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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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왠지 모르게 '나는 싫어'하는 반발심이 생겨서..(그렇다고 안 읽는 것도 아니면서..ㅋㅋ) 일단 피하고 본다. 그런데 몇 년이 흘러도 궁금하면 결국은 읽게 된다. 그 몇 년이 때로는 십 년이 훌쩍 넘기도 한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그런 책이다. 계속 궁금한데 뭔가 딱 읽고 싶지는 않고 (자기계발서를 끊은 지도 오래되었던지라)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 관심이 가는데 안 읽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결국은 이렇게 책을 들었다. 아직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니 이 책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나 보다.


프랑스 도심에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듣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어떨 땐 들어주기만 해도 미소지으며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약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꾸뻬 씨가 볼 때 정말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보다 행복할 여건을 갖춘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꾸뻬 씨는 자신도 불행히짐을 느끼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의 여행엔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서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실 여러 묘사 등을 통해 어디인지를 유추해볼 수는 있으나 어떤 장소가 특별히 그의 행복 여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대신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꾸뻬는 여행하는 동안 주변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고 관심이 가거나 행복해 보이는 이들을 보면 대화를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찾아간다.


행복의 요소 하나하나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고 각각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만 책의 끝부분에 이르면 꾸뻬는 이 요소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적용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그 제시는 책 속 인물들, 꾸뻬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계발서이다.


나는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행복을 위해 다가갈 수 있을까. 내게 있어 행복의 키워드는 "긍정"이다. 가끔 회피를 할 때는 있지만 왠만하면 좋게 생각하려 한다. 행복이 별 건가. 마음이 평안하게 일상을 쌓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완독함으로써 오래 묵은 숙제를 끈낸 마음이 되었으므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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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 읽기 싫은 마음, 저도 있어요. ㅎ 근데, 늦게라도 궁금해서 꼭 읽게 되죠. 숙제를 끝내서 속 시원한 마음 공감합니다 ^^

ilovebooks 2022-09-30 13:09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오래된 책 읽는 숙제하는 기분이에요^^
 

정말 좋은 책이다!
울다 웃다...
이렇게 감정동요 일으키며 동화 읽기는 정말 오랫만!

"보아라. 신분이 높으나 낮으나 신을 신으려면 고개를 숙여야한다. 신을 신는 사람은 모두 거기서 거기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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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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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아주 오랫동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헷갈렸다. <노인과 바다>을 세 번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도 오랫동안 나는 <모비 딕>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읽었다고 착각한 거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현대지성의 <모비 딕>을,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완역본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페이지만큼이나 너무나 거대한 작품이다. 문장 하나하나 술술 읽히지만 그렇게 술술 읽으면 안될 것 같아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37p


정말 강력한 한 문장이다. <모비 딕>을 한 문장으로 간추리자면 어디에나 알려진대로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와의 싸움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이 이슈메일부터 잇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상징과 비유로(주석이 없었다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ㅠㅠ) 가득하다. 19세기 작품임을 가정할 때 너무나 현대적인 사상 또한 충격적이다. 이교도인 퀴케그에 대한 이슈메일의 애정이나 이슈메일의 서술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생각들은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이다.


책의 뒤편 해제를 통해 소설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하지만 누군가의 해제를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는 역시 스스로 읽고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 소설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다. 그러므로 <모비 딕>은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이 아니다. 읽고 또 읽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흰 고래"가 의미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내 인생의 "흰 고래"는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고전은 언제나 흥분케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고전을 찾아 읽게되는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모비딕 #현대지성 #현대지성클래식 #허먼멜빌 #고전 #명작 #흰고래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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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2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만 헷갈리는 건 아닌가 봐요. 저도 <모비 딕>을 생각하면 늘 헤밍웨이가 떠 오르거든요.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ilovebooks 2022-09-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까요~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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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알기 전에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를 먼저 알았다.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바로 그 예고편에서였다. "줄리엣 투 레터스"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이탈리아 소도시에 흠뻑 빠져있었던 터라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의 한 도시 골목을 느긋이 걸어다니는 장면 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언제나 책이 먼저, 영화가 나중이라는 내 신념에 따라 바로 보지도 못하고 벌써 몇 년이나 흘러버렸다. 이후 한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찾아나갔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겨우 도서를 준비하고 막상 읽어나가보니 그저 머릿속으로 그리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다.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뉜다. 이탈리아를 거쳐 인도로,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며 쉬고 수련하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 긴 여정을 떠나게 했을까. 책의 꼭지는 모두 108개의 이야기이다. 마치 108개의 염주알을 의미하듯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숫자로 비유한 것이다.

