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아코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절개와 충의를 지킨 무사들의 이야기 〈주신구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어느새 사람들은 에도 성의 칼부림부터 아코 무사들의 복수와 할복까지 일련의 사건 자체를 ‘주신구라’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주신구라〉는 어디까지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 아코 사건의 진실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미미부쿠로 耳袋』: 1798년부터 1815년까지 행정 부교를 지낸 네기시 야스모리가 삼십여 년에 걸쳐 쓴 수필로 총 10권에 1,000편의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
‘귀로 들은 이야기 주머니’란 뜻의 ‘미미부쿠로’란 말은 현대에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어 이 책을 본뜬 『신新 미미부쿠로』와 같은 괴담집이 나올 만큼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치지의 아내 오유는 산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아기도 오유도, 둘 다 살지 못했다. 산파의 말에 따르면 아기가 거꾸로 선데다 탯줄이 목에 감겨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 잔혹한 형태로 기치지는 두 가지 행복을 한꺼번에빼앗기고 말았다. 게다가 그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없지는 않았다. 오유에게 아이를 갖게 한 사람이 기치지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나 유월 말의 그날 아침에는 장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쿠마는 처음에는 자신이 못 들었나 보다 생각했다. 얇은 이불에서 빠져나올 때 크게 했던 재채기 소리에 묻혔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숨쉬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오쿠마를 비롯한 공동 주택 사람들은 돈은 없지만 정은 있었고, 관리인도 성의 표시 정도의 돈은 내놓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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