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피터 드러커 지음, 권영설.전미옥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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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팔아라

고객 창조 전략의 마지막 부분은 제조업자에게 '제품'을 ㅈ공하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과 관련된다. 사실 이 전략은 고객의 현실을 제품의 일부로서 이해하고 구매 후에 대가를 받는 전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어느 중규모 회사는 초대형 토목공사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필요한 특수 윤활유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토목회사들이 사용하는 불도저와 굴착기, 노천광산의 표층토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중장비, 광산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트럭 등의 특수 윤활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모든 분야의 윤활유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는 메이저 석유 회사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 메이저 회사들과 윤활유 판매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이 회사가 팔고 있는 것은 윤활유가 아니라 -130쪽

사실상 '보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건설업자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윤활유가 아니라, 건설 장비를 '중단시키지 않고 계속 가동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 대형 장비가 고장이 나서 가동이 중단될 경우 건설업자가 한 시간남다 입는 손실은 1년 내내 윤활유 비용을 지출한 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 또 건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한 건설업자에게 지연 손실금을 물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공사 기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계산하고 그 시간을 놓고 경쟁해서 공사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131쪽

이 회사는 건설업자들에게 장비의 유지 및 보수 필요성을 분석해주었다. 그런 다음 연간 가격 기준으로 유지ㆍ보수 프로그램을 계약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대형 장비가 윤활유 문제 때문에 연간 일정 시간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을 건설업자에게 보증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이 항상 자사의 윤활유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설업자가 산 것은 윤활유가 아니었다. 건설업자들은 그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해주는 것, 즉 '중단 없는 공사'를 구입한 것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 또 다른 사례는 '제품에서 시스템으로의 이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으로, 미시건 주 지랜드Zeeland 소재 가구 제조회사인 허먼 밀러Herman Miller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초기 현대적 디자인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에임스 체어의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모든 가구업체들이 디자이너 의자를 출시하기 시작하자, 밀러는 회사 사무실 전체가 필요로 하는 가구와 병원의 업무용 가구를 제조ㆍ판매하는 사업으로 분야를 바꾸었는데, 두 분야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131쪽

그 후 '미래의 사무실'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밀러는 가구나 비품을 파는 대신 회사 업무의 원활한 흐름과 높은 생산성을 위해, 그리고 종업원의 사기를 올리는 데 필요한 사무실 배치 및 필요한 비품 구매에 대해 컨설팅하는 설비관리 연구소를 만들었다.

밀러가 하는 일은 고객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귀사는 가구를 구입하지만, 사실 그것은 업무ㆍ사기ㆍ생산성 향상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귀사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132쪽

이들의 성공 사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확실히 조금만 머리를 쓰면 누구든지 이런 전략, 그리고 비슷한 전략들을 구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론경제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do는 "이윤은 남다른 현명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다른 어리석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전략 자체가 우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품 공급업체들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들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도 왜 그런 전략을 제대로 사용하는 기업이 드물까? 사례에서처럼, "고객이 정말로 구입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사람이면 -132쪽

누구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같이 달리는 경쟁자도 없으므로 그것은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가격' 개념으로 풀어볼 수 있다. 모든 경제학 교과서는 제품의 '가격', 즉 고객이 재화 또는 용역을 점유하거나 소유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으로 결정되는 그 가격 이외에는 모든 것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효용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공급업체들은 제품을 공급하든 서비스를 공급하든 간에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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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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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팔아치우려고
책에서 기억할만한 문장을 옮겨 적다가
도리어 내가 잡히고 말았다.

'이 책은 팔 수 없다.' 

이 책은 팔지 말자,가 아니라
이 책은 팔 수 없다. 

'독착성을 입증하거나 확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외침과 해방의 방식, 싦의 방식(15p.)'
 

