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사형이 선고되었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향수였다.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고물었을 때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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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과 상상력에 기초해 문학작품을 읽는다. 만약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분명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이해와 감상은 다른 독자는 물론, 작가의 그것과도 전혀 다를 것이다.
나는, 작가로서, 동일한 내 작품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생활이 변했고, 감정도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자기 작품의 서문에 쓰는 내용은 사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느낀 바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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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칙은 남반구의 언어에 적용된다. 북반구의 언어들(백과사전 11권에는 이들의 ‘본래의 언어‘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동사가 아니라 단음절 형용사이다. 명사는 형용사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달‘이라고 말하는 대신 ‘어두운 둥그런 위의 대기의 밝은, 혹은 ‘주황빛의-부드러운 하늘의‘, 아니면 또 다른 일련의 형용사들로 달을 지칭한다. 이러한 경우, 형용사들의 복합체는 실제 사물에 해당하지만, 그런 현상은 완전히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북반구의 문학은 (마치 마이농**의 존속하는 세계처럼) 시적 필요성에 따라 어느 순간 모였다가 흩어지는 관념적 대상들로 가득하다. 가끔 그런 것들은 순전히 동시성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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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나은 편에 속하고 불평등의 정도는 더 심한데 왜 주관적 계층귀속은 거의 비슷한가? 그것은 주관적계층귀속이 주변 사람과의 비교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서울의 일반적 생활수준이 높더라도 그만큼 비교의 기준도 높아지기때문에 객관적 하층은 더 적더라도 주관적 하층은 비슷하게 나타나는것은 아닐까? 일상적 표현으로 ‘노는 물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다르게잡는다는 것이다.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주관적 계층귀속을 낮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63p)

이처럼 옛날에 비해 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과거와는 달리 보다 가까이에서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 시민들은 자신의 주관적 계층귀속 의 식을 낮게 인식하고 세대 내 이동이나 세대 간 이동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 견해를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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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은주의 얼굴을 곰곰이 뜯어봤다. 이 여자의 뻔뻔함은 타고난자질일까, 연마한 무기일까.(79p)

은주의 화법은 교묘했다. 직접 부탁하지 않고도 자기 뜻대로 사람을부리는 재주가 있었다.(196p)

좋다, 싫다‘를 드러내지 않는 대답이었다. 몸에 밴 듯한 언어습관이었다.(197p)

은주는 머리뚜껑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줌마라니. 그녀가 아는아줌마란, 유부녀에 대한 은근한 경멸과 억세고 질긴 생명체에 대한 부당한 혐오, 친근함을 가장한 젊은 것들의 무례함이 뒤섞인 호칭이었다.
국어사전이 알려주는 아줌마란,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202p)

은주는 자기인생의 최대과오가 최현수와 결혼한 일이라고 자인했다.
자인하고 나자 남편에 대한 온갖 실망과 현실적인 고난을 견딜 수 있었다. 짊어져야 할 짐을 한탄하는 대신, 짐을 지고 달리는 쪽을 택했다.

"한 집안의 희망이 된다는 것,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대학에 다닌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알지. 알다마다. 현수는 승환이 내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역시어머니의 희망이었다. 고교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았으나 어머니가 입단을 반대했다.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가는 것이 엘리트코스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엘리트가 되기를 원했다. 어머니의 선택은 그의 선택이었고, 그의 실패는 어머니의 실패였다.(323p)

천하의 강은주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무서운 진실,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못 본 체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천성일지도 몰랐다.(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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