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인문학 - 새벽에 홀로 깨어 나를 만나는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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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난감했던 책이었던 것 같다. '명상'과 '인문학'이 합쳐진 책이라니, 둘 중 하나만 나와도 어려운데 말이다. 명상이란 것이 단어는 흔히 들어보기는 했어도 주변에서 실제로 명상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체감하기엔 낯선 문화 아닌가 싶었다. 개인적으로 명상을 한다는 것을 불가 수행같은 종교적인 느낌도 들면서 구도적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어설프게 가지고 있는 명상에 대한 이미지, 생각 같은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면서 고쳐갈 수 있었다. 특히 음과 양에 대한 구분도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개념이었어서 읽으면서 흥미로웠다. 사람의 신체가 양이고 영혼이 음으로 구분된다 생각했는데 책 속에서는 반대의 것으로 보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르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명상 인문학'을 읽으려면 2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명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1장의 내용을 읽으면서도 명상이 어떤거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등 기본적인 지식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 몰입이 어려웠었다. 2장부터는 명상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점은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명상을 하려면 산이나 절이라도 들어가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반쯤은 고정관념같은 것을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에서도 명상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있고, 그곳이 산이라고 하는 내용도 나온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쉽지 않은 장소 선택이기 때문에 일상적 공간안에서 명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더불어 명상을 위한 명당 자리도 따로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명상 수련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명상을 해보려고 시도만 하면 머리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돌아 쉽지 않았던 차에 그 내용을 보고 금새 그럼 그 자리에 가서 잠깐 있다가 오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가, 이 마음가짐부터 고쳐야겠구나 하고 다시 반성했다.

 

 처음에는 명상을 한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읽다보니 호흡법을 따라해보게 되고, 마음을 가다듬어보려고 시도도 해보게 되었다. 전부터 복식으로 호흡하기 위한 시도는 몇번 했었는데 그 흐름이나 구체적인 감각을 알 수가 없어 매번 아쉬웠다. 책을 좀 읽어본 것으로는 다 따라하기 어렵지만 명상이나, 단전호흡 또는 부동심 같은 것들은 염두에 두고 시도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환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마치 공부하듯이 따라해보기도 하고 머리속에 남겨두려고 노력하면서 읽었는데 끝에서는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명상의 목적과 방법을 찾아서 하면 된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어져서 읽으며 쌓아둔 마음의 짐을 좀 덜어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어쩐지 계속 대학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름이 동양철학의 이해 일것만 같은 수업. 공자, 논어, 도가, 불교 등등 성인과 경전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도 논어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을 대학 시절 수강한 적 있었는데, 그때 배웠던 구절이 책에서도 나와 반가웠다. 그때 교수님이 주셨던 학점을 떠올리며 즐겁게 책을 읽었다. 주변에 관련 내용을 담당하거나 관심갖고 계시는 교수님이 계시면 스승의 날을 맞아 이 책을 한권 선물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 가격도 삼만원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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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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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한 심경으로, 책 제목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엘리트 마인드'를 읽어서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가진 요건을 내가 안다고 해서 이제와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책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자신만만한 마음으로 엘리트가 될 거니까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른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들이 가진 비법이나 비밀을 하나 안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판도가 뒤집히는 일은 없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에 실천에 옮길만한 비법이나 비밀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짜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운동선수들의 예에서 실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읽다보니 자신이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보였다. 엘리트라는 단어만으로 보였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 그것부터 였다. 그 점을 느끼니 멀게만 느껴졌던 책의 내용도 좀 더 잘 읽히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책의 제목이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썩 괜찮았다. 내 자신의 변화가 그것부터 실제적으로 확 다가오니까.

