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신간 도서 『공부할 권리』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진정한 자존감을 지키는 공부의 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인문학 강의


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는 여정이 삶의 공부라고 말한다. 『안티고네』는 인간이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들, 이것들을 위대한 작가들은 모두 공부를 통해 실천했다. 공부는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시인 네루다의 질문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학자들의 관찰과 인문학자들의 감수성을 통해 이 공부를 실천해야 한다. 『공부할 권리』는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하는 인문학 선언이 될 것이다.

긴 이력서는 진짜 나를 가리는 분장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문제 해결을 학벌에서만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지금도 돈(실용성)과 가치(품위)라는 선택지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갈림길마다 때로는 처절하게 인생의 의미를 찾고, 때로는 아프게 삶의 가치를 고민하면서 그 해답을 책에서 찾아 온 작가의 혜안을 집약한 우리 시대 인문학자의 대표작!


 

 

"제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내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내 삶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책들을 만나면 꼭 ‘과거의 자신’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지지요.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좀 더 힘을 내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문제가 주는 고통에 짓눌려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지 못한 나약한 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당시의 나에게로 다가가 ‘지금의 나에게 용기를 주는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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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눔의 세계

옮긴이 김화영씨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눔의 세계 알베르 카뮈의 여정은 카뮈 개인의 생애보다는 작가 카뮈의 작품과 행동, 그리고 그의 지향을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공간적 차원에서 정리, 배열하여 작가의 삶과 창조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카뮈 자신과 관련된 사진, 작품, 원고, 서한문 뿐 아니라 지중해(알제리,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유럽, 러시아와 동구진영, 아메리카의 아름다운 풍광 뿐 아니라, 카뮈가 사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엮여 있다. (284)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들도 눈길을 끌지만,

 

 

 

 

<스페인 메노르카의 비니베카 풍경>

 

<시에나 지방의 몬테풀치아노>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카뮈, 인간 카뮈를 볼 수 있는 사진이다.

  

 

 

  

 

나는 오로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성취하는 직업, 혹은 일에

파묻혀 있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했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내게 직업이란 없다.

오로지 소명받은 천직이 있을 뿐. 그리고 나의 일은 외로운 일이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값하는 인물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그런데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앞에 두고 나는 왠지 울적한 기분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작가수첩Ⅲ』, 218, 107)

 

카뮈가 도스토예프스키에 바치는 헌사를 보면서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읽다 포기했던 옛날을 생각한다.

  

  

나는 스무 살 때 이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

그때 받은 충격은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나는 악령오디세우스

전쟁과 평화, 돈키호테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처럼 인간정신이 창조하여 쌓아올린

어마어마한 업적의 최고봉을 장식하는 서넛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생각한다.

(『도스토옙스키를 위하여, 1957, 플레이아드 전집, 590)

    

 

2. 나는 누구인가

 

 

 

 

 

 

 

 

부제는 인문학 최고의 공부이다. 강사는 강신주/고미숙/김상근/슬라보예 지젝/이태수/정용석/최진석. 2013년 가을 학기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제3회 인문학 공개강좌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강연을 묶어 출간되는 비슷한 유형의 책들이 많은데, 아무렴, 당연히, 물론 나는 강신주라는 이름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강신주-고미숙-지젝-정용석으로 이어지는 환상 조합에, 목소리가 익숙한 강신주님은 음성 지원을 받으면서, 다른 분들의 강의는 나름대로 상상해가며 즐겁게 강연을 들었다

 

그러면 오늘날 현대인들이 봉착한 몸의 소외, 욕망과 능력의 이 간극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동의보감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마이너스 건강법입니다. 동의보감이 만들어지던 때는 지금 우리처럼 잘 먹고 많은 것을 즐기던 시대가 아니었음에도 거기에 기술된 양생술을 보면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건강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덜 먹고 덜 쓰고 모든 것을 덜어내고 배설해야 합니다. 배설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입니다. 이 결별을 잘하지 못하면 숱한 과거를 질질 끌고 다녀야만 합니다. 미련과 집착으로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앓는 공통의 질병입니다. (고미숙, <현대인을 이해하는 세 가지 화두: , , 사랑>, 58)

 

각 정자와 난자의 주인들이 이처럼 무작위하게 서로를 선택하여 한 아이가 탄생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이 아이가 지니게 되는 유전정보의 고유성은 10²²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이 고유함이 곧 여러분들 각 사람이 지닌 정보의 정체성입니다. (정용석, <나는 이미 기적이다>, 261)

  

  

3.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저자는 조한별.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한 번 학교를 휴학하고 가족들과 세계여행을 다녔고, 세인트존스 대학교를 졸업했다. 부잣집 딸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지도 않는다는 그녀가 어떻게 세인트존스 대학교 수업을 잘 마칠수 있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내가 실제로 관심있었던 건 당연히 세인트존스 도서 목록인데 생각보다 어마무시하다.

