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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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된 '타우누스 시리즈' 다섯 권을 전부 읽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타우누스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인 [깊은 상처]를 읽고 반해서

앞의 1,2권과 뒤의 4,5권까지 모두 구입해서 읽은 것이다.

 

[깊은 상처]는 독일의 나치 전범 문제에 관한 내용인데,

소설 자체도 재미있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중심 인물 두 사람

- 보덴슈타인 반장과 형사 피아가 어떤 인물들인지,

어떤 과거가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앞부분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보덴슈타인과 피아보다도 작가가 더 멋진 사람이었다는 것은 함정? ㅎㅎ

 

.

.

 

'타우누스 시리즈'는 독일의 여성 추리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타우누스 지역을 배경으로 쓴 일련의 추리소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시리즈는 타우누스 경찰서의 강력계 반장 보덴슈타인과 여형사 피아 두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두 사람이 보스와 부하로서, 동료로서, 인간으로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과 개인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CSI 라스베가스의 길반장과 캐서린 같은 관계를 상상하며 읽고 있다.)

 

사건들은 언뜻 사회문제 또는 역사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범인을 찾고보면 의외로 개인적인 원한이나 상처, 고독감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범죄의 근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사건의 범위도 커지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더욱 탄탄해지는 점도 볼거리다.

1편 [사랑받지 못한 여자]만 해도 말 농장을 둘러싼 개인적인 치정 사건 같은 수준이었는데,

2편부터는 거대 기업의 음모나, 나치 전범 문제 같은 굵직한 주제가 등장한다.

이번에 읽은 5편 [바람을 뿌리는 자] 또한 현재 환경계의 가장 큰 이슈를 건드려서

사건이 어떻게 해결 될 지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 결혼 후 남편이 운영하는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던, 평범한 주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가의 꿈을 접을 수가 없어 남편의 핀잔을 들어가며 자비로 출판을 거듭한 결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출간 이후부터는 책을 냈다 하면 독일 베스트셀러 1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소개될 정도가 되었다.

 

사람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곧 6권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될텐데 얼른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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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살라딘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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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다보면 이탈리아 및 유럽에 관한 이야기 못지 않게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을 읽고 좋아해온 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술탄이라든지, 콘스탄티노플이 되기 전의 이스탄불이라든지, 이슬람교의 특징이라든지 등등...

 

하지만 국내에서 이슬람 문화는 무관심에 가까울만큼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

끽해야 시오노 나나미 같은 작가들이 쓴 역사서 또는 역사 소설을 읽는다든가

오르한 파묵 같은 해당 문화권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얻는 정도다.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에 묘사된 이슬람 문화는 기독교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하고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스 문화 유산을 직접적으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학문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기독교 문화권에 비해 훨씬 앞서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타리크 알리의 [술탄 살라딘] 에는 십자군 전쟁 당시의 이슬람 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영국의 이슬람 문확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타리크 알리는 이 책 외에소 여러 권의 책을 쓴 유명한 작가다.

 

[술탄 살라딘] 에서 그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 세계를 이끌었던 지도자 살라흐 앗 딘에 주목했다.

살라흐 앗 딘은 쿠르드 족 출신으로 드물게 왕위에 올라 프랑크인들에게 빼앗겼던 예루살렘을 탈환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크인들은 예루살렘을 빼앗을 때 도시에 있던 모든 이민족과 이도교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서 살라흐 앗 딘이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또한 복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그는 다른 생각, 다른 종교를 관용하는 이슬람 정신으로 프랑크인들을 용서했다.

 

이 책은 유대인 서기 이븐 야쿠브가 술탄 살라흐 앗 딘의 곁에서 그의 일대기를 받아적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술탄 외에도 왕비, 왕자, 주변의 가신들, 환관, 궁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 듯 했고,

딱딱한 정치나 역사 이야기 외에도 당시 문화에 대한 묘사와 높은 수준의 철학 담론도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수위가 높은 부분이 제법 많으니 19세 이하의 청소년은 잘 생각해보고 읽도록... ㅎㅎ)

 

아쉽게도 살라흐 앗 딘 사후 이슬람 세계는 서구에 밀리며 급속히 쇠락했다.

문화적으로 우수했고, 경제적으로도 밀리지 않았으니, 문제는 정치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서구 국가들은 십자군 전쟁 이후 절대왕정 단계로 돌입한 반면,

이슬람 세계는 여러 왕이 난립하여 왕권이 미약했고, 통치체제 또한 통일되지 않았다.

거기에 종교 문제, 민족 문제까지 얽혀 사회 발전에 국가의 역량을 투입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읽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그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분석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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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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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알게 된 작가들 중 베스트3 안에 들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요네하라 마리다.

