권리를 앗아간여자 아이들을 궤멸시키고자 했다(137).

 


저자는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내게 『롤리타』를 가르치려 든다>의 예시를 가져오며 쓴다. “섹스는 샌드위치가 아니다.” 155쪽에서 156쪽에 이르는 섹스 vs 샌드위치논의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새겨둘만하다. 여러분들의 읽는 즐거움을 위해 더 자세한 설명은 그만하기로 하자.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 역시 꼼꼼히 읽어볼만하다. ‘메리터 저축은행 대 빈슨 Merritor Savings Bank vs. Vinson’ (상사 시드니 테일러가 미셀 빈슨이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성관계를 요구하고, 처음에 이를 거부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성관계를 승낙한 빈슨의 동의두려움때문이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사례) 이후 미국 대학에서는 성적 괴롭힘 정책을 교수와 학부생 사이의 합의된 관계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215). 지식의 비대칭성(222)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교수-학생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생 내면의 교수처럼 되고 싶은가?’교수를 갖고 싶은가?’의 질문에 대한 통찰 역시 반짝반짝 빛난다.

 


레지나 바레카Regina Barreca는 묻는다. "어떤 시점에서 () 우리 각자에게 교수와 잠자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교수가 되고 싶은지를 깨닫는 순간이 왔는가?" 바레카는 대다수 여성의 머릿속에는 (남성) 교수를 보며 피어오른 욕망을 교수에 대한 욕망으로 이해하라는 설정값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교수가 되고 싶은 여성이라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생각이다. 한편 남학생들은 사회화된 대로 자신과 남교수를 연관짓는다. 바로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리고 정점에 이르면 이들을 파괴하고 대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초자연적 내용을 그리는 드라마의 소스다). 여성과 남성이 교수를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라 경쟁 상대로 볼 가능성의 차이는 어떤 자연스럽고 원시적인 기질의 차이에서 생긴 결과가 아니다. 성별에 따른 사회화의 결과다. (232)

 


대부분이 남자인 교수를 바라보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생각은 이렇게 구분된다. 남학생이 자신과 남교수를 연관지어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데 비해, 여학생은 교수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과 그의 애정을 획득해 그를 갖는 것, 그와 성관계를 갖는 것 사이에서 혼돈의 시간을 보낸다. 성별에 따른 사회화의 결과다.

 


성적 동의, 성노동자 노조 운동과 성매매 불법화, 탈옥주의에 대한 논의 역시 흥미진진하다. 누군가를 돕는다면서 오히려 그들을 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야할 책임이, 마음이 뜨거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친구들의 섭외와 권유에 의거,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았다. 할 말은 많은데 아, 오늘치의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충전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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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12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제목만 보고 되게 읽기 싫었거든요. 섹스할 권리 외치는 책일거라고 생각했고그래서 뭐랄까 뻔하다고 지레짐작 했어요. 그런데 단발머리 님 글 읽고나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은 생각이 이 책 안에 있는 것 같네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성의 변증법은 7월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다시 한 번 다같이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은오 2023-01-12 12:52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에 제목만 봤을때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남자들이 여자한테 맡겨놓은 것마냥 지들이 박탈당한 것마냥 “섹스할 권리”가 지들한테 있는 것마냥 의식하고 있는 걸 지적하는 책인 것 같더라고요. 평소 하던 생각이라 담아놨었는데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 보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공쟝쟝 2023-01-12 12:53   좋아요 3 | URL
ㅋㅋ 아니 다락방님!! 저는 완전 반대로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권리는 없다!!를 어그로 끈거라고 보여저서 보자마자 사서 읽으려고 했는 데 다미여에 밀려가지고 ㅎㅎㅎㅎ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아예 제 생각 처럼(?) 섹스 거부는 또 아니라섴ㅋㅋㅋㅋㅋ 시무룩….

은오 2023-01-12 13:23   좋아요 2 | URL
쟝님 안티섹스 안한다면서 왜 시무룩해욬ㅋㅋㅋㅋ나랑 안티섹스 안한다면서!!