1학년 세미나 리딩 리스트.

  

  

3학년 도서인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주홍글씨는 무척이나 반갑지만, 라이프니츠의 철학 논문집, 흄의 도덕 원리에 관한 연구, 루소의 사회계약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함께라니, 보기만 해도 겁나는 도서 리스트다. 한글로도 읽기 어려운 책들을 원서로 읽는다는 건 얼마나 힘들까. 그녀는 나름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어렵지만 배울 것이 많은 고전을 읽고 온 학생들은 수업 시간마다 자신들이 읽은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다. 나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그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내용을 알고 수업에 가고 싶었다. 내용을 알면 토론의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독 능력은 며칠 공부한다고 확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어판 책을 샀다. (189)

시간적 제한이 있는 환경에서, 짧은 시간에 읽기 능력을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어판선택은 나름 최고의 선택이다. 오에 겐자부로도 선택한 방법 아닌가.

 

4. 계속 열리는 믿음

 

 

 

 

 

 

 

 

 

 

어제 시수업이 4주차다. 그냥 4주차가 아니라, 이야호! 4주차다. 4번 수업을 했고, 이제 4번 남았다. 다음 주에는 작품을 읽는 시간이라 숙제도 없다. 이야기하자면 A4 2장은 나오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원래부터 시수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다, 시수업은 괜찮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가져와 같이 읽고, 감상을 말하고, ~ 정말 좋아요~ 이런 시수업 말이다. 수업 첫 날, 30분 정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나는 이 수업의 중심이 '시창작'임을, '시를 써서 제출'하는 것임을, '합평'하는 것임을, 이 수업은 정영효 시인과 함께 떠나는 시여행'이 아니라, '정영효 시인과 함께 떠나는 시창작 여행이라는 걸 이해했다. 숙제를 안 해가자며 굳은 다짐을 나눴던 야나님은 선생님의 가늘고 흰 손가락에 넘어가 배신을 때리고, 맞은편 좌우에 시 좀 읽으시는 분들의 시 사랑과 열정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딸기에이드 얼음이 단박에 녹아 버리곤 한다.

어제 수업에서는 저번 주에 배웠던 시에서의 상투성’, ‘기시감에 더해 사고의 획책에 대해 배웠는데, 선생님이 했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래의 이 문장이다.

이게 좋다는 걸 아셔야 돼요!”

바로, 이거다. 바로 이게 문제다. 나는 님의 도 좋고, ㄲㅅ님의 바퀴도 좋다. S님의 숙제도 좋고, 야나님의 당신도 좋다. 나는 다 좋은데, 다 좋은 것 같은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그런 것 같은데, 선생님은 이게 좋고, 저게 좋지 않다 하시고, 시 사랑에 흠뻑 빠진 학생들은 정말 그러하다,고 탄성에 탄성을 더한다. ...

나는 산문적 인간이다.

나는 스스로를 산문적 인간이라 생각한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고, 잘 줄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길게 쓰는 사람이고, 시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 수업이 힘들다.

어제는 숙제를 생각하며, 숙제의 내용이 아니라 숙제 자체를 생각하다가, 시창작 숙제 때문에 시가 싫어지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이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나는, 시를 읽는, 시를 읽을 줄 아는 우아한 1인인데, 지금의 나는 시를 두려워하고, 싫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내 평생에 다시는 시창작 수업을 들을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시창작 수업을 들을 기회도, 시간도, 여유도, 마음도 없을 거라는 생각말이다. 그렇다면, 일생일대의 이 기회, ‘시창작 수업에 참여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4주밖에 안 남았다. 다시는 시창작 수업을 들을 일이 없을테니, 남은 이 네 번의 수업을 야무지게 잘 마무리해야겠다, 나한테는 진짜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솔솔 올라왔다.

