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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평점 :
<과학 잔혹사>라는 책 이름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내가 알고 있던 과학은 인류의 미래를 앞당기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질병 혹은 각종 미신으로 죽어 나가야 했을법한 사람들을 암흑으로부터 구했다. 또한 의약품은 인류의 생명을 구했고, 기술은 우리를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렇게 과학은 세상에 좋은 것을 전해주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샘 킨이 과학적 성취 뒤에 가려진 어두운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한때 세상을 들끓게 했던 과학 범죄 사건들을 조명하며 타락한 과학자와 의사의 지나친 호기심, 지식에 대한 갈구, 지나친 자부심에서 비롯된 명예욕 등 과학자들이 타락하는 과정과 과학 범죄에 있는 독특한 요소들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p.13)고 말했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각각의 일탈에 대하여 사기, 살인, 방해 공작, 간첩 활동, 시신 도굴 등 종류별로 다루며, 거기에 더해 다양한 범죄 기술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독일 나치 의사들이 자행한 비윤리적인 과학 실험가운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멩겔레라는 의사는 유대인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의학 생체 실험을 자행했는데, 매우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과학적 가치가 없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눈동자 색깔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의 눈에 염색약을 주사하여 실명시켰고, 마취 없이 늑골을 적출하는 실험으로 사람들을 극도의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여 멩겔레는 ‘죽음의 천사’로 불러졌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전기 산업의 성공을 위해 경쟁자인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해 낸 교류 전기 시스템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잔인한 동물 학대에 동조했고, 심지어는 교류 발전기를 이용한 사형집행에까지 관여했다고 설명한다. 백열전구와 축음기, 영화촬영기 등 1천여 종의 발명 특허를 보유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수많은 실험 끝에 성공을 이뤄낸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과학자의 잔인함이 숨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매일 바닷물을 마시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도 관찰했는데, 피험자들은 갈증이 심한 탓에 걸레질한 바닥을 입으로 핥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실험으로 목숨을 잃은 인원만 최소 1만5000명이나 되었고, 40만여 명은 불구가 되거나 불임이 됐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나치 의사들은 “환자에게 어떤 해도 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사람들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책은 너무나 흥미로워, 범죄 소설을 읽는 것처럼 스릴 있고 써스펜스가 넘친다. 단순한 범죄 이야기를 넘어서, 과학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파헤치는 그치지 않고 현대에 일어난 이야기, 즉 오늘날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까지 아우르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과학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도 방대한 자료로서 두고두고 참고할 안내서로 활용할 수 있는 책으로 누구나 집에 소장해 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