으로 사진을 찍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가 사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그러므로, 바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 것이기에.
그리고, 그 방식이 좋아졌기에.
그래서, 이 책은 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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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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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이라는 파괴적인 세이렌들과 권력의 탐욕, 그리고
새로운 예속상태를 유발하는 세계화에 휩쓸리고 이윤 추구의
중압감 아래 무너지고 있는 세계에서, 이 모든 것 너머에, 우정
과 사랑은 존재한다.
1998. 5. 15-(5)쪽

가장 가벼운 짐

-제라르 마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가장 가벼운 짐만 들고
온갓 곳을 돌아다녔다.-8쪽

가장 가벼운 짐은 배움을 통해 습득되지는 않지만, 일단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어디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오랜 가르침이 된다. 이것 덕분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인물로서의 자기 자신을 없앨 수 있었고, 순간을 더 잘 포착하기 위해 자신을 지움으로써 스냅사진에 의미를 부여했다. -9쪽

카르티에-브레송의 스타일은 그의 글, 즉 체험기나 설명문 또는 헌사에서 전부 생생히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글은 늘 간결한 예술작품, 거의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문장 감각(예컨대 요한-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듣고 나서 즉석에서 발설한 "이 곡은 죽기 직전에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다"라는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덕분에 성공을 거두는 즉흥곡이다. 그의 글도 사진에서와 마찬가지로 결정적 순간에 대한 동일한 취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물론 글에서는 수정이나 퇴고에 의해 작업을 망치는 경우를 줄일 수 있긴 하지만.
-10쪽

카르티에-브레송이 이 여분의 재능을 발견한 것은, 『결정적 순간』을 펴낸 잊을 수 없는 발행인인, 그에게 책의 예술을 보여준 테리아드의 권유로 이 책의 서문을 쓰게 된 덕분이었다. 그의 서문은 곧장 사진가들의 주요한 참고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더 폭넓은 방식으로, 다시 말해 별개의 완전한 시학으로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 르누아르에 대한 생생한 반응들, 유머와 애정이 넘치는 사려 깊으면서도 정확한 추억담도 그렇고, 쿠바의 경우 그가 어느 누구보다 잘 볼 수 있었던, 어쨌거나 청탁받고 작업하는 많은 작가들보다 더 잘 볼 수 있었던 초기 카스트로 체제에 대한 선입견 없는 증언들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10-11쪽

카르티에-브레송은 먹으로 글을 쓰는데, 이는 아마도 먹으로 글을 쓰면 장황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팩스-글쓰기에서 이것은 사진에서의 라이카 카메라와 같은 것이다- 덕분에 장황하게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어떤 기계들이 그것이 가볍고 빠르기만 하다면, 즉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겨냥한다는 것은 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때로는 숨죽이기를 요구하는 다른 사안이다. 그러나 앙리 카르팅0브레송이 자를 지니지 않은 기하학자임과 동시에 사격의 명수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1996 -11쪽

영혼의 시선

사진은 기법상의 몇 가지 측면 - 이것은 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 을 제외하면 그 기원부터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

사진은 쉬운 작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분모라고는 장비뿐인, 다양하고 모호한 작업이다. 이 기록 장칭서 나오는 것은 소비 세계의 경제적 제약, 갈수록 높아지는 긴장, 분별없는 생태학적 결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이미지의 포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즐거움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나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시각적 표현 수단들과 분리될 수 없는 이해 수단이다. 그것은 독창성을 입증하거나 확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외침과 해방의 방식이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15쪽

'조작'되거나 연출된 사진은 나와 관계가 없다. 내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직 심리학이나 사회학의 차원에만 한정된다. 미리 배열된 사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이미지를 찾아서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는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自生)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수성, 기하학적 감각을 요구한다. 표현의 간결함은 수단의 엄청난 절약을 통해 획득된다. 무엇보다도 주제와 자지 자신을 존중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무정부주의는 윤리이다.

불교는 종교도 철학도 아니다. 불교는 자신의 정신을 다스려 조화에 이르고, 자비로써 다른 사람에게 조화를 베푸는 수단이다.

1976-16쪽

나의 열정Ma Passion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1994. 2. 8-19쪽

나는 라이카를 발견했다. 그것은 내 눈의 연장(延長)이 되어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현장범을 체포하는 것처럼 길에서 생생한 사진들을 찍기 위해 나는 바짝 긴장한 채로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곤 했다. 무엇보다도 돌발하는 장면의 정수(精髓)를 단 하나의 이미지 속에 포착하고 싶었다. 기록사진을 만든다는 것, 다시 말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생각은 내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훗날 동료 작가들의 작업과 사진잡지들을 살펴보고, 또 나 자신이 그 잡지들을 위해 일하게 되면서 비로소 기록사진 만드는 것을 조금씩 익히게 되었다.

