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book 서른 넘어 옷 입기 - 지금부터 시작하는 ‘나답게’ 입는 법 ㅣ F.book 시리즈
에프북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여자들은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단순히 몸무게가 많고 적고, 나이가 들고 어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발목이 굵네, 가슴이 처졌네, 주름이 많네, 이 나이에 어떻게 이 구두를 신겠느냐, 분홍색은 나랑 안 어울린다... 하면서 말이다. ... 스타일 좋은 여자가 되자고 말하고 싶진 않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과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치장해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깨닫길 바라는 것이다. 거울 속의 여자가 초라하고 멋없는 단점투성이가 아니라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그래서 자꾸 예뻐해 주고 싶은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p.115)
패셔니스타, 라기보다는 패션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나지만,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나름의 패션 철학은 가지고 있다. 서른 즈음인 나의 옷 입는 방법이 서른 넘어서도 통할까?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에프북에서 만든 책 <서른 넘어 옷 입기>에 따르면 말이다. 이 책에는 패션 숍 <린넨 내추럴> 대표 오선영, 액세서리 브랜드 <캐미> 디자인 디렉터 김문정, 가방 브랜드 <꼬르뷔> 디자이너 송수정, 아동복 쇼핑몰 <꼬모> 오너 허수영, 온라인 숍 <오일클로스> 오너 김지영 등 패션피플이면서 동시에 아이 엄마이기도 한 다섯 명의 '엄마여자'들의 옷 만들고 옷 입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애엄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꾸밈 없고 펑퍼짐한 옷차림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이십대 미혼녀 못지 않은 감각적인 스타일에 실용성까지 잡은 완벽한 패션, 거기에 일과 살림을 균형있게 양립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어찌나 멋지던지, 보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옷 잘 입는 여자들 이야기 사이에 배치된 옷 못 입는 편집자들 이야기는 또다른 재미다 ^^)
옷 잘 입는 그녀들의 비결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첫째, 기본 아이템을 잘 갖추라. 사도 사도 없는 게 옷이라지만, 아침에 옷장을 열었을 때 기본 중의 기본인 하얀색 면 티셔츠나 청바지조차 없으면 한숨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 비싼 돈 들여 산 건 대체 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그래서 계절마다 또는 세일 기간마다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 매장에서 티셔츠, 청바지, 가디건 등 기본 아이템을 부지런히 '쟁여' 놓는 건 필수다. 아내이자 엄마인 그녀들의 기본 아이템에는 몇 가지가 추가된다. 모임이나 회식 등 중요한 자리에서 입을 블랙 정장과 원피스, 학교 행사에 참석할 때 유용한 트렌치 코트 등이다. 패션 숍 <린넨 내추럴> 대표 오선영이 소개하는 리넨, 니트 소재의 기본 아이템들은 몇 년을 입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해서 기본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신경을 많이 쓴 옷차림처럼 보였다. 액세서리 브랜드 <캐미> 디자인 디렉터 김문정 역시 질 좋은 셔츠나 자켓,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청바지 등 기본 아이템부터 잘 갖추라고 충고한다. 여기에 팁 하나 더. 키가 큰 사람은 그냥 셔츠나 원피스를 입는 것보다 셔츠 스타일의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키가 175cm나 된다는 그녀가 소개하는 셔츠원피스를 보니 마음에 들어 나도 이참에 몇 벌 구입할 생각이다.
둘째,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나 색상보다는 기능과 소재 위주로 고르라. 더위와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나는 아무리 세련되고 예쁜 옷이라도 날씨에 안 맞으면 못 입기 때문에 전부터 여름에는 땀 흡수를 잘 하는 면,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히트텍, 기모 소재를 최우선적으로 골라왔다. 아이 엄마인 그녀들은 옷의 기능뿐 아니라 소재가 인체에 무해한지 여부에도 민감하다. 가방 브랜드 <꼬르뷔> 디자이너 송수정은 결혼 후 아이의 첫 가방을 고르다가 성에 차지 않아 직접 브랜드를 런칭했을 정도로 소재에 예민하다. 아이가 물거나 빨 수 있기 때문에 옷이나 소품을 고를 때 천연 소재인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질감은 아닌지를 제일 먼저 본다는 그녀. 안 그래도 대량생산,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으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옷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녀들의 제품은 엄마 마음으로 만든 가방, 소품이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
셋째, 나만의 고유한 옷을 입으라. 나는 늘 심플하게만 옷을 입다보니 심플함이 곧 나의 패션 철학이고 고유한 개성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옷 잘 입는 그녀들은 그저 심플하게만 입는 게 아니라 저마다 고유한 패션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아동복 쇼핑몰 <꼬모> 오너 허수영의 패션 테마는 '프렌치 시크'다. 프랑스 여인들의 무심한듯 시크한 스타일처럼, 블랙, 베이지, 그레이 등 모노톤의 옷에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볼드하게 가미하는 식인데, 모노톤의 옷만 입으면 심플은커녕 밋밋하고 개성없어 보일 따름이지만 액세서리를 어떻게 가미하느냐에 따라 마치 다른 옷을 입은 듯 개성이 배가 된다.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한 그녀의 패션 철학은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이것도 어쩌다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책, 잡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한 부단한 공부와 자료 조사의 결과라고. 온라인 숍 <오일클로스> 오너 김지영의 패션 테마는 보다 과감하다. 오랜 시간 캐주얼을 즐겨온 그녀는 결혼 후에도 캐주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서른 넘어 입으면 다소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샬랄라 러플과 레이스, 요란한 프린트 등은 되도록 자제하지만, 티셔츠, 청바지 등 기본 아이템에 과감한 색상, 화려한 프린트를 추가하는 식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이런 멋진 '엄마여자', 아니 언니들이 있으니 곧 있으면 다가올 '서른 넘어 옷 입기'가 결코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