숙제를 미리 해 놓으면 좋겠지만, 언감생심,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선생님의 시집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이제 4주밖에 안 남았으니까. 한 번 해보지, . 후훗!

    

관람

                                                              정영효

    

우리는 극장에서, 극장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많은 사람

들에 섞여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 바라보며 남의

말에 재빨리 수긍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혼자서는

사건이 되지 못하면서, 광장 같은 함성이 들리는 쪽으로 이

미 무서워진 응대와 찬성에 묻힌 채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

로의 이름을 도와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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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 다작, 다상량이라 했던가. 

선생님은 그 중에 다상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도 많이 생각하고 싶었지만...  

 

어쩌냐.

오늘은 목요일이고, 지금은 2시고, 수업은 5시다.

 

 

 

 

 

 

 

20분만에 숙제를 해치우고,

몰라, 몰라, 나도 몰라 하고 있는데,

 

아무개님 이벤트에 당당히 당첨되어

보내주신다던 책선물이 도착했다.

 

 

숙제를 마쳐서, 숨통이 트인다 

아무개님 선물이라서, 숨통이 트인다

녹색당 이야기라서, 숨통이 트인다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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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4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4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2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부터 느껴왔던 거지만, 마감일 다가오는 시점에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일명 ‘벼락치기’는 아주 위험합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6-03-25 14:39   좋아요 0 | URL
cyrus님 걱정대로 어제 벼락치기 했다가 선생님한테 쫌 혼났습니다. ㅎㅎ
생각 안 하고 막 써서 가지고 갔거든요.

해밀 2016-03-24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수업 들을때 시를 몰아서 썼던 때가 떠오르네요. 그 중에 다상량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16-03-25 14:40   좋아요 0 | URL
이게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생각할려고 해도 아무래도 새로운 생각이 퍼뜩 떠오르지 않거든요.
다르게 생각하니까, 표현하니까 시인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엔, 다상량 해도 느는 사람만 느는 것 같아요. 재능있는 사람이요. T.T
 

 

 

 

 

 

 

 

 

 

고운 님이 선물해주신 당신이라는 안정제의 한 구절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말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모든 행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어요.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울해서 죽을 것 같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 우울하고 불안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해질 수 있는 기준자와 불안을 가늠하는 기준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겹치지 않게 움직여요. (14)

마주보며 같이 눈물 흘리는 것도, 등을 쓰다듬는 것도 따뜻한 마음과 함께라면 모두 위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위로, ‘위로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너무 달콤한 위로는 사양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위로는 담백한 종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의 담백한 위로가 내가 좋아하는 위로다.

당신이라는 안정제는 드럼연주자이고 작곡가이며, 음악작가이며 소설과 산문집을 낸 작가 김동영씨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씨가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매달 한 두 번씩 꼬박 7년간 이루어졌던 두 사람의 만남과 고백들을 옮겨 적었다.

 

김병수씨가 말한다.

나는 모든 행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어요.

인생의 모든 고통, 슬픔, 아픔이 끝이 있다는 그의 말은 위로라기보다는 오히려 선언처럼 들린다. 그의 이런 말, “끝이 없는 고통은 없습니다.”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위로, 내가 원하는 담백한 위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찾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기준자를 이리저리 만져보는 것. 설사 그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여겨져도 말이다. 내가 찾는 행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함께 온다.

 

 

 

 

 

 

 

 

 

멀고도 가까운에서 리베카 솔닛은 백조왕자를 이야기한다. 공주가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쐐기풀을 꼬아 옷을 지었는데, 이것만이 계모이자 왕비의 저주, 왕자들을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인간으로 살게 하는 저주를 끊을 수 있다. 화형장으로 끌려가는 공주, 하늘 위로 쐐기풀 옷을 던진다. 하지만 아직 열 한 번째 오빠의 옷을 완성되지 못 했다. 결국 팔 한 쪽이 미완성인 쐐기풀 옷을 입게 된 막내오빠의 한 쪽 팔은 백조의 날개 상태로 남게 된다. 그의 남은 인생은 백조인간으로서의 삶이 될 것이다.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인간이자 백조로 살게 될 것이다. 환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느끼는 절망의 깊이와 상관없이, 그의 한 쪽 팔은 백조의 날개 그대로일 것이다.