여행할 줄 모르면서도 나는 많이 돌아다녔다. 나는 나라들간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천천히 여행하기를 즐긴다. 일단 도착하면, 거의 언제나 나는 최대한 그 나라 식으로 생활해 보기 위해 그곳에 정착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나는 절대로 계속해서 세계 일주를 하는 여행자는 될 수 없을 것이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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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미 - 그래, 난 좀 뜨거워질 필요가 있어
차유진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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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미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 여행기 
 

○언제 : 어느 날 불현듯, 현실을 훌훌 털고 7개월 동안 — 책 표지 날개(앞)에서.
○어디서 :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서 —목차에서
○누가 : 1975년생 차유진 —책 표지 날개(앞)에서.
○무엇을 : 사진을, 글을, 경치를, 요리를, 맥주를, 와인을, 사람을, 친구를, 춤을, 음악을…
○어떻게 : 즐겁게, 행복하게, 여유롭게, 풍성하게, 마음껏, 친절하게, 친근하게, 꼼꼼하게, 잔잔하게…
○왜 : '내 마음에 불씨가 남아 있다면 다시 일으켜보고 싶다는 생각에' ㅡEPILOGUE에서..

남미의 분위기가 그런건지, 책을 쓴 차유진 작가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사진만 봐도 그래요. 새파란 하늘, 눈부시게 넘치는 햇살, 활기찬 시장, 풍성한 색감, 형형색색 과일, 싱그런 나뭇잎, 노을진 하늘 색이나 심지어 건조한 사막 풍경 조차도 명랑한 느낌을 주네요.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는 모르고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책이 특히 그렇습니다. 은회색 바탕에 흰 색 글씨 제목이 주는 표지 디자인만 보고는 별 느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 속을 들여다보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요.

혼자 여행이지만, 사람 없는 오지 여행이 아닌 이상 어딜 가나 여행자는 사람들을 만나죠. 대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여행자들이거나 여행자를 상대하는 상인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누가 만나는가에 따라서,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들이 밝아지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고, 특별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작가의 성격이 큰 몫을 했겠다는 생각도 드는 거구요.

반면에 작가는 아주 꼼꼼한 성격이기도 한가 봐요. 중간에,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라바젱 두 봉핑'이라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했는데(187p.) 사진이 한 장 한 장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합니다. 그 때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노트북에 정리해두는 꼼꼼함이 아니라면 카메라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다 잃어버렸을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누군가 이렇게 오래 혼자 지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그것도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말입니다)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서 나름대로 유추하고 상상하는 거죠. 제가 지금 작가의 성격이 이러니 저러니 추측뿐인 말들로 리뷰를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디미트리의 춤과, 난생 처음 비키니를(그것도 터키색 비키니를!) 사 입고 해수욕을 즐긴 느낌을 표현한 대목입니다. '인상깊은 구절'로 정리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 인상깊은 구절

98쪽.
난 춤으로부터 무얼 기대하고 있는 걸까? 내 인생에서 춤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끝없는 '위안'일까. 음악이 잔잔한 물결처럼 나를 가라앉혀주는 위안이라면, 춤은 내 안에 불을 붙여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 움직임으로써 그리고 다른 사람과 몸으로 소통하면서. 영어도 포르투갈어도 아닌,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언어의 하나라고 자신하는 데 뭐가 이리도 어려운 걸까.

180쪽.
디미트리에게 왜 댄서가 안 되고 침술사가 되었느냐고 물어봤다. 그가 답하기를, 댄서로 인생을 보내는 것은 너무 동적이라서 그랬단다. 자신은 차분히 가라앉는 삶이 필요한데 춤은 너무나 동적이기 때문에 가끔 추는 것은 좋지만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고.


