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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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색채와 그림의 표지보다도, 한가운데 강렬하게 박힌 제목보다도, 먼저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저자의 이름 세글자이다. 독자를 책 앞으로 이끄는 힘을 가진 저자의 이 이름 세글자. 나 역시도 그 세글자에 이끌려 이 책을 만나기를 소망했다. 책을 읽는 것이 어디 어렵겠냐만, 기대가 컸던 책인지라 아껴가며 읽었다. 하루에 한숨에 다 읽어버릴 새라 조금씩 틈을 주어가며.

 

인문학이라는 것에 부쩍 왜 관심이 가는지 한두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좀 더 알고싶고,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결국 내 사고는 나아지는 것이 없고, 내 자신이 그 것들은 단지 수행하고 있을 뿐이지 소화해내지는 못한 채 흘려버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많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더 성숙해지고, 깊어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자신이 부족함이 스스로 더 아쉬워지면서 더욱 인문학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짧게 쓰자면 무식한 자신이 싫어서.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라는 것도 놀라는 것이고, 그 수많은 컨텐츠들을 잘 버무려놓는 문체에도 놀란다. 특히 매번 언급되는 책이나, 말미에 붙어있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목록을 보면서 내가 읽은 책인가 아닌가 체크해볼때마다.... 슬프고 깊은 한숨이, 늘 다음으로 미뤄둔 책 목록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찾아온다. 늘 독서를 해야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생활하고 있지만,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 할 정도로, 독서가 부족함이 드러났다. 이 책을 통해 자극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인 내용으로 봤을때 확실히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결코, 그 깊이가 얕지 않음은 저자의 깊고도 깊은 내공에서 나온 완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읽는 이를 배려한 산물이리라. 저자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매번 그 정확한 정도를 넘지않는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을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다양한 키워드로 길지 않은 분량의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인문학적 사고가 낯선 이들도 난해하게 받아들이게 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특히 다른 사람이 전해주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의 요지나, 에피소드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내용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전부 읽어서 소화하기는 부담스러운데 이런 내용이 있구나 알게 되고 그로인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긍정적인 독서로 이어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자의 책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번 가을에 함께 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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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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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적령기. 어느 사이엔가 그 말이 어울리다 못해 물리게 될, 시기가 온다. 삶은 내가 원하는 속도대로 굴러가지 않고, 나를 삶이 굴러가는 속도에 맞춰서 살도록 만들어야 하는 때가- 나이 들수록 더 많아진다. 결혼을 하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하고싶은 때, 할 수 있을 때에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대체로 해야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니. 그것도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이는 한 지표로 말이다. 하나둘씩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철모르던 대화의 주제가 결혼으로 옮겨지는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의 날들. 바로 그 때에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사실, 그때만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시대에는 매번, 매 순간 손해나는 짓을 하지 않으려면 냉정해야 하는 순간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냉정해지기 어려운 로맨스의 정점에 다다른 순간 - 선택에 앞서 냉정해지기를 권한다. 표지의 문구처럼, "이 남자, 같이 살아도 될까?"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하도록 말이다. 사랑에 빠져 길 잃은 어린 양이 된 여자들에게 그 냉정이란 것이 적재적소에 맞게 적용될 것인가, 먼저 우려가 된다.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결국은 돌이키지 못하고 그저 끌려가는 수많은 사례들을 이미 '사랑과 전쟁'에 많이 봤으므로!

 

시작해 들어가는 에피소드부터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결혼 문제로 합의되지 못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깊이도 공감할 듯한 대치 상황을 보여준다.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서로의 사인이 맞아떨어지는 그 타이밍의 순간에 만난 사람들끼리 이루어지는 것임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명제이다. 아무리 멋지고 좋은 상대라고 할 지라도 그 사인이 어긋나는 순간 내 짝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만나온 기간도, 두 사람의 불타오르는 사랑도 그 타이밍 앞에서는 소용이 없어진다. 참으로 묘하게도 말이다.