공쟝쟝 2023-01-12 13:32   좋아요 3 | URL
진정한 해방은 의식하지 않는 것 (흠흠)

단발머리 2023-01-12 14:39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저 역시도 그랬거든요. 근데 아니네요. 이야기할 주제가 너무 많아요. 밑줄긋기도 많이 했는데 다 옮기기에도 벅차서 ㅋㅋㅋㅋ 이렇게 간단히 마무리했습니다.
(성의변증법 건은 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저도 꼭 다시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은오님 / 네, 은오님. 그러니까 ‘섹스할 권리‘를 요구하는 남성 심리에 대한 고찰이 담겨져 있고요. 그게 인종, 계급, 이민자 문제 그리고 가부장제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보여줍니다. 저는 일단 ㅋㅋㅋㅋㅋㅋㅋ 1독을 권합니다.

쟝쟝님 / 저는 사실 (여성의) 섹스할 권리,로 읽었거든요. 근데 (남성의) 섹스할 권리를 파헤치는 ㅋㅋㅋㅋ 그런 책이구요. 근데 안티섹스가 뭔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1-12 14:45   좋아요 2 | URL
오오, 다음 지름때 꼭 넣어야겠습니다! 😀

안티섹스는... 여기서 나왔어요ㅋㅋㅋㅋ
http://bookple.aladin.co.kr/~r/feed/637948101
http://bookple.aladin.co.kr/~r/feed/638019185

공쟝쟝 2023-01-12 14:45   좋아요 1 | URL
일단 1독 권하시는 군요?! 저 앞 부분 읽고 거의 형광펜으로 책이 도배되서 ㅋㅋㅋㅋㅋ 잠깐 헝분 스탑하고 ㅋㅋㅋ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ㅋㅋㅋ 걍 읽어야하겠다!

건수하 2023-01-12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별로 안 끌렸는데...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는 또 뭘까 싶었고요.

단발머리님 글 읽고나니 급 읽고 싶네요...


공쟝쟝 2023-01-12 13: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수하님 앙대 ㅋㅋㅋㅋ 평안을 취해야 해요 ㅋㅋㅋ 학생과 잠자리 하지 않기에는 왜 끌리는 거얏?!? 응???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2 13:44   좋아요 2 | URL
평안을 취하고 싶지만 출근했습니다 ㅠㅠ 한 주 정도 더 쉬어야 될 것 같은 느낌 들고요;;

학생은... 뭐.. 학생이랑 잠자리 하는 사람들이 많나 싶어서 ㅋㅋㅋ 저는 학생과 친하지 않습니다. =ㅁ=

단발머리 2023-01-12 19:03   좋아요 1 | URL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의 결론은.... 학생과 잠자리하지 말자, 이고요. (죄송해요, 명시적인거 좋아하는 1인) 그리고 중요한 안건이 ‘동의‘ 문제더라구요. 여학생이 이미 성인이고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좋아하는 교수와 잠자리를 했는데 그게 왜 문제냐! 이걸 자유와 선택의 문제로 보면 그런 주장이 솔깃하게 들리기도 할테구요. 저자는 교수, 선생의 ‘윤리‘ 문제와 연관지어 설명합니다. 읽어볼 만한 좋은 텍스트라고 전 생각해요.

공쟝쟝 2023-01-12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수-학생 잠자리 빨리 읽고 싶어서 몸을 배배 꼽니다. 내게 결여된 것을 욕망할 때 그걸 가진 사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가진 자원을 이용해서라도 획득하고 싶은 마음 잘 알죠. 근데 남교수들은 지들이 가진게 권력인지 정말 잘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는 게 제 견해…ㅋㅋ

단발머리 2023-01-12 14: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요기 위의 인용문 속에서 여학생은.... 내가 원하는 건 ‘교수가 된 나인가‘ 혹은 ‘교수의 인정(이 경우 인정은 성적 접촉을 의미하죠)을 받은 나인가‘에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동의한다는 의미도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죠. 완전 싫다기보다는 성관계를 거절했을 때 교육 과정에서 얻게 될 불이익을 예상할 수 밖에 없는 거구요. 좋아서 응한 경우는 더 복잡하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ㅋㅋㅋㅋㅋㅋㅋㅋ 1독을 권합니다.