 

 사실 운동선수들의 경우가 예로 들어진다고 해서 영 나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 몰입하게 된 예가 학창시절 반에 한두명쯤은 꼭 있을 법한 일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 매우 특출해서 특기생으로 대학교에 진학하는 선수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들은 유소년 리그와 고등학교 시절에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물론 고등학교 때 훈련도 하고 연습도 열심히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경쟁자들과 같은 노력을 하고도 자신이 더 잘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동료 선수들 모두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마디로 팀 내 최고의 선수였다가, 이제는 아예 시합에서 뛰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들은 종종 후보 선수로 머물면서 1년 동안 선발 선수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대다수 선수가 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도 저런 일이 생긴다. 공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배로 열심히 하는 학생보다 초중등학교 성적이 잘 나온다.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대입을 앞둔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 평준화 된 지역의 학교들은 덜하겠지만, 만약 비평준화 지역에서 중학교 시절 공부를 딱히 하지 않아도 상위권 성적을 받았던 사람이 그 성적을 바탕으로 지역의 상위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보게되면 그 성적을 유지하는 상위권의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등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바로 이 부분부터 이입하고 몰입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재능의 저주'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신념이 잘못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이렇게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에서 들어진 예로 인상깊었던 또 하나는 경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경쟁자들에게 큰 존경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경쟁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경쟁자가 주는 긴장감과 갈등이야말로 위대한 선수들이 찾는 변화의 매개체다. 위대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목적은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결론만 말하면, 경쟁자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경쟁하는 선수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 결국 당신의 경쟁자는 당신 자신이다. 지금의 당신 모습과 미래에 당신이 될 수 있는 모습 간의 차이가 바로 성공을 만든다."

이 부분을 읽으며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그녀의 인터뷰 내용 중에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선수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질문으로 던져지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LA선수권 대회를 앞 둔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LA에 온 것은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4분간 내가 가진 기술로 즐길 것이다." 라고 답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그녀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보며 내심 감탄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남을 시기하거나 견제하는 경쟁이 아니라 가장 이기기 어렵다는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이기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녀가 좋은 증거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잘 풀리는 날에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안 풀리는 날에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진정한 시험이다. 나로서는 함께 일하는 선수가 안 풀리는 날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안 풀리는 날의 모습을 통해 선수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합이 안 풀린다고 해서 특별히 더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가? 입을 쭉 내밀고는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는가? 변명하고 포기하는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성과가 안 좋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정보다."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단순히 엘리트, 자기 안의 잠재된 최대치를 끌어내어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생각해야할 성공의 요건이 아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가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이다. 높을 곳에 있을때, 모든 일이 잘 될 때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관용, 이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때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성과가 좋지 않을때 쉽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두는 사람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성공하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반응을 보이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대목마다 나름의 생각을 곁들여가며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며 읽었다. 여전히 초일류의 승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다. 하지만 소소하게 목표를 세울 때는 확고하고 크게 가져야겠구나, 빠져나갈 변명거리 밖에 되지 않을 차선책을 생각해두지 말아야겠구나,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수치스럽거나 나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지어버릴 일이 아니란 것을 염두에 두고 도전해야겠구나, 몇 가지 책 속의 조언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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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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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읽고 보고 꿈꾸고 믿는다. 우리는 좋은 여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떻게 살고 무엇을 희망하고 무엇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짓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젊음을 잃으면 안 된다. 얌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끓는 물에 토끼를 집어 던지면 안 된다. 해피엔드를 비켜 가면 안 된다. 규범을 거부하면 안 된다. 자기만의 기준을 정하면 안 된다. 나쁘면 안 된다."

 