 

책에는 어린시절 어머니에게서부터 영향을 받은 탓에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결혼 준비를 하면서 겪는 갈등 '시'자 붙은 사람들과 겪게되는 반목과 다툼들, 바람을 피는 남자 그리고 또 그것을 눈치채는 여자의 감, 결혼하고 달라지는 여자들의 생활이 친구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이 약간의 과잉은 있지만 꽤나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책의 제목을 딴 34번 에피소드는 안부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다소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약간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보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다소 가벼운 느낌은 있지만, 여성들의 구미에 맞는 재미있는 책 한 권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더불어 읽으면서 반면 남자에게는 이 시기가 일생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순간으로 여겨질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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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쉼표, 캠핑을 시작하다 EVERY HOBBY 시리즈 1
이원택 지음 / 우듬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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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관련 서적들이 서점의 매대 한 켠을 자리잡고 있다. 바야흐로 캠핑의 시대가 도래하였나보다. 그런 움직임이야 이미 몇 해 전부터 마치 새로운 붐이 일어나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마치 VJ특공대같은 프로그램 등에서 소개됨직한 특별한 사연으로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기억으로는 한때 캠핑은 크게 익숙지 않은 여가였다. 나에게만 그렇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조리기구를 이용해 음식을 마련해 하루 혹은 이틀의 주말을 보내는 일은, 예쁘게 꾸며진 펜션이나 리조트 등에 밀려 여가를 보내는 나들이의 흔한 수단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새부턴가 이른바 캠핑 족들이 등장하게 되고, 고가의 캠핑 장비들을 동반하여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캠핑이 일상적인 여가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은 초보 캠핑족들을 위한 아주 스타일리쉬한 가이드북이다. 모든 내용은 컬러풀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진도 매우 많이 실려있다. 딱딱한 내용의 안내서가 싫다면 이 책에 아주 흡족해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내가 원하는 내용을 바로바로 찾아보는 것은 조금 어렵다. 내용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지만, 구성은 심플하지 않기 때문에...!

 

보면서 다양한 캠핑의 세계에 푹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은 채 매 주말을 보내고 있던 차에 마치 먼 자연으로 떠난 것같은 분위기의 캠핑장에서 캠핑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이질감도 느껴진다. 그런 이질감을 조금 완화시켜 준 것이 도심 속의 옥상 캠핑이라는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캠핑을 시작한다면, 캠핑도 그렇게 낯설고 일상과 멀리 떨어진 취미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도 캠핑을 소개하는 책을 본 적이 있긴 한데, 훨씬 더 젊고 감각적인 느낌의 안내서란 생각이 들었다. 히트는 직접 캠핑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한 채로 찍은 사진이 있다는 것. 초보 캠퍼들을 위한 캠핑 안내 부분에서 있었는데, 묘하게 본격적인 차림이라 의아한 느낌과 함께 약간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이란 것이 저렇게 본격적인 차림이 필요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짐을 싣고 차로 떠나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고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것. 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자체에도 어떤 의미가 있고 TOP를 고려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 캠핑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고. 관련해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악인 엄홍길님의 추천사도 뒷표지에 있었다. 좀 더 신뢰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캠핑을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뭘 준비해야 할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은 오지 않고, 재미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하고 싶다면. 설명을 하나 들어도 반드시 눈으로 실물을 보면서 들어야 마음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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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면 - 젊은 그대를 위한 김태진의 메시지
김태진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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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우면서도 강렬한 제목이다.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심히 지나칠수도 있지만, 이 제목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오래도록 발길을 붙잡아둘. 우리는- 우리 중 얼마만큼의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삶을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지, 삶의 중심이 자신이 아닌 순간이 얼마나, 또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이 책은 총 세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자존감에 대해서, 2부에서는 미래퍼즐을 맞춰나가는 법에 대해서, 3부에서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젊은이들을 향해 깨달음을 주려는 책은 물론 많다. 그런 내용의 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흔들리고 괴로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패배주의와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한번쯤 귀를 기울여도 좋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다소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젊은이보다는, 주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긍정적인 면모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평소 사고가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라 어떤 면은 좀 고루하고 평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으니.