공쟝쟝 2023-01-12 14:51   좋아요 2 | URL
근데 그걸 그렇게 잡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이성애란 무엇인가?에 가닿더라고요… 저는 이성애는 사랑일 수 없는 거 같다는 생각쪽으로 점점…(응?) 암튼 교수랑 자는 똑똑한 여자들의 경우 저는 권력에의 의지를 먼저 읽습니다. 그 부분에서만 안똑똑한 건 서글픈데 그걸 또 좋다고 쳐자는 개놈새끼들이 문제고요 ㅋㅋㅋㅋ 너무 흔해요 너무 흔해! 권력에 도취된 자들 ㅋㅋㅋ 그래서 제게 탐구대상은 권력과 사랑인데 말이죠 ㅋㅋㅋ 일단 1독이요, 오케이오케이!!!!!!

단발머리 2023-01-12 15:01   좋아요 1 | URL
크흐 ㅋㅋㅋㅋㅋ 쟝쟝님 안 가르쳐줘도/안 읽어도 아네요. 요기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에서 저자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의무적 이성애‘ 논의를 불러옵니다. 여학생을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바라보는 교수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운 여학생들의 머리 속을 보여주는데요. 학생과의 잠자리를 옹호하고 그 당위성을 주장하는 교수 편지 나옵니다. 참.... 요지경 세상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3 09:49   좋아요 1 | URL
음... 학교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해봐서... 새롭습니다...

역시 나는 권력에의 의지가 없구나.. ;;;

책읽는나무 2023-01-12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미미님 서재에서 책의 제목을 본 듯 합니다. 그래서 책이 괜찮은가?싶었는데, 공쟝님 도서관에 신청까지 했대서 음!!! 했었어요. 서점에 가서도 책이 눈에 띄었고...근데 단발님도 책 좋다하시니 언젠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로군!! 찜은 해놓습니다만....읽을 책이 너무 많네요ㅜㅜ
오늘은 목요일인데 저도 방전되어서 이제 겨우 정신차리고 책 읽으려고 앉았는데 또 어김없이 북플로.....출근했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1-12 14:58   좋아요 2 | URL
저는 쟝쟝님 서재에서 보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검은색 표지라 어려울 거라 예상) 잘 읽히네요. 모르는 부분도 많아서 뭐 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하구요.
저도 오늘 북플로 출근해서 여지껏 열심히 일하고 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습니다.

독서괭 2023-01-12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로저라는 놈 이야기, 이거 <디어 마이 네임>에 나온 그놈 같아요. 샤넬 밀러가 그 근처에 살고 있어서 친구들이랑 두려움에 떨며 방안에 머물렀던 이야기.. 그놈의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 담긴 성명서.. <디어 마이 네임>에서 섹스와 샌드위치를 비교했던 부분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정확히 샌드위치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길거리 성희롱 당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만일 누군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다가가서 그 샌드위치 나도 좀 먹자고 하면 거절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그런데 왜 성적인 요구를 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거절은 모욕으로 여기느냐 이런 취지였던 듯요.
교수를 향한 여학생의 욕망이 헷갈릴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정말 그럴 것 같아요. 페미니즘은 그 헷갈림을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겠군요.
최연소 최초 유색인 여성 교수~! 멋있습니다!

단발머리 2023-01-13 07:34   좋아요 1 | URL
아...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제가 <디어 마이 네임> 찾아보니 가해자가 브룩 터너라고 나오는데 그 사람이 엘리엇 로저는 아닌것 같아요. 그렇지요? 로저 이야기가 그 책에 나오는가 봐요.

교수를 향한 여학생의 욕망에 대한 부분은 저도 좀 새로웠어요. 성희롱, 성폭력이 후안무치인건 확실한데 그걸 반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걸 ‘그 여학생도 원했다‘ 이런 식으로 몰고가는 건 더 비열한 행동인 것 같고요. 그걸 이용한 교수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그런 생각하면 참... 그렇습니다.

저자 너무 멋지죠. 여러가지 ‘최초‘ 타이틀에 어깨가 무거울 것 같기는 한데 예일대 철학과 수석졸업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멋질 거 같아요, 이 분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