 남성과 여성이 극렬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기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이 현상은 단순히 남녀의 성차이로 비롯된 갈등이 아닌 성차이라는 관념이 무너져가면서 생기는 시대적인 변화와 발맞추어 나타나는 진통이라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는 자신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의도에 맞춰져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하고 수긍하며 시대적 흐름에만 휩쓸려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해 무엇보다 여성에게 씌워지는 프레임들,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가치관들을 자신의 시각과 신념으로 정립해야 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한편 스스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학습되어진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날선 검열의 잣대와 성숙한 의식을 가지도록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는 이를 위해 필요한 양질의 도서인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 소제목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는데, 요즘 관심있게 지켜보고 생각하는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들이라 기대되었다. 하지만 막상 본문으로 들어갔을때 다소 읽기 어려웠는데, 내용 자체는 사실 전반적으로 한번 훑어보고 난 뒤에는 크게 어렵거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글의 형식이랄까 편집된 틀이 가독성을 좀 방해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다른 계발서들이나 교양서들에 비해 페이지 당 줄 수가 세네줄 정도는 많았다. 글씨 크기 자체가 작아 페이지 당 빼곡히 적혀있는 글들에 볼드 처리된 부분이 아마 원문에 되어 있는 그대로 조사나 어미에 해당하는 단어에 붙도록 번역된 것 같은데 문장 흐름에서 왜 이 부분에서 강조가 들어갔을까 읽다가 방해가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 ... 엄청 성공했다는 이유로, 당신을 ... p 186 " 또는 " 그녀는 5개 국어를 구사하지만 원어민 수준은 딱 2개밖에 안 된다. 협상 때마다 승리를 거두지만 그건 그저 운이 좋아 쉬운 협상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충성심이 넘치지만 당연히 완벽하지 않다. p 143" 이런 부분들이다. 원문을 초월하는 번역이 필요한 것은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얕은 생각이지만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 외의 부분,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고전적인 느낌을 받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것들이 다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다. 일상적인 부분들에 대한 현실적 조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아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욕구,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가정과 직장 모두 완벽한 상태로 일을 끝내야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웃으며 긍정적으로 대하는 성품까지 갖춰야 하는 여성들에게 스스로를 검열하고 압박하는 코르셋에서 벗어나길 종용한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맥락인데, 나는 직장에서 후임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혼내는 일에 회의적이었다. 나 역시 업무 처리를 함에 있어 때로 실수가 생기기도 하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인데 다른 사람이 잘못을 지적하여 혼을 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다. 또 하나는 나의 지적으로 그와 나의 관계가 망가지게 될까 염려되었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선 내가 지적해 줄 수 있는 실수는 말하고 고치도록 했어야 했다. 이 책의 '제대로 분노하라' 파트의 '첫 번째 걸음'에 나온 내용을 읽으며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관계의 안에서 눈치를 보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더 관심을 두었어야 했다.  

 

 좀 더 요즘 시대 상황에 맞는 페미니즘의 실례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원론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에 없이 성장이 어려운 시기에 남성과 여성을 둘러싼 파이의 배분이 달라지려 하고 있다. 여권의 신장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의식하지 못했던 당연함이 부조리로 치부되기도 하고, 어떻게 얼마나 나뉘어야 공평한 것인가에 대한 기준 자체를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아직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다 알지 못한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많은 개인들이 페미니즘을 숭배하거나 증오하기 전에 제대로 알고 교육받고 이해하길 바란다. 페미니즘이란 말이 의무는 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요구하는 욕심많은 여성들의 억지 주장이라는 의미로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가 모두가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더 많이 읽고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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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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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졸업 시험 문제가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책 안에도 언급되었던 '바칼로레아'가 그것이다. 졸업 시험 문제를 본 사람들은 놀라움과 부러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졸업 자격 요건이 이런 형식과 수준이 가능할지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문제 항목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내가 풀 수 있을까, 하고. 결과는 뭐. 핑계대자면 이런 식의 서술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내 관점을 정리하여 풀어낼 수 있는 문항들이 없었다. 할 말도 없고, 쓸 말도 없어지는 부분이다. 궁금할 사람들을 위해 몇 문제만 -

 

1장 인간(Human) 질문1-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2장 인문학(Humanities) 질문10-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3장 예술(Arts) 질문3-예술 작품의 복재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 
4장 과학(Sciences) 질문9-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5장 정치와 권리(Politics&Rights) 질문4-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6장 윤리(Ethics) 질문6-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성인이 되고서도 내가 한번도 생각본 적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는 것과 생각해보려고 해도 깊이 있는 답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젠 늦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성인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면 부럽다. 우리 학생들이 저런 문제들에 대해 사유하고 토론하는 교실을 떠올려보면 진심으로 근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 제대로 도입한다고 해서 교육 혁명이 시작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논술 학원은 더 시장을 넓히게 되고 답이 없는 시험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터스텔라)

 