책이 시작되면 리즈의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이유. 그건 남들같은 일반적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해왔던 "가정"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부터이다. 이 가정이 아이와 함께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 남편과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그러니 이제 이 가정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그 과정은 지난하고 무척이나 괴로웠고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견딜 수 없기 전에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온전한 쾌락과 즐거움, 쉼으로의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고 편안한 상태로 마음을 진정시킨 리즈는 이제 자신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인도의 아쉬람으로 떠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균형을 맞춰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그리 쉽사리 연결되지 않고 각 여정마다 (특히 인도에서) 또다른 어려움을 만나고 난처해지지만 리즈는 그 자신조차 가만히 들여다보고 맞선다. 그러니 이 책은 한 여성의 성장 에세이이다. 책은 둘로 읽힌다. 우선은 쉬기 위해서든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든 이렇게 훌훌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그걸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 자체의 부러움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또한 작가 본연의 성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그렇게 읽으면 작가와 나 사이에는 무한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고 싶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것이 꼭 여행을 통해서건 독서를 통해서건, 신에게 가까이 가든 아니든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과정 자체에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제 영화가 남았다. 영화도 책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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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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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대부분 작가를 믿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몇 권의 책을 접하며 시리즈 혹은 출판사의 편집 능력에 감탄하며 무조건 믿고 선택하게 되는 책도 생긴다. "작가와비평" 출판사의 일본문학 컬렉션이 그렇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일본 천재 작가의 단편선에 이어 앞선 시각으로 일본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일곱 명의 여성작가의 단편선, 그리고 이번엔 미스터리 문학에 접근하는 다섯 작가의 단편선이 그것이다. 한 작가의 단편을 모아 한번에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한데 담기는 것도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렇게 주제별로 묶어 소개해주는 소설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우선은 각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에 같은 주제에 대해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 또한 한 주제의 내용을 이어 읽다 보니 여러가지 면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일본문학 컬렉션의 3번째 이야기 <비밀이 묻힌 곳>은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쓴 다섯 작가의 작품을 담고 있다. 이 분야에 이름을 널리 알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부터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썼나?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와 나쓰메 소세키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사실 이전에 꽤 많은 권수의 일본 탐정,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나선 한동안 그 분야의 독서를 끊은 터였다. 계속해서 읽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 문화를 비롯해 선을 넘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한 작품들도 있어서 내겐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컬렉션 속 작품들은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탐정, 미스터리 소설들이 탄생하게 된 밑바탕이 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비밀"과 나쓰메 소세키의 "불길한 소리"가 가장 인상깊었다. 우선 "비밀"은 감정과 세부 묘사가 무척 뛰어났다.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그가 분한 모습, 그가 지나간 거리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런 묘사들은 줄거리상으로는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것들을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불길한 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는 한 남자가 불길한 소리들을 연이어 들은 후 느끼는 공포감을 너무나 공감가게 조금씩 몰아간다. 그 공포의 대상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분위기만으로 읽는 독자마저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익히 알던 스타일의 글만이 아닌, 전혀 다른 타입의 글도 이렇게 유려하게 쓸 수 있구나, 하고. 이제 가을이 왔구나...싶다가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 아주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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