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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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던, 참 좋아했던 선배의 질문, 망설임 없이 답했다. “길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반갑고, 올려다보면 하늘과 구름이 있어 편안하고, 간지럽히며 지나가기도 또 날 쓰러트릴 듯 온 힘 쏟아붓는 바람의 변화가 재밌고, 비 오면 구불대는 내 머리카락이 웃기고, 길가에 핀 들꽃이 예쁘고, 전화하면 쉴 새 없이 대화 나눌 친구가 있어 감사하고, 내 생각을 궁금해하며 묻는 선배가 있으니 그것도 기쁘죠.”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나는 지금 없다. 아이가 재잘대며 나무를 올려다보고 주저앉아 땅의 개미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빨리빨리” 소리치는 나만 남겨졌다.
일기와 문화 예술 감상 후 기록하던 글이 멈췄고 자연을 벗 삼아 대화하던 나도 사라졌다.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를 읽으며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이 여럿이었고, 가족에게 상처 주며 내뱉었던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어졌으며 사랑해서 선택해서 결혼해놓고 뒷전으로 밀어둔 내 남자에게 매일 사랑을 고백했던 연애시절과 두 아이를 안았을 때의 감정이 모두 다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시 고심해서 펜을 고르고, 편지지를 여러 날 고르고 골라 안부를 물어야겠다. 하루를 잘 넘겼다는 안도감보다 눈을 달님처럼 휘어지게 하고 웃음 지으며 기뻤던 일을 기록해야지. 오늘부터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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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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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두 딸 아이에게 내가 언어로, 몸짓으로 세상 속에서 튀지 않고 숨죽여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를 이어서 가부장적인 시선으로 여자는 이래야 하는 것이라며 잣대를 대고 있진 않은지 어제의 기억을 되돌려본다.

그녀가 행복해보였던 <변두리의 쓸모>에서의 삶이 내 삶과도 참 많이 닮아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예술가와의 협업이 반가웠고 그들과 만들어 낸 이야기와 우정, 그 과정을 동행하는 착각에 즐겁기까지 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녀를 동경한 것 마냥 미술관 근무, 잡지 만들던 일, 리뷰와 에세이를 쓰는 일, 저널리즘 공부, 계약직, 석사논문, 괜히 주눅들 만큼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등의 수많은 행적이 유사했다.

내가 잊고자 애썼으나 사실은 외면했던, 목소리를 잃었던 나를 만나고 온 시간. 삶이 괴롭고 서글프더라도 용기내어 꺼내면서 덧붙여지고 또 덮으면서 또 다른 나를 콜라주로 완성한다. 가려진 면이 모두 엉망은 아니고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추억이 담긴 콜라주이기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발그레한 장미빛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가 가진 힘이 소중한 선물이라고 격려받았다. 매일을 바쁘게 생산적인 일을 하며 버텨내야 한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내게 그 강박을 떨쳐보라고, 고요한 순간을 누려봐도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다정한 그녀와의 여행길 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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