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샌드위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그 순간, 세상에 정말로 폭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폭력을 흔히 접했지만, 그건 자신과는 멀디 먼,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금 여기, 바로 자기 앞에 그현실이 닥쳐 있었다.
폭력의 또 다른 모습도 보았다. 그건 사건을 보러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개입하지 않는 아이들, 싸움이 일어나면 봤다고 자랑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드는 아이들, 사건을 본체만체하는 아이들 그리고 불의 앞에서 고개를 돌려 버리는 아이들이 저지르는폭력이었다. 아이들은 사건을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소년은 이같은 폭력의 두 얼굴을 발견하고는 다시 바닥을 내려다 봤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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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문구점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2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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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문구점>이라는 책 제목을 읽으니 생각나는 책 제목이 있다.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그렇다. <이상한 무인 문구점>은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책의 후속편이다. 아마도 "이상한 무인~" 시리즈로 이어질 것 같다. 최근 유행하는 무인 가게를 컨셉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 탄생한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 동네에도 처음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기더니 최근, 무인 문구점까지 생겨서 아이들이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곳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장소이다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든 문구점이든 발견하면 들어가보고 싶은 것이 아이들 마음이다. "이상한 무인~"시리즈는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아이들 마음 속에 담긴 고민이나 상황을 잘 보듬는다. <이상한 무인 문구점>은 7가지 이야기로 전편보다 조금 더 이야기가 안정돼 보인다. 전체적인 구성은 전편과 비슷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들 중 아이에게 딱! 맞는 문구들이 마치 주인을 찾든 아이들의 손에 착 안기듯이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이번 책에는아이들뿐만 아이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른도 한 명 포함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고민이 없을 거라고,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의 상황이 제일 심각하고 힘들다. 간접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 "이상한 무인~ 시리즈"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엔 어떤 무인 가게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아직 이 무인 가게를 운영하는 꼬마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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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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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업하고 있는 솔루니의 5학년 도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덕분이다. 좋은 작가를 찾아낸다는 건, 그 작가를 따라 읽을 책이 많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도 읽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 대신 좀 다른 책을 접해보고 싶어 하나씩 검색하고 몇 권의 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구입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선택했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앞의 두 권 동의화를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제목을 포함해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만큼 이 소설은 그의 가치관이 그득 담긴 책임에 분명하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부에서 체포, 투옥 후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의 인접 국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한 후 유럽으로 옮겨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마존 밀림을 떠돌았던 경험이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구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아마존 밀림과 그 주변의 마을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디오와 밀림 속 동물들을 비롯해 정부의 개발 정책으로 이주하며 만들어진 이주민과 정부 사람들까지.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그런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망하듯 소설에 빠져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노인이다.


소설은 처음에 엘 이딜리오라는 이주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을 보여주고 그곳의 두 인물 치과 의사(정부에 회의적인)와 노인(연애 소설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가는)의 대화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곧 한 백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일으킨 밀림 속 아름다운 동물 암살쾡이와의 전쟁으로 점점 고조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지만 인디오들 속에서 몇 년을 지낸 이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게 된 노인의 생각과 행동,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암살쾡이의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답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160p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독서에 대한 갈망.


노인이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방법이다. 제발~! 하나하나 씹어먹듯 읽으라고~!라며...

너무너무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


#연애소설읽는노인 #루이스세풀베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라틴아메리카문학 #추천소설 #환경 #독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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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책 속에서 아주 긴 문장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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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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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의 여자아이가 강렬한 태양 아래 마치 째려보는 듯 포즈를 잡고 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봤을지도. 사노 요코란 이름은 첫째가 어렸을 시절 <백만 번 산 고양이>를 통해서다. 한번 읽고 나선 이 강렬한 감정을 어째야 할지 몰라했던 후 사노 요코의 팬이 되었다. 그림책도 좋은데, 이 당당하고 멋진 할머니가 쓰신 에세이는 더 좋다. "뭐, 어쩌라고!"하는 듯한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은 사노 요코의 글은 읽다가 키킥대게 하기도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기도 한다.

<두 개의 여름>은 사노 요코만의 책은 아니다. 에세이도, 그림책도 아니다. 사노 요코가 중년의 시절, 강렬한 사랑 후 함께 부부의 연을 맺었던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한 연작소설이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인가 보다.

제 1장인 "못"은 이들이 결혼하기 이전에 작가와 화가로 만나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작품은 흰색 페이지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은 회색 페이지로 되어 있다. 또한 흰색 페이지는 오래 전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회색 페이지는 그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다. 시간 간극이 있지만 오래된 추억과 현재 사이를 오가며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 2장은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뭔가 연결되듯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죽음"이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제 3장으로 가면 대놓고 소제목이 "도시코의 묘"다. 작가 둘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이게 뭔가~ 싶었을 텐데, 이 이야기들을 끝으로 얼마 못 가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결혼 생활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녹아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너무 우울한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씁쓸한 끝맛을 지울 수가 없다.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다지만, 내 현실이 마냥~ 해피하지는 않기에 당분간은 기분 좋아지는 작품을 좀 읽어야겠다.

#두개의여름 #사노요코 #다니자키슌타로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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