결국 문학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설픈 희망이나 내일을 말하지 않는 것.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백조의 것임이 분명한 한 쪽 팔을 그냥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그런 게 아닐까.

 

 

 

마틴 로이드 죤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는 기독교에서 이해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소상히 보여준다.

우리가 복음을 알고 있는지 판별하는 좋은 방법은, 더 나아가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인지 판별하는 좋은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다. .... 그리스도인은 절망의 가장 밑바닥에서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과 함께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으로 여기에 믿음의 신비, 복음의 신비가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 무한 긍정이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소리 높여 외치는 할 수 있다의 구호가 사람들을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이제는 나도 알만한 나이가 됐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삶에 대한 통찰이나 이해, 연민을 갖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더 회의적이고 비관적으로 변한 나 자신을 본다. 더 쉽게 믿지 못하고, 더 자주 의심하는 나를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내가 놓치고 싶지 않는 마지막 한 마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기로 결정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기로 선택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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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라엘 2016-03-21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기 때문에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리라.

단발머리 2016-03-22 10:48   좋아요 1 | URL
네, 저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리라.
 

 

 

 

 

 

 

 

 

저자 타니아 슐리의 작가 선정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18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부터 현재 활동 중인 작가까지, 마흔 명 좀 덜 되는 작가들, 이중 대부분은 영어로 작품을 쓴 영미권 작가들이며 몇몇은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이 작가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작가에게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 아무래도 알고 있는 작가에 대한 글이 쉽게 읽힌다. 다행히 이 책은 여성작가들이 글을 쓰는 공간을 보여줘야 하기에 많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른 것을 차치하고 외모만으로 제일 관심을 끄는 작가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유머와 매력까지 갖춘 여자 도스토옙스키라 평했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다.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빌러비드의 토니 모리슨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온실을 꾸밀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는 애거사 크리스티는 부엌 식탁 혹은 자그마한 책상에서 70여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결혼했고 그리고 이혼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못 했고, 격려와 지원 없이, 더 정확히는 편견과 반대에 맞서 글을 쓰고 또 발표했다.

가장 마음을 끌었던 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린드그렌은 열여덟 살이었던 1926, 자신이 일하던 신문사 편집장의 아이를 갖게 된다. 그는 청혼했지만 린드그렌은 자기보다 서른 살 연상이던 이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가족들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떠났고, 거기서 여비서로 일하는데 필요한 타자기와 속기 등을 배웠다. 아들을 낳았고, 다른 집에 아이를 맡기고는 3년간 아들을 보러 코펜하겐에 열네 번이나 다녀왔다. 거의 굶다시피 하며 기차 요금을 모았다. 열네 시간이 걸리는 야간열차의 삼등석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그녀는 스투레 린드그렌과 결혼해 딸 카린을 낳고 그후 거의 10년간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병에 걸려 앓아 눕자, 붉은색 땋은 머리를 한 당당한 소녀의 이야기를 지어 딸에게 들려주었다. 1944, 이번엔 그녀 자신이 다리를 다쳐 병상에 눕게 되어 예전에 딸에게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탄생한 것이다.(236)

혀를 쭉 내민 장난기 어린 그녀의 모습은 삐삐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라 여겨져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쉽지 않은 삶,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이상을 그대로 간직했던 린드그렌 덕분에 실제 인물 같은 말괄량이 삐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번엔 삐삐다. 말괄량이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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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19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는 사람은 감옥 속에서도 글을 쓰지요. 시인 김남주는
우유 팩에 못으로 긁어서 시를 써서 밖으로 유출시켰다고 합니다.

단발머리 2016-03-22 10:4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펜과 종이를 빼았을때, 절박한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나 애절하게 적어갔을까요.
우유팩에 못이라면....

순오기 2016-03-2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라니...급호감이 갑니다.
공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는 건 아닐텐데~ 공간이 없다는 투정이 하고 싶어지는 건 뭘까요?^^

단발머리 2016-03-22 10:52   좋아요 0 | URL
공간이라면, 독립된 공간, 자유로운 공간이니까요.
지금 저는 부엌식탁에서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이렇게 댓글을 달고 있지만,
그 공간 자체가 집이니까요. 저에게는 노동의 장소죠.
빨래 돌리면서 책 읽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ㅎㅎㅎ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서울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어제오늘 환기도 못 하고 청소도 못 하고 이러고 있어요.
요즘에 일교차가 크던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