 때문에 저자가 역설하는 교육 혁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받아왔던 익숙한 기존의 교육 체계의 필요성 또한 놓지 못하며 책을 읽었다. 자신이 배우는 것들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그동안 등한시되어 왔고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연도나 공식을 외우는 디테일이 필요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 역시 중요한 배움의 한 부분이고 그러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때는 초중고등학교 시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두분야의 균형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안그래도 힘든데 학생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더 커지는 일만 될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저자가 이토록 간절하게 주장하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교육 혁명이 실제적으로 학생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갈수록 영민해지는데, '안정성'이라는 것을 따르면 오히려 덜 소모적일 것이란 계산이 안될까. 수능으로만 몰아가는 교육 현실에 분명 문제점이 있고 변화는 필요하지만 단계적으로 교육 방식을 바꾼다해도 우리나라 현실상 많은 시행착오와 부주의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성을 보이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달라지는 제도를 또다시 수용해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조차 어른의 필요에 의해 학생의 길을 좌지우지하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깨달음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왔다. 가장 큰 하나는 내가 이렇게나 교육 문제에서 멀어져있었던가 싶은 낯설음이었다. 이제껏 절반 이상의 해 동안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왔고, 직업을 구했을 때도 하나같이 교육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들을 했다. 그래서 나름 배우고 가르치는 일들과 가깝게 있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떠올려보니 몇 해 동안은 수능시험일이 지나갔는지 어땠는지 체감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보냈던 것도 같다. 교육을 산업으로 부르는 밥벌이를 해서일까, 실제적인 교육 [교육 ;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과는 멀어져 상품 이름을 교육이라 부르는 판매 산업에 종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거리가 생겼던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대한민국 교육 체계와 그의 문제점이 생경했다. 덕분에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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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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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에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는 문구가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방안이 있거나 이 책의 내용이 당신이 육아를 하는데 있어 어떤 희망적인 조언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경제 흐름과 사회구조적으로 상황으로는 결혼과 육아를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으로 선택하기에 문제가 많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육아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나는 이 문제를 나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헤쳐나가고 있다는 고백과 그것이 주는 동질감이나 위로 정도의 내용이었다.

 

 글이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저자가 경제학자이기 때문이겠지만, 소주제로 짧게 나눈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변적인 내용들로 흐름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기대한 점은 결혼하여 임신하고 출산하여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현시점에서 어떤 의미와 크기로 다가오는 일인지 좀 더 분석적인 시작으로 평한 내용을 볼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내용은 에세이에 더 가깝다. 처음에는 기대와 실재의 간격이 넓다고 생각해서 좀 아쉬웠는데, 읽다보니 저자 개인의 체험을 담은 수기를 써놓은 것에 가깝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접근이 더 쉬웠던 것 같아 만족했다. 경제학을 버무려놓은 내용이었다면 어려운 면도 있었을테니까.

 

 궁극적으로는 육아에 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자신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평범한 수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나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한 면들이 보인다. 아내의 경력단절,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뀌면서 찾아오는 경제적 변화,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부의 개인 시간이 없어진 점 등등 보통의 문제들이 자신에게도 생겨났다는 솔직한 고백이 공감대를 샀다. 하지만 저 정도의 생활 수준에서 그나마도 결혼하고 9년 뒤로 시간을 갖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도 이런 상황에 힘겨움을 느끼는데 그렇지 못한 부부/부모들의 상황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좀 독특했던 점들이 있는데, 하나는 책의 편집이랄까 디자인 적인 부분이 좀 아쉬웠다는 것. 책장 끝부분에 내용이 가깝게 여백이 부족한듯이 나와있어서 보기에 어색했다. 전체적으로 여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책등과 책장 위아래 부분은 여백이 많거나 평범한데 책장 끝부분 여백이 다른 쪽에 비하면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 비판이 종종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아이 출산에 중점적으로 맞춰진 보조와 출산 후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출산 장려만을 하는 홍보 등도 문제점으로 삼고 비판해서 공감은 가지만 문화계에 블랙리스트란게 실제로 있다던데 이렇게 확연히 드러내도 괜찮을까 싶었다.

 

 몇군데의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과 오자를 수정하여 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이 흐름에 맞춰 서둘러 낸 것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드는 면이 없지 않았다. 반복적인 내용과 표현을 줄이고 페이지 수를 좀 줄이는 것도 좋았을 것 같고. 전체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눈에 밟히는데, 읽다보면 그것조차 투박함으로 느껴지고 또 괜찮아진다. 육아는 힘들지만,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다 상쇄되어 버린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감성팔이'처럼 느껴지다가도, 그것이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진실이라 사는게 다 그런거지 하며 공감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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