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새롭게 출간된다는 건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윌리엄 폴 영이 쓴
‘오두막’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고, 그 책을 읽고 나서 윌리엄 폴 영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오두막’ 이후에 출간된 ‘갈림길’도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읽어보고, 이번에 새로 나온 ‘이브’도 출간 되자 마자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브’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도드라지는 소설이었다. ‘오두막’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저자와 독자가 함께 스토리를 따라가며 그
스토리에 울고 웃고 하는 공감의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브는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 속에 창세기의 유명한 등장인물 아담과 이브와 뱀이 등장하지만, 가상의 시간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스토리가 조금은 산만하게 진행된다. 차라리
에덴동산에서 이브의 관점으로 이브의 탄생과,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방출되는 과정을 묘사했으면 소설의 일관성이 느껴질 텐데, 소설에서 과거와 현재를 산만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스토리의 일관성이 상실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윌리엄 폴 영의 작가로서의 한계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오두막’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가 ‘오두막’의 스타일을
‘갈림길’과 ‘이브’에서 반복한다는 것이다. ‘오두막’에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 오두막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임을 당하고 그것에 힘겨워 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하나님께서는
그 아버지를 오두막으로 초대하여, 그의 신정론적 질문에 인격적으로 답변한다. 그런데 그 이후의 소설 ‘갈림길’과
‘이브’ 역시 인생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통받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이 등장하고, 그의 신정론적
질문에 인격적으로 답변한다. 즉 그의 소설은 주인공의 고통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 지 자꾸 설명하려고
한다. 그 고통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는 독자가 생각해도 충분한데, 저자는 3권의 소설에서 계속 그 고통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애쓰고, 독자는 분명히 다른 책을 읽었지만, 비슷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윌리엄 폴 영의 새로운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그래서
그러지 못한 ‘이브’가 조금 더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