언젠가 그녀의 책을 전부 읽고 블로그에 폴더 하나를 만드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인데,

얼마전 그녀의 책을 잔뜩 구입해놓고 아직까지 펼쳐보지도 않았으니 원...

 

[차이와 사이] 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 중 가장 처음 읽은 책이다.

이후에 읽은 [프라하의 소녀시대] 에 비하면 재미와 감동이 덜했지만

그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읽은 책이 이 책이었던 건 참 다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 평생의 테마였던 '성(性), 언어, 문화'에 대한 생각이

핵심만 쏙쏙 담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맨 첫 장 '사랑의 법칙'은 성에 대해 그녀가 전 생애를 바쳐(?) 연구한 결과가 나와 있고,

그 다음 세 장은 동시통역사로서의 느낀 언어와 문화 차이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체코 프라하로 이주, 소비에트 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 차이는 안 그래도 민감한 사춘기 소녀에게 너무 가혹한 문제였고,

그것 때문에 한동안 그녀는 우울증 비슷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자본주의 사회인 일본에서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라든가,

귀국 후 보수적인 일본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그 어떤 사회나 조직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평생에 걸쳐 그녀는 소통, 소외, 차이 같은 문제에 매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공감이 되는 건,

어쩌면 같으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그런 면에서 차이는 사람 사이를 멀게 만들지만, 오히려 더 가깝게 만드는 이중적인 개념인 것 같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니

앞으로 그녀의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그녀를, 그녀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알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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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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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

.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이 책은 처음 나왔을 때

책 소개글에 실린 저 문구들을 보고 '욱해서' 샀다.

 

내 주변에도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안 읽는 사람이 더 많고,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읽는 나를 괴물 보듯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독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미란에 적으면 안 된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도 책을 읽는 사람이 드물어서 취미란에 독서라고 적으면 신기한 눈으로 본다.

 

금지된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책을 왜 읽느냐(그렇게 시간이 많느냐),

책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냐(그 시간에 돈을 벌어라)고 묻는 자들에게

무언가 반론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저자 정혜윤은 CBS 라디오 PD이자

[침대와 책],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여행 혹은 여행처럼] 등 다수의 책을 펴낸 인기 작가이다.

방대한 독서량과 감각적인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 답게

이 책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책과 책 읽는 행위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책이 아닌 삶에 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라고 묻는 이들에게

저자는 책을 읽으라, 또는 어떤 책을 읽으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차라리 책을 읽지 않아도 좋으니 삶을 살라고 답한다.

 

책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삶을 잘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책에 손이 갈 것이다.

저자는 책 읽기의 중요성을, 이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말하려 한 것이 아닐까?

 

이 책 이후로 정혜윤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침대와 책]에 이어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구입했는데

아마도 내년에나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척박한 내 독서 생활에 단비 같은 작가를 만나서 반갑고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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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삼십대 -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인생점검 여행기
조한웅 지음, 박링고 그림 / 소모(SOMO)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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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십대 때는 모든 감정이 극단적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멋진 사람인 줄 알았고,

싫어하는 학교 선생님은 말 그대로 마귀 같고 독사 같았다.

수학 문제를 풀다 지겨워지면 공부가 내 적성이 아닌 것 같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싶었고,

친구와 조금만 서먹해도 세상 모든 사람이 날 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다.


다행히도 이십대가 되면서 극단적이었던 감정이 조금씩 균형감을 찾았다.

좋아했던 아이돌 가수는 생각만큼 잘나고 멋진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고,

싫어했던 학교 선생님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십대들도 무섭지만 우리 때도 만만치 않았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젊은이들을 걱정했다지?)

뭔가를 하다가 지겨워지는 것은 적성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고,

친구와 서먹해져도 커피 한 잔, 술 한 잔으로 푸는 여유가 생겼다.


삼십대가 되면 난 또 어떻게 달라질까? [깍두기 삼십대]를 읽으면서 상상해보았다.


저자 조한웅은 대학 졸업 후 카피라이터로 십여 군데의 광고회사를 전전한 뒤 홍대에서 카페를 창업했다 접었고,

[낭만적 밥벌이], [독신남 이야기] 등의 책을 낸 후 현재는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작가다.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인생점검 여행기'라는 부제대로

이 책은 서울에서 의정부, 전주, 통영, 부산, 제주도를 거쳐 멀리 일본까지 누비는 기행문 형식이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과 학창 시절의 기억, 이십대의 단상들과

사랑, 친구, 가족, 일에 대한 깨달음 내지는 고민들이 펼쳐지는 식으로 되어 있다.


영화처럼 큰 감동이 있고 드라마처럼 반전이 있는 - 그런 에피소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다보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도 같은 기분이 들만한 내용이라서 공감이 되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한 삼십대 청춘들, 어른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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