 

다른 책들이랑 좀 다르게 느껴진 점은, 마치 PPT로 강연을 하는 내용을 책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자료를 구성해놓았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간결하고 명료하다 볼 수도 있고, 어찌보면 다소 딱딱하고 세련된 맛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표나 그래프로 하고자하는 말의 요지를 간결하게 정리한 부분이 많은데 인상적이긴하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느낌은 덜하다. 보여지는 것에 민감한 세대인지라 그런 점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점은 다양한 인물들을 현실감있게 등장하도록 해두어 각각의 사례를 구성해놓았다는 것이다. 2-30대의 젊은 연령층이 느낄만한 문제들을 마치 주변의 인물들이 겪은 것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듣듯이 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놓은 점은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젊은이들 마음 깊숙한 곳의 좌절과 성숙되지 못한 자아에 대한 불안한 심리, 좁고 어렵기만한 취업 시장에 대한 조언 등이 이 책에 잘 어우러져 있다. 어딘가 파고들어 위안받고,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잘 읽어낸 책이라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은, 제목만큼은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면으로 볼 때는 나름 도움되는 조언을 담으려 노력한 책이다. 지금이 힘겹게 느껴지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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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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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하버드 대 강연록이다. 그를 강사로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하듯, 이 책을 만나기 위해 꽤 노력해야 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어 독서로 이어졌다. 그리고 강연을 듣듯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중간중간 딴짓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한마리의 길 잃은 어린양을 대하듯 친절하고 가능한 쉽게 이야기해주는 어조로 이어지지만, 역시나 조금은 길을 못 찾을 것만 같은 부분들도 있었다. 그건 파묵씨 탓이 아니다. 언젠간 깨칠 것들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둔재인, 둔재일 수 밖에 없는 나의 탓이지.

 

" 어떤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자신이 사용하는 기교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머릿속에서 하는 온갖 작업과 계산도 잊고, 소설 예술이 제공한 기어, 핸드 브레이크, 버튼 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중에 새로 발명된 것도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저절로 씁니다. 소설 쓰기에(그리고 독서에도) 인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러한 유의 독자와 작가를 ‘소박한 사람’이라고 부릅시다. 이것과는 정반대되는 감성, 그러니까 소설을 읽거나 쓸 때 텍스트의 인위성과 현실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소설을 쓸 때 사용되는 방법과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는 독자와 작가를 ‘성찰적인 사람’이라고 부르지요. "

 

읽으면서 그의 날카로운 분석에 놀라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수행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의식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부분도 그렇고, '소박한 작가', '성찰적인 작가'의 구분을 둠과 동시에 독자에게서도 그러한 면을 정리해놓은 부분에서는, 무릎을 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동시에 빈약한 감상, 그저 읽어냄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자신의 독서, 혹은 독서라는 명칭을 박탈당한- 그저 텍스트 읽기의 실행에 지나지않는 행동에 대한 자괴감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단순히 나는 어떤 위치에 선 독자인가를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자신감의 결여인지, 주제파악인지 모를 일이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일반 대중에게서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학적 감수성이 흔한 것일까? 또한 훈련되지 않은 독자의 머리속에서 텍스트를 분석하여 의미를 이끌어내도록 추론하려는 읽기가 쉬운 일일까? 우리가 느낀 것들,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미의 있고 없음, 슬픔, 지루함, 흥미진진함, 무서움, 잔인함 등 그 빈약한 표현으로 독자임을 논하기에는 어불성설이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쩌면 일어나야 했을, 일어나길 바랬을 일들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새로운 충격과 호기심이 연달아 오는 책이다. " 소설 읽기와 상상하기에 투자되는 노력의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고 특별해지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주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겁니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우리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조이스 같은 어려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우리 두뇌 한구석에서는 조이스 같은 작가를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을 축하하느라 분주합니다. " 이런 구절을 읽을 때면 저절로 스스로에 대한 냉소를 지울 수가 없다. 사자 거죽을 뒤집어 쓴 나귀와 같은 치졸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허영심의 치부가 사정없이 드러나는 것만 같아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언급되는 소설들과 오르한 파묵의 글을 이전에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읽으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짚어내기 어려웠던 것이 가장 아쉽다. 안나 카레리나나 모비딕,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좀 읽어보고 난 뒤에 다시 읽게 된다면 이 책을 좀 더 소화하기 쉽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독자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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