* 먹어보고 싶어지는 음식
[파일라 마리나]
과일 가게 아저씨가 추천해준 가게 '돈데 아우구스토'에서 레모네이드와 함께 파일라 마리나를 주문한다. 가격은 2천 원 정도. 조그만 돌뚝배기에 홍합이나 여러 가지 조개, 새우가 섞여 나오는데 빵과 고수를 넣은 토마토 살사소스와 촘촘한 질감의 납작한 빵, 엄청나게 즙이 많은 레몬을 두 개 썰어 내온다.
북엇국에 딸려 나오는 새우젓이 그냥 장식이 아니듯, 해물 수프를 먹을 때는 반드시 레몬 즙을 듬뿍 뿌려 먹어야 한다. 온갖 해물이 어울린 강한 맛을 잡아줄 뿐 아니라, 배탈이 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니까. 국물에서는 와인과 홍합 그리고 성게 알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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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영업에 길을 묻다 - 초심에서 건져 올린 성공의 법칙!
김현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CEO, 영업에 길을 묻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한 건데 제목 참 잘 지었네요.
'~에 길을 묻다' 라는 식의 책 제목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CEO, 영업에 길을 묻다' 는 어떤 단어 하나 버릴 것 없이
이 책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지와 띠지에 적히 광고문도 그렇습니다.

-.  초심에서 건져 올린 성공의 법칙
-.  기본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라!
-.  1등 조직이 가진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
-.  기업의 성공은 영업에서 완성된다
-.  힘들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길이 보인다
-.  "영업은 기업 활동 중에 매출을 일으키는 유일한 활동이며,
     영업조직의 역량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부족했었다.
     이 책은 영어베 대한 연구의 시작이며,
     고객 중심의 사고를 통해 영업조직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_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광고문은 다소 과장되고, 추천글도 예의상 좋게 포장되게 마련인데
이 책은 예욉니다. 표지와 띠지에 적힌 내용 그대로 알차게 내용이 전개되거든요.
기대 이상, 저자의 성실성과 진지함, 문제제기, 방향제시에 만족합니다.

2007년 GM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는 도요타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 이야기로 '영업'을 풀어가고 있지만,
그래서, 중소기업, 소자본 개인사업자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게 아쉬울 만큼,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본질이 되는 '영업'에 대해서
쉽게, 차근차근, 제대로 얘기해 줍니다.

어차피 저자는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입니다.
학자다운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고마운 것은 다른 이가 차려놓은
밥상에다가 슬쩍 숟가락만 얹으려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직접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영업'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영업에 집중하지 못한채 잘못된 분위기에 휩싸여 
길 잃고 헤메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어 줍니다.
문제 제기와 방향 제시, 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을 때도 꼭 처음부터 차근 차근 읽어나가야 합니다.
어떤 책은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을 수도 있고,
뒤에 결론부터 알고 읽어야 편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한 장 한 장,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놓은
순서를 따라가며 읽어야 편안한 책입니다.

책은 누가 썼나, 왜 썼나도 중요하지만
누가 읽나가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모든 영업인들과 함께 읽고싶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 

수많은 애환과 고초가 서린 영업의 세계, 그리고 신화로 가득 찬 영업의 세계는 기업에 있어서는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수많은 애환과 고초를 거쳐야 겨우 터득하게 되는 것이 영업이고 기업 내부에서도 성공 신화를 공유하기 힘든 것이 영업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모방하기에는 대단히 어렵고 시간 또한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동안 핵심역량이라는 용어가 학계를 풍미하던 시기가 있었다. 핵심역량이란 영어의 Core Competence를 옮긴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계속 경쟁우위를 지키게 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말한다. 핵심역량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대단히 힘들기 때문에 기업은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역량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영업이다. 기술이나 생산, 디자인 등이 핵심역량이라면 이를 모방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핵심기술이나 노하우, 디자인 등은 실체core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분해하거나 조사하여 모방한다면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문제는 기술이나 생산, 디자인 등과는 달리 영업은 모방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영업의 노하우는 구체적인 실체가 아니라서 사내에서도 이를 공유하거나 모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의 판매왕이 사내 강연회를 빈번히 개최하고 영업 교육 프로그램을 수없이 해도 좀처럼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 영업이다. 또한 경쟁사들이 뛰어난 영어사원들을 스카우트하고 비슷한 영업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영업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간에는 "영업 경쟁력은 양파와 같다"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벗겨도 실체가 보이지 않아 모방하기기 대단히 힘들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정한 핵심역량인 것이다. 모방해도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핵심역량인 것이다. 영업이 진정한 핵심역량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70~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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